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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신선골주유기 ( 둥지봉-가은산)

 

 

 

신선골 주유기

5
5일 가은산과 둥지봉 홀로 산행을 하고 싶었지만 망덕봉 추억산행으로 바꾸었다
망덕봉과 소용아릉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등산행이라 동행과 갈수 없고   17년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거친 그 길에서 만난 감동의 여운은 아직 가슴에 생생이 남아 있었다.
충주 호반에 뜬 산이라 얕잡아 보고 준비없이 떠났다가 호되게 당했던 올해 통산 최고

난이도의 산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나는 그 길 위에서 지난 추억에 부풀고 아직

내 곁에 머무는 젊음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ㆍ

무릉객 아즉 살아 있다!”

둥지봉 가은산은 미답의 길이다.
수많은 산객들이 올린 그 길의 멋들어진 풍경사진은 언졘 가는 꼭 내 마음의 회랑에 걸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렇다고 버킷리스트처럼 거창한 소망이 아니라 어느 날 가슴이 울면 홀연히 떠나고 싶은

잘 접힌 그리움 같은 거.
신록이 물결치는 5월의 봄에 떠나고 싶었는데 올해도 실기한 셈이다.
그래서 다음해 봄으로 다시 이월시킨 여정이었다.

 

마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지척의 그 길은 문막에서 1시간 20분거리고 대전에서

2시간 거리다.

조사장과 같이 갈수도 있지만 둥지봉은 비등이다.
게다가 가장 수려한 풍경코스 새바위와 벼락바위 그리고 병풍바위로 이어지는 비등 코스

는 난이도 높은 금지구역이라 조사장이 뒤집어질거다.

6월은 행사가 많았다
할아버지묘소이장
그리고 형제들과 사부리 방문
그 기간 동안 주말에는 뒷동산 맨발 산책과 막내여동생과 학가산 세시간 산행이 전부였다.

기의 흐름이 막힌 것처럼 활력이 떨어지고 몸이 근질근질 할 수 밖에 없었다.
6
월에 중순에 들어서면서 날씨는 급변해서 서늘한 새벽도 슬그머니 보따리를 쌌고 한 낯

의 폭염은 점점 기고 만장해졌다.
한낮 산행은 큰 산의 계곡을 낀 산행이 아니면 무리다.

둥지봉 가은산을 떠올린 건 역발상이였다.

비가 예정되어 있는 흐린 토요일의 홀로산행은 멜랑꼬리한 분위기도 살아나고 기온이

낮아져 무더위를 피할 수 있다.

비만 안 오고 흐리다면  초록파도 춤추는  이향의  바다에  모험과 낭만의 쪽배를 띠울 수

있다.
거기다가 비가 몰고오는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 준다면 녹음 속의 가을 산행의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오후에는 강수확률이 60%긴 하지만 비는 2시 부터 예정되어 있다

조사장과의 6월 산행은 유보되었다
내 일정이 많았고 유일한 이번 셋째 주는 조사장이 선약이 있어 출정을 7월 초로 미루었다.

조사장이 일정이 취소 되었다고 전화가 왔지만 어짜피 마음 먹은 계획이고 날씨도 좋지

않으니 각자 산행을 하자고 했다.

문막의 아침 역시 언제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잔뜩 찌푸려 있다.

기상은 더 악화되었다.
전국구 비로 강수 확률은 더 올라 갔고 비가 내리는 시간은 앞당겨졌다.

경험상 전국 비는 강수량이 많고 비가오지 않는 시간대도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가까이 갈수록 강수률과 강수 시간대가 늘어나는 건 강우전선이 강화되는 거다.

접자 !
아쉽긴 하지만 오늘은 길일이 아니다ㆍ
암릉과 절벽이 많아 바를 맞으면서 갈수 있는 길이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길이 아니라서
위험요소가 가늠이되지 않는다.


그럼 계방산은?
계방산이 1000고지가 넘으나 육산이고 산행로가 안전하다.

늘 겨울에만 갔던데라 여름의 풍경을 보고싶기는 하지만 이동하다 보면 비를 만날 것이고
거의 우중산행을 해야한다.

