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제 9구간 (대관령-고루포기산-닭목재-삽당령)
도상거리: 25.8km
일 자: 2002년 9월 28일(토) ~2002년 9월 29일(일)
날 씨: 비온후 갬 ( 7 ~18c)
토 11:00 : 대전출발
일 02:00 : 대관령출발
02:35 : 능경봉(1123.1m)
03:30 : 황계치(횡계현)
04:00 : 고루포기산 (1238.3m)
06:00 : 맹덕(한우목장)
07:20 : 닭목재(680m 아침식사)
08:30 : 화란봉(1069.1m)
11:00 : 석두봉
13:00 : 삽당령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산행이었다.
불혹의 연륜에도 신중하지 못하고 교만하지 않은 겸허함으로 매사에 다가설 수 없음이 아직 마음의 수양에 많이 모자람이리라.
산은 언제나 거기에 서 있다.
교훈처럼….
나는 끝 없는 갈망과 열정으로 큰 산의 작은 언저리를 돌다가 언제나 지친 몸으로 위안을
받으며 되돌아 올 뿐이다.
오늘 백두 대간 출정인데 “동행 “ 부부동반 모임이다.
같은 나이의 또래 모임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얘기나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인데 이번에는 내가 보문산 산행 후 저녁식사 이벤트를 만들었다.
20대의 무모함과 30대의 저돌성을 상실한 40대들의 모임이 2차 3차 자리를 옮겨 가며 인생을 논하면서 술과 한판승부를 벌이기는 어려운 일
늘어가는 마누라 눈치와 남은 날을 위한 건강관리가 이제 화두로 등장하는 세대가 되어서 인지 부부동반과 건강이 당연히 우리 모임의 키워드가 되었다.
어쨌든 4부부가 석교동에서 시작해서 보문산성 까지 2시간 30분 산을 타고 저녁식사에 맥주까지 두잔 (출정을 위해서 자제했다)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모임을 파했다.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안에서 내내 잠을 잤는데 왜 이리 피곤한지 눈이 떠지지 않는다.
시간이 새벽 두시
잠결에 오늘 대간 산행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산악 대장이 오늘의 산행 개요를
설명하던 소리가 언뜻 기억 난다.
밖에는 우려했던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서늘한 날씨에 또 설마 했던 우중산행을 해야 하나 ?)
차가운 가을비가 산악대장에게도 걱정스러웠는지 닭목령 구간 까지(약 5시간 30분 소요)
베낭을 메지 않는 비무장 산행을 제안한다.
새벽 두시부터 부지런히 산행하면 닭목령 고개 까지 아침 7시 30분 정도에 도착 하기 때문
버스가 배낭을 싣고 와서 식사를 하면 되고 오늘은 비가 오기 때문에 5시간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고도 산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비오는 날 26KM 구간 (약 11시간 소요예상) 산행을 인솔해야 함이 산악대장에게도 부담
스러웠던 것 같다.
싸늘한 날씨에 비가 내리니 모두들 파카 위에다 우비를 입는다.
나는 반팔티에다 1회용 우비만 걸쳤다.
비닐 우의가 보온기능에다 바람까지 차단하기 때문에 조금만 격한 오르막을 만나도 솟아 오르는 열기로 파카를 입은 채로는 금새 산행이 부담스러워 질 것이다.
혹시 몰라 400원 짜리 쏘세지 2개와 생기다만 조그만 귤 3개를 챙겼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한장의 비닐 우의 위로 만나는 강원도의 비는 차가웠다.
굵은 빗방울과 질척거리는 등산로는 오늘의 험로를 예고하는 듯 하다.
1시간 반쯤 경과 했을까?
능경봉을 지나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어렵게 올라온 길인데 어쩐지 너무 하염 없이 내려 간다 싶었는데 앞서간 1진들이 모두
후랫쉬 불을 들과 서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군 막사인지 건물인지 훤한 불 빛이 도열한 건물이 있고 ….
좌우당간 길을 잘못들었다.
잘못 내려온 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다시 돌아서 가야 한다.
대차게 걸어나가는 앞 사람 불 빛을 보고 따라 가기 바쁜 통에 길이나 리본에 신경 쓸 겨를
이 없었지만 별다른 갈림길도 없었는데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 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중간 중간 산행의 고리가 단절되기도 했지만 앞장선 사람들이 길을 잘 알고 있으리란 믿음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실패 였다.
다행이 약 40분을 거슬러 올라가 잘 못된 분기점을 찾긴 했는데 거기서가 또 점입가경 이었다.
3갈래길
처음우리가 내려왔던 길과 잘못 내려간 길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었다.
