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제 7구간 (조침령-쇠나드리- 갈전곡봉 - 구룡령)
도상거리: 23km
일 자: 2002년 8월 24일(토) ~2002년 8월 25일(일)
토 10:40 : 대전출발
일 03:35 : 조침령
04:00 : 쇠나드리
06:15 : 995 봉
07:00 : 1061봉
07:40 : 헬기장
08:45 : 초파리언덕 (굴참나무와 초파리가 많은 곳)
09:00 : 왕승골 삼거리
갈전곡봉 3.2km
10:45 : 갈전곡봉(1204m)
1121봉 3.0km 전방
12:00 : 1121봉
12:15 : 복원 조림지
12:35 : 구룡령 산행완료
15:40 : 출발
21:50 : 대전도착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모처럼 강원도의 맑은 날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간 종주객과 일부 일반 산행자를 합해 33명이 함께 간다.
토요일 밤 10시30분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신탄진에서 조부장이 옆자리에 타는 걸 알아 채고도 대충 눈인사만 건네고 다시 잠에 빠진
다.
중간에 휴게소에 차가 정차하는 걸 느끼고 언뜻 깨긴 했는데 사람들이 내리는 걸 보고도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차의 흔들림이 몹시 심해지고 버스안에 불이 켜지자 잠에서 깨었다.
좌우 쏠림이 심한 걸 보아 산길을 구비구비 오르는 모양이다.
멀미가 나는 듯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스껍다
새벽 3시 35분 칠흑의 어둠에 쌓인 산을 오른다.
어디가 어딘지 통 분간이 가지 않는다.
산허리를 휘감는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속이 메스껍고 컨디션이 영 아니다.
오늘 산행은 순탄치 않을 모양이다.
등산로는 온통 아슬로 젖어 있고
후랫쉬 불 빛으로 길을 가늠하기 쉽지 않게 온통 무성한 풀과 나무들로 덮여 있다.
순식간에 등산화와 바지가 젖어 들고 들풀에 맺힌 이슬이 반팔 티에 노출된 팔이며
얼굴을 휘감는다.
어둠 속에서 땀이 솟아나고 아직 속은 거북하다.
후미에서 천천히 칠흑의 어둠에 쌓인 강원도 산길을 오른다.
한번도 내 발길이 머물지 않았던 미답의 산하
나는 그저 먼저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고 시간은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것이다
조부장과 오랜만의 산행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가다 보니 산행속도를
의식하지 않았는데 산세가 험한 오르막 길에서 앞서 나아 갔던 많은 사람들이 길을
내어 준다.
후랫쉬 불빛에도 무성한 들풀에 가려진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아 앞에 가는 팀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 가는데 계속 연결되는 봉우리를 몇 개 넘어서도 또 큰 오름이 나타
나자 앞 팀마저 자리를 비켜주니 이젠 앞서 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추월하려는 것이 아닌데 -----
(앞선 팀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가 선두였다).
지난 주 계룡산 종주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장딴지와 발목에 계속적인 뻐근함이
느껴지고 발길이 가볍지 못하다.
오늘은 멀미로 인해 컨디션도 좋지 않고 산행 속도를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955고지 못 미처 능선위로 날이 밝아 온다.
시각과 후각이 함께 열리니 백두대간의 새벽이 더욱 신선하고 청명하다
숲의 향기가 더 짙어지고 메스꺼움이 많이 누그러진다.
955 고지에서 지난번 구룡령-진고개 구간을 선두로 함께 산행했던 1진팀을 만났다.
빗 속을 함께한 전우애(?)로 지난구간 결행에 대한 안부까지 걱정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조부장도 탐탁해하지 않는 눈치고 컨디션도 그러니 먼저 출발하는 선두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날씨는 흐리고 안개는 자욱하다.
변화 없는 등산로의 풍광은 잡목급에 속하는 굴참나무 그리고 우거진 키 큰 초본 군락이
주류를 이루고 무심한 안개만이 흘러 다닐 뿐 별다른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좌우가 터지는 능선에서도 시계는 제로다.
바람은 불지 않아도 햇볕은 없으니 산행하기에 그다지 힘든 날씨는 아닌데 가까스로 하늘
빛이 보이는 능선상에도 아쉬운 안개만 자욱하게 떠 돌고 있다.
새도 날지 않는 하늘엔 바람마저 조용한데 이름 모를 들꽃들 만이 목적지를 가름하기
어려운 긴 여정을 위로한다.
조부장의 컨디션도 좋지는 않은지 오르막에서 내가 앞장서면 바짝 따라 붙지 못한다.
그래서 되도록 조부장을 앞세우고 그 페이스에 맞추어 나가다 보니 다른 때보다는
속도감이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등반 중에 지난번 마등령에서 만났던 안양 대간팀을 만나고 역으로 대간을 쳐 올라오는
대구 백두대간팀을 만났다.
1061봉을 지나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고 마지막 길고도 가파르게 일어선 큰 봉우리를
올라치자 헬기장이 나타났다.
