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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49제

천붕 11일째 - 봄비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 날
모든 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 할 수가 없죠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 테죠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 생에 못한 사랑
이 생에 못한 인연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봄비가 내리네 엄마

자다가 일어 나니 밖은 캄캄한데 들창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잠자던 서러움을 불러 세우네

엄마는 편안하시나요?

마음이 둘 데 없이 어수선하여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잠은 다시 올 생각은 없고

홀로 우두커니 책상 머리에 앉으니 불현듯 구슬픈 노랫 가락이 떠 오르네

 

입안에 맴도는 참 익숙한 슬픈 가락인데

노래 제목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을 답답해 하다가 .

간신히 마지막 한 소절이 생각이 났어

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엄마 봄비가 오네

홀로 긴 밤 지새우시며 아프게 들으셨을 창 밖의 빗 소리

이젠 홀로 깨어 있는 아들의 창가를 두드리네

엄마 올해는 호박이 무르지 않았는가?”

어두운 창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내 마음의 창에는 잠자던 서러움이 흘러 내린다.

 

 

 

                         2024년 3월 25일 천붕 11일째  - 소천 14일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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