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한계령- 끝청- 대청봉- 봉정암-구곡담-수렴동- 백담사
동 행 : 귀연팀 30명
소요시간 : 12시간 30분
일 자 : 2005년 6월 5일 새벽 2시 30분 ~ 6월 6일 오후 3시
깨달음의 길은 그렇게 먼 곳에 있는가?
속세와 봉정암의 거리처럼…..
스쳐지나 가는 모든 것이 스승이고 화두라고 했다.
사바세상의 수 많은 번뇌와 망상을 떨치고 아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 가 궁극의 기쁨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불심의 경지
그 무수한 스님들이 고행과 참선으로 통해 찾으려고 했던 것들은 무엇이고 평생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찾은 분들은 몇이나 될까?
칠순을 넘긴 할머니는 어둠이 깨지 않는 새벽 길을 열며 눈 덮힌 백담사 계곡길을 걸어 올라 컴컴할 때 봉정암에 도착해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다.
한 아주머니는 러셀도 되지 않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올라 삭풍이 에이는 사리탑을 닦아내고 눈덮힌 계곡에 새들의 먹이를 놓는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아주머니는 300번이나 넘게 봉정암을 올랐고 비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어두운 밤까지 탑에서 삼천배 를 한다고 했다.
그들이 관세음 보살이고 부처였다.
그들은 이미 그 지극한 믿음과 불심 속에서 자비로운 부처님의 마음으로 돌아가 기쁨 가득한 세상을 만나고 있지 않을까?
TV에 비춰지는 설악의 황량한 겨울 계곡과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한 믿음이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봉정암을 스쳐 지났어도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뇌사리를 모셨다는 봉정암 탑사엔 오르질 못 했었다.
봉정암 탑사에 올라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싶었다
푸른 초목이 어우러져 시리게 깨어날 여름 계곡도 만나고 싶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대간을 주유하며 아름다운 날의 추억을 함께했던 사람들…..
최선생님, 정선배님, 우회장님, 유총무님, 윤선생님, 황원장님, 남소장님
그리고 귀연의 이름으로 새롭게 만남의 인연을 만들었던
로즈마리님, 은잠님, 꼬모님 포대님 , 칸님
(처음 뵙는 한밭의 전설적인 산꾼 강산애님 까지...)
자주 함께 하지 못하다 설악으로 가는 버스에서 여전히 싱싱한 얼굴들을 대하니 대간 길을
열던 때의 기대와 흥분이 살아온다.
뜨거운 여름 심산 무박산행의 즐거움은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쏟아질 것 같이 가까이에서 초롱거리는 별과 가느다란 달이 웃고 있는 강원도의 밤하늘을 만날 수 있고 익숙하고 힘겨운 길의 권태를 어둠의 휘장으로 가리고 능선에 올라서면 내 목을 휘감아 흐르는 그 시원한 바람이 온다
길 섶에 풀 잎 위에 내려 앉은 이슬이 팔뚝에 부딪히는 차가움이 좋아 일부러 손으로 이슬을 털고 가다 보면 진한 숲의 향기로 깨어나 청청한 수림의 바다를 질러 달려오는 푸른 새벽이 보인다.
흔들리는 버스를 요람 삼아 쉽사리 잠들 수 있다면 투명하게 깨어오는 새벽을 만나고 시린 계곡을 여유롭게 흘러 내려 태양이 뜨거워 지기 전에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무박산행이야 말로 신선놀음과 진배 없다.
산이 깨어나는 새벽
새벽이 다가 올 때 수림의 향기가 더 강렬해 진다.
꿈꾸듯 깨어나는 새벽이 오면 오감이 활짝 열리고 새벽의 청명한 기운은 온몸을 통해 그렇게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끝청에 도달하기도 전에 중청 위로 태양이 솟았다.
그렇게 이른 시간에 출발 했어도 해뜨는 시간이 빨라지고 한계령에 무수한 인파가 붐비는 통에 끝청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수 없다.
설악의 웅장함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터의 아침은 눈부시다
초록의 바다에 섬처럼 내가 떠 있다
푸른 수림사이 거친 발톱을 드러낸 용아장성이 웅장하고 첩첩이 흐르는 산릉을 뒤로 먼 산들은 아직 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있다.
해가 중천에 있는 대청봉에 올랐다.
화채능선 너머 눈부신 바다가 반짝인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채색이 달라지긴 해도 너무나 익숙한 풍광인데 내 외설악을 굽어 보는 대청에 서면 언제나 가슴이 출렁인다.
내 땀과 탄성이 남아 있는 용아장성 그리고 공룡능선
형제들과 함께 올랐던 울산바위 그리고 벌금을 각오하고 단풍의바다를 유영했던 화채능선
중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파른 계곡 길을 따라 봉정암으로 내려섰다.
기암으로 병풍을 두르고 그 겨울 구도자들의 드문 인적에 고즈녘하던 봉정암은
수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차가운 물을 한잔 마시고 탑사에 오른다.
참배객들에 끼어 등산화와 모자를 벗고 삼배를 올린다.
이곳은 내 발걸음이 처음 닿는 곳이다.
묵묵히 탑을 닦아 내는 보살의 마음과
가슴 깨는 바람 속에서 3000배를 올리던 그 애틋한 소망이 머무는 곳
탑사위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용아장성이 웅장하다
눈부신 계곡길을 내려간다.
쌍폭에서는 라일락 향기가 진동한다.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계곡을 솟구치는 바람을 만들고 그 바람결에 진한 향기가 실려온다.
눈 앞에는 나날이 푸르러 녹음이 짙어가는 계곡
길가엔 치자 나무가 흰 꽃 잎을 피우고 푸른 하늘과 눈부신 태양은 무성한 나뭇잎이 가리어 버렸다
그전 보다 훨씬 물이 줄어 들었지만 벌써 시원함을 담아내는 폭포와 푸른 소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시원한 목소리로 산객을 유혹한다.
꼬모, 포대님과 동행이 즐겁다.
매일 먹는 밥이라 빵과 떡으로 대신할 요량이었는데 도시락을 준비한 날 보다 더 잘 얻어 먹었다.
배낭에 만물상을 들여놓은 포대님 덕분에 가벼운 배낭을 지고도 양주에 소주까지 얻어 마시니 한국의 대표절경을 걸어 내리며 부러울 게 없다.
혼자이건 여럿이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무릉이 어드메뇨?” “나는 옌가 하노라”
긴 계곡길이지만 경치 좋은 곳에서 두 번 머리를 감고 두 번 탁 족을 하니 번뇌와 망상을
씻어 내기라도 한 듯 머리가 맑아오고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뼛속까지 시린 설악계곡에 내 발을 담궈본 지가 꽤 오랜만이다.
태양이 뜨겁고 바람이 좋은 날
시간도 잊고 속세의 번잡에서 놓여나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흐느적거릴 수 있으니 오늘은 여유로운 여행 길이었다..
백담사를 얼마 남겨 놓고는 칸 일행의 움직임이 답답했는지 갑작스럽게 속력을 내는 포대님의 뒤를 쫓아 바람처럼 백담사로 날아갔다.
이미 조용한 산사의 정취는 이미 간 데가 없다.
새 나무와 새기왓장으로 증개축을 해버린 어색한 신삥 절에 붐비는 인파
백담사에는 아직 아카시아가 한창이다.
땡 볓에서 한시간 이상 서서 새치기하지 날라는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긴 기다림 끝에서 버스에 올랐고 함께한 사람들과 막걸리 한 사발 마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그렇게 설악여행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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