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진첩
채계산(책여산) 낭만 주유
토요일 체계산 가는길에 매직님을 만났다
한 떼의 산객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더니 다짜고짜 포옹을 한다.
헐~백주대로에서 남샤시럽게 이렇게 과도한 애정표현을 ..
내가 한토산악회 체계산 신청해 놓은걸 봤다고….
같이 가면 좋은데 자기는 지난 주에 두타산 신청해 놓아 시방 가는 중이란다.
어느 산악회 인가 참 대단하다.
비가 몰려들고 있는 중이다.
책여산은 순창이라 이동거리가 짧아 여유가 있지만 두타산은 비와 함께 등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친구 산이 아니라도 날 잡아 따로 만나 술 한잔 치자 하는데 만난 지 얼마 안되는데
오랜 친구처럼 살갑기 그지 없다
하여간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체계산은 13년전 귀연 산친구들과 함께했던 산이다.
시실 바위들이 많아 빗길에 타기는 위험한 산이었다.
그 때 계속 내리는 폭우에 뻣속 까지 젖었는데 너무 후련했던 기억이 난다.
장대비가 몰고왔던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비 개인 후 개울에서 알탕을 하고 마셨던
거한 술맛의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그 때 산행기 제목도 우중책여유람기 였다.
비와 바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비오는 산과
버스를 타고 떠난 바보들을 이야기한다.
버스는 가정을 버리고 경적소리 울리며 빗 속으로 떠났다.
머리에 비가 떨어진다.
차가운 비의 감동이 메마른 가슴을 조용히 적신다.
그러나 잠시
내가 알던 바보는 비 오는 산릉 고목 옆에서 비를 긋고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고
자욱한 안개마저 푸른 산릉을 뒤 덮을 때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비란 오고 가는 것
한 때는 비를 피하여 우산을 쓰기도 하고
이제 우리는 빗 속으로 떠나야 한다.
나뭇잎이 바람에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잃어버린 세상의 기쁨을 찾아 떠나야 한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아름다운 세상의 감동을 위하여
우린 처연한 빗소리의 역설적인 낭만을 기억하여야 한다.
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그저 가슴에 남은 아련한 꿈과 추억을 일깨우며
우린 아름다운 대자연이 쓰는 황홀한 시를 낭송해야 한다.
장쾌한 바위 능선을 날아올라 신선의 나라를 유영하는 한 마리 새와 같이
우린 행복하기 위해 다시 떠나야 한다..
인생은 원래 아름답고
그저 손한뼘 길이처럼 짧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산은 거기에 있고
가슴은 울리는데
우리의 우정과 사랑은 비 그친 강변에서 목메어 우는데….
그대 비오는 산 길을 걷는 낭만을 아는가?
차가운 비안개가 목에 감기고 비바람이 따갑게 볼에 몰아칠 때 오히려 후련해
졌던 그 기억을 잊었는가?
가끔 가슴을 울리는 대지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가?
호남 용아장성의 위용은 살아 있었다.
가득한 비와 운무 속에 꿈틀거리는 책여의 용트림은 웅혼하고
비 오는 그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는 신비로웠다.
나는 날카로운 용의 발톱과 등을 우산을 들고 걸어갔다.
가끔 비바람에 폭우가 들이치고 가끔 부드러운 가랑비가 내리는 길을 따라
운무는 발아래로 흘러갔다.
비가 들이치는 모습과 구름이 흘러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용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암릉이더라도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었다.
마치 어려운 인생길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비오는 날
운무 감도는 칼날능선 위에서 산책이라도 나온 양 마음이 편안해 졌다.
누군가 그랬다.
변화를 즐겨라!
비에 젖는 두려움을 없애고 나면 대지를 울리는 장중한 교향곡의 감미로운 선률과
그 감동의 여운이 귓가에 남는다.
거기 우수에 찬 대지의 화폭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멋진 그림이 파노라마
친다.
빈 가슴이 공명하고
비와 안개가 쓰는 한편의 시가 살아가는 날의 기쁨과 행복을 불러낸다.
