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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힘들어요! 내 돈 그만좀 털어 가세요....

억 소리 나는 한국입니다.

동생은 김포에 집을 샀더니 몇 달새 2억이 올랐다고 하고 과천에 집 값은 한 달에 5억이 올랐다고 신문에 났더군요.

요즘 온통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한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우린 너무 많은 신경을 엉뚱한데 쓰면서

살아가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5억이라니요?

정말 5억이 애 이름입니까?

아이들 교육비에 생활비를 쪼개고 쪼잔하다는 소리들어가며 뒤돌아 볼 겨를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 땅의 수 많은 서민들이 얼마 동안 모아야 5억을 만질 수 있습니까?

누구는 한 달에 5억을 버는데.

참으로 엄청난 기회의 나라인 대한민국에는 대단한 정치들인과  절세무공의 소수 경제고수들과 수도권에 아파트를 가진 운 좋은 사람들과 무능력한 수많은 보통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저는 대전에 32평 롯데 아파트에 삽니다.

15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아파트 배치나 동간 간격도 훌륭합니다.

신도심의 둔산과 정부청사 시청, 이마트로 가는 데는 차로 5분이면 충분합니다.

앞에는 멋진 산도 있고 외국어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그 집을 팔려고 내 놓은 지 10개월인데 팔릴 생각을 안 합니다.

얼마냐구요?

1억 4천 입니다.

검단지구 아파트 한달 프리미엄도 안됩니다.(足 팔리게)

처음에 1억 5천 불렀다가 피 같은 천만원을 깎아 1억 4천까지 내렸습니다.

12년 전 분양 받아 첫 입주했던 아파트 입니다.

 

왜 파냐구요?

제가 공공의적인 1가구 2주택자 입니다.

용운동의 주공아파트 16평을 18년 째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혼 때 1년 전세 살다가 사버렸습니다.

물론 대출 받았지요.

박봉에 대출금 갚느라 고생을 많이 해서 억울해서 못 팔았습니다.

전세 놓고 지금은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2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지만 지방 아파트 시장 폭탄 맞아서 언제 재개발 될지도 모릅니다.

내년부터는 10년 이상 보유해도 장기보유공제를 안 해준다네요

그리고 2주택자 양도세가 50%로 인상됩니다.

그러니 12년 전 7300만원에 산 아파트를 내년에 1억 4천만원에 팔면 12년 동안  6천 7백 만원 정도를 벌게 되는 셈인데 그 중 반절을 국가가 떼어간다는 겁니다.

피 같은 내 돈을 삼천만원 이상 씩이나,,,,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번 기회에 대전에 아파트 다 정리하고 호적이고 뭐고 다 파서 서울 동생집으로 옮겨 놓을라구 합니다.

그 알량한 아파트도 두 채라고 2주택이면 청약저축이 몇 년 되었어도 1순위가 안 된다고 하네요..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된다고 했는데 역시 옛말은 하나도 그른게 없습니다.

아니 살기는 지방에 살더라도 땅과 집은 수도권에 사 놓아야 합니다.

지방균형 발전이니 행정수도니 다 웃긴 얘기 입니다.

그거 정치꾼들 농간과 힘 있는 기득권들 텃새 때문에 쉽게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비싼 서울 땅과 아파트 값인데 각종 개발계획으로 풀린 넘쳐나는 돈들이 춤추며 수도권로 가고 있습니다.

세금 무서운 2주택자들은 다 지방주택만 팔고 수도권 주택은 악착같이 붙잡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벌었어도 번 돈 뜯기면 억울하거든요.

지방은 죽써도 돈과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은 돈맥이 있다는 거.

절세고수들은 가는 놈과 죽는 놈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부동산법이라도 정권이 바뀌면 민심을 사려는 정치인들이 홀랑 뒤집어 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 사람들과 친척들 땅과 아파트가 다 수도권에 있다는 거 너무도 잘 알고 있거든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학습효과로 정부에서 대폭적인 금리인상 못 한다는 거 벌써 빤히 읽고 있거든요.

 

 

이거 큰일났습니다..

