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바다는 새벽 빛으로 하늘을 열고 수평선 위로 두껍게 깔려 있는 구름 위로 붉은 햇살을 쏟아내더니 수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 이내 눈부신 불덩어리를 토해내고 있다.
보기가 쉽지 않은 대청 일출을 한 뼘의 구름 위에서 만난다.
나는 2개월 만에 다시 대청봉에 서서 동해의 하늘에서 바로 떠오른 태양의 황금 햇살을 온 몸에 가득 받고 있다.
7부 능선 까지 달려 내려온 단풍의 능선에 쏟아지는 태양의 붉은 빛이 만들어 내는 장엄하고 신비한 대청의 아침은 그렇게 열렸다.
화채능선은 휴식년제에 묶여 있는데도 등산로는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우리처럼 벌금을 무릅쓰고 도둑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반증이다.
화채봉 가는 길 중간 봉우리에서 다시 경개에 취한다.
뒤로는 우리가 흘러내린 능선이 아름다운 가을 빛으로 현란하고 옆으로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으로 흘러 오르는 장쾌한 능선들
우측으로는 멀리 공룡능선이 그 거칠고도 예리한 날카로움을 간직한 조화로운 암릉을 죽음의 계곡을 따라 대청으로 숨가쁘게 올려 붙이고 있다
화채봉은 산행로에서 가파르게 10여분 올라야 한다.
일부는 그냥 지나치고 전체 일정을 고려한 차대장은 볼만한 게 없다는 말로 애써 기대를 폄하하지만 일대를 한 눈에 굽어보는 화채봉의 풍광을 어떻게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있으랴
가파르게 오르는 화채봉은 내외 설악과 은은한 하늘 빛의 바다와 그 주변에 태동되는 도시들 까지 설악의 사방팔방의 모든 풍광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조망터였다.
뒤로는 대청봉에서 장쾌한 흐름으로 부드럽게 내려오는 화채능선이 수려하고 앞으로는 권금성으로 펼쳐지는 오색의 치마폭이 기암의 봉우리들과 절묘한 조화를 연출한다.
더 뚜렷한 가을 색감으로 물들어가는 수림과 암릉이 어울어지는 공룡능선은 거스를 수 없는 담대한 카리스마로 일대에 군림하고 그 어깨 너머로 더 가까워진 울산바위며 짙은 하늘빛 바다와 속초가 보인다.
멋진 시간이다.
망설임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홀연히 떠나온 가을 여행 길에 기대를 훨씬 앞지르고야 마는 눈부신 설악의 가을을 만나고 있다.
설악동 계곡물에 머리 감고 발을 씻고 나서 시원한 바람결을 목에 걸고 한잔의 술을 치니
이땅에 태어난 나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든 오늘 하루는 내가 신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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