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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화채능선 종주

 

화채능선 종주

 

2003년 10월 5일

02 :30   오색 매표소 출발

03 :25   제 1 쉼터

04 :25   설악폭포

05 :20   제 2쉼터

06 :00   대청봉

07 :00   대청봉 출발

09 :50   화채봉

10 :50   암릉 등산로 멋진 조망처

            기암괴석 권금성이 보이고 설악이 모든 것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12 :05   칠성봉

12: 30   권금성

13: 20   하산완료

 

 

 

 

 

 

10월 3일

하늘 높은 가을날의 낭만을 위한 가족여행

바다에 떨어지는 눈부신 태양 아래 그림 같은 바다를 굽어보며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고

흥분과 스릴이 함께했던 사량도 지리산 종주산행

갑작스럽게 비약한 5시간여의 난해한 산행을 무난히 소화하는 듯 했는데 역시 자고 일어나니 마누라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그 안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한 마음으로 다시 강원도로 발길을 돌리는 이기적인 나

 

설악의 가을.

그 불붙는 가을의 고혹적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어 나는 다시 가을로 가는 심야 버스에 몸을 기대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계속적으로 휴식년제 구간으로 묶여 있는 화채능선종주 산행제의라 요즘 계속되는 원거리 산행이 미안하긴 해도 만패불청일 수 밖에 없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바라보며 원시의 능선을 주유할 기대와 흥분은  역시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설악의 가을의 인파와 늦은 귀행의  힘겨움을 앞질러 간다.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르는 길은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인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번도 밝은 대낮에 올라보지 못하고 또 한 번도 사람이 밀리지 않는 가운데 호젓하게 올라보지 못한 오색-대청의 등산로.

그래도 숱한 어둠 속의 오름으로 등산로의 윤곽이 제법  머리 속에 그려지는데  많은 사람들이 비추는 전등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진  등산로는 무수한 사람의 발길에 훼손되고 파헤쳐진 흉한 몰골이다.

잔돌이 구르고 앙상한 뼈대가 파헤쳐진 모습으로 녹색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넓게 사막화가 진행중인 이 산길이 대청봉을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어림잡아도 대간팀들 속도면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대청봉에 오를 수 있을 듯 한데 항상 붐비는 인파의 정체로 통상 4시간 가량 걸린다.

새벽 2시 30분부터 오르니  대략 해돋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어제가 개천절 휴일이라 2만여 인파가 오색을 통과해서 대청봉을 올랐다는데 분산효과 때문인지 1쉼터를 지나 설악폭포로 가는 난해한 암릉구간 말고는 예년보다 정체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너무 일찍 대청봉에 오르면 해돋이를 기다리면서 너무 오랜 시간 추위에 떨어야 하기 때문에 오르는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대청봉을 오른다.

장대한 인파 가운데서도 1슁터, 설악폭포, 2쉼터에서 얼려간 검은콩 우유와 간식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어둠 속을 걷는다.

2쉼터를 지나 5시 30분 경이 되면서는 동편능선의 나무들 사이로 붉은 기를 머금은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다.

 

시나브로 밝아오는 새벽을 따라 대청봉에 올랐다.

정체가 오래지 않아  3시간 30분 걸렸다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달려드는 대청의 바람 그리고 그 숱한 인파들

한국에서 2번째로 높은 설악의 최고봉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싱겁게 정상을 허락하고 있었다.

 

 

 

 

동쪽 바다는 새벽 빛으로 하늘을 열고 수평선 위로 두껍게 깔려 있는 구름 위로 붉은 햇살을 쏟아내더니 수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 이내 눈부신 불덩어리를 토해내고 있다.

보기가 쉽지 않은 대청 일출을 한 뼘의 구름 위에서 만난다.

나는 2개월 만에 다시 대청봉에 서서 동해의 하늘에서 바로 떠오른 태양의 황금 햇살을 온 몸에 가득 받고 있다.

7부 능선 까지 달려 내려온 단풍의 능선에 쏟아지는 태양의 붉은 빛이 만들어 내는 장엄하고 신비한 대청의 아침은 그렇게 열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리털 파카 내피를 꺼내 입고 조사장에게 귀를 가리는 모자를 얻어 쓰고 새벽 바람이 차가운 대청봉에서 서성인다.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는 우릴 멤버들은 모두 도착했는데 일반인들이 아직 대청봉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이 몇 명이 있어 먼저  대청봉을 내려서서 화채능선 초입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측능선 길을 따라 화채능선이 이어진다.

