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집에는 명퇴 당한 아버지가 소파에 누워 리모콘을 잡고 있고 취업재수생
아들은 처진 어깨
를 하고 또 도서관엘 간다.
졸지에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통에 친구들의 발길이 뚝 끊겨
버린 부인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남편얼굴만 마주하면 부아가 치밀고 취직 때문에 얼굴이
반쪽이 된 아들
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21세기 한국엔 어두운 얼굴을 한 숱한 젊은 이들과 빌딩 숲의 한 모퉁이와 산속을
오가는
수 많은 젊은 노인들로 넘쳐 난다.
집에는 부인을 일터로 내보낸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편안하고 풍요로우리라 생각했던 노년의 삶은 궁상스럽고 가장의 위엄과
권위는 땅에 떨어
져 버렸다
.
어제의 화려한 주역은 너무 빨리 인생의 무대에서 액시트라로 전락하고
급기야는 천덕 꾸러
기가 되어 버린다
.
많은 직장인 들이 두려워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미래는 잿빛으로
암울하다.
한국에서 늙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도대체 돈이 을마나 있어야
되나?
사오정이고 오륙도도 요새 얘기지 예전에 누가 그런걸 걱정해 봤어야
말이지…
20세 후반에 결혼하면 50세쯤 첫 딸이 대학교 들어가는데 50세에
짤리면 생활비에 학비에
새끼들 결혼비용에 그리고 늙어 마누라랑 먹고 살 돈에 도대체가 견적이
나오질 않는다?
그동안 뭐했냐고
?
열쓈히 근무하면서 쓸꺼 안쓰고 아끼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지…
겨우 겨우 집 한 칸 마련한 것 빼면 변변히 모은 돈도 없고 오르는
물가에다 늘어나는 생활
비 그리고 애물단지들 사교육비에 통신비
까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내 허리는 휘고 있는 중이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 비는 없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늘어가는 건 나이 뿐
나이 만큼 남겨지는 건 돈이 아니데…..
이론적으로는 진급과 더불어 저축이 산술급수적으로 라도 늘어나야 되는데
어디 경제가 논리
적으로 움직이는 거 본적 있나?
거기다가 재테크 한답시고
주식투자 좀 하다가 몇 천 날리고 나면 도대체 계산이 헷갈려
버린다.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을 놓고 볼 때 주
5일 근무랍시고 오지랍 넓게 폼잡고 다닐 때가
아니다.
문제는 다리심이 빠지고 눈에 눈꼽이 낄 때가 문제 아닌가?.
내가 언제까지 돈을 벌 수 있고 은퇴할 때 까지 얼마를 모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서
한국
의 월급쟁이는 이래저래 불안하다
이 땅의 샐러리맨의
딜렘마!
갑자기 내 앞에서 달라진 세상이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의 짐이 너무 무거워 짐이 몹시 피곤하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전제조건은 자못 처절하다.
1.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절대 망하지 말아야 한다.
2.
무신 일이 있어도 나는 회사에서 잘리지 않아야 한다.
3.
퇴직 후 놀거나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사오정이되기 전에 돈을 왕창 벌어야 한다.
도대체 쉬운 건 하나도 없다.
그노무 돈들은 다 어디 간겨?
그 숱한 강박관념들이 메마른 삶과 여유 없는 사람들을 만든다.
나 한테는 없는 돈이 이세상에는 왜 그리 많이도 돌아 댕기는겨?
그리고 이 사회는 그 숱한 강박 관념들과 비정상적인 한탕 심리로 가득 차
있다.
행정수도나 기업도시 계획이 발표되면 도로를 따라 복덩방이 즐비해지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확천금 바다이야기를 듣기 위해 눈에 쌍불을 켠다.
“행정수도가 오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데?”
"도박해서 돈 번 넘이
누군데?"
사람들은 그런걸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
그 동안의 숱한 학습효과와 전위대처럼 선두에서 진군해가는 정예군을 따라
전리품을 하나라
도 챙기면 성공이다.
수백만명 중에 한 건 터뜨리는 넘이 나라면 내 인생은 바로 역전이다.
한 몫 잡으면 또 다른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고 그것은
심란한 세상을 살아 가
는 초조함을 덜어 줄 수 있다.
이왕 버린 몸 어짜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란 한 탕밖에 없다.
아직 까지 우리의 정예군은 패배란 모른다.
하지만 전쟁터에는 늘 시신이 널려 있다.
전쟁에서는 승리를 하여도 개별 전투에서는 죽어가는 수 많은 보병들이
있을 뿐이다.
