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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호남정맥 제 2구간 (슬치-경각산-영암부락재)

 

 

 

얼마 전 문득TV에서 김세화를 보았다.

나비소녀

눈물로 쓴 편지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통키타의 선률에 청아한 목소리로 시어를 실어 나르며

그 시절의 낭만을 노래하던 눈이 큰 소녀는

결혼도 안 한 채 보통아줌마처럼 되어 버렸다.

아직 목소리에는 지난 시절이 남아 있는데.

 

졸업하고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난다.

짜식 왜 그리 팍삭 삭았누?

정말 오랜만에 만난 TV속 연예인 ,  그리고 오래된 친구의 모습에서

우린 매일 거울 속에서 늙어가던 자신을 보고도 느끼지 못했던 세월을 느낀다.

육체의 젊음처럼 우리 곁을 빨리 떠나는 것이 또 있을까?

늘 푸르고 싶어도 세월은 간다.

 

백두대간 2번째 출정하던 날 2002년 6월 8일은 2002 월드컵 사우디와 브라질이 축구하던 날이었다.

마누라는 입원하신 장모님 병수발 철야 중인데 집에 아이들 둘만 남겨 놓은 채 대간의 여정에 올랐다.

안스럽고 착찹하던  엊그제 같은 그 세월도 벌써 4년

우리는 다시 독일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지나간 월드컵의 추억과 감동에 들떠 있다.

.

 

세월이 얼마나 빠른 지

젊음이 얼마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나 가는지

또 4년이 지나면 난 무얼 하고 있을까?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면서

어이 없이 흘러간 4년을 다시 아쉬워 하고 있지나 않을까?

 

감동이 부족한 시대를 우리가 산다.

메케니즘의 악취가 코를 찌르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목청을 높이고 충혈된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이성으로 무장하고

입가엔 냉소를 머금은 채 ..

세상은 말한다.

지쳐서 허물어 갈 때도 빈 가슴도 내보이면 안 된다.

차라리 거짓 웃음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상처받은 자부심과 자존심은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눈물로 씻어 버려라

그리고 다시 일어나 더 앞으로만 가라

 

인생이란

더 많은 것에 집착하고 욕심 낼수록 더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 있다.

세월이 지나는 빈 가슴의 공허를 채우 수 있는 함수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방정식에서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세월은 흘러가고

시린 가슴과 시큰한 콧날 따라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

긴 호흡으로 한번쯤 뒤돌아 보자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잊고 자내는 자신과 다시 만나 보자

내가 진정으로 기쁘고 즐거웠던 시간들

어느 산허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동심과 추억과 산과 들판과 바람과 꽃과 나무와 숲

그리고 계절을 따라 변하면서 

변함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 간직한 산과

순환하는 인생의 진리와 깨달음을 다시 만나자

 

대자연 서사시의 여백

그리고 그 시의 작은 한 줄이 되어보자

호남정맥에서

 

 

의미를 찾아 가는 여행길 2회

호남의 등줄기를 따라가는 여행 길의 목적은 완주에만 있지 않다.

백두대간 그 내밀한 아름다움

길고도 짧은 내 인생길 어느 모퉁이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열어버린 새로운 세상의 문 그리고 그 그곳에서 찾았던 의미와 기쁨들

대자연의 교훈과 그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에 숨어 있는 감동과 살아가는 날의 기쁨을 다시 만나고 싶다.

 

 

 

호남정맥 제 2구간

 

산 행지  :  호남정맥 제 2구간(슬치-갈미봉-경각산-불재-607봉-영암부락

               재)

     자  :  2006년 2월 18일 (일요일)

     씨  :  봄이 온데나 어쩐데나    

산행거리 :  도상거리 21.0km

산행시간 :  약 9시간

    행:    청계,나선생님,계백장군,산꼭대기,백종수님,새벽안개,한림정,담헌,양반곰,

  미소,오아시스,칸 (13명)

 

 

호남정맥 제2구간 경유지별 시간

 

슬치 출발           : 07:50

실치재               : 08:15

                : 09:10

갈미봉               : 09:32:

