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에 서 있는나무
사람이나 국가나 가진 넘들이 더하다니까.. 지덜 유리한대로 스포츠사에 유래없는 대진표 만들어 붙여 같은 놈들과 세번 맞붙여 놓고 동네 야구심판보다 더 무식한 놈들이 코리아가 일본넘들 지긋이 밟아 줘도 지 밥그릇 못 챙겨 먹고 개망신 당하는 꼴이라니…. 어떤 넘은 세번지고 한번 이기구서 준결승에 나가고 어떤 넘은 여섯번 이기고 한 번 졌다구 한 순간에 개구락지 되야고 그란데 코리아는 왜 다된 밥에 코빠트리고 왜 죽쒀서 개주는겨?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지만 육대빵이 뭐여 그 대목에서 맨날 당하기만 했던 옛날이 또 생각 난다. 왜 그넘들한테는 꼭 끝이 안좋아야 하는지… 차라리 일본넘들처럼 세번지고 네번째 이기는게 훨낫지…. 어이구 봉창터지는 하루…
알콜과 마약만 중독이 아니더라 잿빛둥지 칩거라니 웬 망발? 불쌍한 중생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마누라 그리구 도대체 야구를 안보고 산으로 간다는 요해할 수 없는 아버님을 의아해 마지 않는 아들을 두고 새벽의 빗장을 풀다 어드만치 봄이 올라오는지 마중 가야제… 봄빛 눈부신 남도의 들녘으로 가야제… 애국심, 흥분 ,격정,스릴 그리고 희로애락 까지 문고리에 걸어두고 가려니 발길이 무겁다. 잃어 버리는 것만 많은 하루가 될까? 건강 자연의 아름다움 봄 따라 올라오는 기대와 흥분 내팽개쳐진 자아 그 중 몇 가지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호남의 산 길 어는 모퉁이에서… 호남주유 네번째 봄이라면 더 많은 인원이 동참일 텐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확인할 수 있는 얼굴은 열세 분…. 베이스 캠프는 조촐하고 널널하다.. 칸님만 절대 야구 때문이 아니라고 했는디 다른 분들은 필시 야구
때문이겠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고…. 헤롱거리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알딸딸한 눈으로 냉이 캐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소리개재 위에 내가 벌써 서 있다. 오전 8시 이제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할 시간에 오늘은 호남주유 그 4번째 휘장을 열어 젖힌다. 아침엔 잘 몰랐는데 오늘이 제대로 된 봄 날씨가 아니다. 春來不春來 봄이란 그렇게 쉽게 오지 않고 봄 처녀는 시샘이 많아 요번 휴일에도 샐쭉해서 토라져 있다. 아직 새벽 무서리가 길섶에서 날을 세우고 있고 소리개재를 불어가는 바람결이 제법 매섭다. 칼 바람을 맞지 못해 서운하다고 했다가 지난주 계룡산릉에서 귀가 잘리고 볼테기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 후련한 시린 바람을 마중하고 나서 소리 없이 떠나 가는 안스러운 겨울에 다소 면목이 섰는데 오늘 또 바지랑이를 부여잡으니 이젠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네 관심을 안 가지면 괜히 서운해지다가 정작 따라붙으면 시큰둥해지는 뭐 그런거…
호남정맥 제 4구간
산행지 : 호남정맥 제 4구간(소리개재-왕자산-고당산-개운치) 일 자 : 2006년 3월 19일
(일요일) 날 씨 : 바람이 세다. 햇빛은
따뜻하다 산행거리 : 도상거리 16.1 km 산행시간 : 약 9시간 동 행:
청계,나선생님,산꼭대기,백종수님,새벽안개,담헌,양반곰,미소
GOODMAN,백운봉,금강초롱, 한림정
(13명) 호남정맥
제4구간 경유지별 시간
소리개재
:
08:03 방성골
: 08:26 왕자산
:
09:12 예덕리고개
:
09:55 소군실안부 :
10:30 구절재
:
11:09 여산송씨묘 :
11:56 336.7봉삼각점
:
12:57 사적골재
: 13:27 500봉
:
13:45 560봉
:
13:50 용전마을안부 :
14:20 476봉
:
14:30 삼각점
: 14:33
553봉
:
14;55 굴재
:
15:21 고당산전위봉(528봉) : 15:45 개운치
:
16:57 소리개재 출발 (08:03) 바람이 불어가는 벌판에서 기억을 표구하고 단단히 옷매무새를 여미고 남도로 간다. 한번의 알바로 살인미소란 닉네임을 바꾸어 달아 주던 백운봉님은 급기야 김형곤이의 죽음에 충격받아 선두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기꺼이 한림정님에게 넘겼다.
