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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호남정맥 제 1구간 (주화산-만덕산-슬치)

 

 

                                                       호남 길동무들

 

호남정맥 종주 제 1구간

 

  산행지   :  호남정맥 제 1구간(주화산-만덕산-슬치)

  일  자   :  2006년 2월 5일 (일요일)

  날  씨   :  춥고 바람 부는 날

  산행거리 :  도상거리 21.5km

  산행시간 :  약 9시간

  동   행  :  청계,나선생님,청산,로즈마리,계백장군,산꼭대기

              백종수님,새벽안개,한림정

              담헌,양반곰, 백운봉,이창근님,미소 (15명)

 

 

   호남정맥 제1구간 경유지별 시간

 

   모래재 휴게소      : 08:45

   주화산  정상       : 08:57

   전적기념비         : 11:19

   웅치               : 11:24:

   오두재             : 12:10

   만덕산 앞 봉우리   : 12:44

   만덕산 삼거리      : 13:21

   300m 이정표        : 13:31

   제5쉼터            : 13:43

   마치               : 14;20

   북치               : 15;13

   죽림온천9km 이정표  : 15:32

   남초교 탈출로       : 16:35

   황산재             : 17:05

   슬치               : 18:04

 

 

 

선택이란 놈 만큼 우리의 삶에 집요하게 따라 붙는 것은 없을 듯싶다.

언제 어디서나 내려야만 하는 결정과 결심이 때로는 부담을 몰고 오기도 한다.

바람과 같이 혼자 떠도는 자유 그리고 미리 준비된 일정과 조직 속에서 새로운 세계와 의미를 찾아 나서는 여행 길은 춘삼월이 되기 전에 내게 선택을 강요했다.

 

새로운 시작이란 항상 끝을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들이대고 그 약속이란 가끔은 자유를 구속하면서 체력적인 흔들림을 동반할 무절제함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은 실패를 예정해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앞으로 내게 주어지는 자유의 시간이 훨씬 많을 것이고 아직 짱짱한

체력일 때 호남정맥 길 구비구비에 감추어진 더 많은 의미와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몇 번만 지나면 이슬을 털어 새벽 길을 열어야 하는 그 부담과 구속을 즐기는 나를 다시 발견하게 것이다.

 

사실 백두대간의 멋진 추억이 정맥 길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갈망으로 바꾸어진 날 부터 정맥종주를 꿈꿔 왔다.

새로운 도전과 의욕으로 시작한 대충산사와의 낙남정맥 종주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4차 종주를 끝으로 중도 포기를 한 채 그들이 영신봉으로 진군하는 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아야 했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채로 남겨 두고 다시 호남의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새로운 시작에 합류한 내 욕심이 더 많은 깨달음과 인생의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반가운 얼굴들을 대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결국은 어는 산모퉁이나 먼산으로 떠나가는 버스 안에서 언젠가 만나게 될 사람들

결국 기력이 허락하는 그날 까지 산을 떠나지 못할 사람들

긴 시간여행을 함께하며 다시 어려움과 즐거움을 같이 나눌 한 팀으로 그들을 만나게 되니 기쁜 마음이 앞서간다..

 

함께하는 사람들

 

회갑을 지내고도 몸도 마음도 여전히 싱싱한 젊은 오빠 청계님

은근과 끈기로 후반부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나선생님

항상 푸른 산처럼 넉넉한 훌륭한 리더 최선생님

멋진 여행으로 종교적 성찰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넓혀가시는 로즈마리님

한겨울에도 주체 할 수 없는 땀의 열기로 고드름 투구를 써야 하는 계백장군님

원래 소리 없이 강한데 새해 들어 한층 더 강해진 산꼭대기님 

출중한 산행력으로도 항상 후미를 지켜가는 의리의 종수님

날이 갈수록 산에 대한 애착과 체력이 넘쳐나는 새벽안개님

항상 부지런하고 매사에 열심이신 한림정님

맘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낙남주유 길동무 담헌 문병환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소속 산악회의 출정을 포기하면서 다시 호남정맥의 투혼을 불사르는 넉넉한 체구의 양반곰님

처음 함께하는 귀연의 별, 의지의 한국인 백운봉님

멋진 스타일의 이창근님

귀연의 새로운 준족 미소님 

모두 강한 개성과 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들이다.

 

9정맥 중 가장 긴 430km의 호남정맥은 역동적이고 장중하다.

주화산에서 금남정맥과 분기되어 우람한 산세를 이르켜 내장산을 비롯한 강천산 무등산 조계산 백운산등 숱한 호남의 명산을 품에 안고 흐르다 섬진강 포구에 이르러 주체할 수 없는 격정을 억누르고 만다.

