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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기업 이사회엔 IT 전문가가 없다.

 IT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이사회(the Board of Directors)에 IT전문가를 참여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효율적 IT투자관리를 위해 IT전문가의 이사회 참여비율을 높이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과 대치된다. 전문가들은 “기업 경영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는 IT거버넌스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이사회에 IT전문가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IO 80% 이사회 참여 긍정적=본지가 한국정보산업연합회(정산련)와 공동으로 정산련이 운영하는 CIO포럼에 속한 대기업 58곳의 최고기술임원(CIO)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IT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단 1개사에 불과해 전체의 2%가 채 안 됐다. 이처럼 IT전문가의 이사회 참여가 극히 저조한 것과 달리 80%의 CIO는 “IT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 그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IT전문가의 이사회 참여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포천 글로벌 500 보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IT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비율은 2003년 5%에서 2004년 8%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보다폰과 HSBC은행을 비롯해 일본의 혼다 모터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은 이미 IT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자동차·금융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은 IT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CIO들은 IT전문가의 이사회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기는 이르지만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응답자가 40%에 달하는 등 80% 이상이 IT전문가의 이사회 참여에 동의했다.

 안중호 서울대 교수(IT거버넌스협의회장)는 “미국은 IT투자에 책임지는 사람을 이사회에 추가시키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건비 다음으로 IT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IT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비율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IT투자관리 시스템화 필요=이사회에 IT전문가가 참여하는 배경에는 IT투자 및 성과관리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마련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기업 투자 가운데 IT투자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년대 3%에서 90년대 45%, 2000년대 들어 55%를 넘어섰다. 이는 IT가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아울러 기업 전체 투자액 중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이사회가 IT 투자뿐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관심을 갖는 시스템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기업은 IT투자 금액 수준에 따라 CIO·CEO·이사회 등 최종 결정권자가 별도로 정해져 있다. 효율적인 투자관리를 하면서 강력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도 이사회에서 IT투자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장연아 삼성SDS 상무는 “이사회에서 IT투자 결정이나 효과에 대해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투자금액에 따른 체계화된 의사 결정체계뿐 아니라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

○ 신문게재일자 : 200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