호남정맥길에 홀연히 만났던 낭만적인 여인 옥정 멀리서 손수건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있다. 소나무 숲은 지나고 휘적이며 나아가다 선두가 돌아선다. 이 길이
아닌개벼 앞서 두 갈래 길에서 리본이 더 적은 쪽이 맞는 등로인 모양이다. 길은 정자나무가 선 마을 앞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디귿자로 휘돌아 간다. 할미꽃 그리고 방성골
방성골(08:26 소리개재로부터 23분) 평화로운 방성골의 아침 풍경이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마을이 바라 보이는 뒷산이며 땔감용 나뭇가지를 쌓아놓은 모습이며 고만고만한 시골 풍광이 그 옛날의 고향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머지 않아 고향의 저수지에는 난초가 피고 물가엔 물방개가 돌아 다니겠지… 싸늘한 날씨에도 성급한 할미꽃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왕자산 삼각점
왕자산 (09:12 방성골로부터 45분) 완만하게 오름길이 급경사로 변하고 20여분 오르면 호위봉이 선다. 오름 길에서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난의 인내를 보았다. 오늘 구간도 난이 많다. 모두 춘란인데 친구한테 애기 했더니 한 촉에 3000원에 판단다. 지금까지 본걸루 계산하면 다 월매여?
좌측으로 437봉으로 분기하는 삼거리봉으로 묘 1기가 있다. 왕자님 만나기가 그렇게 쉽나? 호위병에게 신고하고 다시 가파른 오름 길을 치고 나서야 초라한 행색의 왕자님 알현이 가능하다. 잘못 지나 치면 왕자님도 못 알아 볼 수 있는데 왕자의 표식 (갈담 453 1991복구)을 확인
하시길….
고목나무 쉼터
고목나무 쉼터(09:33 왕자산으로부터
21분) 20분쯤 산길을 걸어가면 비켜갈 수 없는 멋들어진 고목나무 따뜻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쉼터 표지판을 나무등걸에 걸었네 양지 바른 묘가 있고 잔디가 있으니 지나쳐 갈 수 없어 가던 길 멈추고 잠시 풍광을 감상하며 윤선생님표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광산김씨묘 , 예덕리 고개, 예덕리고개 느티나무
예덕리고개 (09:55 고목나무쉼터로부터 약 17분) 고개를 하나 넘으니 멀리 광산 김씨묘와 예덕리 고개가 보인다. 색바랜 나무판에 쓴 글씨로 보니 산주의 허락 없이 쓴 묘 같은데 남의 산에 저렇게 대차게 묘를 쓸 수가 있을까? 예덕리 고개에는 멋진 정자나무 한그루 있다. 바라보이는 마을이 윗 보리밭 마을이다. 싸늘한 날씨가 봄을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차가운 바람결에도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소군실 안부
소군실 안부(10 :30 예덕리고개로부터 35분)) 오름 길에 벌써 돋아난 냉이들을 보고 새벽안개님과 금강초롱님은 후미팀을 기다릴 겸 아얘 작정하고 나물캐기로 자세전환 나머지 일행은 가던 길을 재촉한다.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어디부턴가 마루금을 잃어 버리고 등로의 흔적이 희미한 계곡 길로 접어들었다. 발자국과 표시기로 보아 선두팀들도 지나간 길이 맞긴 한데 올바른 정맥로는 이탈한 셈이다. 어쨌든 계곡을 따라 길을 내어 능선에 올라 치니 앞 팀의 모습이 보이고 능선을 따라 이어가는 등로가 보인다. 460봉에 힘겹게 올라서서 잠시 우측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시야가 트이고 정맥은 좌측으로 방향을 꺾어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벌목한 산사면을 따라 420봉 옆으로 소군실 마을이 평화롭게 내려다 보이고.멀리 구절재로 이어지는 듯한 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소박하고 질박한 우리 산하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호남정맥의 심각한 훼손현장인데 시야가 트이는 조용하고 한적한 길에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해 진다.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기만 해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목 어디에도 모두들 주우려 하지 않는 기쁨이 널려 있다. 나뭇가지를 흔들어 내 목을 감고 지나는 바람 낙엽 밟는 소리 그리고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고요함은 행복이 아닌가?
