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제 8구간 (진고개 - 선자령- 대관령 휴게소 )
도상거리: 26km
일 자: 2002년 9월 7일(토) ~2002년 9월 8일(일)
토 11:00 : 대전출발
일 02:55 : 진고개 출발
04:02 : 노인봉 (1338m)
05:00 : 소황병산
06:05 : 해돋이 바위
매봉 500m 전방
06:30 : 매봉 (1173.4m)
07:00 : 동해 전망대 (1170m)
07:30 : 출발
07:55 : 곤신봉
09:00 : 선자령
09:40 : 이동전화 기지국
10:00 : 대관령 휴게소
태풍 루사의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한다.
주름진 눈위로 흐르는 눈물과 그 절망감들이 우리를 또 슬프게 한다.
언제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위로 만 쏟아지는 하늘의 재앙
이제 그들의 어깨를 내리 누르는 삶의 무게와 지친 표정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도 충혈된 눈을 부릅뜨는 많은 사람들이
애써 지어 보이는 안타까운 표정과 작은 수재모금함 뒤에 가려지고
그 슬픔과 고통은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으로만 남을 것이다.
또 수해를 기다리는 복구는 계속되어 가고----
오랜만에 만나는 비 안오는 휴일
몸이 근질근질 하기는 해도 베낭메기가 부끄러워진다.
모두들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을 텐데
한가롭게 배낭을 메고 땀흘리는 그들 옆을 지나갈 수 있을까?
이젠 정확하게 작동하는 기계처럼 버스에 타면 자동으로 잠들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산행리더가 깨울 때 일어난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
이렇게 진화하면 소백산쯤 지날 때면 온몸에 털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가득하다 .
이렇게 새까만 하늘에 저렇듯 선명한 별을 볼 수 가 있다니
시원한 공기 속에 새삼 강원도의 청정함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노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몇 년 전에 소금강 산행에서 거쳐간 길인데 칠흑의 밤이라
지형이 기억되지 않는다.
조부장과 같이 움직여가다 등산화 끈이 풀어져 좁은 등산로를 비켜서서 끈을 메는 사이
뒤따라 오던 사람들이 모두 앞질러 간다.
다시 행장을 수습하여 출발하려니 땀을 비오 듯 흘리는 아주머니가 힘겨운 표정으로 다가
와 후렛쉬 불 좀 비추어 달랜다.
강원도의 새벽공기가 걱정이 되었었는지 긴 소매 덧옷을 입었던 터라 갑작스럽게 격렬해진 새벽 움직임에 숨이 차고 무척 힘이든 모양이다.
옷을 갈아 입고 후랫쉬 약을 바꾸는 걸 지켜주고 출발하려니 벌써 뒤쫒아 오던 불빛들은
사라졌다.
어둠 한가운데 아줌마를 혼자두고 가려니 발길이 어정쩡해질 수 밖에 없는데 잠시 후
아래쪽에서 불 빛이 올라 온다
남자 며일행 몇명이 올라 오고 있는 걸 보고 서야 다소 안심이 되어 페이스대로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 앞뒤로 불 빛이 끊어졌다.
칠흑의 적막함 속에 홀로 남겨진 고독함
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총총하고 둥그런 내 후랫쉬 불 빛만이 고르지 않은 산 길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거린다.
한참을 속력을 내서 오르는데도 앞서간 불 빛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이 정도라면 오늘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멀리 후랫쉬 불빛이 움직인다.
소금강 절경을 보기위해 반드시 오르는 노인봉 길이라 심야의 산행이라도 길을 잘못들
갈림길이 별로 없으니 혼자 오르는 길도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는다.
앞에는 한쌍의 부부와 또 한 남자가 길을 오르고 있었다.
여자이지만 훤칠한 골격에 건강미 넘치는 긴 다리로 힘차게 오르는 폼이 산행 경험이
아주 많은 준족이 틀림 없다.
일반 산행자가 아닌 백두대간의 대 장정을 함께하는 부부라면 전생의 인연에다 현생의
천생연분 까지 겹친 보기 드문 멋진 커플이다.
노인봉 근처를 다다르는지 능선 위를 올라서자 갑자기 눈앞에 동해의 오징어 불 빛이
훤히 비춘다.
마치 뒷동산에서 마을을 굽어 보는 듯 흔들림 없는 붉은 불 빛들이 동편 하늘 아래
환하게 도열해 있다.
노인봉 턱 밑에서 조부장 일행을 만났다.
계속 일진에서 움직여 갔는지 선두그룹에서 내려 가는데 노인봉에서 동해의 조망을 하지
못했으니 그저 따라 붙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내가 졸졸 따라 온 세명의 산꾼들과 노인봉에 올라섰다.
