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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변산반도 종주

변산반도 종주                                            1998 5 15

 

오직 자연과 교감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한가로움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벌써 작렬하는 오월의 태양아래 혼자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발길이 머물지 않았던 산하의 등성이로 이름 모를 들풀과 나무들이며 여전히 익숙한 토속의 냄새 속에  바다가 보이는 산을 오른다.

모를 일이다.

여기는 바다가 가까이 있는 서해의 들판이고 산들인데

이렇듯 사람과 들판 모두가 낯설지 않고  마치 번인가 본적이 있는 같은 이런 느낌은?

그래서 산이 가까이 있는 들녘을 지나면 고향 생각이 난다.

오월의 태양이 마치 한여름 처럼 강렬하다.

안에 모자를 놓고 내려서  얼굴에 그늘을 만들지 하니 봄에  썬탠을 했다는 소리를 듣겠구나

지서리에서 남녀치 매표소 까지 무척 먼거리라 해서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눈부신 들판을  감상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불현듯 소로길 모퉁이에  매표소가 나타나고 농부 같은 새카만  매표원 아저씨가 눈인사를 보낸다..

마을 가게 앞에서 마주친 할아버지가 이젠 근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거리처럼 느끼셨나 보다.

남녀치에서 바다가 보이는 쌍봉 까지는 가파른 언덕길 이었다.

오랜만의 출정이라 체력이 흐뜨려졌는지 아님  무더운 날씨 탓인지  산을 오르는데 다른 보다 유난히 힘드는 같다.

쌍봉에서는 서해바다와 인근 포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표구된 한폭의 동양화 처럼 참으로 정겨운 우리 마을들의 모습이다.

태양이 빛나는 바다. 신록이 짙어가는 우리의

그리고 정지된 시간 같은 고요함은 정말 오랫 만에 다시 마주 대하는 가슴 뿌듯한 호젓함이다.

 

 

여행은 인생의 깊이와 향기를 더욱 짙게 해주고 언제나 스스로를 다움 속에 남겨 두는 소중한 즐거움이며 나만의 기쁨이다.

누군가 물었다.

그렇게 산이 좋은가?”

아니 떠남이 좋다   미지의 곳에는 기대와 그리움이 있다.

거기엔 우리의 제약된 잿빛 공간을 벗어나는 흔쾌한 일탈의 자유로움이 준비된다..

우리가 결국은 한줌의 주토로 돌아 산엔 어머니와 같은 포근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좋다.

말리는 나르시즘으로 이야기 하겠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이해할 있는 사람과의 여행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고 했다..

스스로 보다 죽이 맞는 파트너를 세상 어디에선들 찾을 있으랴?

이야기하고 싶으면 가슴으로 이야기하고 오랜 침묵에도 어색해 하지 않고 안달하지 않는다.

바람과 같이 능선을 달려갈 수도 있고 싫으면 누워서  선잠을 자도 좋다..

 

구름과 물과 바람 그리고  이름 모를 꽃이며 고향과 어머니 같은 자연 속에는 고독이 스밀 여지가 없다.

때로 뼈아픈 고독과 상심이 있으면 어떤가?

고독은 영혼을 성숙 시키듯  우리는 사색 속에서 삶의  본질에 가까이 있다.    

 진정한 고독 속에 빠져 가장 소중한 자신을 돌아 있는 시간조차 어려워하며 사는 우리의 궁색한 삶이  아닌가?

아둥거리는 동안에도 어차피 시간은 지나고 우리의 삶은 공전된다.

지나고 나면 한탄과 후회가  백발과 함께 찾아 드는 그렇게 덧없는 우리 인생이다.

산허리 부는 바람에 욕심과 세속의 찌꺼기를 날려 버리고 허허롭게 돌아가면 우린 다시 삶의 의욕과 희망을 마주하고  남은 인생을 성찰할 있는 여유를 만날 있다.

지난시절 상심과 좌절로 찾았던 산이나 드넓은 바다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위안을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자연은 언제나 말없는 교훈과 위안이다.

산은 언제나 우리가 그렇듯 집착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일깨워 준다

그래서 상심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눌 있게 하고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으면  산을 오르는 누구에나 말을 건네면 금방 친구가 된다.

덤으로 가장 아름다운 경관들을 찾아 다니는 기쁨이 함께하니 거기엔 시와 김삿갓이 함께한다.

그리고 정말 일이 있어서 떠나지 못한 때를 제외하고 집에 남아 있을 경우에  여행을 떠나거나  산행을 보다   유용하게 시간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나만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궁색한 이유다.

 

 

오래 전에는 삶의 무게에 눌려 문학을 죽이는 내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나이가 먹어서가 아닌데 언제부턴가 시가 곁에서 떠났고 눈이 내릴 조차 글을 여유를 갖지 못했다.