하루 산행 20km 전후로 끊어도 20회 이상을 출정해야 하고 한여름엔 잡목과 덤불로 진행이 어려워 휴식해야 하니 또 1년을 훌쩍 넘어선 농사가 될 것이다.

금남정맥과 중복되는 구간을 아직 마무리 하지 못 했으니 혼자 달캉거리고 떠날 여행길도 4번이나 더 남아 있는 셈이다.

 

모래재 휴계소

 

하염없이 졸다가 모래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모래재에 흐르는 칼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금남 호남 정맥의 역사적인 분기점에 서 있을 우람한 주화산을 상상했었는데 모래재에서 바라 보는 주화산은 동네 언덕 같다.

인삼밭으로 파헤쳐져 지기마저 빼앗겨 버린 듯 희망을 포기한 부상병처럼 맥빠진 모습으로 호남과 금남의 길목을 지키고 선 주화산

 

새로운 시작의 파이팅과 함께 기념사진 한 컷이다.

내년에 섬진강을 바라보며 만세를 부를 수 있기를.

 

주화산 인삼밭

 

주화산 (금남 호남정맥 갈림길)

 

주화산(금남호남 정맥 갈림길)

 

가파른 잡목 숲으로 길을 만들어서 주화산에 올라 보니 넓은 헬기장이다.

주화산은 헬기장 너머 금남정맥 쪽으로 조약봉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봄이 오면 혼자 이곳 까지 흘러 내려야 한다.

 

헬기장 좌측 길을 따라가다 능선길이 좌측으로 굽어지고 한굽이를 급하게 내려선 곳이 모래재 인 모양이다.

발아래 한가로운 모래재 휴게소가 내려다 보인다.

다시 급한 오름 길을 두어 번 타고 내리면 안부를 지나는데 아마도 적천재 쯤 되겠다.

 

몇 달간의 장거리 산행 공백이 있었고 명절을 지나며 대책 없이 몸이 흐트러졌으니 금남정맥을 마무리하고 파죽지세로 호남으로 진군하는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게다가 눈길에 다시 나둥그러지기라도 하면 나아가는 오른팔에 다시

치명상을 입어 회복이 또 지연될 것이다.

아이젠을 챙기면서도 야산이라 눈이 없을 거라 생각 했는데  등로에는 살짝 내린 눈이 덮여 있고 나뭇잎아래 물기는 얼어 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차가운 날씨에 자켓까지 벗어 던진 채 꽁지빠지게 선두를 따라가다 보니 20km가 넘는 길을 날도 풀리기 전에 너무 무리한 욕심을 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일기도 한다.

 

멀리 만덕산이

 

산죽지대를 지나 능선분기점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트니 멀리 만덕산이 시야에 들어선다.

일대에 군림하는 걸출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곰티재 안내판을 놓치고 안부에 내려섰다. 여기가 옛날 곰재인 모양인데 이길에서 1.5km 정도 내려가면 월상리 신촌마을에 다다른다고 한다.

옛 곰재를 뒤로하고 죄측에 철조망이 있는 능선을 오르다 보면 능선아래로 웅치 전적비가 보이고 능선이 분기하는 600봉에서는 무수한 표지기가 우측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길이 호남정맥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웅치 전적비 아래서

 

웅치

 

전적비에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내달리는 선두의 발길을 잡아 기념촬영을 한다.

산으로 둘러쌓인 묘소와 전적비가 세워진 자리는 만덕산을 앞에 두고 산으로 포근하게 둘러 쌓여 푸근한 명당의 지기가 느껴진다.

이곳  웅치는 전주 진안의 주요 교통로로 침공하는 왜군을 맞아 많은 희생을 무릅쓰면서 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했던 애국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넓은 비포장도로인 웅치는 소양면과 부귀면의 경계로 부귀면을 알리는 표지판이 한 켠에 서 있다.

 

익산-포항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본격적인 만덕산 오름 길

20여분 진행하면 510봉에 올라선다 잠시 완만한  능선 길을 타다 직진길을 버리고 표지기를 따라 급격히 오른쪽 길로 내려서면 인삼밭 두덕을 따라 오두재를 지난다.

능선의 날등을 따라 가노라면 좌측으로 멀리 상담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우측 편으로 익산 포항간 고속도로 교각에 상판을 올린 길이 굴 속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의자 두개가 있는 제2 쉼터를 지나고 산죽과 눈덮힌 돌길이 미끄러운 길을 가로질러 만덕산 옆구리를 휘감아 오른다

너무 조심하느라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새벽 5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나서 떡 두어 개 먹은 것 만으로는 끼니때를 훌쩍 넘겨 버린 위장을 달랠 도리가 없으니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기가 쉽지 만은 않다.

