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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 제 10구간 (삽당령-석병산-생게령-백봉령)

      간: 제 10구간 (삽당령-석병산-생계령-백봉령)

도상거리: 19km

      자: 2002년 9월 28일(토) ~2002년 9월 29일(일)

      씨: 비온후 갬 ( 7 ~18c)

 

 

10:13 02 : 30 삽당령 출발

         04 : 20 두리봉(10033m)

         04 : 45 석병산(1,033m)

         05 : 35 헬기장(908m)

         07 : 00 931m(노송)

         07 : 40 생계령(829m)

         08 : 10 46번 철탑-44번 철탑

              (자병산 우회)869m봉-43번 철탑

         09 : 10 자병산 채석장-42번 철탑

         09 : 30 백봉령(962m)

 

 

산이 더 아름다워 지는 가을

산과 대한 갈망과 자연과의 교감이 더욱 애틋해 지는 계절이다.

전국엔 또 비소식이다.

이 황홀한 계절의 길목에서 또 웬 비

이젠 지겹다 .

 

이서방이 전화 했다.

강원도로 가는 가을 여행에 동행하고 싶단다

지난 가을

불타던 천불동 단풍의 기억이 새로워

올해도 그 장엄한 계절의 향연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삽당령- 백봉령 구간의 대간로는 공룡능선이나 천불동 만큼

불타는 단풍의 장관을 보여주진 못하리라

그리고 대간종주객들과 산행을 함께하기에는 아직 체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야호산악회가 대청을 거쳐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산행계획이 있기에

대신 등록해 주었다.

이서방이 혼자하는 산행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참여하는 것을 보니

이젠  산의 의미와 심오한 깊이에 다가가고 있다

 

저 번 구간의 예기치 않은 탈진으로 이것저것 많이도 사 넣었다.

쥬스 1리터 한통 ,초코렛 ,과자한통, 사과 두개 ,빵 두봉지 ,사탕 한봉지

우의,등산파카 ,카메라에 물1리터와 도시락까지 넣으니 금새 배낭이 가득찬다.

그렇게 준비해가면 또 남겨올게 뻔하다고 옆에서 마누가가 핀잔을 준다.

 

이번에는 버스에 타자 마자 자지 않았다.

조부장이 옆자리 타는 걸 확인하고 김대장의 오늘 등반 개념도를 열심히

듣고 나서야  잠을 청했다.

매일 두시간 정도 걷는 것 말고는 별다를 육체적 피곤함도 없는데 등허리가

어딘가 3/1만 붙어버리면 여지없이 잠이든다.

그리고 이동하는 3-4시간은 실로 의식이 비켜가는 눈 깜짝할 순간이다.

귀행 때 차가 밀려 6시간이나 걸려도  잠에 빠져 별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으니 잘먹고 잘자는 복은 타고난 셈이다.

삽당령-백봉령에 이르는 산행로는 후미기준 8시간 30분 걸린다고 한다.

짧은 구간이라 묵호항에 들러 자유시간을 1시간 30분 준다고 하니

동해바다를 마주하며 등 푸른 싱싱한 회에 소주한잔 걸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온다 던 비는 고사하고 하늘엔 금새 쏟아질 것 같은 별이 총총하다.

대간의 청명한 공기가 코를 시원하게 하고 서늘한 공기가 목에 휘감기니

정신이 번쩍난다..

모두들 긴팔옷에 자켓까지 걸쳤는데 나혼자 반팔 차림이다.

감기를 앓아 본 적이 7~8년 족히 된 것 같아 늘어가는 나이에도 건강에

대한  교만이 남아 있으니 이러다 언제 봉변 당하지 ……

 

두리봉을 오르는 초반 코스는 급경사였다.

등산배낭 무게로 자칫하면 뒤로 벌렁 넘어 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직벽

그리고 엄청난 속도감에 초반에 벌써 선두그룹과 후미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오늘따라 하도 방구가 나와서 일부러 7~8명이 함께 움직이는 선두그룹 후미에서

인정사정 없이 갈겨대면서 산행하니 너무 후련하다

 

오늘 적당한 바람도 좋고 컨디션도 좋으니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능선에서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

구름 언저리에서 맑게 빛나는 별들

그리고 달빛 아래  먼 능선의 실루엣은 너무도 낭만적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는 미지의 산하와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

언제나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산하의 정겨움이다.

편안한 상념에 쌓이면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 내리는 어두운 산 길을 바삐

움직인다.

 

은은한 별밤의 풍경을 감상하랴 앞에 불 빛을 쫓아가랴 정신 없는 통에

등허리가 척척하다.

아뿔싸

얼려온 물이 터진 모양이다

산행이 너무 싱거울 것 같아 1리터 주스는 버스에 놓고 왔는데 얼린

물이 터져서 새어 버리면 낭패가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배낭 뒤 옷을 더듬어 냄새를 맡아보니 김치냄새가

등천을 한다.