구태여 멀리서 달려오는 비를 마중까지 가서 산상 굿판을 벌일 필요 까지야 있능가 ?


내일의 단양. 날씨를 검색해보았다ㆍ
강수 확률은 60프로지만 7시에 비가 멎고 흐리다가 햇빛이 나는 걸루 되어 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다
흐리다가 햇빛이 나는 그 시간대에 최고의  풍경이 숨어 있는 법이라 찍사들은 그런 날
카메라를 들고 빗속으로 떠난다


내일의 출정을 확정하고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내 놀이터 명봉산을 천천히 3시간

산책하고 내려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
읽지 못한 책이나 한권 읽을까 하다가 모처럼 작심하고 대청소를 하고 식당에서 육계장

한 그릇 비우고 나니 1시가 넘어 갔다.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글 한 편  쓴다고 책상머리에 앉았는데  오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갔다.

거창한 내용도반향도 없지만 내게 있어선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잡념을 없애주는

수양의 시간이다.

나를 위로하고 추스릴 수 있는 건 결국 나밖에 없다.

자연의 교훈과 감동  그리고  그 샛 강으로 흐르는 나의 생각들이 써 내려가는  글이

나의 영혼을 어루 만진다.

사전 정보조사 

지난번 매직과 함양 대덕산 산행을 하면서 가은산과 둥지봉에 관해 물었었다.

멋진 곳인데 자신은  새바위와 둥지봉 까지만 돌아 보았단다

벼락바위는 해발 제로 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와야 해서 너무 힘들다고..
매직은 아얘 병풍바위 릿지길은 고려에 넣지도 않았다.

한토에서 만난 매직은 나보다 6살 아래인 데 토요일,일요일 연달아 거친 산을 타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에너지 충만한 친구다.

나와는 산행스타일이 완전 다른데 비슷한 때 한토에 합류하고 삶에 대한 생각이

서로 비슷해서  의기투합했다

출정을 위해 선답자의 산행기 3편을 검색했다.

두 명은 벼락바위와 병풍바위 암릉은 가지 않고 새바위에서 되돌아 와서 주등산로를 진행

하고 다시 비등을 따라 둥지봉에 올랐다가 가은산에 올랐다.
검색의 가장 큰 수확은 상천쪽 등산로에서 옥순대교로 연결되는 비등루트였다.

가은산에서 주등산로를 따라 원점회귀 하는 방법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상천쪽 히산길에서

옥순대교 내려가는 비등길이 있었다.
비등 길을 모두 아우르고 상천길 까지 휘돌아 하산한 산행기는 없어서 시간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그랜드 코스를 구성할 경우 6시간 이상 소요될 것 같았다.

지난 망덕봉ㅡ소용이릉에 필적할   야성미 넘치는 다이니믹 루트가 될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었다.

선답자들은 벼락바위와 병풍바위를 탔건 타지않았건  이구동성이로 위험한 길이라

가지 것을 경고했다.

 

무릉할배 비오는 날 바위에서 떨어지면 그 길로 막바로 선계 입적이다.
욕심과 열망은 가득하지만 마답의 길이고 날씨가 어떨지 모른다.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도 몰라서 가고 싶다고 꼭 그 길을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스스로 가벼워지기 위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체하기로 마음먹어 보지만 이런 거친

비등길의 문제는 중간에 다시 되돌아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지나온 거친 길은 더 아득하고 험준해 보이는 법이고 이번  어려운 구간만 지나가면 고생

끝날 거라는 기대와 유혹이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하게 한다.



다음날 !
아침부터 대찬 비가 추실거린다.
비가 멎는 시간이 1시간 늦어졌다
어짜피 서두를 이유는 없어졌으니 느긋하게  준비하고 7시에 출발하다.
간편식 아침을 챙겨왔지만 휴게소에 들려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점심도 간편식으로 먹어야 하는데 비가 멎는 시간에 맞취야 하니 시간도 여유로워서 

일정을  임의 조정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단양으로 가는 길에  빗줄기는 점점 거세진다 .
비도 그렇지만 도로 주변이 온통 안개다.
산에서도 이렇게 지척이 분간되지 않으면 수려한 풍경과 멋진 조망은 물건너 간다.

