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삭풍이 불어가는 고산설능을 돌아 설원을 굽어 보는 고봉에서 신께 고했다. “한해 우리가 지나는 거친 길을 지켜 주시고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변함 없는 마음을 간직케 하소서…” 그리고 일년은 그렇게 훌쩍 지났다. 우리가 내디딘 한걸음 한걸음이 금수강산 서리서리에서 한 해 심산주유의 긴 역사를 쌓아 갔듯이..
봄바람에 아지랑이 헤삭이던 남도의 들길을 걸으며 대자연의 축복과 삶의 기쁨을 노래했고 지리산 능선 위로 솟구치던 장엄한 태양을 바라보며 그 여름의 무성한 전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산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단풍의 바다를 유영하며 그 고혹적인 계절의 유혹에 주저 없이 빠져들었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가을은 취하는 계절이라고 푸른 하늘과 바람에 그리고 대자연과 친구와 술에….
일년은 마치 잠깐인 듯 그렇게 흘러 갔다. 그리고 그 황량한 나무들 아래 서걱이는 낙엽을 밟으며 눈이 오지 않는 겨울 들판에서 아직 서성이는 가을의 뒷꼬리를 바라보고 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오늘 덧 없는 세월의 길목에 허허롭게 걸터 앉아 한 잔의 술을 치며 잠시 지난 추억에 잠긴다 우리가 넘었던 무수한 산과 홀로 걷던 산길에서 만났던 무한한 기쁨과 깨달음 젊은이 보다 더 푸르고 싱그러웠던 열정.... 세월은 무심히 흐른다. 진부령의 첫발로 시작했던 백두대간은 오래 전 아득한 추억으로 갔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소박한 시작은 삼천리 방방곡곡에 그 숱한 족적을 남기고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대 자연의 울림과 감동을 전하며 새로운 성숙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함께 모여 장군봉에 오른다. 알미늄 표석을 장군봉에 얹고 그 위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엄숙함과 산을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을 함께 담는다. 귀연의 이름으로 함께 자리한 시작의 그날을 떠 올리며 그렇게 정성스럽게 제단을 차린다.
계룡산 산신령님 고맙습니다. 숱한 날 들개처럼 산야를 떠돌아야 행복한 사람들을 무탈히 지켜주시고 그 넉넉한 가슴을 열어 심오한 대자연의 깨우침에 가까이 가게 하시고 그 내밀한 아름다움과 잊지 못할 감동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더 행복했고 지나간 세월만큼 더 성숙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기쁨 가득한 얼굴을 들어 서로를 바라보고 희망의 축배를 들어 아쉬움 없이 한 해를 보냅니다. 모두들 한 해의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하고 이 자리에서 산신령님께 다시 고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오랫동안 변함 없는 열정과 산에 대한 사랑을 간직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산과 더불어 더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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