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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계룡산 새벽 명상

 

 

 

후렛쉬를 키고 가디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차갑지만 밝은 달이 웃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ㆍ

쏟이질 것 같은 별들과 함께 웃고 있었던 백두대간 고랭지 채소밭의 은은한 달빛
한계령에서 대청봉 가는 길에 교교히 빛나던 휘영청  달빛

이마에 후레쉬 불을 켜고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나서야
달님이 따라오고 있는 걸 알았지

불을 끄고 나서 어듬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 물상들
그리고
능선의 실루엣과 함께 떠오르던 달빛 추억들 ᆢ
고향마을에 무덤가에서 어둠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던 아이는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그 달을 다시 만나고 있다
홀로 선 새벽 산기슭에서

홀로라서 외로울까 ?
외로움은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 깊어진다ㆍ

외로움은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고 외롭지 않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우린 더 외로워질 뿐이다.


우린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ㆍ
황홀한 고독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영혼의 어두운 밤 하늘을 밝히는 별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침묵과 고요가 드리운 세상에 조용히 날리는 기쁨과 감동의 눈 발을 맞아 본 적이

없어 자신을 들판에 홀로 세워 두길 꺼려할 뿐이다.

 


수 많은 시람들이 추운 겨울 외로운 산길을 걸으려 하지 않는다ㆍ
나는 나의 왼 발목에 압박과 통증을 느끼며 그 길을 걷는다

단지 내 삶의 기쁨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ㆍ
나는 희망을 위하여 그 길을 걷는다 ㆍ

발목을 다쳐 아직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아도 

걷고 싶은 마음을 잃지 않음에 감사하며 그 길을 걷는다 ㆍ

아무도 없는 그 어두운 길이 내게 지난 시절의 낭만과 따뜻한 추억을 일깨워 줌이
또 고마울 따름이다 ㆍ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이 가슴 아리다는 건
가슴이 그리움의 진한 아픔을 놓아버리지 못한 다는 건
내 가슴이 메마르지 않았음이다.

나는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나의 사랑이 고마운 것이다ㆍ

달은 이마의 등을 꺼지고 난 후 길 위에서 내가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내가 만나고 싶었지만 만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다시 드러 내듯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사랑이 어두운 내 마음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된 다ㆍ 

니체가 말했다.
가장 깊은 영혼에서 그렇게 불렀는데도 대답 소리 하나 듣지 못하니,

이는 참으로 끔찍한 체험이다.

그것은 나를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모든 유대에서 쫓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듯이

나 역시 나의 길을 가야한다ㆍ

달빛에 길을 찾고
내 마음의 사랑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ㆍ
"
나는 언제나 심연의 가장자리에 있다"라는 그의 말을 따라
달빛을 타고 내 영혼의 더 깊은 곳으로 내려 가야 한다ㆍ

 

나의 새벽 길은 묵상의 길이다
고도가 높을 수록 길 위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ㆍ 

오랜 적설이  아니다
어쩌면 어제 밤쯤 내렸던 눈일지도 모른다ㆍ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난번 첫 눈이 장하게 내렸던 문막에서
몆 일 뒤 아이젠을 허리춤에 달고 명봉산에 올랐는데 눈은 다 녹아 있었다ㆍ

내가 또 실수를 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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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데 쓰던 안쓰던 아이젠은 배낭 속에 들어 있었어야 했다ㆍ
그리고 난 발목이 뒤틀리고 인대가 손상된 환자다ㆍ

흐린 날 이라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침해는 동편하늘 구름사이로 잠시 얼굴을

보여 주었다ᆢ

어쩌면 관음봉에서 구름 위로 떠오른 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ㆍ
"
역시 계룡산은 작은 산이 이니여 !"
빙결되고 다져진 눈이 미끄러웠고 냉기가 더 강해져서 빵모자와 목두건을 계속

여며야  했다ㆍ

관음봉 안부에 도착 대피용 안전부스로 들어갔다ㆍ
바람이 차단되니 안은 따뜻했다ㆍ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요기를 하고  여장을 추스려 관음봉에 올랐다ㆍ 

