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천관산 (100대명산 제 13산)

 

 

 

 

 

 

천관산에 갔다.

정읍을 지나고

광주를 지나고

나주를 지나고

남도로 난 먼 길을 따라서.

 

내가 뜨거운 여름과

태평양에서 올라 온 비와

뒤엉켜 펄떡이는 동안

그렇게

벼는 누렇게 익었고

감은 붉은색으로 영글어 갔다.

 

 

영산포를 지나며

지나간 시간이 떠올랐다.

그놈의 문어다리

동생과 여행길에 잘근잘근 씹어대던 문어다리

 

아하

긴 세월이었구나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그 딸이 늙어가는.

 

 

 

 

 

 

 

해남들판을 지날 때 허수아비 손을 흔들고

그 해후의 반가움과 아쉬움으로

차창밖으로 한참을 따라 오던 월출산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암산, 천관산 갈림길

여기 까지다.

시간 속에 잠들어 있을 나의 젊은 날의 흔적은

제암산 철쭉이 좋다기

오래 전 철쭉을 보러 가던 그 갈림길 까지

 

 

 

 

 

 

 

 

 

마눌과 함께 가는  100대 명산 여행길  13 번째 

산행지 : 천관산

산행일 : 2007년 10월 6일 토요일

날   씨 : 화창하고 바람이 너무 시원한 날

동   행 : 새여울 산님들

코   스 : 주차장-장천재-선인봉-종봉-구정봉-환희대-연대봉(천관산) -

            정원암-양근암- 봉황봉-장안사- 장천재-주차장

소   요 : 약 4시간 30분

 

 

 

 

 

 

 

 

 

 

 

 

 

 

 

 

왼쪽 길이 억새 능선으로 난 길이다.

억새 보러 가는 길

가을이면 늘 빈 가슴에서 불어가는 억새 바람소리 들리고

바람 길에 누은 억새의 모습이 하늘을 메운다.

 

비오는 날의 민둥산

광활한 신불평원의 억새 밭

휘영청 달빛에 빛나는 사자평원의 흰 갈기들..

 

 

 

 

 

 

 

 

 

 

 

 

 

 

 

 

 

 

 

 

 

 

 

가을이다.

기고만장하던 인생의 봄날을 보내고

가을의 길목에선 나처럼.

 

발아래 바다가 둥둥 떠오르고

태양은 벌써 중천을 지나 서산을 바라 본다.

 

억새 숲에서는 늘 고향 냄새가 났다.

오래 전에 잃어 버린 그 아득한 향기

바람 길에 떠도는....

 

 

 

 

 

 

 

 

 

 

 

천관산 오르는 길엔 하늘이 푸르렀다.

하얀 구름은 바쁘게 몰려가고

먼바다 태풍이 먼저 보낸 바람은

억새를 춤추게 한다.

억새의 가을과 술렁이는 바다가  가슴으로 뛰어든다.

 

가는 길

장대한 바위들이

먼바다의 전설을 실어내고

그 길을 걸어가는 우린

가끔은 침묵의 난간 위에 걸터앉기도 하지만

탄성을 쏟아 내느라 바빴다.

바위 위에서 혹은 억새 들판으로 난 길 위에서...

 

 

 

 

 

 

 

 

 

 

 

 

 

 

 

 

 

큰 바위에 오르면

가을이 흩날리는 모습이 보인다.

은빛 깃발을 펄럭이며

가을은 터벅터벅 북으로 오르고

우리는 남도 포구로 난 갈대 숲길을 지나간다.

하도 넓은 억새평원들에 눈이 높아져서

그 많은 억새 숲이 작다고 하면서도

푸른 바다와 하늘이 보여 아름다운 산이라 했다.

 

 

 

 

 

 

 

 

 

 

 

 

 

 

이 길의 끝은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인 게다.

우린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흘러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했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해풍을 맞는다.