하늘엔 빛나는 무수한 별들
붉게 동해바다를 훤히 밝히는 오징어 배의 불 빛들은 그저 몇 걸음으로 다가 설 수 있을
것 같이 내 발 아래서 성곽처럼 빛나고 새벽바람은 내 몸의 뜨거운 열기를 감싸 안으며
바다 쪽으로 불어 간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 다람쥐가 사는 노인봉에는 몇 년 만인가?
성하의 여름 노인봉을 물길따라 흘러 내리던 소금강의 풍광에 넋이 나가 가던 길 내내
감탄사를 연발 하던 때는 아마 30대였을 게다 .
그 감동을 필설로 반추하다 그 속절 없는 한계를 절감하고 그저 기억의 실마리 같은
흔적을 남기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들
두번의 소금강 산행은 모두 여름 이었고
내가 채색한 아름다운 가을의 영상은 기대와 흥분 속에 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세명의 꾼들이 사진을 찍느라 부산을 떨고 갈 생각을 안한다.
내 페이스 보다는 좀 늦은 것 같고 연배가 나보다 많아 같이 끼는 것도 부담스러울 듯
하여 혼자 노인봉을 내려 섰다.
멀리 저편 산등성이를 올라 서는 일행의 불 빛들이 보인다.
시간이 꽤 경과해서 막상 칠흑의 능선으로 내려서니 벽처럼 막아서는 어둠에 기가 질린다.
어쨌든 진고개 산장까지 가면 일행을 만나던지 이정표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혼자 씩씩
하게 걸어 나가긴 했는데…..
후랫쉬 불 빛도 다른 사람에 비해 약하고 (예비 밧데리도 없다) 길 눈도 어두운 편인데
갈림길이 두어군데 나타나니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진고개 산장에 내려섰다.
그 적막함이라니 …
건물은 우뚝 있는데 인적은 없이 스산한 바람이 간담을 서늘케 한다.
소금강 표지판 말고는 길을 찾을 수 없다.
어둠 속의 혼자 남겨진 당혹스러움과 난감함
그 때 커다란 개가 나타났다
어둠속에서 소리 없이 점잖게 슬쩍 나타나서 곁으로 다가오니
돌발상황에 대한 사태파악이 전혀 되질 않는다.
처음엔 놀라지 않았는데 서서히 모골이 송연해진다
혹시 울프?
색깔이 희끄무레하고 꼬리가 올라간 걸로 보아 늑대는 아닌 것 같다.
주위를 한바퀴 점잖게 도는 개 (사람 잡는다)
이때 웬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개의 이름을 부른다.
도사님처럼 한복에 수염까지 기른 할아버지가 어둠 속에 나타나니 고슴도치처럼 잔뜩 긴장한 몸이 조금 누그러 진다.
할아버지에게 대관령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한 쪽으로 오솔 길처럼
좁게 나 있는 길을 가르켜 준다
무턱대고 그 길을 가려는데 혼자 야간산행은 너무 위험하니 뒤에 남은 일행이 있으면 기다
렸다가 함께 가라고 만류하신다.
하지만 뒤의 팀들과 보조를 맞추어 가다 보면 너무 늦어 질 것 같아
괜찮다고 인사를 하고 그냥 출발 했다.
할아버지와 개는 걱정스럽게 내 뒤에서 지켜 서서 바라보는 가운데 ……….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양편을 빽빽이 들어선 나무 숲이 계속 되는 작을 길을 걸어
나가는데 이정표도 없으니 손바닥 만한 후랫쉬 불 빛으로는 도무지 어디쯤인지 큰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이 시간에 나와 있는 할아버지는 산장지기 일까?
아니면 혹시 치매로 야심한 시간을 배회하는 할아버지?
초행의 산길에 칠흑의 어둠에 혼자 남겨져서 이정표 없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 가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뛰다시피 걷다 보니 땀이 흐르는데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 이대로 반대편 어느 산기슭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
갑작스럽게 방향이 바뀌는 길 모퉁이를 돌자.
잘못 길을 들어선 것 같은 낭패감이 더욱 강하게 엄습해온다.
어둠 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바위” “바위”
대답이 없다.
오르막이 나타났다.
돌아갈 수도 없고 길이 맞지 않다면 앉아서 기다려도 뒤에서 오는 팀도 없을 것이다.
이미 루비콘 강은 건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이 길로 계속 갔다가 진짜 아니면 되돌아 와서 산악구보로 쫓아가는 수 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다 .
