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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두대간 제 13구간 (피재-함백산-수리봉-화방재)

      간: 제 13구간 (피재- 함백산- 수리봉 - 화방재)

도상거리: 23km (도상소요시간 : 10시간   실제소요 :7시간)

      자: 2002년 11월 23일(토) ~2002년 11월 24일(일)

 

03:30    피재 출발

04:13    철탑 언덕

04:30    헬기장

05:00    비단봉

05:25    쑤아밭령     =>피재 2시간

05:55    용연동굴 분기능선    

             두분동재 2.5km  ||위 : 검룡소 1.3km  ||아래 :용연동굴 1.9km

            <= 삼수령(피재) 6.3km

06:10    용연동굴 사무소 분기능선

             두문동재 1.5km  ||위 : 제왕굼샘 0.7km ||아래 :용연동굴 사무소

06:25    금대봉(양강 발원봉)  1410.1m  철탑과 돌무덤  

06:50    싸리재(두분동재) (1268m) 

            감리단

07:15    은대봉   찬란한 해돋이

07:35    함백산 제 1쉼터

07:50    함백산 제 2쉼터

08:20    중 함백   

            <=은대봉 1시간 20분   <=싸리재 1시간 40분

08:50    함백산

09:15    식사 후 출발

09:55    방사능 위험시설

            무덤지나 수리봉 가는 길  산죽벌판

10:10    창옥봉

10:20    수리봉

10:40    화방재 

 

 

인생의 비극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죽는다는 것이다.

참된 느낌의 죽음

영감을 받은 반응의 죽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나 영광을 느끼게 해주는 의식의 죽음

       - 노르만 코자스 -

 

 

3시 30분 피재에 상륙

자다가 일어나 나오긴 나왔는데

주위가 훤하고 공포의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1월 강원도 중산간 지역 날씨는 믿기 지 않을 만큼 포근하다.

 

달 빛 아래 시멘트 포장도로가 산으로 넘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항상 초반에는  가파른 직 벽을  올랐던 기억으로 근육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어두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완만한 언덕을 소요하듯 올라가려니 한결 여유로움 속에

어둠 속에 가라 앉은  주위 풍경이 찬찬히 다가 온다 

오늘은 가득한 빛으로 반짝이던 무수한 별들이 무색해지는 밤이다

달 빛은 은밀한 약속처럼  적막과 긴 어둠 위로 조용히 앉아 있다.

 

매봉산 밭 기반공사 표시판(27억 이라고 쓰여 있다)을 바라보며 고랭지 채소 밭을 오른다.

(배추 못 먹어서 영양실조 걸린 사람 있나?)

백두대간에는 채소 밭이 지천이다.

달빛이  무채색의 명암으로 물상을 식별 해주는 저 먼 곳 까지 온통 민둥 밭이다.

그저 어둠은  파헤쳐진 뿌리의 아픔을 보듬으려  애쓰고 있다.

 

 

두 겹 골짜기 사이 가득한 불 빛이 빛나고 있다.

저 멀리는 바다 인 듯 어둠 속에서 한 줄의 불 빛 띠를 두르고

나는 달이 있어 기분 좋은 날  달 빛 가득한  길을 걷는다.

머리에 헤드렌턴을 쓰고 앞으로 전진하면서 달을 찾으려니 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저렇게 달 빛은 교교하게 흐르는데….

그렇게 어둡지 않은 하늘을 두리번 거리다 고개를 활짝 젖히고 내 머리 위 하늘을 보자

거기서 만월을 조금 남겨 둔  훤한 달이 웃고 있다.

숨바꼭질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 …..

 

원근 물상 들이 뚜렷한 명암으로 형체가 구별되고 그 위에 은은한 달 빛이  어둠의 베일을

두르고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수묵화의 그윽함처럼 그 풍경 또한 목가적이다.

자연이 더 아름답고 자연다웠을 그 옛날에도 달은  친구고 추억이고 사랑이었다.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는 작은 달을 견줄 수 없는 어둠의 빛으로

찬양 했고 그저 말없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로 노래했다.

 

해묵은 기억속에 남아 있는 내가 좋아하는 시조 한토막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산채랄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그저 그림 같은 달 아래 유유자적하고 안빈낙도 하는 선비의 삶이 그려지는 한석봉의 고시

조 가락에도 한가로운 자연과 친구와의 만남 사이로 둥근  달이 떠 온다

서양에서도 달빛이 관능과 교태를 자극한다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황진이는  빈 산에

가득찬 달 빛을 빌어 서경덕을 유혹했다.

 

1969년인가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한 후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죽고 달에 대한 꿈도 사라졌

지만 그래도 달에는 추억과 그리움이 산다 .