아침 7시 40분 우리는 아침식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대구팀 중에서는 세시간 20분 만에 구룡령에서 갈전곡봉을 거쳐 헬기장을 주파한 괴력의
여전사가 있었는데 호리호리한 체구에도 피로의 기색도 없이 위풍이 당당하다.
아침식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팀 몇 명이 도착하여 장소가
협소해지는 통에 출발을 서둘렀다.
그 이후로 한시간 이상 까지 늘어져 있는 대구 팀들을 계속 만 날 수 있었다.
옹녀 파이팅 !
왕승골에서 갈전곡봉 까지 이어지는 3.2km 구간은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지리산 종주에서 1시간 평균 3km를 걸은 걸 생각하면 육산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이
상당히 난해한 코스 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갈전곡봉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계속 저점을 높혀 가는 배사면 산세로 숱한 봉우리를
넘어 가는데 한참의 오르막을 오르면 잠깐의 평지나 내리막이 이어지고 또 다시 오르막이
반복되는 아주 피곤한 형태의 등산로 였다.
김대장의 말을 빌면 우리가 등반을 시작한 조침령에서 구룡령 까지가 봉우리가 26개라고
했는데 갈전곡봉에서 만난 안양 산악회원의 말로는 그 곳 까지가 30개라고 했다.
아마 자잘한 것 까지 모두 세어 본 모양 인데 힘든 가운데서도 그 정성이 갸륵하다.
어쨌든 간만에 산다운 산을 타는 기분이 난다.
물론 날씨 덕분에 저번 주 계룡산 종주 만큼은 땀을 쏟진 않았지만 ….
속도를 좀 줄인 덕분에 힘이 좀 들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진 않다.
오히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다리가 풀리는지 압박과 통증도 좀 덜하다
운동의 강도로는 지금까지의 종주구간 중 가장 강렬한 것 같다
산악도로와 함께 가는지 차 소리는 아래에서 들려오는데 조망은 되지 않는 것이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갈전곡봉에서는 안양팀들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누군가 갈전곡봉 까지 가면 힘든 구간은 다 지났다고 했는데 갈전곡봉 이후 1121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오히려 압권이었다.
터미네이터란 영화 생각이 절로 나는 산행로. 내리막길일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 인지
계속 이어지는 오름에 맥이 빠진다.
이제는 저 봉우리만 넘으면 진짜 끝이다. 라는 곳에서 번번히 나타나는 새로운 봉우리.
학난성을 산에 비유한 알렉산더 폽의 알프스 넘어 또 알프스라는 말처럼 사람 질리게
끊임 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봉우리들...
긴 산행을 마치고 생각나는 건 이번 구간 종주를 다음에 한다면 거꾸로 해야 한다는
것과 백두대간에는 이런 등산로도 있더라 하는 것
그리고 어둠에 쌓여 내 몸을 휘감아 들어 오던 이슬 머금은 풀과 굴참나무 사이로 떠돌던
능선의 안개들 모습이다. …
반대편에서 구간종주를한 대구팀 여전사가 3시간 20여분 만에 주파한 길을 5시간이 걸렸
으니 우리 방향의 산행로가 범상치 않았던 셈이다.
하여간 꼬박 9시간을 장도를 무사히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구룡령에 내려서려니 그 동안 구름과 안개에 가리어 있던 태양이 완주를 축하해 주기라도 하는 듯 그 우아한 자태를
나타낸다.
현재시간 12시 35분 나는 9시간 내내 만날 수 없었던 사원한 바람이 황금의 태양 빛
속으로 불어 가고 안개가 걷혀서 웅장한 설악의 산세를 드러내는 눈부신 구룡고개에 서
있다
버스 쪽으로 가니 이미 내려선 선두그룹 4명의 막걸리 파티가 한창이다.
생각 보다 등산로에 물기가 많아 바지와 등산화가 흙 투성이 인데 씻는 것이 우선이었다.
구룡령에는 잊지 못할 환상의 샤워시설이 있었다.
공중화장실 이긴 하지만 마지막 측간에는 봉걸레를 빠는 큰 세면대와 바가지가 있었는데
수도 꼭지를 비틀자 요란스레 터져나오는 뼈속 까지 지릿거리는 얼음장 같은 청수가
쏟아져 내린다.
비누칠하여 머리 감고 때 수건에 비누 묻혀 온몸을 구석 구석 까지 씯어 내고 속옷을
갈아 입으니 그 상쾌함을 비견할 데 없다.
아직 누그러지지 않은 갈증을 위해 차가운 막걸리를 거푸 두 잔을 마시고 돼지껍데기
안주를 씹으니 예가 무릉도원이고 내가 바로 신선이 아닌가 싶다.
막걸리 주발이 왕뚜껑 라면 만해서 그러지 않아도 배가 부른데 저 번 구간 불참의 벌주로
한잔을 더 받아 먹으니 배마저 방실해진다.
이렇게 모처럼 성한 날씨의 8월 대간 종주를 홀가분하게 마무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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