능선을 넘어서 다시 산악회의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니 멀리 있는 듯 작은 소리지만 대답이
온다.
풀벌레 소리도 없는 심산의 적막이 가청거리를 한껏 늘려 놓은 듯
놀랍게도 저 멀리서 대답이 돌아 오는 것이다.
대원들의 소리를 들으니 다시 힘이 솟는다.
이제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속도를 내서 따라 잡는 일만 남았나?
가다가 반복해서 다시 “바위”를 소리치자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두에서 움직이던 조부장이 나 인 것 같아 열심히 대답해 준 것이다.
뛰다시피 걸어서 내가 앞쪽 능선에서 움직이는 후랫쉬 불빛을 발견한 것은 약 30분 정도
지나서 였다.
오대산에서 혼자 산행 하다가 한 순간 잘못된 길로 들어서 출발점으로 되돌아 가던 우를
다시 범할 뻔 했다.
백두대간 초행길을 그것도 심야에 혼자서 산행하는 멍청한 모험을 또 하고야 말았으니…..
선천적 구제불능?
그 버릇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 한번은 낭패를 당할게다.
다섯시에 소황병산에 도착했다.
새벽 다섯시
가파른 고개를 쉬지 않고 올라서니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평평한 봉우리가 나타났다.
인근을 굽어보는 어둠에 쌓인 고산 준봉
가까이 보이는 불 빛으로 마치 뒷동산에 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어도 여긴 1000 고지가
넘는 백두대간의 고봉이다
발아래 능선의 실루엣이 새벽 어둠에 드러나고 동편하늘엔 오징어 불빛 위로 여명의
붉은 빛이 가득하다.
저 하늘아랜 바다가 있다.
어둠속에서 흰 포말로 부서지며 겁을 이어온 충만한 생명력을 푸른 심연 아래 온건히
감추고 있을 새벽바다 .
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총총한 별들
거친 호흡으로 쏟아낸 땀들을 식혀주는 그 시원한 고원의 바람 속에
미답의 고지에서 마주하는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전율처럼 가슴으로 다가온다.
부족한 필설의 한계다.
사고가 정체되고 무상의 번뇌가 녹아 내리는 듯
내가 자연 한가운데 서 있는 바위인 듯
그렇게 대자연 한가운데 덩그러니 버려진 나만 있었다.
그저 내 곁에 머무는 바람과 그 아름다움 들을 온통 마셔버려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선두그룹은 10명쯤 될까?
일행 중 한명이 정상적인 산행속도 보다 한 시간 정도 빠르다고 했다.
오늘은 바다 위에 얇은 구름 층은 있지만 이미 하늘을 물들이는 붉은 여명으로 보아
멋진 일출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일출시간이 아직 한 시간쯤 남았다.
1시간 내에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고지에서 움직임 없이 한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고 매봉까지 최대한 빨리
이동해보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모두들 반 구보 상태로 움직인다.
시원한 날씨 덕분과 그 동안의 악천후로 인한 일출에 대한 갈망이 사상 최대의
인파(?)로 구성된 선두그룹 행렬의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다.
긴 숲을 통과해서 시야가 트인 곳으로 나오자 어느덧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
5시 40분쯤엔 낮은 구릉의 초원지대가 나타났다.
1000고지에서 조성된 목초지
그 초원 위에 높아 있는 봉우리를 오르면 동편의 시야가 트일 것 같다 .
더욱 훤해진 날과 시간으로 보아 해돋이가 임박해오자
앞서가던 몇 명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낮은 구릉으로 동편을 향해 일어서 있는 목초지를 가로질러 뛰었다.
하지만 숨이 턱에 차서 도착한 언덕은 애석하게도 저 만치에 목초의 언덕과 또 다른
봉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상에….”정말 산 넘어 산” 이었다.
그래도 고지가 저긴데 예서 포기할 수는 없다.
다시 달렸다.
내 앞에서 달려가던 몇 명이 지쳐서 걸어서 능선을 오르는 사이 부지런히 뛰어 세번째로
봉우리에 도착했으나 그 곳 역시 동편시야를 열어주지 않는다.
한탄과 실망이 온몸으로 쏟아져 내린다.
이젠 움직일 힘이 없이 맥이 빠져 버렸다.
아쉽게도 대간의 산신령은 오늘도 동해 일출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이다.
반대편에서 능선을 오르는 산악회를 만났다.
해돋이를 볼 만 한데를 물으니 조금 내려가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이제는 내리막 길을 다시 내리 달렸다.
오늘은 산행이 아니라 완죤히 산악구보다
양쪽 오름을 사이에 두고 초지의 둔덕 위에 제일 먼저 도착한 일행이 소리치고 있다.