 

그날이 대보름인 줄 모르고  쥐불놀이 할 때면 유난히 밝았던 달

어릴 적 내 그림자를 쫓던 달

만남의 주변을 서성이던 낭만적인 달 빛

그리고 이별하고 돌아오는 창가를 말없이 따르던 달

바람 없는 날의  가을바다에 조용히 드리운 달 빛

폭우가 스쳐간 설악동 계곡의 달 빛 드리운 계곡의 물보라

백두대간 빈 산을 메운  가득한 그리움  

 

모두가 아름다운 상념들이다.

 

철탑언덕에 올랐다.

골짜기 불 빛이 발아래서 빛나고 달 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다

거센 바람도 달 빛 아래 잠자는 날 

포근한 만 추의 서정이 달 빛에 날린다.

 

조부장이 불참했다.

저 번 산행에서 많은 회의감을 표출했던 조부장은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일행 중 관절이 좀 부실해서 매번 한 두시간 뒤쳐지던 사람이 있는데 저 번 구간에서 관절

이상으로 우리보다 무려 3시간이나 늦게 들어왔다.

후미까지 모두 들어왔는데 한 사람 때문에 2시간 가까이 늦어지고 그 늘어진 시간 만큼

과음한 사람들 때문에 귀로가 다소 소란스러웠는데 조부장은 시간소모와 그런 분위기를

감내하면서 까지 백두대간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가고 싶은 산과 코스를 따라 마음이 가는 데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7시간 미만의 산행은 참가할 의사가 없다는 말과 함께…..

 

조 부장의 관점도 일리는 있다..

산과 함께하는 여유와  자연 속을 소요하는  시간들이 중요한 것이지

백두대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게 오래 전부터 잊혀지지 않는 갈망으로 남아 있던  백두대간은 

이젠 내게 가고 싶었던 또 다른 미답의 길처럼 새로운 삶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역사처럼 이어진 큰 산의 깊은 의미를 함께하는 많은 시간들 속에는  가슴 벅찬 즐거움들과 삶의 의미가 공존한다

처음 무표정한 공비처럼 자연의 풍광과 단절된 어둠 속을 질주하기만 하는 야간산행 때문

  대간종주에 회의적이었지만

어둠의 띠를 두르고 움직이는 시간에도 오감이 열리고 백두대간을 느낄 수 있다

난 어둠 속에서도 바람과 청명한 공기로 대간을 호흡하고 진한 숲의 향기에 가슴이 열린다.

별 빛과 달 빛으로 그 신비한 자연의 영상을 더듬어 갈 수 있으며  대간을 울리는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별빛과 달빛 아래  나와 세상에 관한 무수한 수다스런 대화를 나눈다. 

어둠의 베일에 가렸던 백두대간 야간산행 구간은  이다음 지리산 천왕봉에서 거꾸로 한번

더 거슬러 오르면 밝은 태양 아래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지금 생각으로는 백두대간 종주를  세번쯤 하고 싶다.

,아래 구간종주 2번  

그리고 은퇴 후 대학생이 된 아들과 함께  텐트를 지고 산 상에서 숙식하면서 1번

그러면 뜬 구름  같은 세상의 이치에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건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첫번째 백두대간 종주의 의미는 내게 남다른 것이다. ….

 

 

달 빛에 쌓인 산천에 정신이 팔려 별로  중간쯤에서 천천히 움직이는데 매봉산 꼭대기에서

선두가 한 번 바뀌고 비단봉을 오르면서 선두가 길을 잃어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졸지에 선두 그룹에서 2번째로 산행하게 되었다.

 

은실 같은 달 빛에 쌓여 있는  비단봉을 지나  쑤아밭령을 거쳐 파죽지세로 진군한다.

쑤아밭령을 조금 지나자 용연동굴로 갈라져서 내려가는 분기능선에 다다르는데  후랫쉬

불 빛 아래 반가운 이정표가 보인다.

지금 까지 온 길이 6.3km 싸리재 까지는 2.3 km 남아 있고 위로 1.3km에 검룡소가 위치

하고 아랫 쪽으로 1.9km 지점에 용연동굴이 있다.

6.3km 야간산행에 2시간 20분 소요되었으면 그래도 꽤 빨리 온 셈이다.

국립지리원이 1987년 한강발원지로 공식 인정한  검룡소는 이무기에 관한 전설을 품고 있다.

서해에 용이 되고자 하는 이무기가 살았는데 하늘에 오르기 위한 여행을 하다 검룡소에 정

착 했고 검룡소 암반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몸을 뒤트는 바람에 바위에 길고 울퉁불퉁

한 자국이 생겼는데 그 자국이 세월속에 폭포가 되었다.

