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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트랜드

입체음향, 자연의 소리를 담는다

인간의 청각과 시각은 인식 구조가 매우 다르지만 청각은 음향을 통해, 시각은 이미지를 통해 하나의 완전한 영상물을 만들어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영상물에 있어 음향은 영상에 실제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영상의 미적 감각을 심화시키며, 영상물의 이미지나 화면 깊이의 변화에 따른 조화를 이루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음향은 영상의 보조물이 아니라 영상과 상호 보완적,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영상과 음향의 일치로 고품질의 음질을 경험할 수 있는 입체음향 시스템이 설치된 영화관이 일반화되고, DVD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이미지와 함께 고품질의 5.1채널 사운드 트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고선명(HD) TV의 일반화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체음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입체음향 기술의 발전=입체음향이란 음원이 발생하지 않은 공간에 위치한 청취자가 음향을 들었을 때 방향감·거리감·공간감을 지각할 수 있도록 공간정보가 부가된 음향을 말한다. 1925년 미국에서 AM 방송의 2파를 이용한 스테레오방송 실험이 시작된 이후 꾸준히 발전해왔다. 현재 입체음향은 2차원(D) 입체음향과 3차원(D) 입체음향으로 나눌 수 있다.

 2D 입체음향 기술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레오 기술은 양쪽 스피커 중앙에서 들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어느 쪽에 약간만 치우쳐도 특정한 소리만 크게 들리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엔 어느 위치에서도 같은 음질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D 입체음향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3D 입체 음향을 재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스테레오 강화 기술, 서라운드 기술, 3DSE(3D Sound Enhancement), AC-3 등이 있으며, 주요 기업으로는 돌비·DTS·SRS가 있다. 돌비와 DTS는 홈시어터에서 사용하는 5.1채널 음향기술에서, SRS는 가상의 5.1 서라운드 기술 및 3D 입체음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기업과 기술 소개=돌비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음향기술 연구소 이름으로, 잡음제거 기술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우리가 입체음향과 관련하여 돌비라는 회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돌비 디지털(혹은 AC-3)이란 용어 때문이다. 1992년 선보인 이 방식은 돌비 5.1 방식 또는 AC-3 방식이라고 불리는 음향시스템으로, 각 채널당 사운드를 따로 녹음해 5.1채널로 인코딩한다. 5.1채널은 왼쪽·오른쪽·중앙·서라운드 왼쪽·서라운드 오른쪽의 5개 채널과 저음효과 채널(우퍼) 1개로 이루어진 6개의 채널로 재생하는 방식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5.1채널로 인코딩한 신호는 앰프에 내장된 디코더를 통해 각각 분리된 신호로 스피커에 전달된다. 따라서 채널간 혼선이나 위상관리 문제가 줄어 들었다.

 이 방식은 모든 채널을 독립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음장감과 명료성이 뛰어나고, 저음 효과 채널에 서브 우퍼를 추가할 수 있어 더욱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DVD의 출현과 함께 돌비 디지털의 음향시스템이 가정에서도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이 방식으로 인코딩된 타이틀을 시청할 경우 모든 방향에서의 소리 이동이 느껴지므로 현장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채널 분리도가 너무 뛰어나 음향의 자연스러움을 방해할 때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DT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디지털시어터시스템스사가 만든 포맷으로 극장용 영화의 디지털 음성트랙 재생용으로 고안됐다. 5개의 전대역 채널과 1개의 협대역 베이스 채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레이저디스크·DVD·CD-ROM에 사용할 수 있다. 음향 데이터 압축 비율은 3대1로 돌비 AC-3(12대1) 보다 적은 반면 더 섬세한 음을 재생한다. DTS 방식이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993년 유니버설의 화제작 ‘쥬라기 공원’이며, 현재는 극장 영화의 디지털 음성트랙 재생방식의 세계 표준이 되어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메이저영화사의 다수 작품이 DTS로 제작되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돌비 디지털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DVD시장에서는 돌비 디지털이 기본 포맷으로 들어가고 옵션으로 DTS를 삽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DTS는 데이터량이 많고 인코딩을 하는데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숙련된 음향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SRS랩스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입체음향을 발표한 기업이다. SRS랩스의 기술은 종전의 스테레오에서 손실되었던 음의 사실감을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것이 SRS의 목표다.

