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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누구야?

 

 

 

나는 누구야?

기억해줘
세상이 모두 날 잊어도
넌 내가 누구인지 ?

앞 뒤 안 돌아 보고 열심히 살았어 .

그리고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갔지
난 세월의 물살을 거스르려 애 썼지만 결국 한 없이 떠 밀려 내려 갔다네

손을 흔들어도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어

 

난 비로소 알았네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버렸다는 걸

머리가 훌훌 빠지고

이빨 새가 벌어지고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던 날에

 

다들 거기 있으면서 아무도 내게 연락도 안하고

곁에 있어도 눈길도 주지 않지

절망한 가슴이 아픈 신음소리를 내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네

 

내 이름은 철 지난 바다.

속이 텅 빈 고목

햇빛에 말라가는 늙은 호박

그리고 내용연수가 경과한 공작기계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누구였는지

이렇게 도시의 유령으로 떠돌고 있는 나는 누구야?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

그리고 사라진 책상과 명함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어지러운 세상 가운데서 길을 잃었네
그리고 길을 헤매다 결국 나조차 잃어버렸네

나는 누구야?

 

누구 거기 없소 ?
나를 아는 사람 ᆞ
나를 찾아줄 사람 .

어느 날 산이 말해 주었어

너는 장군이었어
승리의 나팔을 불어 대며 아름다운 세상으로 진군하던 장군"
승리의 환호와  영광  속에서

제국의 영토를 넓혀가던 그들의 영웅 !

풀섶에서 배시시 웃으며 인사하던 풀꽃이 말해 주었어
그대는 시인이었지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마구 흔들리던 여린 가슴을 가진….

그리고 삶의 이치에 고개를 끄덕이던 철학자 였다네

 

! 기억 났어 !
내 이름은 사랑이었어
희망이었고 기쁨이었지
드디어 나는 그렇게 애타게 찾던 나를 찾았네.

 

그리고 세월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지

네 진짜 이름은 한 마리 나비

눈부신 봄날을 날아 올라 한철 여름을 누리다 가을 바람 타고 시라 질 한 마리 나비

오늘도 영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보며 결코 다가오지 않을 겨울을 준비하느라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는 어리석은 나비

 

내 이름은 바람, 구름 그리고 이슬  

지나가고, 흘러가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

어둠 속으로 떠나가는 한 소절의 아름다운 노래  

 

  

세월도, 친구들도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나고 나니 삶은 늘 똑 같은 타령이다.

하나를 얻으면 꼭 무언가 잃는 것이 있고

날고 기어야 부처님 손바닥이다..

인생은 늘 아귀가 잘 안 맞고 세월은 어깃장을 놓았다..

이제 세월은 내 어깨를 두드린다

젊음과 친구를 내어주고 마음의 평화와 돈을 돌려 받았으니 꽤 괜찮은 거래가 아니냐고?

그래 너 잘났다.”

 

나는 안다.

실패에서 배울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연연하지 않았듯이

이제와서 점점 기고 만장하는 녀석의 비위까지 맞출 필요는 없다는 걸

 

다 가져가도 괜찮아 !

어짜피 빈 몸이었던 걸

가슴에 쌓인 추억과 사랑의 기억 말고는

내가 가진 모든 게 다 내 것이 아니었던 걸

찾아줘서 고마우이 !

언제라도 말만 하시게

마지막 이 삶의 껍질도 미련없이 훌훌 벗어 줄 테니….

짧아서 좀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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