고독한 하이에나처럼 외로운 청개구리처럼 돈이란 철저히 먼저 움직이는 고독의
그림자를
따를 뿐이다.
치고 빠지는 부동산 업자나 관료와 결탁한 도박 사업자들이나 돈 벌지 소문 듣고 찾아간
넘이 돈 버는 거
봤나?
살아가는 건
정신 없이 돌아 가는 세상에 온통 신경 쓰다간 그저 돌아버린다.
수억의 정자 경쟁력을 뚫고 태어나서 기 한 번 제대로 펴 보지 못하고
제명에 못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너무 민감하게 세상의 시끄러움에 비분강개하고 세상의 고민을 자신이
짊어지는 것은 자신
의 삶을 건조하고 메마르게 할 뿐이다.
세상은 언제나 가득한 변화의 기류에 휩싸여 있다.
항상 시끄럽고 경제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시간 보다는 개판이라는 소리가 떠 돌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세상은 그 수많은 사건과 우여 곡절 속에서도 나름대로 진화해가고 그
변화에 맞추어 적응
하는 사람들은 안락함과 즐거움 속에 이 세상 살아가기를 즐기고
있다.
어쨌든 쉼 없이 시간은 가고 우리 사회는 굴러 간다.
누군가는 남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 치는 시기에 소리 소문 없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누군가는 사회가 흥청거리는 호시절에 조용히 몰락 해 갔다.
어떤 이는 엄청난 부를 이룩하고도 건강을 잃어 자식 존일 만 시키고
서둘러 세상을 떠나기
도 하고 어떤 이는 부와 명예를 팽개치고 초야에 묻혀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완벽하게 행복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삶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충족시켜야 하는지…
성공도 명예도 돈도 모두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더 많이 갖고도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면 더 갖지 않고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덜 행복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돈이 제일 소중한지 알고 평생 돈을 쫓았는데 돈 많이 벌어 놓고 놀려
다닐려니 그 재미
란 놈은 친구들과 벌써 떠나고 없더라”
돈은 행복을 욕심내기 위한 수단일 뿐 행복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란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해도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상당한
영향
을 미치는 필요한 수단이 된다.
이 돈이란 놈은 사실 여기저기 간섭 안 하는 데가 없다.
아이들 교육 , 즐거운 취미생활 ,
노후의 안락함 , 가정의 따뜻함 , 심지어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에 까지….
그래서 우리는 좀더 폼 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리고 노년의 자유를
위해 돈을 벌기 위
해 불철주야 애를 쓴다.
하지만 그 기회란 놈은 앞머리에는 숱이 많지만 뒷머리에는 숱이 없어서
슬쩍 우리 곁을 지
나 가면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니 기회란 무수히 우리 곁을 지나가지만 크고 작은 실패에 멍든 가슴은
냉큼 그 기회란
놈을 나꿔채지 못하고 버벅대다 기냥 보내버리기 일쑤다.
그러다 고강한 내공의 고수들이 설치는 중원에서 세상물정 잘 모르는 샐러리맨들은 고수의 전설에 현혹되어 기회의 뒷모습에 가슴아파하다 장고 끝에 막차를 잡아타는 것이다.
어쨌든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이 전광석화의 변화의 세상에서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모든 결과는 나의 선택이고 나의 능력이고 나의 처세술이고 나의 행운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세상은
아무리 역겨운 냄새가
등천하고 거슬리는 소음이 가득해도 나름대로의 논리와 질서에 의해 움직여
가는 살만한 곳
이다.
다만 승리자와 패배자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세상이 존재할
뿐이다.
아니 누가 인생의 승리자와 패배자를 규정 수 있을까?
삶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때론 천국이 되고 때론
지옥처럼 변하기도
할 뿐이다.
서른잔치도 끝나고 불혹의 나이도 훌쩍 지나 버렸다
불혹의 나이가 지났다는 의미는 이젠 인생의 큰 틀과 그림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젠 자신의 얼굴에 그려지는 연륜의 모습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
아닌가?
“ 선택할 수 있다.
흰 캔버스 위에 색을
입히고
자신이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자화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건 나이가 몇이건 간에
불행하고 스스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우리의 초상은
여전히 인내심을 갖고 그 그림을
완성해 주기를 기다린다.”
진저 히스--
그 동안 많은 것을 갖지 못했으면 더 욕심을 부린다고 그 많은 탐욕이 채워질
수 있을까?
그 동안 노력이 부족해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아님 내 운이 거기 까지
밖에 되지 않아서
내 욕심의 창고가 저렇게 비어 있거늘 지금에사 더 바둥거린다고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
이젠 차라리 욕심을 비어내야 할 때이다.