변화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버리고 축축히 젖어 가는 대자연 속에 함께 젖다 보면
맑은 고요와 차분한 평화가 가슴에 고인다.
세상에 전적으로 잃기만 하는 것이란 없다.
비오는 날 칩거의 안락함을 포기한 대신 산과 바람과 운무의 황홀한 향연의 한가
운데서고 책여 산신령님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행여 더울세라 비와 안개와 바람을 끌어 여행길을 위로해 주었고
땀에 젖은 사람들을 위해 장쾌한 폭우를 불러 축하 세리모니를 베풀어 주셨다
날카로운 암릉에서 후련하게 불어오는 호남벌의 장대한 바람은 감동이었고
춤추는 운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은 離俗의 神仙 地境 이었다
우린 인적 없는 산길에 기쁨과 웃음을 날리며 걸었다.
혼자 그 길을 걸으면 어떤 미친넘의 청승이 되겠지만 떼로하는 날궃이라
구태여 누군가의 눈치 볼 일도 없이 잃어버린 동심을 느껴볼 수 있는 즐거운 유희
였다.
세월은 늘 말한다.
인생이 별거냐?
가슴이 울리는 대로 사는 것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하고
춤추고 싶을 때 춤 추는 것
난 축축히 젖는 것이 두렵지 않다.
비란 가끔 마음도 적셔 주기에….
비오는 날 격렬한 산행을 마친 후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날개 옷을 입은 듯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와
목젖을 꿀럭이며 친구들과 마시는 한 잔의 술을 사랑한다.
나른하게 졸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비 개인 오후의 푸른 차창 밖의 풍경과
온 몸을 타고 오르는 그 뿌듯한 뻐근함을 사랑한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가끔은 한 잔 술을 마시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뽕짝 부르고 싶고.
어느 비 오는 날엔 마음 속까지 흠뻑 젖어 보구 싶다.
2011년 7월 귀연과 책여산 산행 중
한토와 일정이 맞았지만 책여산의 추억이 떠올라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책여 산신령님 오늘 13년전 우중 추억을 일깨워 주실까 ?
조금만 더 일찍 출발하면 좋았을 텐데 책여산 들머리 마을에는 9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날은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고 공기는 시원했다.
오름 길 초입에서 비가 떨어지길래 너무 일찍 비를 만나는가 했는데 진행하면서 오히려
조금씩 날씨가 좋아지고 희미한 안개도 사라졌다.
비를 의식해서 좀 서두르는 통에 그동안 늘 앞에서 산행을 하던 산사랑님괴 함께 길동무가
되었댜.
나보다 두 살이나 더 많은데 아직 짱짱한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산사랑님과 같이가던 복사꽃이라는 젊은 여산우는 대포 카메라를 알아보고 차꾸 찍어
달라는 통에 다소 성가시긴 했지만 뎍분에 정상에서 키위도 얻어 먹고 산사랑님과 함께
점심도 같이 먹었다.
책여산은 2020년 출렁다리가 놓여진 후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지만 요즘은 전국에
너무 많은 출렁다리가 생기다보니 개업발도 떨어져서 찾는 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순창은 인구가 많이 줄어 없어질 지방소도시 1순위에 올라 있다.
채계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지자체는 관광수입이 떨어져 관광시설 관리가 어려울
지경이라니 대한 민국 소도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순창10경
1경 강천산
2경 장군목
3경 채계산 출렁다리
4경 향가유원지
5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
6경 회문산
7경 추령장승촌
8경 자전거길
9경 메타세궈이아길
10경 훈몽재
채계산 출렁다리는 순창 3경에 속한다.
채계산은 순창 적성면과 남원 대강면 일원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342m의 산이다.
채계산은 회문산, 강천산과 더불어 순창의 3대 명산 중 하나로 일명 화산(華山)이나
적성산과 책여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바위가 책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책여산,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 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
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읆는 모습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채계산이라 불리고,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으로도 불린다 고시지명은 화산이다
채계산 출렁다리는 24번 국도 사이에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으로 나뉘어지는
채계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 현수교
이다. 길이는 270m이고 높이는 최고70~90미터이다
강천산의 애기단풍과 걸출한 산세의 절경이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모르는 이
없을 터지만
순창에는 독보적인 강천산외에도 이 채계산(구 책여산)과 요즘에 더 핫한 용궐산의
2개 명산이 더 있다.