쑥재                  : 10:05

옥녀봉,570분기봉  : 10:43

570봉                 : 10:50

조망바위             : 11:35

효간치                : 11:45

경각산앞 무명봉    : 12:05

경각산                 : 12:30

경각산출발           : 13;00

  송                 : 13;15

조망바위             : 13:21

불 재                 : 13:30

불재출발             : 14:00

420봉                 : 14:40

430봉                 : 14:50

607봉                 : 15:30

작은불재              : 16;10

430봉                  : 16;30

450봉                  : 16:45

마지막봉우리(조망) : 16:50

조망바위              : 16:55

영암부락재            : 17:05

 

 

 

 

 

(2구간 산행 개요)

 

갈미봉 까지 수월한 등산로 (약 1시간 40분 소요)

쑥재를 지나 옥녀봉과 570봉 갈림길 능선봉 까지는 경사 80도로 가파른 비탈사면을 치고 올라 가야한다. (약 1시간 10분 소요) 

옥녀봉앞 능선 분기봉에서는 등로가 우측으로 꺽여 능선을 따라가다  570봉 옆을 지나 능선이 다시  좌측 아래로 내려 가는데  570봉에서 잠시 봉우리에 올라 쉬어 가시길.

570봉이 품고 있는 낙차 큰 계곡과  뻗어나간 지능의 조망이 압권 아닌가?

570봉에서 543 봉을 치고 올라가야 하고 경각산 가는 길 측백나무 조림지가 있다. (570봉으로 부터 약 20분 소요. 10분쯤 더 가면 우측 비탈사면으로 측백나무 2차 조림지를 만나고 나무등걸 사이로 광곡 저수지가 보임)

조림지를 지나가면 조망이 훌륭한 암릉 지대가 나타난다.(570봉으로부터 약 40분) 광곡저수지와  인근의 평야 그리고 산허리를 깍아낸 국도가 보인다.

 

경각산 앞 무명봉 역시 가파르게 솟아 있다. 봉우리에 큰 바위가 있고 바위 앞 절벽에서 마주하는 바람 그리고 지나온 길과 일대를 굽어보는 풍광이 압권 (570에서 약 1시간 10분)이다.

경각산 봉우리는 넓은 공터가 있으며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그리고 호남들판의 평화로운 정경이 일품이다.  백두대간 줄기와 덕유산, 운장산이 조망된다.

재 가는 길에 멋진 소나무 분재 한그루 있다 (경각산으로부터 약 15분)

불재에서는 도로변에 임실군 관광 안내판이 서 있으며 식수보충이 가능하다  

도로 맞은편 도예원은 비어 주말에 비어 있는 날이 많으며 철탑좌측 길 위에 있는 숯가마에서 식수보충 가능. 등산로는 철탑 좌측 길 초입에 있다. (경각산으로부터 약 1시간 소요)

불재에서 능선길을 오르면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으며 휴일이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불재에서 420봉 430봉 오름길을 거쳐 가파른 607봉을 치고 올라 가야 한다 (불재로부터607봉 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

607봉에서 좌측 길은 치마산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정맥길이 이어져 있다.

607봉을 내려서는 길에서는 앞을 막아선 산들이 없기 때문에 마치 산행은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따라 마무리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구간이나 영암부락재 까지 남아 있는 구간이 체력소모가 많아 적절한 휴식과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607봉에서 작은불재는 약 40분 소요되며 최근 계곡 안부와 비탈면의 참나무를 온통 벌목하여 황폐한 모습이다.

 

작은불재에서 가파른 비탈사면을 치고 오르는 봉우리를 세개 넘어야 영암부락재에 도달할 수 있다.( 불재에서 영암부락재 까지 약 세시간 소요)

 

 

 

슬치 부락 마을회관에 섰다.

입춘과 우수가 지난 계절의 변화는 어김 없어 봄을 앞둔 아침공기는 지난번 출정과는 다르게  많이도 부드러워 졌다.

다음 번 출정에는 호남정맥을 따라 오르는 봄을 느낄 수 있을까?

사정상 1차멤버  4명이 빠지고 오아시스님 칸님이 두 번째 출정을 함께했다.

멋진 하루를 위해 사진 한 장 찍고 출발이다.

 

능선에 개간한 밭 옆으로 멋진 소나무를 지난다.

한림정이 옮겨준다는데 내가 사는 성냥갑에는 소나무를 들일 정원이 없다.

하지만 낭만적인 내 정원은 세상 도처에 널려 있다..