그 감격에 찬 표효
우리 등뒤로 계곡과 아름다운 초록의 초원을 안고
동해의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얇은 구름 층 위로 붉은 태양이 막 솟아 오르는 중이었다.
오히려 능선의 안부에서 동해 바다 쪽 시야가 활짝 트인 곳을 만났고
안개의 흔적도 없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1000고지 산상 초원에서 그 찬란한 감동을
만난다.
푸른 초원으로 번져가는 붉은 태양의 황금 빛
수마의 상처가 아직 드리워진 우울한 계절을 밝혀주는 성스런 초원의 빛이었다
"오늘의 이 아름다운 빛의 의미로
항상 기쁨과 희망의 충만함 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소서 “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 갈 열정과 건강을 지켜주소서"
초원에서 만난 해돋이의 증거로 사진을 찍었다.
구름위로 태양이 훌쩍 떠오른 다음에 도착한 조 부장은 삼각대를 설치하고 뒤늦게 일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내가 모델로 작품사진(?) 한대 때리고 둘이 한 컷을 함께 했다.
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론공부에, 실습에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이라 조만간 장족의
발전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관령 가는 길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가고
초록으로 단장한 고원의 초원은 신의 정원처럼 평화롭다.
이름모를 들 꽃들이 피어 있는가 하면
따사로운 태양아래 억새가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이렇게 부드럽고 감미로운 가을 길을 무심하게 걸어 가노라니
어디선가 요들송이라도 들려올 것 같다 .
어릴적 보았던 만화영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오르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과
송오브 노르웨이 생각이 난다.
알프스의 그림같은 풍광을 느끼게 하는 고지의 초원들 때문일까?
산행의 흥이 절로 나고 기분이 날아 갈 것처럼 상쾌하다.
오늘은 멋진 시상이 충만할 것 같다.
수 많은 산행에서 감동 속에 만났던 그 숱한 비경들에
오늘 나는 또 기억할 만한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가슴에 담는다.
동해 전망대에서 식사를 하고 잘못된 선자령 표시 입석을 지났다.
무얼 가르쳐 주기 위해 엉뚱한 자리에서 선자령 입석은 그렇게 서 있는가?
초원 길에는 태풍이 몰고온 큰 비의 상처가 완연하다.
산길 가장자리가 빗물에 움푹 패어 흡사 협곡을 방불케 하는 패인 구간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대관령 휴게소가 얼마남지 않은 도로에서는 산사태가 났는지 도로 아래 흙이 계곡의
나무들을 뿌리 채 휩쓸고 내려가 계곡아래 상당 부분이 흉물스럽게 황토 흙을 드러내고
있다.
산하에 남겨진 안타까운 상처가 억울하고 안스럽다.
그나마 아픈 가슴을 안고 수해복구에 땀흘리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서 얼굴이 뜨거울
난처함을 모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랄까?
이국적인 산행길이었다.
날씨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따뜻한 태양 빛 까지
모든 조건이 최상으로 만나 고향 산길을 걷듯 시종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한
산행 길이었다.
대관령 휴게소가 보이는 곳으로 내려서니 저 번 여름휴가 때 우중에 선자령 간다고 동생
가족들과 나섰던 길이 전혀 근거도 없는 엉뚱한 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올 겨울에는 한국에서 몇 째 안가는 적설과 매서운 칼 바람으로
유명한 선자령으로 당당하게 가족들을 한번 데려오자.
폐쇄된 대관령 휴게소 근처에는 씻을 만한 물이 없다고 해서 조부장과 산림관리소
뒷마당으로 가서 뼈속까지 사무치는 지하수를 받아 머리 감고 등목을 했다.
발 까지 한 20분 정도 담그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휴게소로 내려가니 막걸리 파티가
한창이다.
으레 그러 하듯이 나는 세잔의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고 대관령 신선으로 입적했다.
선두그룹은 7시간 만에 산행을 마무리했고 후미까지 9시간 여 만에 모두 들어오니 대관령
에서 일찍 출발할 수 있었다
대간종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해가 아직 한참 남은 5시경에 우린 대전으로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제 10구간 (삽당령-석병산-생게령-백봉령) (0) | 2006.03.15 |
---|---|
백두대간 제 9구간 (대관령-고루포기산-닭목재-삽당령) (0) | 2006.03.15 |
백두대간 제 7구간 (조침령-쇠나드리-갈전곡봉-구룡령) (0) | 2006.03.15 |
백두대간 제 6구간 (0) | 2006.03.15 |
백두대간 제 5구간 (0) | 2006.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