8 17

아무도 없는 관음봉과 구름 위로 떠 오른 새날의 태양을 다시 만났다 ㆍ
혼자 식사한 시간을 제외하면 2시간 가량 걸린 셈이다ㆍ 

아무도 없는 관음봉 데크에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사위를 돌며 4배를 올렸다
태양신에게
계룡산신령 님과 팔도 산신령님들께
만물의 운행을 주관하는 수 많은 신들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우주의 영험한 기운에게ㆍㆍ


아름다운 세상을 돌려 주소서 !
다시 모험의 길을 떠날 수 있게 하소서ㆍ

나의 산 길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ㆍ

인천 호룡곡산
명봉산
계족산성과 그 둘레길
보문산
수통골
그리고 계룡산

1
1일 선자령 해맞이를 하고 나면 비로소 덕유로 간다.

 



기다렸다
숨 가쁜 꽃그늘 입고
여기서, 이렇게
외로운 실바람 앞에 서서

아주 오래
아픔의 한낮을 내달려 온
네 그림자 속에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너를 마주할 수 있음에
마침내 너를 만났다
비로소 나를 찾았다


-
고도원의 〈마침내 너를 만나다〉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해야하고
눈발이 흩날린 한 폭의 산수화도 내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자연성릉에서는 소리없이 다가와 불현듯 내 곁을 스쳐지나는

1인이 있다..
또 하나의 동네 고수다ㆍ
매일 이 길을 걷느냐고 물으니 일주일에 단지 두어 번 오른다고 한다ㆍ

6일 근무시절 매주 일요일 마다 새벽에 계룡산에 오른 적이 있다ㆍ 
산을 내려와 사우나 까지 하고 12시가 채 되기 전 집에 도착해서 이후의 일과를

진행했다 ㆍ
새벽 산길에서 홀로 깨어 있다는 건 늘 그렇듯이  충만한 삶의 느낌이었다 ㆍ 

역시 아무도 없는 삼불봉에 올라 청왕봉 쪽 설경을 감상하고 남매탑으로 내려왔다.

 한 켠에 몇 년 잔 가장 추웠던 겨울에 두리 함께 들어가 몸을 녹이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던 암자의 물품을 보관실도 그대로 였다.

 

언제부턴가 암자의 샘물은 말라 버렸다.

계룡산신령님이 화가 난 건지도 모른다.

인간들은 계룡의 날 등 위에 너무 많은 짐을 지워 놓았다.

바위 능선에는 철심이 깊게 박히고 무수한 계단과 데크가 영험한 산의 기운을 쇠하게

하고 있다.

산과 자연은 인간들에게 지치고 이젠 그 고통을 다시 돌려주려 하고 있다..

 

오래 전 금잔디 고개에서 막걸리를 팔던 아주머니는 스님의 제지로 떠나갔다.

부처님의 자비와 불국의 평화를 염원하는 절 옆의 인간 세상에서는 힘든 시절을 가기 위해

곤궁한 아낙은 잔 술을 팔아야 하고 정진하는 스님은 부처님 전에 사바의 술 향기가 퍼지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리고 녹록치 않는 세상살이에 힘든 사람들은 불전에 엎드려 부처님의 가피를 기원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남매탑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 느낌은 계절마다 그리고 시간대 마다 다르다.

김영갑이 찍어도 찍어도 사람을 홀리는 제주도 중산간의 매혹과 오름의 미학처럼

계룡산은 올 때마다 새로운 얼굴로 나를 맞는다.

꽤 오랫동안 계룡에 들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예전보다는 자주 오는 편이다.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는 어김 없이 와서 한 번씩 인사를 드려야 겠다.

 

남매탑에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큰배재를 거쳐 천장골로 내려 갔다.

5시간이 걸렸다.

 

어제가 결혼기념일 이었다.

마눌도 까먹었는지 얘기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 쳤는데 

그나마 밀복 아욱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스파텔에서 사우나를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2024 12 2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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