 

실치(동물이동 통로)

 

동물이동통로라는데 사람도 지나가야 한다.

어둠을 깨는 새벽을 따라와 호남정맥의 날등을 이동해가는 무리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단순한 걷기와 힘겨운 오름길이 우릴 달뜨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실치 (동물이동통로 08:15  슬치로부터 약 25분)

절개지 아래로 도로가 가로지르고 여기가 도상의 실치재인 모양이다.

 

469봉 묘소

 

그저 뒷동산 산보가는 길 같다.

오랜만에 함께 산행하는 오아시스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갈미봉이 건너다 보이는 469 봉에 도착한다  

잘 정돈된 천안전씨 묘소가 있다.

 

푹한 날씨라 옷도 벗고 사진까지 한 장 찍고 내친김에 볼일까지 보는 사이 청계님이 추월해간다.

 

장치(09:10  슬치로부터 약 1시간)

여름이면 도대체 견적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잡목이 우거진 산등성이 길을 지나 청계님 뒤를 졸졸 따라 가다 보니 8분여 만에 양쪽으로 소로가 있고 출입경고판이 보이는 장치에 내려선다.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갈미봉

 

갈미봉(09:32 슬치로부터 약 1시간 40분)

다시 6~7분쯤 완만한 오름 길을 걸어 오르면 산불감시초소 하나 지나가고 20분 남짓 히히덕 거리며 걸어가다 보면 아직 몸도 풀리기 전에 그렇게 갈미봉 삼각점을 만난다.

너무 쉽게 나타난 갈미봉이 미심쩍은데 아무튼 청계님이 건네주는 귤을 하나 먹으면서 휴식하는 사이 후미팀이 합류한다..

먼저 가지 말라는 청계님의 만류에 선두팀에 합류한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 번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선두팀을 뒤 쫓아 간다.

 

잰 걸음으로 가는 사이 가시철망도와 초소형태의 시설물을 지난다.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라 17번 국도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어렴풋한 만덕산의 융기가 눈에 들어 온다.

 

쑥재

 

쑥재(10:05 갈미봉으로부터 약 30분)

쑥재에 내려서기 전에 능선 분기점이 있다 우측길이 더 확실해서 무심코 갈 수 있는 길인데 정맥은 좌측으로 휘어지고 있다.

방향감을 잃지 않은 상태라면 그다지 놓치기 어려운 길은 아니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쑥재

인적은 없고 사위는 너무 조용하다.

 

가던길 멈추고

 

쑥재에서 10여분 비탈사면을 오르니 시계가 훤하다 .

약간 흐린듯한 날

갈색이 능선을 너머 희미한 만덕산 능선의 흐름이 보인다.

 

 

옥녀봉/570 능선분기봉(10:43 갈비봉으로부터  약 1시간 10분) 

570 능선 분기봉 가는 길은 가파른 오름길이다.

장단지에 뻐근함이 실리는 80도가 넘어설듯한  경사 길

배낭무게가 무거우면 홀랑 뒤집어 질 판이다.

10여분 가량 용을 써서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미소님이 남겨준 표지기가 오분 전에 통과 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멀지 않은 반대편 능선에서 선두팀 소리가 들리고 모습이 보인다.

서둘러서 빨리 따라 붙은 셈이다.

능선분기봉서 좌측으로 가면 옥녀봉이고 정맥은 우측으로 휘어지는 직진길이다.

 

570봉 조망

 

570봉 (능선분기봉으로 부터 약 7분)

570 봉에서 정맥길이 능선을 휘돌아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꼭대기가 궁금해서 지나칠 수 없다.

봉우리에는 점령지처럼 백두대간 산악회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서인지 장쾌하게 터지는 시야와 기운차게 흘러가는 능선의 모습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낙차가 큰 절벽가에 걸터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갈색으로 잠들어 있는 대지에도 아름다움은 숨어 있다.

잠시 대자연의 동면을 감상하고 카메라에 표구하느라 시간이 제법 지체되었다.

이 570봉에서 정맥길은 좌측으로 90도휘어진다.

 

 

측백나무 조림지

 

측백나무 조림지 (11:16  570봉으로부터 약 20분)

가는 길에 경각산이 조망된다.

543봉을 거쳐 10분을 내려서면 오름길로 측백나무 조림지를 만난다.