 

산허리를 휘감아 오른 능선에서 모처럼 터진 시야로 달려드는 후련한 바람을 맞는다.  

바위에 걸터앉아 물한 모금 마시고 건너다 보이는 눈덮힌 능선이 한폭의 수묵화 같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서면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만덕산 삼거리 앞 솟아오른 암봉 길에서 먼저간 일행들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기다리던 반가운 시간이다.

 

만덕산 앞 암봉에서의 조망

 

고단함을 딛고 올라선 암봉에서는 멀리 흘러가는 두 계곡 사이에 길게 늘어선 분지가 보이고 우리가 걸어야 할 능선이 마른가지 사이로 흰 눈을 머금은 채 멀리 남녘을 향해 기운차게 굽이치고 있다.

 

 

마파람에 게는 감추듯이 산바람 속에서 순식간에 밥한 그릇을 비웠다.

종수님 배낭에 남겨진 반찬이 오지 않아 반쯤 먹다 서성이는 팀들과 보조를 맞출 새도 없이

평상시면 도저히 식사장소라고 생각되지 않는 곳

칼 바람이 불어가는 암봉 등산로 한가운데 두서없이 걸터앉아 울퉁불퉁한 바위의 똥침 세례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먹겠다는 일념 하나.

산신령이시어 불쌍한 중생들을 굽어 살피소서

 

만덕산

 

만덕산 삼거리

 

만덕산 삼거리 바위전망대에서는 멀리 마이산이 보인다.

막힘 없이 조망 속에서 흘러가는 산들만이 잿빛 하늘에 맞닿아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만덕산이 호남의 명산인가?

그 비좁은 봉우리와 산길에 산행 중엔 거의 만나지 못했던 수 많은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아얘 산중 식당을 차린 사람들

소주병은 나동그라 진 채  라면은 커다란 냄비 안에서 끓는다 .

족발이며, 수육 ,치킨에 심지어 홍탁 까지

산행의 즐거움과 섭생의 즐거움을 함께 욕심 내는 무수한 사람들로 만

덕산 삼거리는 시장의 난전보다 더 어지럽고 호떡집에 불 난 것 보다

더 소란스럽다.

만덕산은 등로에서 400m 비켜나 있다고 했는데 삼거리에 만덕산 표지판이 서 있다.

누군가 만덕산 바꿔치기를 자행하고 있다.

이정표에는 고도가 760m이고 슬치까지 13.2km가 남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옆으로 보이는 만덕산 까지 다녀 오려고 해도 가는 이 없고 고도나 산세로 보아 지금 봉우리

보다 조망이 더 나아 보일 것 같지 않아 분위기를 핑계로 슬그머니 지나친다.

나답지 않게 오늘 기가 죽긴 많이 죽었다.

도상으로 보아 지나온 길이 가야 할 길의 3/1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과 대략 남은 시간으로 계산해 볼 때 그리고 완만하게 흘러가는 능선을 볼 때 남은 길은 그다지 험로일 것 같지는 않다.

 

만덕산 300m지점 이정표

 

빵빵한 배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만덕산의 정기가 거칠 것 없는 시야로 사방을 조망하며 후련한 칼바람과 함께하는 여행 길을 여유롭게 만든다.

부드러운 능선길에서 예전의 장거리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다.

정상에서 300m 위치에 원불교 수련원이 2.3km 위치에 있고 정수사가 3.1km 떨어져 있다는 표지판을 지나고 몇 분 뒤 해발 620m  정수사 2.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선 안부를 지난다.

 

능선조망

 

제5쉼터

 

마재에 선 고목

 

제5쉼터는 정상 300m 표지판 지점에서 약 12분 소요되는데 여기서 다시 40여분 정도 가면 멋진 고목나무가 서 있는 마재(마치)가 나타난다.

양쪽으로 하산로의 흔적이 있다.

 

북치 (죽림온천 갈림길)

 

마재에서 산보하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능선 길과 기복이 별로 없는 얕은 구능을 몇 개 넘어 50여분 가면 북치가 나타난다.

조선일보 지도에는 북치로 표기되어 있고 우리가 가져간 지도에는 솔치로 표기되어 있는데 매달린 표지기에는 마치로 적혀 있기도 하고 슬치로 적었다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죽림온천으로 연결되는 능선 분기점인 것으로 보아 북치가 맞는 것 같다.

혼자 걸어가다 죽림온천 갈림길을 만나고 종주 길 쪽에 큰 나무로 막아 놓은 것이 마치 대간 종주 때 선두팀이 진행방향을 제어하는 표시 같아 잠시 혼란스러워 하는 중에 일행들과 다시 합류했다.