이무기는 검룡소에서 승천을 위한 도를 닦던 중 마을에서 내려온 소를 잡아 먹었는데 분노

한 마을 사람들이 연못을 메워버렸고 그 연못은 1986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

 

금대봉 기슭에 있는 검룡소는 사계절 수온이 섭씨 9도로 일정하고 하루 2000~3000톤

많을 때는 5000톤 가량의 엄청난 물을 용출하여 그 물은 동강으로 흐르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되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난다고 한다.

검룡소 아래 기념비에는 “태백의 광명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 발원하다”라고 쓰여

져 있다.

우리 민족이 한강의기적이란 역사를 만들어 왔다면 검룡소는 그 역사를 키운 성수인 셈인

?

 

여명이 드리운 금대봉에 도착했다.

금대봉은 저멀리 위치한 밝은 용연동굴 불 빛을 바라다보며 머리에 육중한 철탑과 돌무덤을 이고 여명의 동해와 마주하고 있다.

양강발원봉이라 표지가 서 있고 발원된 물이 북동으로 한강으로 흐르고 남동으로 낙동강으로 흐른다고 쓰여 있다.

여기가 어딘데 낙동강 발원이 시작된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태백의 한 줄기인 낙동정맥이 분기하고 저 멀리 영남으로 이어져 그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장관을 연출한다.

산과 강은 그렇게  함께 흐르는 셈이다.

 

금대봉(1418.1m) 대덕산(1307.1m) 일대 126만평은 환경부가 자연생태 보호지역으로 지정한곳이다.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꼬리치레 도룡용의 집단 서식지가 있다.

야생식물도 풍부해 모데미풀 ,한계령풀, 가시오가피등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붉은 기가 감도는 여명의 동쪽하늘엔 유난히  홀로 반짝인다.

아직 어두운 하늘가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별

누군가 샛별이라고 했다.

 

30분을 더 이동해서 싸리재(두문동재)에 도착했다   

매봉산과 함백산을 타고 넘는 두문동재는 남한에서는 제일 높은 표고 1268m로 고한에서 태백까지 50리 길을 38번 국도가 넘는다.

고려의 일곱 충신이 절개를 굽히지 않고 고한으로 흘러들어 두문불출 했다는 두문동을 지나는 두문동재는 이제 어둠에서 깨어나고 있다.

어둠과 새벽의 중간

그리고 황혼과 어둠의 중간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또한  어둠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았다.

두문동재는 그렇게 변곡점에 서서 나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

 

 

정갈한 고요와 새벽의 신선함 속에 가라 앉아 있는 첩첩 산들과 그 하늘 위에 붉게 퍼지는

아름다운 여명을 바라보며 오르는 은대봉 가는 길은  그저 간직하고 싶은 기쁨과 흥분이

가슴 가득 살아 움직인다.

아름답구나  !

언제나 마주하는 시린 자연은 모두 제 각각의 얼굴로 이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순수한 아름다움의 궤적은 충만한 감동을 만들고  우리의 영혼을 순화하고 정제한다.

고목의 가지사이로 보이는 찬란한 일출을 준비하는 하늘과 그 하늘 빛 아래서 뚜렷한 원근

으로 첩첩이 포개진 다갈색 산 주름

은대봉에서는  빽빽한 관목 숲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만난다.

출정이 타이밍이 좋아서 매번 대간 산행에  해돋이를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하늘과 대지의 충만한 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언제나 세상의 아름다움 속으로  다가갈 수 있는 건강과  여유를 허락하소서”

은대봉 아래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정암터널(4505m)이 지난다.

 

 

해돋이 사진을 찍고 먼저 도착한 몇 명의 일행들과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함백산 제 1 쉼터로 가는 길은 갈색 가을 위로 푸른 산죽이 가득하다 .

동편엔  아직 붉은 태양이  푸른 가을 위로 황금 빛 햇살은 쏟아내고 멋진 풍광 속을 주유

하는 나그네의 가슴은 가득한 기쁨으로 열린다.

함백산 제 1쉼터는 정원수처럼 잘 가꾸어진 산죽길 공원이다.

오솔길  양 옆으로 무성한 푸른 빛 산죽들이 가을 들판 위에서 신선한 감흥을 준다.

2쉼터를 지난 후 봉우리를 오르면서 뒤돌아 본 은대봉  선의 연결이 여인의 굴곡처럼 

부드럽다.

 

함백산에는 아람드리 주목이 자생하고 있다

긴세월에 그 꽉 찼던 나이테마저 모두 비워낸 주목은 배에 콘크리트 같은 이상한 것을

가득 채운 채 철제 난간을 두르고 이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무상한 세월되어 흐른 그 푸르른 날들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을까?

중함백 오르는 길은 57세의 시청 과장님 뒤를 따라 가느라 페이스 보다 한참을 늦게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페이스를 늦추니 오르는 길이 오히려 답답하다.