숱한 대자연 장절길에 측백나무로 조림한 숲을 만나기는 또 처음인데 갈색으로 잠들어 있는 대지 한가운데서 홀로 푸르름을 여미고 하늘로 치솟아 있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가는길에 우뚝선 경각산

 

인적이 없는 한적한 길을 홀로 간다.

요즘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호남정맥 길을 오가는 이가 이렇게 없다니.

산길엔 새소리 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와 정적이 흐른다.

앞에는 이젠 15분으로 차이가 벌어진 선두팀이 내달리고 있고 뒤에는 나머지 대원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조망바위에서

 

암릉지대 조망바위 (11:35 570봉으로부터  약 40분)

경각산이 더 가까워 진 곳에서 바위지대를 만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전망 바위에 오르니 막힘 없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있는 산주름사이로 갈색의 분지들이 평화롭고 푸른물을 담고 있는 저수지 가 보인다.

광곡저수지 위로 톱니바퀴처럼 깎여나간 황색의 상처가 국도가 지나는 곳이다.

 

경각산으로 흐르는 능선길

 

효간치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부드럽고 강인한 모습으로 경각산으로 기운차게 뻗어 오르는 능선을 바라 본다.

여기가 맥점이다

저 길을 걸어 오르면 호남정맥의 지기가 가슴까정 밀려 오것다..

지난번 여정에는 걸출한 만덕산이 있었고 오늘은 경각산이 호남정맥길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좌측으로 바라보는 월성저수지

 

뒤돌아본 570봉/옥녀봉

 

효간치

 

효간치 (11시 45분) 570봉에서 약 1시간 소요

효간치 가는 길에 좌측으로 월성저수지가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543봉,570봉 그리고 옥녀봉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여러 개의 표지기가 펄럭거리는 효간치에 내려섰다.

3월에는 노란 복수초 군락을 볼 수 있다는데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효간치는 쓸쓸한 겨울 빛이다.

 

 

 

경각산 앞 무명봉에서 시계조망

 

12시 5분 경각산 앞 무명봉(조망 바위봉)  효간치에서 약 20분 소요

길이 가파라 지는 걸 보니 점심 때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지난번 만덕산처럼 한바탕 차고 올라야 밥맛이 살지.

자꾸 고도를 높여 가면서 하늘로 차고 오른다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더 넓어지고 가슴은 부풀어 간다.

 

한바탕 차고 오르면 경각산일 줄 알았는데 멋진 풍광의 조망봉이다.

경각산은 오름 길을 따라 오른 후 좌측으로 휘어진 능선 끝에 조용히 앉아 있다.

 

무명봉에 걸터 앉아 날으는 독수리의 시선으로 호남의 산하를 굽어 본다

부드럽게 구비 치는 능선에 543봉과 570봉 옥녀봉의 자태가 뚜렷하다

570봉과 옥녀봉을 축으로 두개의 갈색 능선은 경각산을 행해 기운차게 달려 온다.

두 봉우리 사이 능선으로 깊게 파인 계곡이 뚜렷하고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계곡아래 제방에 막혀 푸른 빛으로 담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여정에서 가장 멋진 조망처가 아닐까?

 

몇몇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술 한잔 치고 가라는데 선두팀을 경각산 봉우리에서 만날까 싶어 굳이 산사람들의 훈훈한 인정과 아쉬운 풍광을 뒤로 남긴다.

이제 선두와 20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경각산에서 식사를하고 있다면 만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로간 진행속도로 보아 따라 잡긴 힘들 것 같다.

 

경각산 가는길에 돌아본 무명봉

 

 

경각산 조망

 

고독한 경각산 (12시 30분 : 조망 무명봉으로부터 약 25분)

호젓한 능선 길을 걸어 고독한 경각산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다

호남정맥의 경각심 그 정상에는 나 밖에 없다.

알루미늄 표석은 태양 빛에 빛나고

메마른 갈대를 흔들어 줄만한 바람도 지나지 않는다.

북으로 구이저수지 위로 모악산이 우뚝 막아서고 남으로는 넓은 분지에 마을의 모습이 평화롭다

지나온 길 방향으로 만덕산과 덕유산 줄기가 희미하다.

산중고독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가끔 새가되고  싶은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주변을 선회한다.

시계가 썩 좋지는 않지만 멋진 조망이다.  

