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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한 동물에서 발견되는 질병은 종이 다른 동물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종의 장벽’을 믿어왔다. 그러나 광우병은 비슷한 질병인 스크래피(Scrapie, 긁는병)에 걸린 양의 뇌와 척수, 내장을 소에게 사료로 먹여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뇌·척수에는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변형되면서 뇌에 구멍을 나게 한다.
결국 광우병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요한 인간의 탐욕 때문에 발생한 셈이다. 1996년에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들에서 인간광우병인 변형CJD 환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150여명의 환자가 발견됐지만 최근 치매 환자의 일부가 변형 CJD환자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프리온 질병은 사슴, 고양이, 밍크 등 다양한 동물로 퍼져나갔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프리온 질병을 퍼뜨린 또 다른 인위적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1950년대 한 과학자가 식인 풍습을 갖고 있는 파푸아뉴기니의 부족에서 CJD와 유사한 쿠루(kuru)병을 발견했다. 이 과학자는 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죽은 환자의 뇌를 미국에 들여와 여러 동물에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다. 켈러허 박사는 당시의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이때 실험동물들이 야생으로 도망쳤고 주변에 살던 사슴 등에 프리온을 전파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리고 종을 뛰어넘는 광우병을 추적해온 어떤 집단이 그때부터 광우병 출몰 지역에서 수십 년 간 소를 도살해 뇌 샘플을 채집해왔다는 것.
우리나라는 그런 미국에서 소고기 수입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프리온이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기 때문에 안심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살코기와 피에서도 프리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켈러허 박사는 사슴판 광우병인 광록병(狂鹿病)에 걸린 사슴의 뿔이 한국에 수입돼 녹용으로 소비됐을지 모른다는 경고도 했다.
켈러허 박사는 하루 빨리 정부가 나서 사람과 가축,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프리온 질병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몇 년 전 광우병 출몰 국가에서 수입한 가축 부산물들이 비싸서 소 사료로는 쓰이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료는 버려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개와 고양이 사료로 쓰였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프리온은 이미 고양이에게도 감염됐다.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흩어진 단서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숨겨진 실체를 드러내는 추리기법을 사용했다. 역자인 김상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분당 서울대 병원 뇌신경센터에서 근무하고 있고, 안성수 박사는 광우병 혈액진단법을 개발중인 프리온 연구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