문제는 우중에 우리가 원래 내려 왔던 길이 알쏭달쏭 해서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을 듣고
그길로 열쓈히 걸어 나갔는데 한 20명이 줄지어 한참을 가다가 그 길이 우리가 애초에
왔던 길이라는 거다 .
“쉬발리에”
나는 맥이 빠진다.
집단으로 잘못 헤멘 시간이 약 한시간 (우짜 이런일이 )
나중에 무전 교신 결과 산악 대장이 인솔한 꼴찌 팀은 선두들을 모두 추월하고 파죽지세로
닭목령을 향해 진군 중이다.
사람살려 !
전망대를 지나고 야생화가 많다는 고루포기산을 넘었다
이젠 지겨운 어둠이 싫다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시작한 산행에 비는 추실거리고
격렬한 움직임으로 몸에서 솟아나는 열기와 차가운 비가 만나면서 흡사 온실효과처럼 아열대의 나른함이 몸을 감싼다.
사고는 흐릿하고 정신은 몽롱한 가운데 걸으면서도 잠이 쏟아진다.
그저 비를 그을 수 있는 곳에 누워서 한 시간만 자고 싶다 .
후랫쉬 불 빛 이 약해서 2번을 연거푸 넘어지는 통에 충격을 받아 후랫쉬 불 빛이 더 희미
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의 흐름과 거리의 상관관계가 내 기억속에서 이미 가물가물해졌다.
이대로 가다가 날이 새야 6시쯤 될 테니 그 이전 시간의 흐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고가 정체된 듯 뿌연 안개에 쌓인 머리로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쏟아지는 비와 어둠 그리고 자꾸 내리누르는 눈꺼풀이 내 머리속에 어떤 생각이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참 내리막길을 내려 가다가 갑자기 앞 사람이 길을 찾지 못하겠다고 소리친다.
사람살려!
또 길을 잘 못 내려선 건가?
내리는 비 속에 가던길을 멈추고 나무를 등에 대고 빗물이 흐르는 낙엽 위에 주저 앉았다.
서서 두리번 거릴 것도 없다.
충분히 휴식하고 방향이 결정되면 다시 움직여 가면 될 일
나무에 기대에 하늘을 올려다 본다.
새까만 어둠 속에 쏟아지는 빗줄기
얼굴에 부딪히는 차가운 빗방울로도 잠은 훌쩍 달아나지 않는다.
금새 잠 속에 빠져들 것 같이 몸이 가라앉는다.
몇 명은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고 다시 올라 갔는데
저쪽 아래서 길을 찾았다는 전갈이 온다.
이번엔 리바이벌 안 해도 되는 모양이다.
멀리 휘끄무레 먼동이 튼다.
4시간을 기다려 만나는 여명이 감개무량하다
날이 새면서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다
목장 초입을 통과하면서는 막아서는 산등성이가 없어서 인지 낮은 구릉의 능선 길은 흡사 폭풍의 언덕처럼 비바람이 몰아 치고 있다.
혼돈과 무질서로 다가오는 자연의 갑작스런 변화에 잔뜩 움츠러들긴 하지만 .
다시 펄펄 살아 날뛰는 대 자연의 한가운데서 온 몸으로 거센 바람과 비를 맞으니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
충만한 에너지 속에 깨어나는 대지의 새벽을 쫓아 긴 시간을 내려와 이 장쾌한 자연의
용트림을 만날 수 있었으니 이 시간이 또한 축복의 시간이 아닌가?
발 걸음을 재촉하며 걸어도 이제 온몸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뿌리칠 수가 없다
목장 안으로 들어서는 길에서는 동쪽으로 길이 계속 연결되고 있었는데 그 길로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대원 몇명이 나무를 뿌러뜨려 출입금지 표시를 해두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백두대간로는 옆 쪽으로 난 조그만 샛길 이었는데 표시한 길이 너무 뚜렸
하고 이정표도 없어서 만약 내가 혼자 이 구간을 지난다면 영락 없이 따라 갈 수 밖에 없
는 그런 길이었다
새삼 백두대간의 험난한 노정이 몸서리치게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처럼 등반대장이 오늘 산행에 대한 개념도를 설명할 때 꿈나라를 헤멘터라 주의해야 할 지형에 대한 정보가 머리에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그저 부지런히 앞 사람을 쫓아 갈 수 밖에 없고 앞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오늘
같은 날은 고생은 예비되어 있는 셈이다.
중간에 회군하면서 만났던 조부장과도 어둠속에서 다시 헤어졌다.
목장길에서 임도로 내려서지 말고 산을 넘으라고 했다는데 알 턱이 없는 나는 혼자 남겨질
까봐 앞 사람을 뿔라게 따라가다가 결국 우려했던 상황 상황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열쓈히 내가 쫓아간 사람은 나와 가장 비슷한 종의 조부장이었고 결국 우린 우리가 잘못된
우회로로 가고 있음도 모른 채 사이좋게 임도로 들어서서 수해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산간 임도를 한참을 흘러내린 것이다.
