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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결혼 15주년 기념일

2002년 12월 19일

 

15주년 결혼 기념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일

서우모임 서해안 여행

 

벌써 마누라와 15년을 살았다.

세월은 이렇게 빠르구나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위로

세월은 이만큼 흘러 내렸다

 

그래도

슬픈 일 보다는 즐거운 일들이 많았고

상처 보다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더 많았다

아픈 사람 없이 모두들 건강하고

세월이 흐른 만큼 아이들도 저렇게 잘 자라 주고 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고 

또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가정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 

큰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결혼 15주년 중간평가로 돌아 본 내 인생은

성공한 셈 아닌가?

 

마누라와는 성격도,식성도, 좋아하는 세계도 전혀 다른데 별무리 없이

잘 살아온 것 같다.

극과 극은 통한다?

주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했던 쪽이 마누라지만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존중

자신의 주장과 상대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었으니

긴 세월 큰 소리 없이 잘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가족의 평화를 위한 숨은 공로자는 역시 마누라다.

 

나름대로의 가족여행 이벤트를 준비하려 했는데

서우 부부동반 모임에서 서해안 여행일정을 잡았으니 잘됐다 싶어

웬지 어색한 말과 한다발의 꽃다발도 핑계로 접어두고

그저 고마운 마음만으로 축하를 보냈을 뿐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하루였다

JSA 촬영지 신성리 갈대받도 돌아보고

서천 어시장에서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큰 광어 (7KG짜리)를 사서 9명이 실컷 먹고 (한사라를 먹다 못 먹고 싸왔슴)

낯 술도 두병정도 기분 좋게  마시면서

한적한 서해바다에서 사진도 찍고

마량포구 ,홍원항 ,서천화력 발전소 ,동백정을 돌아보고 ,

바닷바람이 유난했던  춘장대 해변도 거닐었다

대전에 돌아와서 식사를 함께하고

결혼 15주년 축하 파티와 폭죽세례를 받고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다시 닭똥집을 앞에 두고 3차 축하까지 받았으니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성대한 15주년 기념행사가 되고 말았다.

외롭지 않은 15주년 기념일.

새로운 역사의 시작과 함께 기억될 하루였다

 

 

어제 몽준의 지지철회 발표를 보고

마누라와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침을 튀기며 이야기 했었다.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달아 성명을 발표하는 그 순진함(?)과  유치함.

 

모종의 음모일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기업인의 주판알이었을 거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한 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했을 때의 수난과 압박의 수위에 대한 걱정

단일화의 억울함과 소외감 

으레껏 발생할 수 있으리라 우리가 예상하는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심기불편함

그리고  갑자기 부상한 상품을 내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국민통합21의 참모진과 당직자들의 부추김 같은 여러 복합요인 앞에서

소신 없이 부하뇌동하고 고뇌하는 몽준의 모습 

자신의 지지가 철회되면 백중지세의 판세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확실히 굳히고 만일의 경우 자신에게는 막판에 가입한  일종의 보험이 효력을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이미 선택의 길을 걸었으면서 최후의 순간에 돌이키려 했던 무모함

결론이 어떻게 나던 간에 자신의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큰 그릇의 신중함을 생각했을 국민들의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릴 텐데

그 어이 없는 선택의 결론이 놀라웠을 뿐이다.

그 다음날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으면서 국민의 여망과 기대가 만들어낸 범부의 큰 그릇이 씁쓸하다.

그 새털 같이 가벼운 몽준의 무게 

그를 정점으로 단일화가 안된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회창이 가는 길을 따라

오히려 노 당선자의 정치적 부담만 홀가분하게 만들어 준 채

그 역시 말 없이  현대중공업으로 가야 한다.

자신의 그릇의 크기와 사람의 됨됨이를 다 내보이고

이젠 월드컵 열기에서 냉정을 되찾아 차분해진 사람들에게 다시 그 가슴 벅찬

환희를 만들어 줄 수도 없으니..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선택으로 남은 그는 또 다시

회사와 자신의 과거를 수습해야 하는 고달픈 업보만 간직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에그 바보

가만있으면 중간은 더 가지

 

 

벼랑끝의 위기에서 살아나 꿈을 이룬 억세게 재수 좋은 사나이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노 당선자에 대해 쓴 표현이다.

정말 그럴까?

그래도 노풍은 하나의 원칙과 소신으로 일관했던 그의 삶의 방식에 손을 들어준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 아니었을까?

그것은 이젠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가 더 강렬하다는 의미이다.

서민편에 있었던 그의 소신 있는 정치행로와 개혁의지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정치도 이젠 돈 안들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이정표를 세웠다.

결국은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과 민심의 흐름을 먼저 읽은 자의 승리였다.

미디어 선점과 전략의 승리로 압축될 수 있지 않을까?

노무현 방송국 : 인터넷 방송사 가운데 9.9% 점유율 3위 매일 6만명 접속

정당 인터넷 사이트 300만 접속

구축비용 약 1억원 소요

이회창 방송국 : 1.35 %  점유율 17위

 

그저 작은 바람으로 기억되던 그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만들었던 큰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의 허망한 자즈러짐과 정면돌파의 승부수

단일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그릇의 크기와 표용력

흔들리던 충청인들을 겨냥한 행정수도 이전공약의 전략

세월을 인내하고 쉽지 않은 찬스를 확실하게 움켜진 그의 행보와 전략이야말로 대중의 심리와 국민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동물적인 정치감각의 탁월한  전략적 산물이 아니었을까?  

결국 세상의 변화를 읽은 전략과 정직과 성실에 기반한 극기력은 무모한 언변과 신중하지 못한 인상 그리고 그 외에도 많았던 그의 정치적 약점마저 훌쩍 뛰어 넘었다.

 

 

대통령의 항상  말로가 불쌍해지는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보자.

다시 한번  불어 내려  많은 사람들의 응어리를 일거에 날려보낼 후련한 노풍을--- 

국민적인 열정과 신명을 결집할 수 만 있다면

신바람 나게 무언가 할 수 있는 멍석만 깔아 줄 수 있다면.

항상 어려울 때 더 강해지는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 확실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야 일이  되는 나라가 아니라

골프치고 외국으로 돌아다녀도 잘 돌아가는 그런 훌륭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를 기대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5주년 결혼 기념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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