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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이 바라본 한.미 FTA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의 최대 이슈로 FTA 협상 테이블에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찬반양론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FTA가 의미하는 바와 기계산업에 가져다 줄 변화 그리고 득실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기계산업은 2005년도 우리나라 4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성장과 저력을 갖추었다. 기계산업에서 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기계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교역한 나라 중 미국은 수출규모 1위, 수입규모 2위며, 미국시장에서만 6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창출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계산업 총 무역흑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며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시장을 통해 거둔 총 무역흑자 108억달러의 63%를 기계산업이 차지했다. 이처럼 기계산업이 바라보는 미국시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미 FTA가 우리 기계산업에 여러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은 명확하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직접적인 교역 측면과 더불어 타 국가와의 교역에 미칠 파급효과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입 효과다. 현재 일반기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계산업 관세율은 우리나라가 5∼8%, 미국은 0∼2.5% 수준으로, 관세 철폐에 따라 수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도 첨단 제조장비 분야로의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개방으로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 관건이다. 우리 기계산업은 미국과의 기술경쟁에서는 비교 열위에 있다. 더구나 국내 기계산업은 영세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 열위에 놓인 기술력을 극복하는 데 용이하지 않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한·미 FTA는 미국의 첨단기술과 협력해 세계적 제품 혹은 고기능의 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첨단제품의 생산은 미국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아세안(ASEAN)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확대와 이들 국가의 기술 추격으로부터 한 걸음 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또 일본·독일 등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해 오던 기계 관련 제품을 더욱 저렴한 미국 시장으로 수입처를 전환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우리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한·미 FTA의 이행 그 자체가 우리 기계산업을 저절로 부강하게 만들거나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 나가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기술경쟁력 확보다.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우리 기계산업의 매출 규모에 걸맞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하고 선진국과의 활발한 기술협력을 통해 세계적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시장 개척을 용이하게 해준다.

 둘째, 산업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생산설비의 자립화다. 생산설비는 기계산업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최고 성능과 품질을 지닌 생산설비를 생산함으로써 부품소재 및 엔지니어링 기술의 상승효과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경쟁력까지 확보가 가능해진다. 특히 반도체 제조장비와 같은 첨단 제조장비의 자립을 통한 수입대체 효과는 우리 기계산업의 구조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국내 기업 중 종사자 수가 299인 이하면서 출하액이 1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이 1인당 출하액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견기업은 현재 100곳도 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300개 이상의 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결국 기계산업의 산업구조도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세계 패러다임에 맞춰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한·미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기계산업이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계산업의 구조를 선진화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축적해 나갈 때 기계산업은 개방화 요구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박화영 한국기계연구원장 hypark@kimm.re.kr

○ 신문게재일자 : 200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