긴 세월을 보내고

억새는 무성해지고

난 비로소 아쉬운 세월의 모퉁이에서

인생이란 의미에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버린 시간의 아쉬움과

남아 있는 시간의 소중함에 그렇게 통절해 한다

 

 

 

 

 

 

 

 

 

늘 사진을 찍는다.

그 풍경을 눈과 기억만으로 남길 수 없어서

마치 그 시간의 표구가 세월의 칼날을 무디게라도 하는 듯이

먼 훗날 변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이

 

바람도 사라지고 냄새도 사라진 채

항상 죽어 있는 사진은

내 기억이 가물한 날 내가 거기 다녀 왔다는 증거이고

그 풍경 앞에서 있던 가쁨과 느낌의 실마리일 뿐

늘 그 자체만으로 그 시간의 감동을 표현하지 못한다.

 

 

 

 

 

 

 

 

 

 

 

 

 

 

 

 

 

 

 

 

 

휘적이며 가을길을 가다

돌무더기 쌓인 산모퉁이 지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모두들 소원을 말하니 산신령님은 늘 바쁘실 테고

다 들어 주실려면 너무 힘드실테니

이젠 빌지 않기로 했다.

 

욕심부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허락해 주신 이 만큼만 행복하며

남은 인생 살아 가겠습니다.

 

난 바보다.

늘 소망을 줄이며 만족을 키우려하고

새로운 도전보다는 수성과 방어에 골몰하고

높은 이상은 점점 낮은 목표로 바꾸어 달며

채우는 것보다 자꾸 버리려 하는 .

 

그런데 바보가 바라보는 하늘은 왜 그리 맑고

바람은 왜 그리 시원한 지

 

 

 

 

 

 

 

 

 

 

 

 

그래 행복이 별거냐?

한잔의 막걸리가 입에 쩍적 붙고

꿈틀거리는 장흥만 세발낙지가

내 입천장에 쩍쩍 달라 붙는

그게 행복이지

 

명산을 돌아 내리고

몽롱한 얼굴로 마눌 손잡고

어둠이 깔리는 창 밖으로 밀려가는

풍경들을 바라볼 수 있으니 그것이면 족함이 아닌가?

 

 

 

 

 

 

 

 

 

 

 

 

 

 

 

 

천관산 (天冠山 723m)

천관산의 바위들은 남쪽을 바라보면 더욱 기이한데 구룡봉,불영봉,장검봉 등이 볼거리다.

높이 우뚝 서있는 것은 갓바위요,

튀어나와 외로이 걸려 있는 것이 북바위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천관산은 노령산맥의 맨 끝을 장식하듯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장흥군의 관산읍과 대덕읍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월출산,내장산,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옛이름은 천풍,지제,불두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가끔 흰연기가 서린다하여 신산(神山)으로 불린다.

산의 이름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불교와 인연이 많은 봉우리와 바위 이름이 있으며, 89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도 곳곳에 암자터가 뚜렷이 남아 있다.

또한 천관산을 멀리서 조망하면 기암괴석이 무쌍하며, 등산로에 들어서면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등성이와 계곡, 비단의 띠처럼 번져가는 단풍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며, 바위들은 신비스러우리만큼 시(詩)처럼 부드러운 질감으로 다가온다.

산정에 올라서면 바다 속의 육지인지 육지 속의 바다인지 분간키 어려운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지고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시야를 트이게 하는 남해의 풍경과 기암괴석, 정상부근에 넓게 펼쳐진 억새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어 매년 10월초에는 억새제가 열리고 주변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천관사(天冠寺,문화재 3점 소유)와 장천재 (長天齋, 존재 위백규의 강학소), 탑산사 입구의 돌탑과 문학비,정남지 공원 ,삼산호가 볼만한 곳이다.

천관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12개 이상 잘 개발되어 있으나 관산읍 장천재와 대덕읍 탑산사를 경유하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 장흥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