물이 아니라 김치 뚜껑이 열려 김칫물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려서 행장을 재수습하자니 선두그룹을 이탈할 것 같아

그냥 두로봉 까지 찝찝한 기분으로 내쳐 같다.

두로봉에서 휴식하는데 배낭을 펼쳐보니 이미 김칫물은 다 흘러내린

상태다.

 

우리가 휴식을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한 사람이 올라 왔다.

혼자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이다.

어두운 밤에 혼자 후랫쉬들고 야간 산행을 하다니 대간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대단한 사람이다.

백두대간 산행기를 펴낸 황정곤씨는 산에서 비박(텐트없이 야영) 을 해가며

혼자 대간 종주를 해가는 여자 산꾼을 만났다고 했지만  정말 하늘에 무수한

별처럼 세상엔 별종들도 많다 .

세상의 모든 분야에 이러한 열정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테니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일마나 어려운 일인가?

무슨 일이든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 더 부끄러워 진다 .

나이가 들어간다고 책을 가까이 하는데 게으름이 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도 줄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데 나의 작은 사고의 카테고리에서

자가당착과 자기합리화의 논리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의 건강과 체력을 자신하고  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잘난체하고

퍽이나 대단한 산꾼 행세를 하는 교만함도 있다.

산은 언제나 매사에 준비하고  겸허해야 함을 일깨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즐기며

매사에 겸손하자 그리고 산의 담대함 그 여유와 낙천성을 배우자 

 

능선을 따라 가는 길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동해시의 불빛도 보인다.

저 아래에 바다가 있다

사방이 온통 트인 능선 길에서는 세찬 바람이 몰아 친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 이라  바삐 움직이는 등산로에는 걸리는

나뭇가지들이 많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칠흑의 어둠에서 비껴간 하늘은  능선 위로 은은한 별 빛을 드리운다

세찬바람 소리를 두른 준령에서  잿빛으로 가득한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채워지지 않은 암갈색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둠의 베일에 쌓인 수려한 풍광들을 나는 그저 지나치고 있다.

오늘은 짧은 거리라는데 이렇게 빨리 흘러 내려서 일찍 하산하면 무슨

소용 있을까?

날이 밝기 전에 지나치는 눈부신 가을 풍광들은 기억의 잔상 없이

그저 의미로만 남을 것이다.

 

1진 후미에서 움직이는 사람 두명 중 한명이 많이 힘들어 하는 듯 보이더니

두 사람이 제일 먼저 반란자로 나섰다.

6시쯤 되었나 ? 칠흑의 어둠 속에서 밥을 먹고 간단다.

선두그룹 이탈의 어려움은 혼자 고립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 뿐이다.

동반자가 있다면  격렬한 운동으로 시장기를 느끼는 마당에 어둠 속 산행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켓을 걸치고 식사를 했다.

움직임이 정지되고 나니  바람을  막아주는 장소이지만 차가운 새벽 한기를

피할 길이 없다

천천히 쉬었다가 움직이려 했지만  이빨이 부딪히는 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산행을 다시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후래쉬 불 빛 위로 새벽이 조금씩 다가온다

자켓을 벗어 던지고 다시 출발을 했다.

취위에 달달거리고 팔목엔 소름이 솟아도 이 신선한 대자연의 공기를 가슴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면 웃통이라도 훌훌 벗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그래도 30분 이상 지체 했는데 다음 팀이 도착하지 않는 걸 보니  꽤 차이가

벌어진 모양이다.

초장에 어둠 속에서 떨어진 조부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날이 밝아오고 있다.

긴 어둠으로부터 여명의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은은한 안개에 쌓인 심산이  폐부를 찌르는 청명함으로 기지개를 켠다

봉우리를 올라서자  동해 온천지가 한눈으로 들어오고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가는 능선에는 관목들이

바람에 큰 소리로 거세게 저항하며 동해쪽으로 일제히 가지를 눕히고

있다

황홀한 가을 빛과 새벽의 신선한 조화가  신비감 가득히 심산의 아침을

연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내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이렇듯 눈부시구나 

보약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

이 대자연의 운기와 지맥의 기야 말로  가득한 건강과 충만한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멋들어진 노송이 군락을 이룬 곳에서 새아침을 여는 찬란한 태양을 만났다.

1월 1일 계룡산상의 일출을 시작으로 거제도, 제주도, 토함산  그리고  백두

대간 숱한 능선과 봉우리에서 대하는 언제나 새로운 의미로 마주했던  붉은

태양의 축복이다.

언제나 희망으로 떠올라 뜨거워지는 가슴과 벅차 오르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 드리고 이 시간 여기에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일 뿐이다.