임도 끝에서 차도와 만나고 다시 중간 목적지 까지 가는 데 4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했으
니 오늘은 이래저래 역마살이 도진 날이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닭목재 가는 길을 몰라 한참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그 길로 뒤이어 10명 정도가 더 내려 왔고 우리는 함께 방황의 시간을 나누다 닭목령의 방향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발품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나는 차를 세우려 했지만 빗물에 번들거리는 시커먼 판쵸
우의를 입은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10여명이 도로가에서 서서 차를 세우니 서는 차가 있을
리 없다.
궃은 날씨 그리고 공비 같은 살벌한 차림새와 일그러진 인상들이 연출한 공포스런 분위기
탓에 이른 아침 국도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우리는 겨우 가는 길만 물어보고 오롯이 닭목재 까지 걸어야 했다.
저 멀리 닭목재에 반가운 버스가 보인다.
고향집을 대하 듯 반가운 마음과 가슴 찡한 정이 먼저 간다 .
이제 오늘 산행의 반이 채 안 되는 지점 까지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 후반부의 험로를 예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우회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통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명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데 아마 길을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걱정이다.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차 안은 따뜻했다.
시장함으로 김밥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먹어치웠다.
긴 여정에 크게 느끼지 않았어도 갈증이 심했는지 얼음물도 꽤 마셨다.
여전히 나른하고 졸려서 한시간만 잤으면 싶은데 등반대장이 서둘러 출발하라고 성화다
비가 그쳤다.
추워서 등산잠바를 입고 우비를 벗었다.
배부른 몸으로 가파르게 일어선 화란봉을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화란봉에 올라서는 등산점퍼를 벗고 반팔티만 입었다.
상당히 높은 화란봉을 올라서야 시계가 트인다,.
봉우리 위 능선으로는 가을 빛이 한창이다.
수 많은 나무들이 낙엽으로 가고 아직 푸르른 잎 사이로 붉고 노란 가을 단풍들이 흐린
가을날의 수채화처럼 무채색 하늘을 배경으로 잘 정리된 색감을 조화시키고 있다.
그저 깊어져 갈 가을 날의 추억을 위해 한장의 사진을 찍는다.
가는 길에는 산죽이 가득하다.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산죽 숲이 어느 분지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 까지 온통 산죽으
로 군락을 만들어 놓고 있다.
3시간쯤 지나서 배가 고파 오는데 먹을 것이 없다
물만 먹고 행군을 계속하는데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
아름답게 곧게 뻗은 미송의 군락을 만난다.
군계일학
수많은 보통 나무들의 숲속에서 시원스레 뻗은 미송들의 군락은 팔등신 미녀들의 자태인
것처럼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었다.
산행종료 두시간 쯤을 남기고는 체력이 현저히 떨어 진다.
배가 고프니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조 부장도 먹을 게 아무 것도 없고 나 역시 4개 남은
귤조각을 조부장과 능선에서 나눠 먹은 터라 아무것도 없다 .
태양도 잠시 빛나는 모습을 구름사이로 드러내기도 하고
시원한 가을 바람이 초가을 숲의 향기를 실어 나른다.
바람에 날리는 이른 낙엽들과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들
산이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가을 바람은 소슬하고 이렇듯 자연은 아름다운데
나는 배가 고프고 맥이 풀려 그 가을의 절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멋진 아람드리 미송의 사진을 찍고 조부장이 사진을 찍는 틈을 타서 앉아서 휴식했다.
다리며 몸이 천근 인 듯 무겁다.
왜 그리 졸리는지
갈대 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자 갑작스럽게 몸이 탈진해온다.
발을 떼는 것도 힘들고 잠이 쏟아진다.
조부장에게 휴식하자고 하고 베낭을 등뒤에 대고 누워서 깜박 잠이 들었다
많이 잔 것 같지 않은데 금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웅크리고 졸던 조부장을 깨워 출발하긴 했는데 이미 발이 풀렸다.
산행이 끝나고 나서야 조부장은 그때 내 눈이 풀려 있었다고 했다.
항상 강인한 이미지의 나를 보다 그런 모습을 보니 몹시 놀라웠다고 했고 한 시간이상 남
은 여정을 무사히 마무릴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단다.(무신 망신살 ? )
허기가 져서 탈진 한다는 것은 예전 산행에 이미 수 차례 경험했으면서도 그 간의 대간종
주 경험의 자만심이 준비를 소홀하게 했다.