처음 얼마간은 능선이 꽤 가파르게 해발을 낮추고 있다.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능선의 단풍이 눈부시다.

 

제법 넓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길목 좌측에 전망바위가 있는데 건너편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대청봉을 타고 내리는 단풍과 자작나무의 흰 가지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람결이 강해 오래 서서 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

보이는 절경을 몇 개 구간으로 나누어 카메라에 담는다.

 

식사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가 합류하지 않는다.

또 다시 먼저 가는 길엔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계절의 색감을 시새우고 있다.

화채능선은 휴식년제에 묶여 있는데도 등산로는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다.

우리처럼 벌금을 무릅쓰고 도둑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꽤있다는 반증이다.

화채봉 가는 길 중간 봉우리에서 다시 경개에 취한다.

뒤로는 우리가 흘러내린 능선이 아름다운 가을 빛으로 담대하고 옆으로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으로 흘러 오르는 장쾌한 능선들

우측엔 멀리 공룡능선이 그 거칠고도 예리한 날카로움을 간직한 조화로운 암릉의 흐름을  죽음의 계곡을 따라 대청으로 숨가쁘게 올려 붙이고 있다

아이들처럼 히히덕 거리며 사진을 찍고 포즈를 취하느라 모두들 정신이 없다.

최선생을 따라온 60의 교감선생님은 환상적인 경치에 흠뻑 취해서 생애 처음으로 이렇게 훌륭한 단풍과 경치를 대하는데 대전에 내일 새벽에 떨어진들 무슨 문제될게 없다고 하신다.

일반인들이 체력의 무리를 무릅쓰고 함께 하기엔 어려운 절경이지만 이렇게 훌훌 털고 허허롭게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눈부시고 황홀하다.

게다가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설악 화채능선의 감동이야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 수 있으랴?

 

화채봉은 산행로에서 가파르게 10여분 올라야 한다.

일부는 그냥 지나치고 차대장은 전체일정을 위해 볼만한게 없다지만  일대를 한 눈에 굽어보는 화채봉의 풍광을 어떻게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있으랴

 

 

 

가파르게 오르는 화채봉은  내외 설악과  은은한 하늘 빛의 바다와 그 주변에 태동되는 도시들 까지 설악의 사방팔방의 모든 풍광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조망터였다.

뒤로는 대청봉에서 장쾌한 흐름으로 부드럽게 내려오는 화채능선이 수려하고 앞으로는 권금성으로 구비쳐 흘러가는 화채능선과 기암의 봉우리들이 절묘한 조화를 연출한다.

옆으로 보이는 공룡능선은 더 뚜렷한 가을 색감으로 암릉과 점점이 물들어 가는 수림의 멋진 어울림을 보여주고 더 가까워진 울산바위며 멀리 더 짙은 하늘빛 바다와 속초가 보인다.

멋진 시간이다.

망설임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홀연히 떠나온 가을 여행 길에 기대를 훨씬 앞지르고야 마는  눈부신 설악의 가을을 만나고 있다.

아름다운 설악을 관조할 수 있는 고원의 섬에서 그 잔상과 여운을 기억에 더 길게 갈무리 하려는 아쉬움 인 듯 시린 풍광이 아쉬운 하산을 발길을 잡는다.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지난다.

등산로 옆의 바위마다 시리게 맑은 하늘아래 환상적인 조망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눈부신 햇살 속에  상쾌한 고원이 바람이  스쳐 지나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산행 길

어디를 둘러보아도 빼어난 풍광으로서 있는 곳이 한결같이 멋진 사진의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현란해지는 걸출한 풍광과 무르익은 가을로 128k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나는 살아 숨쉬는 자연의 편린들을  카메라의 눈을 빌어 몇 장이나  정지된 화폭으로 표구했나?

 

암봉의 흐름이 끝난 곳에서 계곡은 아찔한 수직강하를 만들어 내고  칠선봉을 거쳐 권금성으로 연결되는 하산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행들은  산행로의 흔적도 뚜렷하지 않고 표지기도 나부끼지 않는 깎아지른 계곡을 위태하게 내려 간다.

휴식년제 구간답게 원시림 속에 인적의 흔적이 없다.

먼저 한쌍의 연인이 내려섰다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잘 못 들어선 구간이지만 깎아선 계곡의 직벽을 다시 오르기 싫어 계곡 물길인 듯  흔적이 희미해가는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 해도 저 아래 어딘가에 선 등산로에 연결되겠지.