 

언제나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하소서

제게서 교만함과 욕심을  거두어 주시고 슬픔과 분노를 가져가시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면서  언제나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비단길

가을의 낭만과 도도한 감상이 무리 떠 날리는 감미로운 계절의 길목이다.

광명의 대지는 가득한 가을 빛으로 아름답게 깨어나고 있다.

온통 화려한 가을 빛으로 물들어 가는 대지

깍아지른 절벽에서 보이는 불타는 단풍의 모습들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설악산의 뒤지지 않을 수려한 가을의 풍광 

뭍사람들의 욕심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붉은 수줍음으로 피어올라  양광에

빛나는 그 빼어나고 화사한 자태들을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으니 오늘은

정말 축복 받은 날이 아닌가?

 

고지 능선은 벌써 낙엽에 쌓여 있다.

바람에 날려가는 가을의 모습 속에 낙엽의 밟는 촉감과  진한 가을 낙엽

냄새

가을이 금새라도 훌쩍 떠나버릴 모습으로 아쉬움처럼 서성인다

 

비단길 여행은 석회석 채취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자병산에서

끊어 졌다.

울컥 울분이 솟는다.

이 수려한 대간의 고봉이 저렇듯 처참한 모습으로 변할  수가 있을까?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금수강산을 누가 무슨 권리로 저토록

참담하게 훼손할 수 있을까?

생각 없는 선조들에 유린 당한 작은 땅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 후손들은

어디에 기대어 지친 영혼을 위안 받을 수 있을까 ?

 

산행은 아쉽게도 열시도 못되어 마무리 되었다.

백봉령 고개 주막에서 등멱까지 감는 호사를 하고 막걸리 한잔 걸치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쉬엄쉬엄 청옥산 신선과 바둑한판 두고 갈꺼나?

 

묵호항으로 가는 길은 또다시 수해로 참담해진 서글픈 모습들이다

대자연의 분노 아니 역습이란  말이 적절할까?

온통 흙과 자갈로 뒤덮힌 논과 밭 초토화되어 흉가처럼 변한 마을들

그리고 아이들이 올망졸망 들어 앉은 콘테이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손댈 수 없는 수해의 참상이

거기 있었다.

대자연의 분노를 야기시킨 인간의 욕심의 대가는 언제나

분배의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대자연의 역습일 뿐이다.

 

묵호항은 금방 잡아올린 등푸른 생선처럼 펄떡이고 있었다 

언제 아픈 상흔을 보았냐는 듯이 살아 움직이는 시장과  펄떡이는

바다의 유혹에 미각이 잔뜩 동한다.

나는 조부장 ,부동산사장외1 , 선생 세 명 모두 여섯 명이 모여 아름다운

가을잔상으로 한껏 고조된 기분을 간직한 채 유쾌하고 거나하게 한잔

술을 때리면서 싱싱한 동해바다를 마음껏 먹었던 것이다.

잊지 못할 가을 산의 추억과 묵호의 미각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백두대간 광산 추가개발 논란

 

한반도의 등줄기이자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백봉령. 능선 좌우로 신갈나무. 서어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산

개나리. 만병초. 금강애기나리 등 희귀식물이 철 따라 피고 지는 곳이다.

하지만 주 능선인 백봉령에서 북쪽으로 빤히 보이는 백두대간 자락에 위치한 자병산은

완전히 딴 모습이다. 10여 년 전 석회석 채취가 시작되면서 자병산 남동쪽 2백여㏊

(60여만평)의 숲과 들판이 완전히 사라졌다. 계단식으로 파헤쳐지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 마치 사막을 떠올리게 한다.

광산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서식하던 멧돼지. 노루. 고라니. 삵. 너구리

등은 돌을 깨는 폭음과 포클레인. 트럭이 내뿜는 소음에 쫓겨나 버렸다.

백두대간 최대의 흉물로 꼽히는 이곳을 더 파헤치려는 사업이 추진돼 논란을 빚고 있다.

 

자병산 석회석 광산을 운영 중인 라파즈 한라시멘트㈜는 최근 "이 광산의 북쪽 75㏊

(22만여평)를 17년에 걸쳐 추가로 개발하겠다"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회사는 2000년 1월 한라시멘트가 프랑스의 시멘트. 건축자재 업체인

라파즈사와 합작 설립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은 라파즈 한라시멘트 측에 내용 보완을

요구하며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KEI 관계자는 "개발이 시행될 경우 자병산을 중심으로 산림 훼손 면적이 늘어나 백두대간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식생이 양호한 지역은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

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시행한다면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백두대간 능선에서 9백m 이상 떨어진 지역에 대해서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지역을 제외할 경우 질 좋은 석회석을 더 이상 얻지 못해 2~3년

내 채광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광산지역을 환경 친화적으로 제대로 복구. 복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2002-07-05> 에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