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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기다림 - 그 감미로운 시간의 미학

 

 

 

 

 

* 살만하니까 떠나는게 인생 *

택시 기사들은
흥미진진하거나
신기한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택시들은
"잠들지 않는 도시" 곳곳을 누비며 승객을 이곳 저곳으로 분주하게 실어 
나릅니다.

어느 날,
택시기사가 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그에게 일어난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콜을 받고 해당 주소로 가서 경적을 울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경적을 울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이 손님이 그 날 교대 전 마지막 콜이었기에
그는 마음이 급해저 얼른 포기하고
차를 돌릴까 하다가
일단 문으로 가서 다시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노쇠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간이 꽤 지나 문이 열렸고
90이상 되어 보이시는 작고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문가에 서 계셨습니다.

손에는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계셨고 
문이 조금 열려 집 안이 보였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 안에는 사람 산 흔적이 싹 지워진듯
모든 가구는 천으로 덮여있었고
휑한 벽에는 아무 것도 걸려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진과 기념품이 넘쳐나는 상자 하나만 구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기사 양반! 
내 여행 가방 좀 차로 옮겨 줄래요?
부탁해요!"

할머니의 요청대로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할머니에게 돌아가 천천히 차 까지 부축해

드렸더니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에요...
모든 승객을
제 어머니처럼 모셔야죠!”

"굉장히 친절하시네요!"

할머니는 택시에 탄 뒤 목적지 주소를 알려주며 시내를 가로 질러가지 말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음!...
그럼 목적지까지 가는 지름길이 없는데요!
시내를 통과하지 않으면
많이 돌아가게 될 텐데 괜찮으세요?"

할머니는 저만 괜찮다면
급할 게 없으니  돌아가도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한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는 길이랍니다. 
사람들이 마지막에 죽으러 가는 곳이죠!"

할머니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가셨습니다.

"의사가 말하길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재빨리 미터기를 껐었습니다.

"어디 가 보고 싶은 데 없으세요?"

저는 그 후 두 시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분은 젊은 시절 일했던 호텔을 비롯해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살았던 예전집 등등...
그 동안 인연이 있었던
시내의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그 동안 할머니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 처럼 바라보시기도 하고
때로는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제 피곤하네요!
목적지로 가주세요!"

도착한 요양원은 생각보다 작았고
차를 세우니
두 명의 간호사가 나와서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웠습니다.
나는 트렁크 속에 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내 들었습니다.

"요금이 얼마죠?"

할머니는 핸드백을 열며 제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무료입니다!"

"그래도 이 사람아!
생계는 꾸려가야지!"

"승객은 또 있을테니까
걱정마셔요.
괜찮아요!
문제 없어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할머니를 꼬옥 안아드렸고,
그 분 역시 절 꽉 껴안았습니다.

"이 늙은이의 마지막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는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할머니의 전송을 받으며 요양원을 나왔습니다.

교대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정처없이 차를 몰고 돌고 돌아다녔습니다.
누구하고도 만나거나 말을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손님을 태우지 않았더라면...

그날 밤 일은 인생을 살며 제가 해 온 것 중에 가장 뜻깊은 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크고 화려한 순간에만 집중합니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멀리...
하지만
정작 인생에 의미있는 순간은 조용하고 사소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천천히,
또박 또박 진지하게 말입니다...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기 전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셔요.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가치있는 인생에 대해 생각에 잠겨봅니다.

나는 지금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나요?
바쁘다는 이유로 인생의 소중한 의미를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내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좋은 사람을 찾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좋은 조건을 찾지말고
내가
좋은 조건이 되는 사람이 되고
 
좋은 애인을 찾기 전에
좋은 애인이 되어주고
 
좋은 사랑을 찾기 전에
좋은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어줍니다.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지 말고
좋은 하루를 만들고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털어봐!
아프지 않은 사람 있나?
꾹 짜봐!
슬프지 않은 사람 있나?

찾아봐!
힘들지 않은 사람 있나?
건드려 봐!
눈물나지 않은 사람 있나?

물어 봐!
사연없는 사람 있나?
살펴 봐!
고민없는 사람 있나?

가까이 다가가 봐!
삶의 무게가 없는 사람이 있나?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습니다. 
 
장미가 좋아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더라! 
 
살만 하니 떠나는 게 인생입니다...

 

 

                                            좋은글  중에서 .....

 

 

 

우리가 단 5분을 더 기다리지 못해서 놓친 기회가 얼마나 될까?

너의 조급함과 무성의 그리고 어리석은 권태는 무수한 사랑과 귀인을 

놓쳐 버리고 너의 삶의 물꼬로 막거나 되돌리지 않았을까?

 

2003년 10월 26일  17개월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고 천황봉에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 보며 힘차게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목이 멘 그리움은 표석을 부여 잡은 나의 두 뺨위로  뜨거운 눈물이 흐르게 하고

그렇게 내 가슴에 출렁이는 바다를 들여 놓았다.

내 생애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은 그렇게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넘치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고난과 기쁨을 함께 하눈 내 산친구 21명 중에 마지막 날 해돋이를 만난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나는 회사 일정으로  무리에서 벗어나 한 주 일찍 홀로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했다.