뒤따라 오던 곽선배가 자꾸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통에 자꾸 불안해져서 계곡 아래로 냅다 소리를 질러본다

한참  침묵이 흐른 계곡을 따라 제법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제대로된 등산로가 맞으니 제발 소리지르지 말고 조용히 내려 오시오

맞다 우린 지금 금지된 구역을 등산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제대로된 등산로를 확인했으니 마음껏 속도를 붙여 바람처럼 계곡을 지난다

안달했던 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보내는 부부인듯한 연인들을 계곡에서 추월하여  이젠 다시 산비탈을 휘감아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칠성봉 턱 아래 까지 왔다.

계곡과 산허리를 따라 온 등산로는 울창한 원시림에 쌓여 햇빛과 차단되어 있었는데 칠성봉은 뜨거운 태양아래 우람한 근육을 한치의 수림의 그늘 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측으로 전망이 트이고 바람이 불어가는 노송아래 잠시 휴식한다.

우리가 수징강하 하기 전 걸출한  풍광을 자랑하던 암릉 등산로가 병풍처럼 암벽을 두르고 저 멀리에서 담대히 버티고 있다

저 가파른 골짜기를 따라 내렸구나.

골짜기 옆 산비탈을 따라 산길이 비스듬하게 계곡아래로 이어지고 그 길 위로 몇 명이 개미처럼 움직여 내리고 있다.

토왕성 폭포 가는 길이라는 등산로를 따라 좀더 진행하다 산허리를 감도는 좌측 길로 내려서야 하는데 우리는 위험한 골짜기를 따라 수직강하 한 셈이다.

골짜기 중반부부터 등산로 표지기가 휘날리던 이유는 이제 설명되었다.

하여간 나를 포함한 몇 명이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한 탓에  모두들 그 길로 계곡 아래 까지 흘러 내렸다.

힘은 들었지만 정규등산로보다 시간 단축은 되었을 듯 싶다.

속속 합류하는 일행들과 칠성봉에서  암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권금성으로 간다.

 

 

 

급격히 강하하는 산록을 따라 한 30분 흘러 내렸나 ?

언젠가 케이블카로 올랐다가 그 기암과 절벽의  웅장하고 섬세한 조화에 넋이 나갔던 권금성의 위용이 다가선다.

압도하는 암릉미

앞 절벽에는 단풍이 물들어 가는 수림을 두른 바위가 병풍처럼 버티고 산 아래의 멋진 조망을 굽어보는 권금성은 집채 같은 바위의 비탈 사면 위에 다시 거대한 암봉을 탑처럼 보듬은 채 시원한 가을 바람 속에 태산처럼 침묵하고 있다.

 

10시간 이어진 산행이지만 피로를 느낄 겨를도 없이 엄습해오는 가을 설악의 감동과 화채능선의 현란한 아름다움은 무르익는 가을 속에 조화된 장쾌한 권금성의 암릉미로 마무리 되고 있다.

숨가쁘게 계속 고조되어 온 감동의 여운을 간직한 채 고색이 창연한 등산로를 수직으로 내려서는 권금성 하산로 조차  아름다운 환상에 누가 되지 않았다.

 

11시간여 감동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을 안고 유쾌하고 즐겁게 가을 여행을 마무리한다.

설악동 계곡물에 머리 감고 발을 씻고 나서 시원한 바람결을 목에 걸고 한잔의 술을 치니

이땅에 태어난 나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든 오늘 하루는 내가 신선 이었다.

 

버스가 붐비는 소공원 주차장에서 기다리지 못한 채 설악산 입구 설악파크에 주차되어 있고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많아 설악파크에서 사우나 까지 한 후 일행들과 함께 오늘의 환상적적인 여행길의 기억을 도도한 취흥에 끌어들인다.

어제 5시간 오늘 11시간의  만만치 않은 운동량이지만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뿐하다

 

후미가 3시간 이상 늦게 내려왔다.

체력이 따라가기 힘겨웠던 그들의 후반부 산행의 힘겨움은  화채의 아름다움을 모두 상쇄했겠지만 그 고통의 기억만큼 장대한 단풍으로 기억될 화채의 절경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5시에 출발하여 대전에는 11시에 도착했다.

늦은들 또 어떤가 ?

나는 한잔 술의 나른함과 자연에 취한 감동으로 불편한 버스 한 구석일 망정 그렇게 귀로 내내 잠에 취해 있었는데……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에겐 하루 종일 취할 수 있었던 몽롱 하루였는데…….

바람과 나무와  바위와 그리고 설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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