이 능선 길에서는 핸드폰 통화가 불통이라 기사님과 선두그룹 그리고 중간그룹과의 연락두절로 엇갈릴지 모를 하산로가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벌목능선을 지나는 귀연 후미팀

 

헷갈리는 이정표

 

그 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죽림온천  9km 라는 황당한 이정표가 서 있다.

관에서 설치한 모양인데 여기서 죽림 온천이 9km 라면 그걸 탈출로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거리감도 없는 대책 없는 책상물림들이 제대로 위치도 파악하지 않은 채 적당히 표지 판을 설치하고 서둘러 내려간 모양이다.

이런 잘못된 이정표가 저물어 가는 날 마음이 바삐 가는 산객들을 얼마나 애닯게 할까?

 

산으로 올라간 자동차

 

조금더 가다 보니 멀리 길가에 외딴 집과 인삼 밭이 보이고 그 앞 산 위 묘지에는 자동차가 올라와 있다.

어디로 자동차 길이 있는지 줌으로 끌어 당겨 찍은 사진이 신기하다.

 

표지기의 흔적은 없이 하산 길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 안부를 지나면서 이곳이 지도상의 신전리 재 일 거라는 짐작을 해 본다.

 

전화하는 최선생을 기다리다 보니 일행의 후미가 보이지 않는다.

흐려지며 어두워 지는 날이 발길을 재촉하는지 그 잠시간에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버린다.

그래도 남관초교 탈출로 에 다다르기 전에 기사님과 선두팀과 통화가 되어 다행이다.

 

남관초교 탈출로 인근 고목

 

지도상의 470봉이 어디인지 모르겠고 450봉과 사이에 있는 용암리를 거쳐 남관 초교로 떨어지는 정확한 탈출로의 흔적도 찾지 못하겠다.

도상에 표시는 되어 있지만 제대로 이용할 만한 탈출로가 못 되는 것 같다.

하여간 조선일보 호남정맥 안내서에는 3km거리에 약 40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행이 탈출로 부근인 것 같은데 우람한 고목나무가 서있는 곳에서 선

두팀과 통화를 하니 아마 황산재인 듯 임도공사를 하고 있는 지역을

이동하고 있다는데 후미인 우리와는 약 40여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중간팀과는 아직 연락이 되지 않지만 중간 탈출로가 명확하지 않아 중도에 내려섰을 가능성은 희박할 듯싶다..

 

불도저가 능선위에 올라와 있는 황산 재를 지나 임도를 따르다 우측으

로 완만한 산등성이를 넘어 저물어 가는 평평한 산비탈에서 휴식한다.

찬바람은 정지된 보온을 여지 없이 파고 드는데

우린 종수님의 술 한잔과 가래떡 하나로 마지막 산상 파티를 즐긴다.

격렬한 체력소모로 인한 출출함과 산의 마술이 가져다 준 황홀한 미각이 빚어낸 가래떡의 새로운 맛  

산길에 소파가 나뒹굴고 있는 걸 보고 여정이 얼마 만지 않았음을 느

낀다

그 다음 남은 길들은 한적한 시골의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 살아 나는

한가로운 길이다.

밭둑너머로 몇 그루 나무와 그 너머 산들이 보이고 시멘트 포장한 농

노 길도 나온다

선두팀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오고 땅거미는 잔잔하게 밀려오고 있다.

 

황산재를 지난 후 평화로운 전원 풍경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이뫼산으로 가는 길 풍경

 

오늘 하루의 무리 없는 산행 마무리를 예상하면서 여유롭게 편안한 길을 걸어 내린다.

예상한 시간 쯤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조금은 무리가 있긴 했어도 도로와 바로 만나는 슬치에서 1구간을 마무리 했으니 다음 산행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슬치주변 마을 풍경

 

슬치 휴게소 옆 주유소

 

도로에 어둠이 깔리고 불 빛이 몇 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슬치 휴게소에 내려섰다.

베이스 캠프에는 백두대간 길의 김치찌개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먼저 내려선 일행이 반갑게

맞아 준다.

다시 기억하고 싶은 추억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벽을 열고 떠나서 해거름에 고단한 다리를 끌고 뿌듯하고 장한 느낌으로 여행 길을 마무리하던 그 시간으로.

막걸리 두 잔에 고단한 여정을 날리고 찬 바람에 시린 손으로 김치 찌게 떠 먹으며 살아가는 날의 작은 기쁨에 마냥 행복해 진다.

한잔의 술 그리고 멋과 맛에 취하는 임실로 가는 국도변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것은 하면서 단순 무식하게 사는 것이 행복의 일차방정식이 아닐까?

의미 있는 첫걸음을 함께 한 길동무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