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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성수농장 의 봄

 

 

 

핸펀사진

 

토요일 새벽에  계족산 황토길 벚꽃을 보러 가야 하는데 몸이 무겁고 피곤을 떨치지 못해

헤롱거리느라 침상을 박차지 못했다.

오늘은 성수농장에서 고기 구워먹기로 해서 10시에는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느즈막히

출발하기도 어려웠다.….

 

성수와 농장 1박계획은 산나물캐기와 삼겹살 파티를 근간으로 두 달 전에 잡은 계획인데

작년에 이어 또 공교롭게 전국 비가 예보된 거다.

내리 삼년 째

우리 중 누군가 집안에 용을 때려잡은 소사 선조가 있었는지 봄 야외 회동 일정만 잡으면

 어김없이 비가 예보되었다.

 

작년에는 모임을 취소하고 나니 정작 그날 날씨가 좋았다.

올해는 흐리고 오후 2시부터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가 되었다.

지난해의 불상사와 그간의 슬럼프를 벗어 던지기 위하여 올해는 모임을 강행하자고

했다.

1030분에 모여 성수농장 돌아보고 바가 오기 전에 서둘러 야외 만찬을 마무리

하는 걸로

 

농장주로 장소와 모든 장비 일체를 제공하는 성수한테  먹거리 준비물까지 모두

떠맡겼다.

난 집에서 옥찬 농장까지 코 앞이라  직접 농장으로 가고 도안에 사는 갑성은  성수를

만나 같이 장보기로 했는데 갑성이 성수한테 일임한 것이다..

성수만 고생하고 나머지는 탱자탱자 유람 가는 걸로….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하고 흔쾌히 궃은 일을 다 도맡은 성수

전형적인 한국 장남 스타일 성수는 정말 좋은 친구다.

성수 부인은 더 대단하다.

어린이집 원장이면서 89세인 노모를 모시고 지금까지 살아 온 착한 며느리

 

15살 중학교 때 맺은 인연이니 50년 지기들이다.

그러고 보면 참 무막지한 세월이 흘러 간 거다.

 

욕심인지  대한민국  노후의 삶이 그리 팩팩한  건지 ...

그만하면  뒷짐지고 곰방대나 태울 나이에 아직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 363-8  

네비를 치고  이동하여 1030분이 다되어  도착하니 벌써 다들 와 있다.

오늘 비뿌린다는 날  성수는 열심히 야외 만찬장을 셋팅하고  성수부인은 졸지에

맞은 손님 들 때문에 두 팔을 걷어부치고 농막 안에서 열쓈히 일하는 중이다.

빈 몸으로 왔으니 여장을 풀 일도 없이 나와 갑성은 야채를 씻고 갑성이 부인과

마눌은 한량처럼일찌감치 앞에 있는 밭자락에 쑥 캐러 갔다.

 

밖에 나오믄 당근 남정네들이 하는 건데 또 다른 고교 친구들 모임은 휴양림에서

1박하며 바비큐 파티 하자면  여자들이 아얘 질색,팔색을 한다.

당연히 준비나 설거지가 모두 여자들의 의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소와 장비가 문제이지  준비한 거 셋팅하고 야채 씻는 게 별거 있는가?

후다닥 마무리하고 나는 성수의 인생2막 별장을 돌아 보다가 인근 마실 길에

올랐다.

 

부지 480평에 6평따리 콘테이너 농막

농막은 냉,난방이 가능하고 양쪽 창이 나있고 싱크대가 있다.

내부에는 침대하나 ,소파하나, 책상하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평화롭고 양쪽 문을 열어 놓으면 들이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그리고 잘 지어진 농막 옆에는 성수가 직접 조립하고 비닐을 씌워서 만든 창고겸

다용도 작업실이 있다.

땅을 샀다는 말을 들은지가 몇 년 안된 거 같은데 성수의 농장은 생각보다 제법 틀과

짜임새를 갖추고 있었다.

그 동한 성수가 투자한 시간과 흘린 땀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480평 땅을 평당 22만원에 구입했으니  일억 정도가 들었다지만 대충 계산해 봐도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미리 제작된 6평 콘테이너 구입 설치비에 축대와 객토비용

지하수 관정 및 전기공사비 , 작업실 건축비, 기타 내부 구품 구입비 등등

모든걸 최소비용으로 한다고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단 벌리고 나면 돈 쓸 일은 계속

생겨나는 법이다.

하지만 이제 안정기에 접어 들었으니 더 이상 돈들 일은 없고 노년기에 삶의

활력과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 주는 힐링 공간이 될 것이다.

 

전원주택이나 텃밭 딸린 세컨드 하우스는 시골에서 일하고 휴식하는 게 적성에 맞는

성수처럼 차분하고 진득한 성격 아니면 돈이 있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야튼 성수는 멋진 노후를 위한 아지트를 만들 꿈을 꾸었고 실제로 구상을 실행에

옮겨 행복한 인생2막에 한 걸음 다가 갔다.

 

사람마다 다 특성과 삶의 방식이 다르다.

역마살과 방랑벽이  있는 나는 시간이 되면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녀야 사는 맛이

나고 기운이 나지만   뜨락과 텃밭을 가꾸며 삶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장점이 있다.

한 군데 정착을 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불현 듯 친구가 보고 싶고 입맛이 깔깔 해지면

농장주 성수와 이기자 차원사가 있으니 돼지고기 한 칼 끊고 막걸리 한 병 차고 가면

될 일이다.

 

오랫만에 도심 가까운 곳의 시골풍경을 만나고  여기 저기 돌아 보면서 모양새가 잘

갖춰지는 친구의 전원농장을 보니 내 마음이  푸근하고 뿌듯하다.

 

예정대로 1130분 쯤에 만찬을 시작하다.

역시 돼지 고기는 야외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거 !

고기와 야채 양념외에도 성수댁이 밥을 짓고 갖은 나물 반찬에 된장 찌게 까지 끓여

놓아 임금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잔치가 되어 버렸다.

손수 담군 고추장과 된장 김치 그리고 부추무침, 엄나무순 짱아찌,마늘 짱아치 등

비장의 비축 양식을 모두 내놓았는데 모든 음식이 정갈하고 입에 쩍쩍 달라 붙어서

모두가 푸근하고 맛있는 성찬과 즐겼다...

지난 망년회 이후 부부가 같이 만나 함께 코에 바람 넣으며 밀린 얘기도 나누고

봄나물도 캐면서 전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무리 하고 차 한잔 까지 마시고 나서도 계속 비는 오지 않았다.

 

여자들은 다시 나물캐러 가고 남자들도 옆에 있는 야산에 올라 두릅을 땄다.

우리는 농막에 들러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가 갑성댁과 마눌은 친정에 온 것처럼

바리바리 선물을 받아 가지고 돌아 왔다.

 

 

우정이란 너무 오래 만나지 않으면 군둥내가 나지만 된장 같이 오래 곰삭아야 또한

제 맛이 나는 모양이다.

역사가 있고 세월 속에 방기 하지 않았던 우리의 인연이다 보니 이젠 바쁜 삶에서

한 발짝 여유로워진 지금 건강만 하면 우린 더 멋진 세상 누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202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