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9일 토 흐림
일요일 지리산 7암자 순례산행이 예정되어 있고 오늘은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이다.
내일의 출정을 위해 마눌 위문공연을 해야 하는데 마눌은 친구들과 뒷동산에 가기로 했으니 막내를 데리고 문화유적 답사를 댕겨 오라신다.
“옛썰~~”
당근 댕겨 와야지유…
녀석은 방학이 얼마 남지 않고 서야 밀린 숙제 해대느라 혈안이 되어있다.
시화를 그린 꼴을 보니 잔머리 굴리느라 암청색 바탕에 위에는 달하나 떡하니 그려놓구 아래 쪽에 뒷동산이랍시구 몇 가닥 풀을 얽어 놨다.
그리고 여름밤 까르르 달빛이 어쩌구 저쩌구….
저놈 커서 뭐가 될까?
어쨋든 공주로 갔다.
공주엔 널려 있는 게 유적지
석장리 박물관은 아직도 개관을 하지 않았고
마곡사는 너무 멀어 나중에 마눌과 함께 돌아보려구 남겨두었던 공산성엘 갔다.
가까이 있는 유적지란 나의 고집에 의해 미답으로 남겨진 곳이 많다.
해발이 높지 않은 곳은 훗날의 노년을 위해 남겨져 있고
등잔 밑은 어둡지만 언제나 밝힐 수 있기에 남겨 두기도 했다.
젊은 시절 데이트 하기 참 좋은 코스 였는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여긴 머리가 희끗희끗 해지는 날 마눌 손잡고 슬슬 산책 가면 딱이다.
얼큰한 공주 칼국수 한 그릇 비우면서…
시원한 강바람 맞으면서 산성 안과 성벽을 돌아보는데 3시간은 족히 걸린다.
주객이 전도 되었다.
사진 몇 장 찍고 나더니 녀석은 시큰둥하고
나는 예의 “야지리” 근성으로 하나의 유적지라도 빼 놓지 않고 다 돌아보아야 하구…
그래도 2년전 초딩이 시절 까지만 해도 아빠와 5~6시간 산행은 거뜬히 소화하던 놈인데
이래저래 데리구 다니지 않았더니 산길의 오르내림이 힘들다는 둥 날씨가 덥다는 둥
불평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여간 녀석을 위한 답사 길은 생각보다 쏠쏠한 여행의 재미와 모처럼의 망중한을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강을 내려다 보면서 역사의 향기를 더듬어 갔고 3시간 동안 자연답사와 역사수강
을 마치고 자동차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 왔던
것이다.
오후에는 마눌과 아이들 델구 시내 나가서 식사하구 괴물을 보다
우리 인구 4명당 1명이 보았다는데 사람들한테 왕따 당할까봐…
재미 있게 만든 영화다.
한국 괴수영화의 흥행리스크를 무릅쓰고 만든 영화고 그 동안 괴물들의 조악한 한계를 극복한 영화라는 점에서 먼저 갈채를 보내야겠다.
작품성이나 구성의 탄탄함을 논하기 앞서 앞으로 특수효과를 가미한 한국 괴물영화의 새로운 지평과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점을 받을 만하다.
그래도 꽤 그럴듯한 괴물이다.
그저 장대한 스케일과 현란한 특수효과로 관중을 제압하려는 헐리우드식 괴물영화와 차별화하여 따뜻한 가족애로 한국적인 정서에 호소력 있게 다가가고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대한민국에서 보통사람들은 점점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
힘들어도 무능하고 무력한 정부와 기관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꿋꿋이 살아가라는 뭐 그런 거
별로 덜 떨어진 아버지도 아닌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요구 (서민의 목소리)는 경찰과 방역당국(공권력)에게 철저히 외면되거나 무시되고 심지어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그 난리 부르스를 치고 나서 무수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마지막 괴물의 난동현장에는 경찰도 군인도 없다.
공권력은 철저히 외면되고 한강변(낭만과 공포가 혼재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할아버지가 죽어가고 또 그 괴물을 응징하는 것도 보통사람들인 아버지와 고모다.
마치 감독은 괴물의 눈으로 또 다른 괴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무능한 정부와 비합리적인 관료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불만과 냉소가 가득한 시대적인 분위기도 흥행에 일조를 했을지 모를 일이다.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왕의 남자, 괴물들을 보면서
한국영화가 다양해지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족한 스케일과 예산을 보완하는 한국영화의 저력과 그 틈새의 가능성도 느껴진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고는 다양하기에 최단기간 1000만 돌파를 놓고 작품성이나 구성들에
대한 논란이 많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다양한 매체들의 속도와 전파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모든게 열세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이용한 바람의 승리였다.
메스컴과 광고를 적절히 활용하고 대중의 심리를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영화라면 훌쩍 1000만을 넘길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사는 것이다.
쉬리나 초록물고기가 오늘날 개봉되고 스크린을 석권하며 관객 몰이를 시도했다면 역시
천만명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라는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에 귀를 쩡쩡 울리는 입체음향 돌비 시스템
시원하게 냉방되는 아늑한 어둠속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를 우리는 단돈 기천원에 오징어 우적거리며 본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분노와 좌절 그리고 희망과 감동이 파노라마처럼 몰려다닌다.
요즘 같이 무덤덤한 세상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필할 수 있는 이만큼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엔터테인먼트의 유혹이 또 있는가?
감성이 풍부한 한국 영화의 진화는 계속되고 관중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을 너머 세계로…
그래서 세게 최강의 한국 IT기술이 결합하면 스필버그 못지 않은 많은 거장들이 우리 나라에서도 나올 것이다.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아이맥스영화 , 디지털영화 , X큐브 영화관 , 온라인 영화 등등
발전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고 사람들은 힘든 세상의 대리만족과 감동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다수결의 결정은 어리석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지만 압도적인 여론은 민심이다.
교훈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는 일부의 사랑을 받을 수는 있지만 대중의 사랑은 받을 수 없다.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재미있고 세대를 초월한 공감이 있고 코드가 통하는 영화다.
빼어난 수작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느낌과 보는 재미를 주는 영화야 말로 좋은 영화다
강한 충격,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영화라면 훌륭한 영화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기록은 계속 깨어질 것이다.
우리는 속도의 전쟁시대와 가속도의 원리가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재미난 대한민국 영화 만세다.
이정도 영화수준으로만 만들어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또 개인의 문화수준 향상을 위해 기꺼이 가족을 몰고 영화관을 찾겠다.
무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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