중풍으로 인한 마비 후유증으로 평소 다리를 많이 절룩거리시는데 그런 몸과 나이로 백두대가 종주를 훌륭히 해내시는 대단한 분이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저 추월해서 올라  가면 되겠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중함백산 까지는 그저 뒤따라 올랐다.

그 가슴에 무엇을 담아내려 함인지 그분은 안스럽고도 힘겨운 고행을 자청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죽는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들의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죽기 시작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들 때문에  소중한 가슴 한 조각씩을 잃고 산다.

우리의  생각 보다  훨씬 일찍 성장을 멈추는 우리의 육체는  세상에 노출된  가슴과 

마음의 상처를 따라  더 빨리 노쇠해 간다.

우리는 끊임 없이 마음 한구석을 비워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죽어가는 것들을 일깨워야

한다.

시청과장님에게나 나에게나 어쩌면 백두대간은 잃어가는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아쉬운 시간여행 인지도 모르겠다.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홀연히 왔다가  그저 충혈된 두 눈과  욕심 가득한  얼굴로 

무엇이 바쁜지 그리 허겁지겁 살아온 세월은 벌써 저 만큼 가 있다.

그저 스치는 바람처럼 떠나는 것이 인생 인 걸 ……

빈 손으로 왔다가  다시 훌훌 털고 말 없이 돌아서야 하는 걸

비워진 한 구석의 가슴엔  저기 빛나는 태양과  이름 없고 없는 들풀  그리고 물 빛 하늘만

담아두자.

 

 

함백산은 '산경표'에는 대박산이라 하는데, 즉 '크고 밝은 뫼'라는 뜻이다

함백산 정상은 이동통신 철탑이 서 있다.

야호 !

온 사방이 내 발 아래 놓여 지난 밤을 지나온 능선이 저 멀리 매봉으로부터 길게 구비친다.

온 사방이 첩첩이 포개진 갈색 능선이 흘러 내리고 멀리 다음에 가야 할 태백산이 보인다 

함백산은 운해는 백두대간 제 44경 인데 오늘은 날씨가 청명해서 그 유명한 함백의 운해를

만날 수 없었지만  초 겨울에 어울리지 않게 바람마저  불지 않아  끝 간데 없이 시야가

터진다.

함백산 입석에 서서 사진을 한장 찍고 나서 아침식사를 했다.

함백산에서 식사를 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식사가 좀 늦어서 출발을 준비할 때 시간은 벌써

9시 15분을 가르키고 있다.

시종 밝게 빛나던 태양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어 차가운 식사의 한기로 온몸이 싸늘해

진다.

만항재로 내려서서 바라 보는 함백산은 온통 상처 투성이다.

정상의 철탑에 8부 능선을 두르고 있는 임도 그리고 만항재를 지나서 임도를 따라 걷다가

들어선 산속엔 국가 시설물인 방사능 위험시설 까지

군계일학처럼 주위를 압도하며 솟구친 덕에 정 맞은 꼴이다.

무덤을 지나 수리봉 가는 길에도  산죽이 지천이다.

시청 과장님을 홀로 남겨두고 오려니 안스러웠지만  나는 다른 대원 두명과 함께 평상시의

페이스대로 창옥봉을 지나 연결된 능선을 질러 백두대간 제 43경 원시림으로 유명한 

수리봉을 지난다.

수리봉 경사는 60도 이상되는 가파른 날을 세우고 있었고 유명한 원시림답게 가지를 모두

털어낸 빽빽한 나뭇가지들이 자꾸 하산의 덜미를 잡는다.

화방재로 내려서는 능선에서 태양은 구름 밖으로 다시 얼굴을 내밀고 가지를 모두 털어낸

황량한 낙엽송길을 지나는 사이 나는 어느 결에 화방재로 내려서고 있었다.

 

화방재에서는 68살 할아버지 백두대간 완주 기념 조촐한 축하행사가 있었다.

그동안 수요산악회에서 계속 대간 종주를 하다가 잔여구간을 우리 4차대원들과 합류하여

몇번 함께 산행을 했었는데  산행속도가 달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전에 공주시장을 역임하신 분이라는 데 4년에 걸쳐 대장정을 무사히 마무리하신 실버의 정열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68살에 백두대간 종주할 수 있는 열정과 체력

묵묵히 이어온 그  인내 그리고 산사랑

황혼기에도 거침 없이 세월과 자신의 시간들을  주관해 가며  멋드러지게 사는 그 삶이

내 가슴을 뿌듯하고  뭉클하게 한다.

내가 준비하고 꿈꿔가는 삶의 방식이 아닌가?     

다음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 그 분의 인생과  철학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