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영동군 황간면 백화산
산행일 : 2004년 5월 1일
09 : 45 : 백화산 휴양림
11 : 00 : 주행봉
12 : 10 : 제 1 능선 갈림 길 직진 : 포성봉(한성봉) 하산: 반야사
12 : 30 : 제 2 능선 갈림 길 직진 : 포성봉(한성봉) 하산: 반야사
12 : 50 : 포성봉 <- 주행봉 3.1km -> 금돌성 1.7 km’
13 : 05 : 절벽 능선에서 식사
13 : 20 : 식사 후 출발
14 : 00 : 금돌산성 -> 보문사지 1.05km
14 : 40 : 합수점
14 : 50 : 보문사 하산완료
접근 개요
황간 나들목에서 좌회전
300M 전방에서 상주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백화산 및 반야사 이정표 있음
1. 황간IC –좌회전 –남성(황간 삼거리 우회전) – 신흥삼거리(우회전) – 독점삼거리
(579번 지방도 , 49번 지방도 이용 5.9KM 10분 소요)
2. 독점- 500M – 삼거리(우회전) – 반야사
(49번 (구 997번) 지방도 (3.4KM 5분)
산행개요
상주와 영동에 걸쳐 있는 아직 때묻지 않은 산
반야사쪽으로 접근 산림욕장에서 전망대 쪽으로 올라 주행봉에서 능선을 탄다.
주행봉 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1시간 이상 올라야 한다.
주행봉에서 포성봉으로 움직여 가는 길은 마치 비행기를 탄 듯 칼날 같은 능선에서 내다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포성봉에서는 주행봉 쪽에서 올라간 길을 기준으로 3갈래 길이 있다
먼저 우측 능선으로 분기하는 길은 반야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직진 등산로는 반대편 보현사 쪽으로 넘어 가는 능선길이다.
좌회전 길은 금돌산성과 보문사지 거쳐 계곡으로 떨어져서 보현사에 이른다.
금돌산성 가는 길의 칼능선의 시원한 바람과 조망이 압권이고 조용한 계곡이 인상적이다
화창한 토요일
백화산의 거친 능선과 연두 빛 신록의 조화가 눈에 어른거린다.
진달래가 만개할 때쯤엔 꼭 만나러 가겠노라던 백화와의 약속은 남도의 봄의 유혹 때문에
언제나 지킬 수 없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새벽형 인간이 새벽닭이 홰를 치고 한참이 지났을 6시 넘어서 일어나고
가야산으로 떠나는 소월팀에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문득 백화의 얼굴을 떠올린다..
3년 전인가
월간 산으로 정보를 접하고 수소문 끝에 만났던 백화와의 밀월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인상과 추억을 남겨 주었다.
선 머슴아 같이 다듬어 지지 않은 거칠고 투박함
영동과 상주 일원을 굽어 보는 그 당당한 여장부의 위세와
세속에 점염되지 않은 순수와 그 맑은 영혼의 고요함 까지…
백화는 애틋한 그리움의 여운이 없이도 언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의 숨겨진 여인으로 남았다.
뭇 여인들의 화려한 유혹에 빠져
수 많은 시간을 먼 그리움을 찾아 떠돌던 탕아는 다시 백화의 가슴으로 간다.
진달래의 수줍은 미소 대신
천연덕스러운 철쭉의 당당한 웃음으로 해후를 맞이할 잊었던 여인을 찾아….
혼자 차를 몰아가는 경부고속도로의 아침이 싱그럽다.
얼마나 소중한 휴식과 기쁨의 날인가?
떠날 수 있는 아침과 바람 길에 날리는 여유가 삶을 따뜻하게 하고 더 넓은 가슴을 갖도록 만든다
자연이 더욱 아름다워 지는 봄이라 눈부신 태양 빛을 깨치고 연두의 숲을 질러 옛 여인을 만나러 가는 여행 길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조용한 아침 시골 길엔 호젓한 정적이 머물고
차창의 바람을 타고 백화의 신선한 새벽 향기가 살아 온다.