신령님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아무래도 비가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  같아 옥순봉부터 올라가기로 하고 차를 몰았는데

네비처녀는 옥순봉이 보이는 출렁다리 주차장에 나를 내려 주었다.
비가 추실거리는데 내가 행장을 꾸려 나오자 주차장관리 아저씨 따라오더니 산행하시려면

차는 다른 주차장에 주차 해야 한단다.
여기는 출렁다리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 산행하시는 분들이 주차장을 오래 점거 해서는

안된다고..

"
아이고 아자씨 그게 먼말 ?"
나 후다닥 한시간 반만 타고 올테니 좀 봐쥬슈 .
글구 오늘같이 비오는 날  먼 사람이 그리 많이 오것수 ? "

계속 따라오면서 규정을 들이대며 얘기 하는데 내가 멈출 생각 없이 계속 걸어 나가면서 

웃으며 계속 봐달라고 사정하니 아저씨 하는 수 없이 포기 하고 잘 다녀오시라 한다.

옛날 옥순봉 산행 들머리 위치와는 반대방향이라 매점 아줌마한테 출렁다리 건너 옥순봉

정상에 오를 수 있느냐고  물으니 여기서는 옥순봉 정상에 못 간다 한다.

정규등산로에서 정상에 올라 되돌아가는 길 말고는 반대방항 등산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출렁다리가 연결되었다는 건 결국  언젠가는 정상가는 루트가 열려  반대편으로 넘나들

수 있게될거라는 건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모양이다.
어쨋든 신령님이 그냥 애초 마음 묵은데로 밀고 나가라고 전갈을 보내시는 거다.
"
얼릉와라, 무릉객 !"
주차장을 나가  반대편 산으로 연결되는 들머리에 도착하니 가은산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이상하네?
입구에서 움료수를 팔고 계시는 아줌마에 물으니 여기는  자드락길 코스 들머리고 가은산은

옥순대교 건너에 있다고 하신다.
그쪽 휴게소 주차장 건너편 산길로 올라가면 된단다.

인상도 좋은 아줌마가 시종 웃는 얼굴로 응대를 해주고 조근조근 루트를 알려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결국 차를 빼게 되었네!
아까 아자씨를 찾아 차를 뺀다고 얘기 하렸더니  그 양반이 보이지 않았다.

차를 몰아 다리를 건너고 옥순봉쉼터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들머리에 올라서니 정확히

9시다.
그리고 비는 거짓말처럼 멎었다
ㅎㅎ
가은 산신령님 초대와 환영 감사합니다 !
멋진 하루의 필이 팍팍 온다.

 

드디어 신선골 유람길에 오르다. !
예상대로 숲길은 시원하다.
썬크림도 토시도 필요없고 더운 날씨의  높은 습도의 후덕지근한 찐득임도 없다.

공기는 코가 뻥뚫리 듯 맑고 축축한 산길에는 싱그러운 숲의 향기가 가득하다.

가은산 까지 3.6km !
정규루트로 가면 2시간이면 족할 거리다.

 

가은산 전방 2.7km 이정표 도착!
이곳에 출입금지 금줄이 쳐져 있다.
상천쪽 산길에서 비등을 따라 하산하면 이 길이 나온다는 거다.

여기 까지 되돌아 나오면 30분 안에 하산이 종료되는 거다.

 

다시 500미터 주등로를 오르면 2.2km 이정표가 선다.
오른쪽 산비탈 쪽으로 출입금지 표지판과 금줄이 쳐져 있다.

이곳이 새바위  가는 지능선으로 연결되는 비밀의 문이다.

 

새바위 가는 길

산 안개 피어나는 봉우리에 올라섰다.
"
일헐수가!"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마주한 믿을 수 없는 멋진 절경이었다.

어느덧 산길의 가득한 안개는 사라지고 눈이 시린 푸른 빛  깊은 산자락들 사이
맑게 씻기운 그림같은 호수와 새바위가 홀연히 나타났다.
오랜 세월  만나고 싶었던 내 마음의  풍경이 찰라의 마술처럼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속세에서 길을 잘못들어 선계에 들어선 듯 산안개 오락가락하는 낯선 풍경은 신비롭고

황홀했다.

