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안동역에서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자자고 약속한사람.
새벽부터 오는눈이 무릅까지 덮는데...
안오는건지 못오는건지 ?
오지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마음만 녹고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어차피 지워야할 사랑은 꿈이었나 ?
첫눈이 내리는날 안동역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사람.
새벽부터 오는눈이 무릅까지 덮는데...
안오는건지 못오는건지 ?
대답없는사람아 ~
기다리는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
밤이깊은 안동역에서~~
기다리는 내마음만 녹고녹는다.
밤이깊은 안동역에서~~
4년을 넘겨 처음 맞은 큰 눈이다.
그것도 첫 눈 ! 11월에...
어린아이처럼 설레이는 아침이다.
똥강아지처럼 마음이 들뜬다..
차질없는 사료 수송이 가장 큰 책무인 영업소 소장이 ..
경로우대 할배가 .....
정호승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시가 생각나고
안동역에서 내리는 눈 속에서 오지 않는 애인을 기다리는
애타는 연인이 떠 오르는 아침 !
치악산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도....
2024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