항상 준비한 소시지며 오이며 초컬릿 을 먹지도 않고 남기는 통에 이번 산행의 시간을 고려 하지도 않고 유사시의 비상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치명적인 실수 였다.
급격한 체력 소모와 허기로 인한 탈진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찾아 올 수 있는데 ….
예전처럼 주스 한 통을 가져와서 물대신 계속 마셨으면 이렇게 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산행 막바지에서 우리 대원들도 만날 수 없었고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만날 수
없어서 결국은 삽당령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탈진한 고통 속에 산행
을 을 마무리 했다.
그 멋진 다갈색 가을 풍광과 가을 바람의 낭만도 느낄 여유도 없이 그렇게 시간과 악전
고투에 고분분투 하면서 말이다 .
실패의 교훈은 겸허하지 못함에 있다.
몇 번의 대간산행에서의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나를 교만하게 만들어 유사시의 최소한의
비상식량마저 준비하지 못했고 대간 산행에 임하는 사람이 충분한 휴식을 하지 않고 2시간 30분 산행에 음주까지 했다.
그리고 사전 산행코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지 못했고 중요한 산행 유의 사항을 설명하는 시간엔 잠자기에 바빴다.
게다가 다른 때보다도 훨씬 긴 산행구간에 2시간 가량의 헛 발질 등 모든 여건이 최악으
로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든 결과였다
이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대자연을 가벼이 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어쨌든 나는 마지막 산허리를 돌아 임도 위로 어렵게 내려섰다.
사실 그 곳이 끝인 줄 알았는데 삽당령은 거기서 임도를 따라 30분을 더 걸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래도 우리가 삽당령에는 거의 1진으로 내려섰는데 앞서 가던 1진 2진이 마지막 갈립길에서 길을 잘못 드는 통에 국도를 따라 먼 길을 우회한 때문이었다.
나는 배가 고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다른 대원을 독촉해서 버스 화물칸을
열고 막걸리 통을 빼내어 세잔을 연거푸 들이키고 돼지 껍데기를 무진장 씹어댔던 것이다.
순전히 배가 고파서 말이다.
그제서야 생기가 돌아오고 정말 살 것 같았다.
꼬박 11시간 걸렸는데 조부장과 민가에서 씻고 돌어오니 후미도 모두 도착해있었다.
하여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 9구간 대간 종주가 후미까지 12시간 만에 무사히 끝났다
돌아오던 내내 골아 떨어진 나는 마누라한테 전화 한 통 할 생각 못하고 점심도 건너 뛴
채 중부휴게소에 도착할 때 까지 시체처럼 늘어져서 잤다.
마치 그 동안 시간은 완전히 세상의 운행이 정지 해 있었던 것처럼 시간의 과정은 없이
결과만 던져주고 있었다.
탈진의 후유증은 아마도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
◎ 삽당령
강릉과 정선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로 35번 국도가 지난다. 삽당령 남쪽으로 흐르는 임계
천은 한강의 발원천인 골 지천(태백시 금대봉에서 발원)에 합류해 정선 아우라지(여량)에서 송천과 다시 합류하면서 동강으로 흘러든다. 북쪽의 도마천으로 내려가는 물은 남대천이란 이름으로 강릉 시내를 지나 동해로 빠져든다.
◎ 고루포기산(1238m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변의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산이다.
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 아래는 왕산리 계곡이 펼쳐지
고 그 뒤 멀리 강릉시와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 화란봉(1069m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화란봉은 이름 그대로 꽃 모양을 하고 있는 산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화란봉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상이다.
산행기점인 벌 마을에는 용수골이 있는데 이곳은 옛날에 이무기가 하늘로 오르다 힘이 부쳐 떨어진 곳이라 한다. 지금도 그때 자국이 용수골 너럭바위에 남아있다.
산속 계곡은 오염원이 없어 맑은 물빛을 자랑하고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은 산죽이 바람을
타고 나무사이로 물결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 석두봉(991m 강원도 강릉시)
석두봉 정상은 이름 그대로 두 쌍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동봉과 서봉으로 정상을 지키고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일대의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석두봉은 강원도 오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오지에 위치한 탓으로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아 등산인 들의 발길이 뜸하다. 그러다 보니 등산로가 수풀에 둘러싸여 원시림을 헤쳐나가는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석두봉은 산이 깊어 물이 맑고 수량 또한 풍부하다.
◎ 능경봉 (陵京峰 1,123m 강원 평창, 강릉)
제왕산의 모산으로 오르기가 다소 힘드나 찾는 이가 적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산이다.
겨울철에는 무릎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나,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눈덮힌
겨울 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능경봉 산행 들머리는 해발 850m가 넘는 대관령 고갯마루인 대관령 남쪽휴게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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