새바위로 연결되는 지능선은 호수와 어우러져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고   내다보이는

먼 곳 까지  섬세하고도 웅장한 비경이 펼쳐졌다.
자연이 빛은 불세출의 걸작이었다.
맑은 이슬과 비에 씻기우고 산릉을 휘감는 몽환의 산안개가 작품의 신비감과 완성도를 

높이는 신의 정원을 기쁨과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걸어내렸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세상 !

세상에 단 한 사람을 위한 단 하나의 풍경이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인간이 덧칠한 붉은 옥순대교도 장엄한 자연에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으로 어우러 졌다.

이후 멀어지는 옥순 대교는 계속 눈길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신선나라 방향을 가늠케

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한숨이 절로 나는 풍경들 !

새 바위를 지나 꼭지봉에서 벼락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이미 마음은 정해졌다.
호수아래 해발제로. 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이런 풍경들을 만나고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가보자 !
내 오늘은 아무리 힘들어도  신선도의 비밀 지도를 완성하고 그 서리서리에 숨겨진

보물 모두를 남김없이 찾아 내고야 말겠다.

벼락바위 가는 길
벼락 바위로 내려가면서 그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해발 제로로 떨어지자 구석기 시대 어느 인적 없는 적막한 해변처럼 고요한 호숫가에는 

커다란 돌이 갯벌에 드러나 있다.

다시 산길로 연결되는 길을 오르면 길 모퉁이에 쪼개진 거대한 바위가 선다.

거인들이 살았던 모양이다.

누군가 돌 칼로 단 칼에 내려친 듯 바위는 그렇게 갈라진 채 하늘로 솟구쳐 있다.

 

병풍바위 오르는 길
고요한 산길을 걸어 병풍바위 쪽으로 오른다.
용아장성 쥐구멍을 닮은 난코스는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두 번째 난관은 대 슬랩구간이다.
로프가 늘어져 있다
로프가 있으면 문제될 건 없다.
로프가 두 갈래로 달려 있는데 선택의 갈림길이다.

선답자 산행기에서 죄측 길을 올라가는 사진이었는데 다 올라가서 손발이 후덜덜

거려서 한참을 누워 있었다고 했다.
보기에도 그 길의 경사가 더 험해 보인다.
나는 B코스

보무도 당당히 올라 갔는데 로프는 8부 능선 까지다.
그 위의 가파른 경사 릿지에는 로프도 없고 잡을 만한 돌출 바위도 없다.

맨 손으로 치고 올라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로프를 타고 다시 내려가 반대편 암릉길로 다시 올라가라고 ?
그러기에는 올라온 길이 너무 아깝다.

방법을 고민해 보는데 대슬랩 옆의 바위 틈새에 손을 넣고 올라서면서  그곳에서

발의 균형을 잡고 다시 위쪽 틈새에 손을 넣어 몸을 끌어 올리면서 가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바위 꾼도 아닌데 기능할까 ?
바위틈 말고는 힘주어 잡을 곳이 없고  빌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실족의 위험이 크다
갈등이 생긴다.

삐끗하여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거나  힘주어 의지하는 틈새 바위가 체중에 뜯기어 

나가면 그대로 추락이다.

이성은 로프타고 다시 내려가서 옆쪽 절벽길로 다시 오르라 하는데 감정은  한번

해보라고 객기를 부렸다.
아찔한 스릴과 서스 펜스였다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위 위에 올라서고도  쪼그라들고  놀란 가슴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성공은 했지만 그러지 말아야 했다.
사고는 한 순간인데 더 힘이 든다 해도 나은 대안이 있다면 시간이 걸려도 되돌아

가는 게 맞다.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서늘하고도 처연했다.

 

두 개의 난관을 통과 했으니 이젠 병풍바위는 쉽게 올라 설 수 있으리라!
모골이 송연한 납량 산행이지만 짜릿한 도전과 성취에 고무된 무릉할배 !