 

 

먼저간 사람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뒷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을 일찍 먹은 터라 시장기는 동하는데 어정쩡하게 혼자 흘러가다 보니 식사를 함께할 길동무가 없다.

할 수 없이 봉우리 한 켠에 앉아 봄이 다가오고 있을 눈부신 남쪽 나라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조용한 산상만찬을 즐긴다.

호화로운 고원 레스토랑

멋진 풍광에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멋드러진 어여머리

 

멋진 적송 (13;15 경각산으로부터 약 15분)

호남정맥의 길목을 지키는 멋드러진 적송이 정맥주유를 위로한다.

어느 욕심 많은 사람의 정원에서 시들어 가지 않고 늘 푸른 모습으로 정맥 종주자들의 나침반이 되어주길.

 

불재에 내려서는 길에 배낭에 나무를 넣어 지고 가는 사람이 있다.

가지를 쳐내고 뿌리와 밑둥을 배낭에 넣고 가지와 잎들은 밖으,로 나와 있는 채로.

일행이 세명인데 하도 황당해서 한마디 했더니

잔뜩 겸연쩍은 표정을 한 채 노간주 나무인데 자기가 꼭 필요하단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만인의 자연을 자신의 정원으로 옮겨내는 그 무막지한 이기심

백주 대낮에 저러고 다녀도 괜찮은 건지..

내가 신고를 해야 하는 건지.

그 사람들 그대로 두면 조금 전 지나친 멋드러진 적송도 언제 캐어낼지 모르는 일 아닌가?

 

 

불재가는 길 조망바위에서

 

조망바위(13:21 경각산으로부터 약 20분)

불재로 내려서는 길에는 멋진 조망바위가 있다.

한 컷을 지나칠 수 없는 곳

불재가 보이고

 

조망바위에서2

 

푸른 창공을 마음대로 종횡하는 페러글라이더들과 구이저수지의 조화가 멋지다.

빙빙돌다 내려 가는 줄 알았더니 내려왔다 올라왔다 자유자재로 활공하면서 오랜 시간 체공하는 걸 보면 인간이 새와 다를 바 없다.

 

불재 도예촌과 관광안내판

 

불재 (13:30 경각산으로부터 약 30분)

불재에는 포장도로가 가로지르고 있다

한켠에는 임실군 관광 안내판이 있고 건너편에 도예원이 있다.

잠시 도예원 주변을 둘러 보며 한가롭게 휴식하고 있으려니 후미팀들이 속속 합류한다.

도예원은 비어 있어 물을 보충할 수 없어서 일행들과 함께 언덕 위 숯가마로 갔다.

숯을 굽는 가마가 있어서 불재인 모양이다.

옛날 같으면 운치 있는 산막의 모습일 텐데 언덕위에는 현대식 건물이 서있고 오늘이 숯이 나오는 날이라 몇몇 사람들이 면옷과 면이불로 무장하고 숯가마에서 사우나를 하고 있단다.

요금은 공짜

숯 나오는 날을 알면 누구나 와서 진짜 참 숯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는데 혹시 이다음 불재에 갈  사람들은 면 옷 가져 가서 사우나 까지 하고 오시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배낭을 메고 불재 위 활공장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뒤를 따라 가면서 물어 보았더니 어려울 것 같은 패러글라이딩도 2주 정도면 배울 수 있고 장비 값도 중고로 하면 150만원 정도면 된단다.

재미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산행을 포기하고 하라면 글쎄.

활공장을 지나  607봉을 가는 길은 420봉과 430봉을 거쳐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치고 올라야  한다

 

607봉 (15:30 불재로부터 1시간 30분)

장단지가 탱탱해지고  호흡이 거칠어 진다.

200m의 고도차인데 워낙 가파르다 보니 오름 길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뾰족한 길도 없고 군데군데 아직 녹지 않은 눈을 피해 미끄리지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발을 두며 80도 급경사를 오르는 곡예등정이라  예사롭지 않은 구간이다.

올라가서는 일제히 휴식 (애고 애고)

능선은 좌측으로 굽어져 607봉으로 달려간다.

607봉에서 먼저가신 청계님이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에서 오시길래 치마봉으로 치마 걷으러 가신 줄 알았는데 알바

능선을 올라 치느라 힘드셨을 텐데 먼저 가셔서 아르바이트까지 하시다니.

