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이 내려 온다고 했다.
어느 결에 봄이 깊어갔다.
일교차가 크지만 낮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더 따뜻한 것 같다.
포천에서 내려오는 길에 신탄진 인근은 온통 화사한 벚꽃이 피어 있었다.
“벌써 벚 꽃이 필 때가 되었구나 “
오후2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오전은 시간이 있어 절정의 벚 꽃을 볼 수 있겠다.
내 사는 곳의 벚 꽃을 보러 갈 것인가? 더 먼 곳의 봄을 만나러 갈 것인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늘 떠나는 데 골몰하던 봄이라 내 사는 곳의 봄은 뒷전이었는데
오늘은 홀로 봄 꽃 놀이 할 명분이 생겼다..
6시 30분에 나가 한적한 바깥아감 벚 꽃을 구경하고 몇 년 전 가족들과 한바퀴 돌았던 호수를
둘러 돌아 나왔다.
어머니 모시고 가족들이 대청호 나들이 한 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4월 18일 이었다.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 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걷는 길이다.
그 때 바깥아감에서 대처호반을 따라 한 바퀴 거닐고 부소담악에도 들렸었다.
걸어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봄은 얼마나 남았을까?
이 봄을 훌쩍 보내고 나면 내년 봄에는 우린 어머니와 함께 다시 소풍을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삶에서 나름 소중한 시간과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너무 오래 외면할 수 없음이
어쩌면 그것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속에서도 봄날의 약속을 미루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그래도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무시할 수 없어서 패밀리 2세들은 제외하고 팬션
숙박 인원은 조정했다.
우린 정말 오랜만에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모여서 대청호 비경 속을 거닐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함께 점심을 먹고
들에서 나물도 캐고
야외 숯불에서 함께 소고기를 구어 먹었다
오랜만에 형제들과 술 한잔 하고
코로나 때문에 끊어졌던 패밀리 혈투도 모처럼 재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 뿐인가?
아침에 일어나 김치찌개 같이 끓여 먹고 신록이 짙어가는 대둔산 휴양림 트레킹도 함께했으니
나름 선방하며 전리품 까지 두둑히 챙겼던 이틀이었다.
조금은 걱정스럽고 또 어려운 발걸음이었지만 어쨋든 무사히 패밀리 봄날 야유회를 마무리
했으니 다행이고 훗날 미소지을 수 있는 코로나와의 한판승부 추억을 만들었으니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소리 없이 봄날은 간다.
어머니는 인생의 겨울을 잘 견디고 계시고 우리 인생의 봄날도 바삐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이 소중한 시간들이 가슴 찡한 추억이 될 것이다.
2021년 4월 17일~18일 지나간 날의 추억을 들추며….
엄마 !
건강하실 때 이 좋은 벚꽃도 보여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하고 말았네…
엄마도 꽃을 좋아하고 나들이를 좋아하는데 그 때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다가
지나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가 되네 ….
살아가는 게 아무리 바쁘고 내 놀기 아무리 바빠도
4월에 하루 쯤은 엄마를 모시고 벚 꽃 길을 드라이브 할 수 있었을 텐데…
세월은 그렇게 속절없이 흐르고 엄마는 바람에 꽃 잎 날리듯 떠나 가셨네….
숙연하고 슬픈 마음으로 시린 봄 꽃과 초록의 봇 물 터지는 호반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자연 생태관 쪽으로 이동하다.
봄날의 고요와 고독 속으로의 잠행을 위해 ….
어머니의 소천은 거대한 상실이었다.
세월이 그 슬픔을 거둬간다 해도 내 탄생의 흔적은 희미해지고 예정된 죽음은 더 가까이
다가 왔다
부정할 수 없이 ….
“내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
내 인생은 너무도 소중하고
아직 많은 날이 내 앞에 남아 있고
나는 여전히 잘 살아가야 함으로
먼저 힘 빠지고 의기소침해 지지 않기 위해 나를 다독이는 희망의 언어이지만
그럼에도 삶은 조금씩 서글퍼질 것이다.
어머님 가신 후에 더 많은 상실이 이어질 것이다.
세상의 파도에 더 멀리 밀리고
파도를 거스를 힘은 점점 빠질 것이다
도와 줄 이 없는 고도에서 뜨거운 고통과 갈증은 더 심해 질 것이다.
나는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이지만 점점 육지에서 멀어진다.
듣는가?
날개 달린 세월의 전차가 굉음을 울리며 다가오는 소리?
살아가는 날이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시간이 잰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다
일정이 접혀 있어서 도시에서 머물러야 할 때나
비가 와서 멀리 갈 수 없을 때
고요한 내 마음을 되찾고 싶을 때 새벽에 자주 가는 곳이다.
자연생태관에서 시작하여 전망 좋은 곳과 “슬픈 연가” 좔영지를 거쳐
명상공원, 더리스로 이어지는 길 …
3시간 30분의 산책 길이었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효동으로 넘어 갔다,
동생들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효동 아파트를 함께 정리하였다.
엄마!
엄마에 대한 사랑은 동생들이 더 컸던 모양일세
난 아파트를 파는 게 나을 거라 했지 .
경제는 앞으로가 더 어려워지고 .
아파트나 집은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더 빨리 낡아지고
쓸데 없이 수리비나 관리비가 들어 가고
지금 내 놓은 다고 바로 팔리는 것도 아니라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서…
모두의 뜻에 따라 엄마의 향기와 추억이 아직 남아 있는 효동아파트를 그대로 유지
하기로 했네…
다들 그런 생각이라면 굳이 만류할 이유는 없겠지…
지난 번에도 동생들이 내려와 많이 정리를 했지만 엄마의 반평생 역사가 머물던 곳이니
하루 아침에 쉽게 정리가 되겠는가?
엄마의 오랜 손 때가 묻은 자개장은 이삿짐 센터를 불러야 될 줄 알았는데 대우건설 소장이
나이롱 소장은 아니네
둘이서 옷장을 연결한 고정 나사를 풀어서 모두 분리하고 아래로 내려서 딱지를 붙여 내 놓았네
소파 천갈이도 하고 웬만한 잡동사니 쓰레기들도 영희와 영숙이가 다 처리 해서
이제 꽤 말끔해 졌네
작은 방에 옷장들만 안방에 배치하고 보일러 고장난 방만 고치면 제대로 자리가 잡힐 것 같네
그리고 엄마의 숙원이던 사부리는 6월 14일 금요일에 형제들이 같이 가기로 했네
비록 엄마를 모시고 가지 못하지만 자식들이 엄마를 추모하면서 사부리 외할머니 묘소에도
들르고 정순이 누님도 만나 볼 것이네
그 다음날은 시간 내어 예천 고향마을에도 들르고 ….
그래도 다들 엄마와의 좋은 추억을 잊지 않으려 하니
엄마는 오랫동안 우리 가슴에 남아 있을 듯 하네
오늘도 편히 쉬세요 엄마 !
2024년 4월 7일 천붕 24일 - 소천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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