두방망이  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멋드러진 노송 아래 바위 난간에 걸터 앉아

아름다운 세상의 감회에 젖는다.

신선 나라에는 고요가 평화가  휘날리고 멀리 물길에는  유람선이 유유히 호수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난코스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집채만한 바위가 막아서는 데 로프가 없다.
아니 로프는. 잘려져 바위 아래 널브러져 있다.

이거 누구 짓이야 ?
비등을 경고하는 것도 좋지만 비가 잔뜩 내린 미끄러운 등로에서 구명줄을 걷어낸

건 너무 잔인한 처사였다.

바위 등로를 연결하는 건 미끄러운 고사목 나무등걸 하나 !
맨들거리는 나무 둥치는 비를 머금은 상태로 미끌거려 발을 지탱할 수가 없다

두 번 미끄러 지고 나니 전의상실이다.
오르다 떨어져 나무 똥침이라도 맞으면  약도 없다.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다른 루트를 찾기로 하고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오를 만한 곳을 살펴 보는데 올라갈 만한 루트가 없다.

결국은 포기하고 다시 올라오다가 70도 경사 바위 길 위로 잡을 만한 관목과 풀들이

보여서 바위벽에 붙어 오르기를 시도해 보는데 물먹은 바위 산비탈 작은 땅뙤기에서

어렵사리 자리잡은 작은 나무들은 뿌리가 쑥쑥 뽑혀 내 체중을 지탱하지 못한다.

역시 그 길 밖에 없었다
다시  힘들게 돌아와  바위등걸에 앉아 묘안을 궁리하는데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비 먹은 나무등걸을 미끄럽지 않게 해야하고 나무 등걸 꼭대기를 평탄하게 만들어야

그곳에 발을 디뎌 체중을 실어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떨어지더라도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바위위로 스틱과 배낭을 던져

먼저 몸을 가볍게 했다.
잘려진 로프를 나무 등걸에 칭칭 감아 미끄럼을 방지하고 우비와  수건등을 고사목 끝

부분에 올려 놓아 발디딜 곳을 만들어 미끄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평탄작업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상승을 시도하여 성공적으로 바위 위로 올라섰다.

로프만 달려 있었으면 식은죽 먹기처럼 쉬웠을 거구, 비에 나무 등걸이 미끄럽지만 않아도

그렇게 힘들게 오를 길은 아니었는데 한덩이 바위를 올라 서는 데 30분 이상을 허비한 

오늘 통산 가장  어려웠던 난코스 였다.

한단계 오르니 신들의 놀이터 인양 드넓은 평판이 나타나고 그 아래에는 오늘 내내 시선

에서 벗어나지 않은 붉은 옥순대교와 수려한 물길이 한층 더 깊어진 아름다운 원경을

려낸다.

수도승 바위

병풍바위 길을 따라 둥지봉가는 길에는 초입에 돌출된 바위절벽이 있다.

어떻게 보면 참선하는 수도승처럼 보이고 어떻게 보면 하늘로 비상을 준비하는 한 마리

매의 형상 이기도 했다.

바위 난간 끝까지 가서 쫄깃한 심장과 서늘한 간담의 스릴을 느끼며  별유천지 비인간을

내려다 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무릉객의 끝없는 갈망!
살아 있고 싶다.

그리고 경이에 찬 이 황홀한 세상을 날아오르며 행복한 날개짓을하는 한마리 자유로운

파랑새이고 싶다.

숨돌릴틈없이 이어지는 별세계의 다이나믹한  풍경의  변화에 압도되고  또 그  감동에

혼미해져서 매바위로 돌아가는데 저 위쪽 바위 난간에 두 산님이 있다.
이런 외진 곳에 그리고 일기 불순한 날에 웬 신선들 ?

둥지봉 가는 길을  반대로 잡아 그들에게로 가게 되었다
그쪽에도 연결되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

오늘같은  쓸쓸 한 날 선계를 배회하는 연유를 물었다.
부부산님 이었는데 둥지봉에서 벼락바위를 거쳐 새 바위로 가는 루트가 있다고해서 내려

왔는데 길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참 운도 좋은 사람들 이다.
그들은 구천문 입구에서 무릉객 귀인을 만났다.

