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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지

소문난 낙엽길 - 늦가을 낭만

[위크엔드] 늦가을… ‘낭만’을 밟는다
경기도 ‘소문난 낙엽길’
하남 한강변·남한산성·에버랜드 호반…
숲길 걸으면 가을 서정이 ‘바스락’

“…바람이 몸에 스며든다/시몬 너는 좋으냐/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 중)

단풍도 지고 만추(晩秋)의 서정이 쌓여간다.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면 가슴 한 켠이 시리다.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 아쉬우면 낙엽길을 걸어보자. 영화 주인공처럼 코트 깃을 세우고 수북한 낙엽을 내차듯 걸어도 좋고, 강변 갈대밭을 두 팔로 헤치며 나가도 상관없다. 연인·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경기 지역의 가을 거리를 소개한다.

▲ 용인 에버랜드 서문에서 호암미술관으로 이르는 낙엽길은 호수에 비친 낙엽들에 절로 시상이 떠오를 정도/에버랜드 제공
◆금빛 속 갈대밭과 나무숲

하남시 당정동에서 선동으로 이어지는 한강변. 둔치 옆 자전거도로를 따라 금빛 갈대밭이 끝없이 출렁인다. 줄넘기를 들고 나온 황현우(40·회사원)씨는 “갈대밭이 너무 멋있어 매일 아침 잠깐씩 온다”고 했다. 갈대밭 위쪽은 지난달 갓 심은 느티나무 750 그루가 늘어선 5.3㎞ 산책로. 끝이 안 보인다. 1시간을 걸어도 흙길은 상쾌하다. 저 편에 한강 쪽을 보면 철새들이 드나드는 모래섬(당정섬)도 있다. 걷다가 지치면 길 끝 ‘나무고아원(하남수목원)’에 들러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자. 8만5000평인데, 이름 그대로 공사장에서 버렸거나 뽑힌 가로수 30여 가지 7900그루가 옮겨와 산다.

◆화성 융건릉·남한산성 성곽길

서울~오산간 1번 국도 병점동에서 서쪽으로 5㎞ 떨어진 화성시 태안읍 융건릉(隆健陵). 정문 오른편의 융릉은 사도세자, 왼편 건릉은 정조대왕 능이다. 겨울엔 노송(老松)에 쌓인 눈이 장관이라고 한다. 요즘은 건릉을 둘러싼 참나무 숲길을 걸어야 제격이다. 사도세자 묘 주변의 소나무를 갉아먹는 송충이를 씹어 삼킨 정조대왕의 효(孝)를 떠올리며 빽빽한 참나무 사이로 뚝 뚝 떨어지는 낙엽 밟는 산책길이 제법 운치 있다.

남한산성 성곽길도 고성(古城)을 따라 흩날리는 낙엽으로 유명하다. 정해진 등산코스 말고도 덜 알려진 아름다운 길이 10개가 넘는다. 남한산성관리사무소 이홍권(38)씨는 “현절사 뒤에서 벌봉으로 가는 길이 그 중 최고”라고 말한다. 남한산성 로터리에서 광주 방향으로 200m 거리에 있는 현절사(顯節祠) 뒤 완만한 흙길에는 빛 바랜 단풍, 은행, 참나무 잎이 켜켜이 쌓여 폭신하다.

▲ 하남시 한강변로/김용국기자
◆에버랜드 호반 낙엽길

발 밑에서 부서지는 낙엽 속에서 옛 사랑의 추억이 바스락댄다. 용인 에버랜드 서문에서 호암미술관에 이르는 호숫가 길도 권하고 싶다. 왕복 2차로 도로를 단풍나무가 감쌌고, 인도에는 은행나무·벚나무가 호반을 따라 1.2㎞나 달린다. 오후에 바람이 잔잔해질 무렵, 해지는 방향으로 호수를 바라보면 낙엽 빛으로 반짝이는 수면이 눈부시다. 석양은 물 위로 지고, 스산한 바람이 뺨에 스치면 ‘이제 곧 겨울이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정아연기자 hotaru@chosun.com
입력 : 2006.11.23 23:35 46' / 수정 : 2006.11.23 23:41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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