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두 어부의 노래
어부가 1
점점 두려워지는 세상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 났다.
해변에서 멀려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파도를 거스를 힘이 없다.
뭔가 뵈이는 게 있어야 딱히 방향을 잡지..
어느 이름 모를 무인의 섬으로 밀려가는 모양이다.,
낡은 뱃전에 기대 파도에 밀려나지 않으려 애쓰고 노를 휘젓고 있지만
이젠 지치고 힘이 빠진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걱정해 주는 소리도 사라 진지 오래다
세월은 빠르게 그리고 많이도 흘렀다.
이 망망한 세상에 아무도 없다.
아니 나도 없다.
단지 내가 아닌 다른 내가 거기 있다..
낡아 물이 새는 배처럼 빛 바랜 내가 …
내가 무얼 잘 못했는가?
한평생 뒤돌아 보지 않고 열심히 파도와 싸웠는데….
상어가 득실거리는 피바다를 씩씩하게 건너던 어부는 어디로 갔는가?…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풍랑과 폭우를 속에서 풍어가를 부르던 자랑스런
아버지는 어디로 갔는가?
.
늙은 어부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파도는 세고 풍랑은 잦아져 일을 나가는 날이 많이 줄었다
이상기온으로 잡히는 고기도 눈에 뛰게 줄었는데 이젠 바다에 나가도 고기를 잡을 힘이 없다..
아이들은 저 살기 바빠 늙을 아비를 돌볼 겨를이 없다.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저금한 돈도 별로 없고 곳간에 곡식은 자꾸 줄어든다.
나는 늙어가고 돈은 말라가고 물가는 올라가고 걱정은 늘어간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아득하다.
늙으면 팔아서 생활비로 쓸 자갈 논밭은 값이 더 떨어지고
그저 놀리는 게 아까워 자꾸 발걸음하다 보니 늙은 몸에 무리만 간다.
여기저기 몸은 안 아픈 데가 없다.
일찍 떠났으면 좋겠는데 모진 목숨 마음대로 할 수가 있으랴?.
머지 않아 문밖 출입도 힘들 것 같다.
늙은 몸을 이끌고 세상을 산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어부가 2
신나는 세상이다.
이제야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갈 수 있다.
굳이 멀리 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해풍을 즐기면 된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고 누려보지 못한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애써 노를 젓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있는가?
내가 시방 무릉도원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떠들썩한 사람들의 소리도 없으니 참 조용해서 좋구나
간섭할 사람도 없고 보기 싫은 사람도 없는 이곳이 천국 일세
세월아 너 좀 천천히 가거라 !
이 넓은 바다가 다 내 세상 이로구나 !
둘러 봐도 이 넓은 바다에 나 밖에 없다.
한 마리 갈매기처럼 자유로운 내가 .
아흐디롱디리! 인생은 육십부타~~~
흐미 ~ 이제야 잃어버린 나를 찾았구마 !
젊은 한 평생 열심히 일한 보람이 있었다네
용왕이 따로 있는가 ? 신선이 따로 있는가?
젊어서는 풍어가를 부르고 늙어서는 사랑가를 부르네.
늙은 어부의 저녁놀이 이만하면 아름답지 않은가?
피도는 거세고 풍랑은 잦은데 배를 띠울 일 없으니 좋구나!
고기도 줄었고 잡을 힘도 줄었으니 이 비 그치면 낚시나 하러 가세
부모 품을 떠나 잘 살아가는 자식들 걱정 그만하고
배곯아 굶어 죽을 일 없으니 살아갈 걱정 또한 붙들어 매고
아직 남은 돈으로 여기저기 세상 구경 다니고 풍경 좋은 길에 앉아 술이나 한 잔 치세나
남은 세월 아깝지 않은가?
머리 누일 집이 있고 나가서 일할 밭이 있다네
몸이 아프면 집에서 쉬고, 밭에 잡초가 난들 그 또한 어떠하리
달도 차면 기울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늙어 가는 법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사는게 즐겁거늘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있고 나는 아직 살아있는데
입 벌려 웃지 않는다면 내가 바보 아니련가?
웅석을 4.3km 남겨둔 오름길에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나온 능선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 봅니다.
인생의 이치를 깨달은 철학자의 얼굴입니다
세상의 영광과 기쁨 그리고 온갖 탐욕과 집착이 가져다 주는 미망과 혼돈을
벗어버린 평화로운 풍경 입니다.
은은한 황혼의 빛이 던지는 고요한 체념으로 마음은 바람 없는 호수의 물결
처럼 평온해집니다.
어둠과 등을 맞댄 하늘의 붉은 황혼이 나그네의 발길을 숙연하게 합니다.
항상 곁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젊음이 떠나고 인생은 많이도 흘러왔습니다.
욕심껏 살아갈 날은 자꾸 줄어 가고 세월이 흐름은 더 빨라 갑니다.
언젠가 저 붉은 황혼처럼 조용히 스러져 갈 짧은 인생입니다.
2006년 10월 3일 지리산 태극종주 중
젊음은 그림자를 드리울 새도 없이 빨리도 지나 갔다.
이제 세월이 늙은 내게 다시 묻는다.
“여행자여 그대는 황혼의 언덕에 앉아 어떤 어부의 노래를 부를 텐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는 전적으로 너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음악은 제발 틀지마세요 DJ ~~DJ “
이제 슬픔은 감상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한 줌의 비탄과 슬픔이 빠질 수 없지만 이젠 기꺼이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큰 슬픔과 적막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바다 한 가운데서 소리한 번 지르지 못하고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할 것이다..
이젠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하자.
강한 비트와 땐스 음악으로 허무와 공허를 가리려 하지 말고
조용한 사랑의 노래를 불러라 !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노래가 아니라 너를 위한 노래를..
네 노래가락에 실린 고요와 평화가 조용히 물결치는 황혼의 언덕이면 좋겠다.
노래할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수도 있고 오늘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때 까지는 노래를 멈추지 말아다오
더이상 다른 사람을 위한 노래는 부르지 않아도 좋다.
박자와 음정은 무시해도 좋다.
다만 네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라 !
너의 메마른 가슴에 그 감동이 번져 갈 수 있도록…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더 따뜻한 네가 될 수 있도록…
힘들게 살지 않기 바란다.
진심으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필요도 없고
무엇이든 잘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징징거리지도 말고 먼저 기죽지도 말아라 .
천국이 네 마음 안에 있고 죽음의 안식이 네 가까이에 있다.
죄수여 ! 자유인이여 !
내일은 없다 .
오늘 너의 자리에서 행복하라!
한 뼘 너의 감옥으로 되돌아 가기 전에 창대한 너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라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행복 칵테일과 행복의 습관 (0) | 2024.06.20 |
---|---|
5개의 행복 호르몬과 나만의 칵테일 (0) | 2024.06.19 |
나는 누구야? (0) | 2024.03.11 |
내안의 룸메이트와 결별하기 (0) | 2023.09.26 |
마음의 소리 (0) | 2023.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