은비아빠와 서민들만 큰 강도를 만났습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저축하면서 미래의 작은 희망과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많은 보통

사람들이 또 돈을 도둑 맞고 말았습니다

물밀 듯 올라가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돈들이 시중에 막 풀려서 인플레이션 유발하고 지방의

땅들마저 다 사들일 태세 입니다.

소득은 쥐꼬리만큼 증가하고 세금은 억수로 늘어나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갑니다.

대통령님 내 돈 그만 좀 털어 가세요!

 

슬퍼지려고 합니다.

없는 살림에 6남매 교육시키느라 허리가 휘었던 안스러웠던 부모님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갈 논 한평 사 놓지 못해 남들처럼 돈 벼락을 맞지 못한 그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질까 봐 두렵고 남들처럼 수도권으로 쫓아 올라가 아파트고 땅이고 사 놓지 못해 나중에 처자식 고생시키는 무능한 남편과 무능한 아빠가 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는 우리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재테크라는 희한한 용어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

수 많은 샐러리맨들이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 나라

실체는 지방에 있고 족보는 서울에 있는 그런 우스운 나라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서울나라 성밖의 소수민족 같은 참담함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나라이면 좋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참으로 부끄러운 글을 올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분히 가진게 많으면서도

그동안 그런생각 안하고 살았으면서도

단지 수도권 땅 값이 비이성적으로 치솟아 돈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그속에 포함되지 않은 상대적 박탈감에 배가 아팠습니다.

 

전 기억이 별로 없는데  아주 오래전에도 이땅에 투기 광풍으로 집 값이 두배

폭등했던 시절이 있었더군요.

그 때 한 가장이 남겼던 유서를 읽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부동산 폭등이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 생존과 인간의 존엄까지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며 저의  넉두리가 정말 철없는 행동같이 느껴집니다.

 

삶을 위협할 정도의 절박함에 몰린 사람들의 처절함  앞에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횡설수설 한건지.....

  

 

어떤 유서

 

주님께서 현숙한 처녀를 어머님 눈에 뜨이게 하셔서

좋은 아내로주셨고 귀여운 남매까지 선물로 주시는

축복을 허락했습니다.

한 없이 자애로우신 부모님과 착한 동생 윤수!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가족들인가.

그러나 한가지, 다만 한가지

아버님께도 나에게도 물질의 축복 - 남들처럼 돈을 버는 

재주만은 주지 않으셨다.

 

 

아버님 때 부터 시작되고있는 가난이 나에게 물려졌고

기적이 없는 한 자식들에게도 물려지게 될 것이다.

빈익빈,부익부의 악순환이 끝날 조짐이 없다.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내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깨면 오르는 집세를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 느끼게 하고싶지 않다.

집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

이런 남편을 하늘처럼 섬기며 불평한마디 해 본 적이 없는

늘 쾌활한 아내  - 당신은 정녕 천사이리라

나쁜짓을 하면 하느님께 혼난다는 말을 종알거리는

홍철,지영 - 너희도 정녕 천사 이리라

집을 비워달라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고민에 빠져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오직 한 때 , 교회에 나가 훌륭하신 김삼환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들은 시간만은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성가대에서 찬양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얼마나 성스럽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마음의 양식이었던 영성교회도

찬양하는 아내의 모습도 이제는 두 번 다시 볼 수가 없겠구나.

남들처럼  물질이 넉넉하여 가엾은 무모님을 내가 모시고 살며

결혼한 윤수부부와 함께 온 가족이 교회에 봉사하며

하느님 뜻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다 꿈으로 끝나겠지. 나는 죄인이니까.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는 죄인이니까.

모든 것이 다 꿈이다.

이제 부모님을 윤수에게 부탁하고 생을 마감한다. 

 

 

씁쓸했다.

목숨을 끊어낼 절박함과 처절함을 만들어내는 부동산 폭등

그리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어느 가장의 죽음

 

이젠 쓸데 없는 것들로 시간을 낭비 하지 말아야 겠다.

괜히 우울한 척 하지 말아야 겠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많은 세상에

살아가는 날이 기쁨과 희망으로 채워가기에도 턱없이 짧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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