가는 길에 아주머니가 차를 세운다.
반야사로 가는데 차편이 신통치 않아 버스를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데 너무 고마워 하신다..
항상 절에 들러서 자식들을 위해 치성을 드리시는 어머님 생각이 난다.
꼭 산행하고 절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라 시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살아가는 세상의 정과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반야사에 아주머니를 내려드리고 되돌아와 잠수교 건너기 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다리를 지난다
반야사는 신라 성덕여왕 27년(728년) 원효대사의 수제자 상원화상이 창건하였고 고려 충숙왕 12년(1325년) 학조대사가 재건하였다.
경내엔 대웅전, 삼층석탑 ,부도2기 등의 지방 문화재가 있고 대웅전에는 삼존석조불상 , 각종정화 및 불구의 향토 문화재가 있다.
“전망대를 거처 역방향 능선으로 주행봉을 오르는 길이 있지만 오늘은 정면 능선길로 올라 보자”
잠수교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주행봉 능선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에 무수한 표지 리본이 나부 끼고 있다
지난 늦가을 만남의 기억이 새로워지는 장단지가 뻐근한 오름 길이 계속된다.
햇빛이 스밀 여지가 없는 빽빽한 숲 사이 오솔길은 세속의 거슬리는 소음조차 사라져버리고 인적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호젓함이라니….
무념 무아의 편안한 마음으로 오르는 길에 발길마저 가벼운데
등산로 주변에 웬 고사리가 그리 많은지……
“이걸 꺾어 말어?”’
쓸데 없는 번잡함에 던져지는 것이 싫어 모르는 체 하고 오르려니 점점 더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있는 고사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오르면서 하나 둘 꺾기 시작했는데 삼 사십분 단순노동을 하다 보니 휴대용 바구니가 철철 넘친다.
“마누라가 풋고사리 조리법이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가파른 길이 계속되는 1시간여 오름 길을 홀연히 막아서던 눈 부신 태양과 순백의 바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여기가 주행봉이다.
제법 평평하고 넉넉한 공간이 남아 있는 주행봉에는 푸르름이 주변으로 번져가고 표석은 묘비처럼 작은 묘를 조용히 지키고 있다.
화려했을 꽃 잎을 모두 바람에 떨군 산 벗 나무 아래로 순환하는 계절은 철쭉이 붉은 꽃 잎을 다시 열었다.
주행봉은 맹금의 위용으로 당당히 주위를 압도하고 있다
까마득한 아래로 굽이치는 물길이 감돌아 흐르고 줄달음치는 산릉들은 웅혼함을 열어간다
마치 고립된 고원의 오지인 듯 시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 온 듯 주행봉은 밀폐된 태고의 고적함을 열어주고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 홀로 주위를 조망 하다 포성봉을 바라보며 능선을 내려 선다
포성봉 가는 길
하늘 한 가운데를 선회하며 자신의 영토를 한눈으로 내려다보는 맹금의 시야로 암릉을 따라 흐르는 길은 연 초록 바다 여행이다
“여기가 대전에서 엎드리면 코 닿는 곳이 맞는가?”
인적이 없음이 너무 좋다.
나만을 위해 조용히 흐르는 시간과 눈이 시리 듯 봄의 축복이 넘쳐 나는 산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숲의 향기를 풀풀 날리고 있다
천천히 뒤따라 오는 수려한 풍광을 굽어보며 거친 능선을 바람처럼 유유자적하게
지난다
세속의 번뇌와 잡념이 사라진 무념 무아의 빈 마음
마치 내가 자연인 듯 온건한 자연 속에 몰입할 수 있는 한가로운 시간 속에 홀로 남겨져 있다.
진달래가 지고 난 자리에 철쭉들은 탐스러운 붉은 꽃과 흰 꽃을 피워내고 있다.