하늘소나무 구절재 가는 길에 구절재로 내려서며 구절재입석 구절재
구절재(11:09 소군실안부로부터
39분) 급한 오름으로 420봉에 올라서서 완만한 작은 봉우리를 지나면 마루금은 능선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구절재 밭둑 길을 따라가면 잘 정돈 된 묘소가 나오고 도로가 보인다. 11시 9분 소리개재에서 세시간 가량 흘러온 셈이다. 배가 출출하니 함께 모여 간식 좀 챙겨먹고 오랜만의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바람도 잠잠하고 햇살이 따사로우니 게으름이 고개를 든다.
진주최씨묘 여산송씨묘
여산송씨묘 식사 (11:56 구절재로부터 약 40분 식사시간 약 20분 소요)) 오늘은 역사적인 세계야구 준결승날 우리 인생에 이런 날이 몇 일이나 될 거라고 묵묵히 산만 타고 있어야 하나 ? 산은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탈 수 있는데…. 누구랄 것도 없이 한 두마디 던지다가 급작스레 분위기가 반전되고 의기가 투합된다. 여기서 끊어야 다음 번 구간으로 내장산 전 추령 까지 무리 없이 끊어질 수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급기야 모두 버스를 몰고 나가서 좋은 식당에서 한잔 푸면서 역사적인 경기를 관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전처럼 풍성한 야외 만찬을 즐기고 우리는 베이스볼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을
소리나지 않는 MP3에
의존한 채 담헌님의 표정과 언어 그리고 백운봉님의 재중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시 호남 길을 휘적이며 나아 갔던
것이다.
사적골재 가는 길에 336.7봉 삼각점
336.7봉 삼각점 (12:57 여산송씨묘에서 약
40분) 다시 본격적인 능선 길로 접어들면 울창한 송림 숲을 지나고 송전탑을 만난다. 송전탑을 지나 뒤돌아 보니 마을이 보인다.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는데 일본 8번 타자가 내야 땅벌로 죽고 9번 타자가 2 루타를 때리는 통에 정신은 온통 담헌님의 생중계에 쏠린다. 송전탑에서 20여분 가면 전주최씨 묘소가 있고 5분쯤 더 가서 정읍478-1997재설 이라는 삼각봉을 이고 있는 336.7봉을 만난다
사적골재 전경
사적골재(13:21 삼각점으로부터
24분) 10 여분 후 428봉을 지나고 죄회전 후 급한 내리막을 내려서면 사적골재에 도착한다. 아래로 시멘트 도로가 가로지르고 기와집 한 채가 있다. 연화정사 인적은 없고 양지 바른 골에 따듯한 평화가 드리워
있다. 좌측 멀리 벌목된 산비탈 아래도 민가가 몇 채
보인다 멋들어진 감나무가 반겨주고 묘지를 내려서서 뒤편으로 붉은 기와로 단장한
현대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500봉 조망
560봉(13:50 사적골재로부터 29분) 인기척 없는 연화정사 건물을 지나 시멘트 포장 길을 따라 가다가 둔덕을 하나 넘으면 다시 포장된 임도를 만나고 좀더 올라 가다 보면 좌측 능선으로 리본이 달린 등로가 보인다. 청계님은 아랑곳 없이 임도를 따라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10여분을 가파른 길을 올라 채고 나니 묘 1기가 쓸쓸히 반겨주는 500봉이다. 멀리 산아래 마을이 보인다. 이 500봉에서 마루금은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완만한 오름 길 끝에 있는 560봉으로 간다. 560 봉에서 팽팽하던 긴장감은 일거에 허물어 졌다. 투수전으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 되었는데 노아웃 위기상황에서 김병연이가 나가더니 순식간에 투런 내주고 내친김에 경고 까지 먹는다. 그리고 계속되는 위기상황으로 점수차가 점점 벌어지고 …. 정말 속이 뒤집히는게 “왜 구대성이를 안 보낸겨?” 좌우당간 일본넘들하고는 태생적으로 무언가 뒤틀리고 꼬여 있다. 털어버리려고 씩씩 거리며 산을 가는데도 허무와 허탈이 그렇게 따라 온다. 육대 빵이라니 어이가 없다.