607봉 바로 아래 헬기장이 있다.

 

고생 끝이다

607봉을 막아서는 산이 없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속도가 붙는다.

역시 관절이 짱짱한 사람한테 내리막은 신나는 법이다.

기분 좋게 내려치다 이젠 끝이란 생각에 떡과 빵으로 최후의 만찬까지 즐긴다.

 

작은 불재에 내려서며 바라본 풍광

 

작은불재

 

작은불재 (16:10  607봉으로부터 40분)

다시 신나게 내려오는 길에 참나무는 죄 베어 버리고 빈약한 소나무만 군데군데 남겨둔 벌목 지대를 만난다.

산등성이면 계곡 그리고 비탈사면 까지 나무는 죄 베어 버렸다.

호남정맥 또 하나의 훼손현장이다.

도대체 이런 산중에서 무얼 하려고 이렇게 나무를 온통 베어내는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도 손쉽게 역사의 교훈과 대의명분을 외면한다.

대자연의 역습에 속수무책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려 하지 않는다.

생난리로 떠들어 대던 메스콤의 광풍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서민들의 고통과 아픔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날 까지 잊혀지지 않는 남은 사람들의 상처와 좌절은 닥치지 않은 사람들에겐 언제나 먼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주검과 폐허 그리고 아픔의 흔적마저 덮어버린

필리핀의 레이타 섬의 고요한 진흙처럼 대자연의 분노는 그렇게 잔인하고 처절하다.

 

 

작은불재에서 바라본 산너머 산

 

설마 저 봉우리 세개를 다 넘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바닥 까지 치고 내려 왔으니 고개 하나를 넘고 저 산모퉁이를 돌면 만날 것 같았던 영암 부락재는 작은불재에서 보았던 소나무가 선 봉우리 까지 세번의 오름을 죄 넘고 나서야 뱀처럼 구불거리며 산허리를 관통하는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기대가 허물어진 다음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난다.

아니면 말구

또 가면 되지

 

영암부락재를 관통하는 49번국도

 

그래도 사람이란 참으로 정교하게 단련되고 적응하는 동물이다.

백두대간이 숱한 굽이에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사이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급함을 떨쳐내고 느긋하게 삶을 관조하는 방법과 긴 산행을 즐기는 법을 체득하고 말았다.

산너머 또 산이면 어떠랴

오늘 내로 도착하겠지

어두워 지면 또 어떠랴

후랫쉬 불을 키면 되지

게다가 이 산중에는 나 혼자가 아닌데

그 옛날 갈전곡봉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번번히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줄기차게 나타나던 산너머 산.

그 고통과 힘겨움을 겪으며 길고 단조로운 여행길을 기쁨과 감동으로 빚어낼 수 있는 여유와 낙천성을 배웠다.

고행 길에도 즐거움과  희망이 그렇게 훨훨 날린다.

 

숲속의 뱀

 

마지막 조망 봉우리에 섰다

좌측으로 멀리 보이던 저수지가 코앞에 보이고 앞에는 뱀처럼 도로가 기어간다.

다음 번 올라야 할 오봉산은 장단지께나 뻐근하겠다.

해거름이 한참 남았는데 이동 베이스 캠프로 내려섰다. (17:05)

힘도 해도 남았는데 오봉산까지 올라 갈꺼나?

 

이동 베이스 캠프

 

먼저 내려선 분들이 반겨주고

막걸리 순배가 잘 돌다가 바닥이 났다.

그런데 남은 소주는 좀 거시기 하다.

가래떡에 빵에 이것저것 많이 먹다 보니

막걸리 한잔과 김치찌개 한 그릇에 땡이다.

1시간 먼저 내려선 오아시스와 미소님

앞으로도 그 정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귀연의 준족

그리고 이젠 모두 득도의 경지에서 각자 산행을 즐기면서도 별다른 시간차를 만들어 내지 않는 모든 대원들

산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한 사람들

그래서 호남주유길이 더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든다.

막걸리가 모자라도

배불러 라면을 먹지 못했어도

세사의 세름을 다 잊고 가본적 없는 길을

하루종일 빠대고 다닌 오늘은 즐거운 날이었다.

어느 산비탈

단단해진 눈을 밟으면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오늘 산행이었으니

다음 번 출정땐 샛노란 복수초를 만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