산 친구들은 빗방울이 들이티는 천왕봉에서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그 날의 나의  영광과 축복은 신의 인도 하심이었다.

내가 수많은 평범한 날들 가운데 백두대간 종주의 비범한 날을 만들어 냈고 

산은 멍석을 깔아 주었고 

신은 나의 멱따는 노래와 막춤에 장단을 맞춰주셨다.

그리고 무한한 축복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의 용기와 북돋워 주셨다.

 

2022년 2월 15일 나만의 시산제는  내 생애 또하나의 도전이자  감동의 시간이었다.

나는 내 인생 최초로 당일 천왕봉 해돋이 단독 등정과 나만의 시산제를 계획했다.

홀로 새 역사를 쓰고 싶었지만 신의 뜻이었는지 예상치 않게 고부기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11시 40분에 고부기를 둔산동 아파트에서 픽업하고 백무동에는 새벽 1시 40분에 도착했다.

우리는 국공의 눈을 피해 어둠속으로 숨어 들었고 5시간 20여분  새벽 눈길을 걸어 올라

계획과 별다른 오차 없이 천왕봉에 도착했다.

 

그날을 날씨가 흐려서 태양은 구름 속에서 길을 잃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대로 내려갔다.

바람이 너무 차서 고부기도 내려가자고 하는데 나는 분명 해가 뜰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바위벽 사이 은거했다.

해맞에 관한한 수 많은 선험자이자 전문가인 나는 하늘의 안색을 살필 수 있다.

그날은 해가 분명히 뜰 것이었다.

신이 내 마음을 울게 하여 지리산으로 불러들이셨고 태양을 막아선 구름층은 새날을

잉태하기 위한 한고비  산고와 고난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추위에 압도되어 수 많은 사람들처럼 내려 갔으면 그 장엄한 일출은 만나지 못하

였을 것이고 내 삶의 또하나의 역사를 쓰지 못햇을 것이다.

우리는 애슬픔 처럼 터져나온  찬란한 인고의 태양을 마주했고 나는 그 빛아래서 나만의

산제를 올렸던 것이다.

왜 나만의 시산제냐고?

고부기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라 예수님외에는 절대 절을 하지 않는다.

고사상을 차라고, 막걸리를 올리고 절하고 음복한 건 나혼자였다..

고부기는 그런 나를 종군기자처럼 계속 찍어 댔을 뿐이다. 

ㅎㅎ  젊은이들 보다 더 나대는  천방지축 할배들의 짱짱한 노익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을까?

나는 2월의 백무동 계곡 얼음물 알탕의 기록까지 같이 수립했다.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

물론이다.

그날은 고부기와 같이 갔자만 신과 함께 동행한 날이고 내 삶의 엑스터시와 오르가즘을

경험한 날이다.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던 그 날. 

그 몇 분의 기다림으로 완성한 나의 멋진 그림이고 또하나의 내 인생 명작이었다.

 

신과의 동행이 느껴지는 시간과 기다림의 미학이 완성되는 순간은 너무도 많다.

황홀경은 고통과 인내의 끝자락에서 순식간에 찾아 온다.

그  짧은 한 순간의 그날의 고난과 힘겨움을 일거에 상쇄하고 우리의 영혼을 정화한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이다. 

우리는 신을 시험에 들게 해서는 안되지만 신은 늘 우리를 시험한다.

나는 기다림 속에서 무한한 기쁨을 만난다.

나의 기다림은 지루하거나 끈적이지 않는다.

아니 뜻밖에 찾아드는 행운이나 그리움이 간직한 반가운 해후의 기대이고  감미로운

시간의 미학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천왕봉에서 오롯이 신과 홀로 대면한 시간도 두 번이나 된다.

지난 번 여름 폭우 때도 산신령님 그 빽과 무릉객의 끗발을 믿고  안개 자욱한 천왕봉

에서 퍼질러 앉아 계속 기다렸던 거다.

산행 초입부터  엄청난 폭우에 진노를 퍼부어 대시더니 나중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시야를 막아 버리신 거다.

"도대체 누가 저렇게 산신령님 부아를 돋구어 버린거야?" 

무엇 때문에 심사가 뒤틀리셨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분기탱천한 노여움에 돌아 앉으

셨던 산신령님이 할수 없으셨는지  비 그친  파란 하늘을 열어 주셨다.

자욱한 안개와 바람을 불러들여 감탄사가 절로나는  몽환의 풍경을 몇 번 씩이나 

보여 주셨다.

"거기 게신걸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하시면 서운 하지요 !"

 

마음으로 통하는 데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산과 통한 무릉객이  또한 신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 산 봉우리 구비 구비를 수 놓은 절세 진경은 신의 사랑이고  신음으로 터져 나오는

감동은 신의 축복이다.

 

1월에는 덕유산에간다.

조사장이 따라오건 안오 건 상관 없다.

끊어진 육구종주를 완성하고 덕유산신령님한테 술 한잔 따라 드릴 거다.

와이로라 생각하셔도 좋고 정성이라고 생각하셔도 좋다.

아직 때가 아니거나 내 인생의 더 나은 복선이라면 좀 더 내 발목을 잡아두시겠지만 

적어도 나의 마음을 알아 주실 거다.

아직 가야할 곳이 많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

 

                                                                                    2024년 12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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