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옮긴
영화다.
이 작품은 원작의 얼개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영화적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젊은이들의 아이콘인 강동원과
이나영이 소설 속 사형수와 자살미수 여인 역을 맡아 애틋한 사랑과 인간애를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송 감독은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사형수뿐 아니라
자살미수 여인의 삶마저 변화한다.
비슷한 소재의 할리우드 영화 '데드맨 워킹'과 '그린 마일',한국영화 '인디언 썸머' 등에서는
사형수의 구원이나 무죄 여부에 치중한 나머지 사형수가 타인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뤘다.
영화는 세 차례나 자살을
기도했던 유정(이나영)이 고모인 수녀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형수 윤수(강동원)가 거칠고 불쾌한 태도를
드러내자 고모는 쩔쩔매지만 유정은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야릇한 만남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성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비밀을 털어놓는다.
냉소적인 유정이 윤수에게 자기 상처를 고백하며 눈물을 떨구는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에 곧장
파고든다.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용서 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공지영의 글귀는 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
송 감독은 원작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던 사형제의 문제점이나 다양한 인간군상 등에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두
주인공의 감정과 태도 변화에 집중했다.
이로써 송 감독은 데뷔작 '파이란'에서처럼 '육체적 결합'보다 강렬한 '정신적 사랑'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낸다.
자칫 사형수와 여인의 '뻔한' 드라마로 전락했을 법한
위기를 구한 것은 강동원과 이나영의 연기다.
두 사람은 최고 수준의 연기를 펼치며 섬세한 감정선을 살려냈다.
특히
'형사''늑대의 유혹''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에서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어필했던 강동원은 비로소 배우로 인정받을 만큼 성숙해졌다.
도입부에서 그가 특유의 긴 머리 대신 짧은 머리카락에다 투박하고 나직한 경상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순간 '세련된 도시청년'의
이미지는 말끔히 사라졌다.
독설과 냉소를 퍼붓는 유정 역 이나영의 변신도 인상적이다.
'아는 여자''영어
완전정복''후아유' 등에서 그녀는 어리숙하고 순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민한 감성의 촉수로 주변인들의 가슴을 할퀸다.
14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