문학대신 컴퓨터와 경제기사 그리고  증권 부동산등 시간과 마음을 소모하는 것들에 집착하면서 이제 내가 속물이 되고 늙어간다고 생각했다.

때론 너무도 바쁜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 조차 무감각해지고  어릴 순수가 떠나버린 궤적을 따라  코끝이 찡한 감상과 감동이 내게서 멀리 떠나가고 있음을 없이 수긍해야 했다.

그리곤 떠나버리는 , 잃어 버리는 모든 것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당연히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 적인 것으로 합리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이 그리고 우리가 당연한 상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정말 우리에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덧없이 짧은 인생 속에서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국토가  계속되는 환경의 파괴에 황폐화되고  많은 사람들의 발아래 우리의 아름다운 것들이 유린되고 멀리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우리의 기력이 쇠잔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욕이 평가절하되기 전에 서둘러 자신을 돌아 있는 여행 길에  올라야 한다.

그리고 훗날에 인생을 관조할 나이가 때쯤엔 자리를 훌훌 털고  대한민국이 아닌 세상 여행도 한번 하면서 다른 문화의 모습도 돌아 있는  기회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한세상 태어나서 작은 땅덩이 그것도 정해진 범주에서 다람쥐 챗바퀴 살다가 간다면 얼마나 억울한 노릇인가?

 

 

 평일이라 월명암 까지는 사람도 만날 없었다

손질된 월명사 오솔길은 단아한 여승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갑자기 사방이 트인 언덕이 나오며 폐부 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이 오월의 태양에 뜨거워진 등이며 얼굴과 목덜미에 서늘하게 휘감긴다.

그래 맛이야!

나뭇군이 나무를   선녀가 몰고 오는   바람이 이렇게 시원했을까?

젊은 스님을 만났다.

사람의 자취가 없는 바람 골에서  장삼을 펄럭이며 계곡을 내려다 보고 있는  스님에게 말을 건넨다.

내내 사람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던 반가움에 세속의 호기심이 함께 간다.

스님과 헤어져 계곡을 내려가 다시 언덕을 오르니 그림 같은 계곡의 호수가 나타난다.

오월의 하늘이 잠긴 호수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여름의 같은 오월의 태양을 눈이 부시게 받아 내고 있다.

조금씩 허기가 느껴진다.

조금 산길을 오르니 우렁찬 소리와 함께 내변산의 명물 직소폭포가 당당한 위용을 드러 낸다. 이제는 입구 까지 포장도로가 나서 해마다 여름이면 엄청난 인파에 시달리는 모습일 텐데 이렇게 평화로운 본래의 얼굴을 대할 있다는 또한 작은 기쁨 아닌가?

직소폭포 위에서  아래의 물웅덩이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를 굽어 보았다..

염장폭포 비류직하!   간담이 서늘한 현기증에도

기억의 한구석에 남아 있던 케케묵은 언어가 새롭다.

계곡의 그늘아래 라면을 끓여 밥까지 말아 먹고 과일로 후식까지 구색을 마치고 나니 세상 욕심 모두가 달아나는 부러운 없다.

포만감의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자 이번엔 너무 배가 불러 걸음 옮기기가 어렵다.

먹는 것이 이렇듯 많고 평상시의 불가사리 식욕에 자연마저   맛을 부추기니 이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도 도무지 살이 빠질 기색이 없나 보다.

그나마 나이에 현상유지가 어딘가?

어짜피 체면은 건강을 해친다는 분의 말씀이 백번 지당함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다이어트와는  전혀 무관하게 사는 인생 아닌가?

내소사는 직소 폭포에서 굽이 산허리를 넘어 있었다.

특색 있는 바위들과 계곡의 호수 그리고 완만한 구릉으로 이어 지는   변산의 모습은 신의 정원 처럼 평화로웠다.

내소사는 작년 늦가을 가족들과 격포 바닷가에 갔다가 잠시 들렀던 적이 있었던 숲이 좋은 아주 오래된 고찰이었다.

그때 집사람과 아이들과 격포 바닷가에서 회한접시 비우고나서 내친 김에 직소폭포까지 다녀가려고 욕심을 내서 굽이 산등성이를 넘어섰다가 초행 저무는 날이 걱정되어 되돌아 왔던 절이었다.

 

내소사에 이르러 비로소 서해안 작은 반도의 종주가 끝이 났다.

발길이 머물지 않았던 우리 산하의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어 가진 오늘은 나에게  또다른 의미와 기쁨으로 남을 것이다.

내소사에서 부안행 버스는 해변도로를 바람 같이 달렸고 눈부신 태양아래 변산의 산과 들은 한참을 그렇게 따라오다가 내가 잠든 사이에 조용히 멀어져 갔다.

그리곤 소리 없이 어둠이 대전 하늘로 길게 늘어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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