채울 수 없다면 비워내면 되는 것이다.
자연을 벤치마킹 하자
어느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참으로 의미심장한 글이 여기
있다.
“필요 이상을 가지지 않으니 자연에는 비만이 없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만족하니 자연에는 헛된 것에 대한 집착이
없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들은 종종 자신들이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살아
갑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자꾸만 쌓아 두려고 하고 그
쌓아둔 것에 따라
그 사람을 저울질 합니다.
헛된 것에 대한 집착
결국 그것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아픈 것
보다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앞으로 많은 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까지 전해
줍니다.
이 세상에는 버림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비우고 털어버림으로써 충만해지는 아름다운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철들면서 만났던 지난 20년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갔다.
우리가 이땅 위에 살아 가는 의미가 무얼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의미는 또 무언가?
행복해 지기 위하여?….
행복해지기 위하여 아둥바둥하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사이에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어 하면 일년이 훌쩍 지나고
그저 몇 년이 지난 것 같은데 어느날 되돌아 보면 머리가 허옇게 세고
이빨이 흔들리는
40대 50대가 되어버린 중년이 거기 우두커니 서
있다.
세월은 그렇게 빠르다.
긴장하고 조바심만 치다가 다 흘러버릴 세월이라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세상은 넓고 우리는 드넓은 세상에 잠시 흐르는 바람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우리가 찾아야할 돈 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후회 없이 참으로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삶과 세월의 깨달음은 불혹이 지나서야 온다.
아직도 재물과 막연한 미래의 불안함에 정신과 가슴을 더 빼앗겨야
할까?
이제 안타까워 해야 할 건 흘러가는 세월일 뿐이다.
한탄할 건 우리 곁을 마냥 지나가버리는 저 밝은 시간들 뿐이다
가치 있는 것들을 돌아볼 우리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한 뼘의 주토 위에 영원한 침묵으로 뿌려질 한 줌
재가 아니던가?
우리가 아직 마주하지 않은 미래들로 인해 고민해야 할 시간은 참으로
아까운 시간들이다.
대부분 해결의 실마리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들이거나 현재의 행복과
소중한 시간들의
가치를 망각하게 하는 것들이다.
평범하게 우리 곁을 스쳐 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날들이다.
매일의 힘든 일상에서 여백을 찾고 작은 의미를 그려보면
어떨까?
매일 매일 살아가는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바람 같은 인생 길에
딱히 미련 둘 일이
무엇이 있을까?
가끔은 높아 있는 산을 올려다 보고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자
가끔 영화도 보고
가끔은 마누라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둠이 내려오는 들판을 천천히
걸어보자.
조급하게 앞으로만 달리려 하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보자
그래서 그 살아 있는 기쁨과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느껴보자.
그리고 이렇게 건강하고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음을 감사하며 살아가자
“내가 할일 없이 흘려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갈망했던
내일” 이었다”
라즈니쉬가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매달리지 마라.
이세상에 지옥이란 말이 있다.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이 곧 지옥이다.
삶은 항상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받아들여라”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났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향기가 있는
것이다.
그저 함께 있으면 그 향기가 짙어오고
멀리 있으면 그리움이 향기에 배어 올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늙어 가면 좋겠다.
세상에 배울 것들이 오직 처세와 기술 뿐이랴?
세상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책과 선생 뿐일까?
우리는 아이에게서도 배우고 , 젊은
직원에서도 배우고 세월과 경험에서도 배운다.
그리고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자연 앞에 있는 시간은 늘 특별한 시간이고 행복한 시간이다.
어쩌면 그 멋진 풍경은 신이 나에게만 특별히 내려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의 추억이 가슴 저려 올 때면 바다에 가고
가을이 오면 단풍 드는 숲으로 가리라.
멀리 친구가 찾아 주면 한잔의 술잔을 기울이며 어느 세월 모퉁이의
이야기를 나누고
눈이 오면 어느 산골 모퉁이를 내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 가리라.
나는 언젠가 새처럼 자유로워진 시간 속에 남겨진다면 멀고 긴 여행을
떠나리라
온 세상의 둘러보며 이 밝은 세상을 사는 기쁨과 감동을 가슴 가득
느껴보고 더욱 현명해진
얼굴로 돌아와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가리라.
'붓가는 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오는 날의 주말 스케치 (0) | 2006.03.30 |
---|---|
10년 후 한국 (0) | 2006.03.28 |
결혼 15주년 기념일 (0) | 2006.03.28 |
빈자리 (0) | 2006.03.18 |
바닷가에서 (0) | 200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