용전마을 안부 봄나무
용전마을 안부(14:20 560봉으로부터 30분) 홀로 간 청계님의 소식을 몰라 걱정하던 차에 내림길에 청계님 목소리가 들린다. 먼저 가 계신 걸 보니 임도는 산봉우리를 돌아 560봉 뒤편 능선으로 연결되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이산가족이 되나 걱정 했는데 다행이다 싶다. 산죽지대의 가파를 내리막을 지나면 용전마을 안부가 나타난다. 아직 모든 초목이 긴장한 채 드러내 놓고 봄을 노래하지 못하는데 여름처럼 번쩍 이는 잎새를 풀어헤친 나무가 있다. 아무도 이름을 모르는 나무 새순이나 꽃잎마저 봄을 미심쩍어 하는데 큰 잎새를 모두 피워낸 간 큰
나무가 인상적이다
삼각점 고로쇠 눈물
삼각점(14:33 용전마을 안부로부터 13분) 용전마을이 보이는 안부에서 완만한 오름 길이 이어진다. 516봉을 지나 면계능선 분기봉 즉 국사봉이 분기하는 476봉은 봉우리를 지나치지 않고 산허리를 감고 휘돌아 간다. 가는 길 완만한 능선 길에서 마을이 내려다 보이기도 하고 꽃망울을 머금고 햇빛이 더 부드러워 지기를 기다리는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키 높이 산죽 숲을 바스락 소리를 내며 지나가기도 한다. 여긴 모든 게 무공해고 날카로운 소음이나 금속성 기계음도 없다 백두대간에 비하면 그다지 낙차가 크지 않으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도 그다지 힘들 것은 없다. 능선 길에서 삼각점을 만난다. (정읍476- 1984재설)
553봉에서
553봉에서 바라본 고당산
김해김씨묘 고당산과 전위봉(528봉)
553봉(14:55 삼각점으로부터 22분 5분간
휴식) 군데군데 고로쇠 물을 받고 있는 통과 비닐봉지를 보면서 15분 정도의 오름 길을 극복하면 553봉이 서고 다시 시계가 가 트인다. 비로소 오늘 왕자산에 이어 유일하게 산이름을 갖고 있는 고당 산이 건너다 보인다. 553봉에 함께 휴식하며 잠시 주변의 조망을
감상한다. 북쪽으로 마을이 보이고 청록색의 어두운 능선을 너머로 넓은 평야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저수지가 보인다.
굴재의 봄 굴재 굴재 경주김씨 묘
굴재(15:21 553봉으로부터 21분 ) 김해김씨 묘에서 호남의 마루금은 좌측 내리막으로 꺽이면서 고당산을 우측에 놓고 다시 휘돌아 굴재로 내려선다 굴재에서 앙징맞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봄을 만나고 세찬 바람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대나무 숲의 열열한 환영을 받는다. 정적에 잠긴 굴재에는 날선 바람 소리만 가득하고 빈 하늘은 그저 푸르기만 하다. 혼자 떨어져 굴재에 서서 맞는 호젓한 바람을 맞고서야 뒤집힌 속이 후련해 진다. 굴재 옆에는 경주 김씨묘가 있다.