두 개의 산을 올라 본 사람이면 순창군에서 얼마나 공을 들여 투자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아쉽지만 그 노력은 보상받지 못했다.
충분히 매력 있는 멋진 산이지만 배후에 큰 도시가 자리 잡지 못하고 산 이외에 젊은이
들의 감각 에 부합하는 주목을 끌만한 관광지가 없어 관광 순창의 입지는 계속 밀리는
중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이정도 명산들이 있었으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드 넓은 순창벌에는 수 많은 건물과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이와 연계하여 채계산과
용궐산은 전국 적인 명산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도권을 위한 공화국이다.
지방 사람들은 그 옛날 도성 밖 천민들처럼 서서히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멀리서 달려 오는 비의 냉기를 머금고 시원하게 불어 주는 바람으로 너무도 쾌적하고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오늘 빗 사이로 달리는 채계산 유람단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내려다 보이는 순창 벌판은 한 폭의그림처럼 평화로웠다.
마음이 저절로 넉넉해지고 편안한 들녘의 풍경은 체계산의 포개진 적층 바위의 웅장함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찌보면 계림의 산수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는 책여산이라 불렀는데 채계산의 풍경은 이랬었구나!
13년의 세월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계단은 기억이 났다.
2011년 올랐던 철계단
2024년 철계단
출렁다리와 그 외의 안전시설물들은 다 그 이후에 생긴 것들이다.
13년 동안 비 안개에 묻어 놓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오늘에사 되 찾았다.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되어 있고 만날 풍경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우수에 찬 체계산길을 걸어가며 세월에 흩어져간 그 날의 친구들이 그리워 졌다.
세월은 참 빨리도 흘러 갔다.
도도한 세월의 강물은 많은 걸 휩쓸고 지나갔다.
건강도,젊음도,친구도 ….
산이라는 닉네임에 오늘 처음 온 부부 산님은 나와 띠동 갑인데 부인과 100대 명산
주유중이라고 했다.
참 좋은 때다.
53살.
내가 12년전 으로 돌아가 앞으로 10년을 살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날들일까?
출렁다리를 지나고 전망대를 넘어서서 책여산 정상을 찍고 내려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여줄 거 다 보여주고 위험한 구간 다 지나치게 한다음 여유로운 하산 길에서 베풀어
주시는 체계산의 축하 세리모니 였다.
“고맙습니다. 체계산 산신령님 !”
옛날 무릉객을 잊지 않고 쾌적한 산행을 만들어 주시고 멋진 풍경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린 그렇게 비오는 들판으로 내려서서 B팀을 태우고 차가 오기로 예정된 구송정
유원지 정자에 도착했다.
비를 의식해서 속도를 낸 바람에 예정시간 보다 1시간 단축했다.
유원지에는 샤워시설과 바비큐 시설 까지 있었는데 무성한 풀과 잘 정비되지 않은
시설물들은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없음을 증거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어 애석한 대한민국은 순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쨌든 덕분에 산행 후 비누로 머리 감고 사워까지 하는 호사를 누려 본다.
새 옷을 갈아 입고 출출한 배로 뼈다귀 해장국 식당에 올라가니 한잔의 술과 뼈다귀
고기 안주가 입에 쩍쩍 달라 붙는다.
같이 산행한 산사랑님과 복사꽃 님과 자리에 앉아 오늘의 멋진 산행을 자축하면서
건배하고 식사를 했다.
오늘도 기억에 남을 멋진 산행이었다.
산 행 일 : 2024년 6월 29일 (토)
산 행 지 : 순창 채계산
산행코스 : 책암교 – 금돼지 굴봉 – 당재 – 황굴 – 순창채계산 –장군봉 – 암릉지대
– 출렁다리 - 암릉지대 –남원 채계산 –밤나무 단지 – 구송정 유원지
소요시간 : 약 4시간
산행거리 : 9.5km
동 행 : 한밭 토요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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