 SRS의 기술은 단 2개의 스피커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3D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음향이 스피커의 실제 위치보다 더 외곽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기술로 다른 시스템과 달리 청취자가 어디 위치에서 들어도 같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장점이다.

 SRS의 기술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스테레오 음향기기와도 잘 맞으며, 스테레오와 모노 어떤 소리이건 간에 살아있는 듯한 소리를 재생한다. 또 SRS는 인코딩이나 디코딩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며, 오리지널 입력음을 변경하지 않는다.

 돌비, DTS, SRS는 시장을 엄격히 나눠 가지고 있다. 돌비와 DTS는 영화 쪽의 지배력이 강한데 이는 극장이 돌비나 DTS 같은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DVD도 극장시스템 때문에 돌비 또는 DTS 오디오를 쓴다. 반면에 SRS는 휴대형 디지털 기기는 물론, 소니·삼성·LG 등 세계 80여 TV 브랜드에 탑재돼 있을 만큼 디지털기기 쪽에서 강한 인지도를 가진다. SRS는 앞으로 돌비나 DTS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영화와 가정용 영상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디지털 방송을 통해 멀티채널 기술인 SRS 서클 서라운드와 SRS 서클 서라운드II 를 알릴 계획이다.

 ◇입체음향의 미래, HD급 입체음향=올해부터 본격화된 디지털 HDTV의 대중화와 블루레이·HD DVD 등 차세대 DVD의 보급은 △HD급 콘텐츠의 증가 △디지털 컨버전스 가속화 △고품질의 3D 입체음향 솔루션에 대한 요구 증가 등과 맞물려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3D 입체음향 기술도 HD급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이에 발맞춰 돌비·DTS·SRS 등 주요 업체들 역시 HD급의 새로운 솔루션을 출시하며 진화하고 있다. 돌비와 DTS는 각각 ‘돌비 트루HD’와 ‘DTS-HD 마스터 오디오’를 선보였다. 이 기술들은 차세대 DVD인 블루레이와 HD DVD에서 지원하는 음향 포맷으로 블루레이와 HD DVD의 확장된 용량만큼 업그레이드됐다. 돌비 트루HD나 DTS-HD 마스터 오디오와 기존 방식의 차이점은 무손실 압축이라는 점이다.

 SRS 역시 영상기기용 특허 기술인 트루서라운드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트루서라운드 HD’를 선보였다. 트루서라운드 HD는 2개의 스테레오 스피커만으로 5.1 또는 6.1채널의 멀티채널 효과를 내주는 기술인 트루서라운드 XT에 깨끗하고 명료한 보컬을 위한 기술과 고주파 대역의 선명도를 위한 ‘선명도 컨트롤’ 기술이 접목된 3D 입체 음향 솔루션이다. 멀티채널 소스를 상영할 때 서라운드 효과를 낼 뿐 아니라, 대화 소리가 깨끗하게 전달되어 별도의 서라운드 시스템 없이도 고품질의 입체음향 효과를 얻는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좀 더 자연스러운 원음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HD급으로까지 발전한 입체음향기술은 방송·AV·디지털기기·게임 등 소비자들의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에 가까운 고품질의 음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돌비·DTS·SRS와 같은 주요 입체음향 솔루션 기업들이 다양한 신기술을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한편 아직은 선진 음향산업에 비해 역사가 짧은 한국의 음향 기술도 세계화 추세에 맞춰 좀 더 발전하고, 선진 주요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영상과 현장에서 듣는 듯한 음향이 완벽히 조화된 영상물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좀 더 빨리 올 것이라 확신한다.

 

 앨런 크래머 SRS랩스 CTO,
AlanK@srslabs.com

- 1987년 AST 리서치 부사장

- 1990년 시에라 디지털 프로덕션 사장

- 1994년 SRS Labs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

- 2000년 SRS Labs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 2005년 SRS Labs CTO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