바람과 나만 흘러 가는 길목에서 이렇듯 멋진 봄을 피워내는 꽃들이 고마울 따름 이다
그 꽃 빛이 연초록의 나무 숲과 어울리는 모습은 일상의 삶에서 만들어 가는 오늘 같은 작 은 변화를 닮았다.
때론 풍광을 즐기면서 때론 주제 없이 떠오르는 상념들에 하릴 없이 젖어 들기도 하면서 바람과 함께 능선을 가르다 보니 능선 하산로를 만난다.
주행봉을 출발한지 1시간 10분 만이다
20분을 더 가니 능선 하산로 갈림길이 더 나타난다.
이 갈림 길에서 포성봉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20여분 더 소요되는데 멋진 풍광과 바람은 사라지고 뻐근한 힘이 실리는 제대로 된 산행 맛이다.
포성봉 바로 밑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데 부부가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으니 천생연분이라 할 수 있겠다.
보문사로 올라왔다는데 반야사 하산로를 지도를 보며 정확하게 알려주고 포성봉에 오른다.
포성봉은 변함 없는 모습으로 한 켠에 표석을 세우고 조용히 찾아주는 이를 맞이하고
이정표는 지나온 주행봉이 3.1km 보문사쪽 금돌산성이 1.7km임을 알리고 있다
멀리 소백의 능선이 흘러가고 황간읍을 너머 민주지산과 덕유산의 모습도 보인다.
3년전 회사 산악회를 인솔하고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몇 군데 등산루트를 소개하고 각자 팀을 만들어 산행을 하게 했더니 숱한 사람들이 여기 까지 오지 않고 중도에 하산했고 3명만이 포성봉에 올라 반야사로 내려서는 능선을 따라 6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행 일정을 마무리 했었다
“오늘은 보문사로 하산 하던지 아님 금돌산성 까지 같다가 다시 되돌아 오자
편도 1.7km니 되돌아 온다고 해도 1시간 30분 이면 충분하리라”
지금 시간이 12시 50분
태양 빛이 제법 강렬해져 포성봉 정상에서 식사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능선을 따라 가다가 그늘이 있으면 식사하기로 했다.
조금 더 가니 암릉으로 된 절벽 지대가 나타나는데 사방을 조망하는 풍광이 압권이다.
병풍 같이 펼쳐 있는 절벽 한 켠에 걸터 앉는다.
그늘은 없어도 사면이 틔여 있는 높은 해발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금새 추위를 느끼게 한다.
무릉객
숱한 무릉도원의 가경을 아우르며 그 눈부신 절경과 내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온건한 자유를 누리는 자
나는 무릉객이다.
무릉도원에서 속세를 굽어 보며 먹는 점심은 가히 꿀맛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온 충무깁밥과 빵 한 개를 마파람에 게눈 감 추 듯 먹어 치우고 물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니 세상 모든 부귀와 영화가 내 발아래 놓이고 세사의 번잡은 바람 따라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금돌산성은 식사 후 40여 분 걸렸다.
백화산은 충북 영동군과 상주시의 모동면의 경계를 이루고 국토의 중앙을 관통한다.
이 일대가 삼국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이 곳의 득실에 따라서 신라와 백제 양국의 국운이 좌우되었다고 한다.
금돌산성은 신라 때 길흠이 쌓은 성이라고 전해져 오는데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성벽 80M는 원형대로 복원 하였다.
산성을 둘러보고
길은 없는데 허물어진 성터를 따라 봉우리에 올라 본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흔적을 돌무더기 만이 쓸쓸히 증거하고 있다.
“인간은 심오한 자연의 한 자락을 스쳐지나 가는 작은 바람일 뿐…..”
아직 남아 있는 많은 시간과 백화의 구석구석을 알고 싶은 욕심이 여유를 만든다.
봉우리에는 무슨 시설물이 있었는지 평평하게 정지된 공간이 잡풀에 쌓여 덩그러니 남아 있다.
봉우리 뒤편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풍광은 가벼운 탄성을 자아낸다.