고당산 전위봉 오르는길 고당산 전위봉 오르며 바라본 오룡마을
고당산(16:10 굴재로부터 54분
휴식) 고당산 전위봉 까지는 한쪽 사면과 계곡 그리고 건너편 산비탈 까지 온통 벌목한 능선 길을 따라 오름 길이 계속된다. 가끔 오름 길에 뒤돌아 보는 오룡마을과 멀리 바라다 보이는 저수지가 푸근하다. 528봉 고당산 전위봉에는 커다란 묘가 1기가 있고 일대가 잘 조망된다. 모두 함께 모여 잠시 휴식한다. 고당산 조망 고당산삼각점 고당산 조망
헬기장 조망 야호 고당산이다. 정읍810 삼각점이 있다. 고단한 고당산도 별거 아니네 일본넘들 한테 열 받아서 힘든 것도 모르겠네 다시 복습해 볼까? 1차에 만덕산, 2차에 경각산,3차에 묵방산, 4차에 고당산 이거 못 외우면 호남정맥 다하고 나서도 증거 불충분에 걸릴 수 있다. 고당산은 고당산 전위봉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20분 거리에 산죽을 두른
채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다. 하여간 높은데 서니 좋다. 호남 정맥길 중 최고의 코스라는 다음 내장산 구간이 한눈에 들어 온다. 후손들이 고단한 정성으로 고당의 용골마루에 누워 사바세계를 내려다 보는 호사를 누리는 이 조상님은 어느 뼈대있는 가문 출신인가?. 멋드러진 산죽 울타리로 북풍을 막고 남쪽으로 웅장하게 흐르는 산릉을 바라보며 따스한 봄 햇살을 욕심껏 고원의 안 마당에 들여 놓고 있다. 멀리 개운치를 넘어 우리가 가야 할 중계탑 봉우리도 보인다.
오길 잘했지 속 뒤집어 진 채 술 푸다 눈알이 빨개서 집에 가면 밤새 꿀꿀할 뻔 했지… 다음부턴 정맥출정 일에는 월드컵도 안 본다. 결승전은 빼고….
개운치 풍경
개운치(16:57 고당산으로부터
40분) 헬기장을 지나 개운치 까지는 개운한 마음으로 흘러 내렸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봄 햇살이 따가웠을 날 바람이 시샘하는 봄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그을려 놓은 날 막판에 대나무 숲에서 마루금을 놓쳐 계곡으로 내려와 개울을 건너니 좀 껄쩍지근하긴 하지만 이런들 어떠허고 저런들 어떠허리… 오늘 하루 또 4번째 호남 주유도 무사히 마무리 하고 섬진강 향해 가는 긴 산길에 내 발자국 찍었으니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얘기하겠지 주름살이 가득한 마누라와 호남의 국도를 여행하면서… “내가 왕년에 저 능선들을 날아 다녔지…” “저기서 김치찌개와 왕주를 먹었다네 “ 내 기억이 희미해진 뒤에라도 이 한 조각의 글로 친구를 떠 올리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정맥길은 기억하겠지…. “그들이 내등을 밟고 지나 갔다네…” 베이스 캠프에는 먼저 내려선 사람들 속과 술국이 부글부글 끓고 왕주의
향기는 봄바람 타고 날리더라 접때 무리한 산꼭대기님의 자제로 왕주는 남아도는데 오늘 라면은 국물도 없다. 옥정이도 떠나고 화사한 봄을 만나리란 기대도 사라지고 우승의 열광도 일장춘몽처럼 지나 갔지만 가지 않은 길을 걸어 9시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이렇게 바람이 지나는
길섶에 앉아 길동무와 한잔
술을 치니 봄은 내 마음에 먼저 들어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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