내가 둥지봉 쪽 길을 제대로 잡아 올라 갔으면 그들은 아마  그 길을 내려 갔을 것이다.

아직 비도 채 마르기 전에 로프도 없는 미끄러운 그 길을 ..
내가 물었다.
이 길 가봤어요 ?”
아니요

로프 가지고 댕기세요?”
아니요

"암벽 타봤어요 ?"
아니요

난 등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 멋진 세상 많이 누리려면 오래 사셔야지요.


그리고 그들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나온 길로 돌아갔다.

 

 

둥지봉
둥지봉에서누 산 안개가 자욱해졌다.
둥지봉은 순전 이름값이다.
전망 바위봉에서 시계는 노송들의 가지에 가려져 있고 산 안개 사이로 보이는 호수의

시야도  제한적이다.

비등의 수려힌 풍광을 원힌다면 둥지봉 보다는 그 아래 병풍바위나 아니면 건너편

새바위나 꼭지봉이다.
둥지봉에서 사슴나무 까지 내려 갔다 다시 올라온다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겠지만

주등로에서 둥지봉만 갔다가 되돌아 오기에는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가은산 가는 길
둥지봉에서 돌아나와. 주등으로 올라 섰다
시치미 뚝 떼고 산행하면 나는 착한 산꾼 인데 그걸 자랑하려고 해도 아무도 없다.
가은산 오름길에는 자욱한 산안개가 계속 흘러 다녔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더 심원해지고 호수의  풍경은 아득

해졌다.
우리나라 산하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걸 새삼 확인 시켜 주는 산행길이다.

가은산

가은산을 오르면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빼어나지만 정작 가은산은 상천 갈림길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조용히 앉아 있다.

 

가늠산 가는 길

가은산을 돌아나와. 상천 쪽으로 진행하는데 그 곳의 출중한 뷰포인트는 전망대와

가늠산이다.

전망대에서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 드러 누어 발을 난간에 올리고 피로를 풀어 주었다.
거칠 것 없는 산릉에서 마주하는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다.
구름사이로 모습을 드러 낸 강렬한 햇빛은 옥순 대교쪽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산 안개를

없애 신비감을 걷어갔지만 주황빛 옥순대교를 선명하게 하고 그 하늘 위의 뭉게구름을

더 하얗게 채색 해주었다.


상천 하산이 1km남았다는 이정표가 선다
드디어 다왔네 !
여그가  가은산 주등로로 내려가는 비등 입구다.
나는 이정표 아래 배낭을 놓고 바로 위에 있는 가늠산에 올랐다

가늠산

나는 오늘 정상뷰가 가장 멋 있는 곳으로 이 가늠산을 꼽겠다.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정상의 소나무도 멋드러지고  사위의 풍경도 출중하다.
단연 압권은 먼 발치로 내려다 보이는 호수의 풍경과 낭만적인 옥순대교의  자태 !
오늘 여정의 화룡점정 이었다.

 

여전히 감동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을 안고 오늘의 여정과 아름다운세상의 풍경에

만족하며 숨겨진 루트를 따라 주등산로로 내려섰다.

생각보다 비등의 길은 뚜렷했고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뿌듯한 마음과 뻐근한 다리로 옥순봉 쉼터에 무사히 도착하니 3시가 다 되었다.

여섯시간 만이였다.

신선골 주유에 고무되어 내친김에  옛친구까지 찾아보기로 했다
옥순이.

지근 거리에 있어 그냥 가기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옥순봉은 다음에 만나는게 좋을 뻔했댜

체력소모가 많아서 힘들었고 문막에 도착하니 7시 반이 훌쩍 넘었다.

 

 

산  행  일 : 2024623 일요일

산  행  지 : 가은산

산행코스 : 옥순대교쉼터-새바위-벼락바위-병풍바위-둥지봉-가은산-가늠산-옥순대교쉼터

                 옥순봉,구담봉주차장 옥순대교-옥순봉 구담봉 주차장

산행시간 : 가은산 6시간

                  옥순봉 2시간  

       : , 흐리고 맑음

      : 나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