인적 없는 곳에서 묵묵히 스쳐 지나가는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었을 자연은 유려한 푸르름으로 빛나고 있다.
언제나 충만한 에너지로 살아 숨쉬는 자연의 경이로움
온 길을 되돌아 가려니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푸르른 날 가보지 않은 눈부신 계곡 속으로 한 번 내려가 보자.”
계곡을 흘러내리는 갈수기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마음을 울린다..
30분을 마음과 머리를 비운 채 계곡물처럼 흘러가다 푸른 물길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그 소스라치는 차가운 계곡의 물과
물뭍은 얼굴이며 목에 감기는 시원한 바람이 새삼 청정의 지역에 홀로 남겨져 있음을
일깨운다
완만한 평지가 계속되는 걸 보면 산아래 까지 내려선 모양이다.
10분을 더 가니 흐르던 계곡은 합수점에서 넓은 개울을 이루고 풍부한 수량을 흘려 보내고 있다.
물가에 핀 철쭉은 붉고 봄 빛은 눈부시게 계곡물 위에 부서진다.
처음으로 마주한 보현사쪽 계곡의 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잘 정지된 임도와 아늑하고 정갈한 계곡의 모습이 또 번잡한 여름의 피서지를 떠올린다.
이정도 수량과 풍광을 간직한 계곡이면 태양 빛이 더 강렬해지면 사람들이 그저 내버려 두지는 않으리라.
돈을 벌려면 청개구리 투자를 해야 하 듯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을 탐하려면 철저히 비수기를 공략해야 하고 계절의 주테마를 비켜가야 한다.
테마를 따라 가야 하는 산행이라면 언제나 새벽 같이 남들보다 앞서서 움직여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새벽형, 심야형 인간이라야 인적 없는 무릉계의 문턱을 넘나들 수 있다.
보현사는 개인이 운영하는 절인 듯 계곡의 입구에 민가처럼 자리잡은 아담한 절이다
보현사를 지나 500M 내려가자 진입로와 만나고 진입로 입구에서 관리초소가 서 있다.
한 쪽에는 보현사와 반야사를 잇는 백화산의 등산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지금 시간이 오후 3시
포성봉에서 천천히 걸어내려 2시간이 걸렸고 애초 출발지에서는 5시간 걸린 셈이다.
초소 관리인에게 반야사 가는 길을 묻는다.
여기서는 도로가 돌아서 나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가 어렵고 버스편도 없어서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15000원이 소요 된다고 한다.
“아직 시간도 많은데 굳이 15000원 씩 주고 택시를 부를 필요가 있을까?”
“지금 능선길을 따라 다시 백화산을 넘어가도 6시쯤이면 반야사에 도달할 수 있겠다.”
초소 관리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까 포성봉 바로 아래에서 만났던 부부를 만났다.
두사람은 능선에서 반야사로 내려서서 콜택시를 타고 왔다고 했다.
나는 아직 시간이 남아 다시 산을 넘어 반야사로 내려설 거라고 했더니 백화산의 가파른 산세에 질렸는지 그 아저씨가 진저리를 치고 혀를 내두른다.
아저씨가 자기 차로 반야사까지 태워 준다고 했다.
“얼마나 불쌍해 보였으면…..”
“잠시 갈등은 있었지만 보현사 쪽 능선 길을 돌아 볼 기회를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으면서 주말마다 와이프와 산을 타고 있다는데.
나처럼 팔자 좋은 사람이다.
새로 입식했다는 준마(스타렉스)의 고삐는 아주머니가 잡고 우리 둘은 베짱이처럼 뒤에 비스듬히 누어 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애마가 기다리는 반야사로 다시 돌아왔다.
초소 관리인의 엄살 이었는지 두 절은 길 따라 걸었어도 두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찾은 백화와 나누었던 5시간 운우지정은 다시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에 담았다.
이 짧은 시간의 흔쾌한 떠남이 가져다 준 멋진 휴일은 백화의 선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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