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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낙동정맥 제 5구간 (한티재 -에미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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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처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지 지난주 엄하사와 젊은 시절의 땀과 추억이 서린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군복무지역을 여행했고 지난주에는 귀연 썸머페스티발에 참여해 3시간 날라리 산행에 물 좋은 강가에 퍼질러 앉아 몸매무새를 완죤히 망가 뜨렸다.

그리고 월요일  점심 보신탕에 저녁 옻닭, 그리고 수요일 일식 집 술자리 까지….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

섭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말 이러구 낙동정맥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평화의 시간 위로 어두운 구름을 드리운 채

2주간의 방학이 지나고 다시 출정의 날이 어김없이 돌아 왔다.

도처에 도사린 지뢰고 복병이다.

산 넘어 다시 솟아 오르는 봉우리

허리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서 또 하나의 도전이 이죽거리며 고개를 내민다.

다시 태클을 걸어오는 건 체중과 공포의 뱃살이다.

근무지가 바뀐 후 출근시간 때문에 운동시간을 빼기 힘들고 술자리와 외식의 기회가 잦아져서

힘에 부치는 상대와 불사해야 할  하는 힘겨운 싸움이다.

 

어떻게 되겠지

출처가 모호한 나의 낙천성

일단 집을 나서고 나면 어려워 보이던 상황들이 수습되고 되곤 했다.

그래 세월이 늘려 놓은 건 체중만이 아니다.

여유와 똥배짱도 같이 늘어났다.

 

 

낙동 길이 멀긴 하지만

내겐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적어도 잘 먹고 잘 잔다는 거

사실 잘 싸기도 하는데 더 환상적인 건 매일 아침 볼일을 규칙적으로 보지만 출정의 날에는

생리현상도 자제를 해 준다는 거

 

36인승 널널 대형버스에 반쯤 퍼져서 너무 쉽게 인사불성 되는 나

30분도 채 안된 시간 잔 것 같은데 번번히 버스는 세시간 30분을 달려 와 있다.

나의 체형은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 되어 있는 셈이다.

 

산꼭대기 산행 대장이 오늘 코스는 거구로 간단다.

오잉?

우짜 이런 일이?

한티재에서 내려오면 몸을 씻을 데가 없데나 어쩐데나.

츠츠 , 우리 산행대장 너무 융통성이 많아요

까짓거 한 방향으로 밀어 부치고 대전 가는  어느 물 좋은 강변 길에 잠시 내려주면 될 일을

순리를 거스르는 것보다 예정된 길을 가는 게 좋을거구

글구 고도표를 보면 에미랑재에서 처음 바짝 힘들고나면 칠보산을 지나 하향 길이다.

그래도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원래 이런 일 하는데 사공이 너무 많으면 안되거던

산행대장한테 힘을 실어 줘야 하거던

 

 

 

한티재

해발 430미터의 한티는 수비면 게리에 있는 큰 재

찬물이 나오는 고개란 뜻인데 한티재는  역전앞 처럼 반복된 우리말 표기의 오류가 분명하다.

임진왜란 때 의병과 왜군이 이 골짜기에서 크게 전투를 벌인 곳이다.

통로의 반석 위에는 수 많은 말발굽 자국이 있고 지금도 비만 오면 핏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데 바쁜 발길에 그 증거를 찾을 겨를이 없다.

한티가 인근 마을이 신원리인데 마을에서 바라 본  한티가 4개의 문으로 보아 서쪽에 해당된다고 한다.

신원리는 동쪽에는 울련산과 불기산이, 서쪽에는 일월산이, 남쪽에는 검마산이, 북쪽으로는 주마산이 둘러 처져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4대문으로 경계를 삼은 피()씨의 도읍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서당두들을 중심으로 하여 북쪽에 북언덕재(), 동쪽에 구실재(), 남쪽에 가랫재(), 서쪽에 한티재()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조 세종 27(1445 )에 공무수행으로 이곳을 다니던 관원을 위하여 제원(齊院)을 설치하면서부터 새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본래 영양군 수비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을 새로 고칠 때 황정문 바위와 바람마실과 절골을 합하여 신원리라 하여 수비면에 포함케 했다고 전한다.

 

 

 

 

 

 

기념사진 찍고 오르는데

바람은 제법 불어준다.

역쉬 낙동 산신령님 따봉……

내 몸 상태를 먼저 아시고 도와주시려나 보다.


 


2010.8.15(일)

날씨

비 온 후 갬

섭씨 25~30도

산행거리

 20km

산행시간

 7시간 57분

산행경로

한티재(430m)

06 : 08

10지 춘양목

11 : 37

길등재

07 : 14

새신고개

12 : 24

850봉

07 : 45

칠보산(974.2m)

13 : 01

884.7봉

10 : 05

조망터(묘지)

13 : 47

깃재

11 : 14

에미랑재

14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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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되는 길에서 허기져하는 몇몇 산님들 땜시 식단을 풀었다.

거기가 이름 모를 묘지 옆인데

난 한참 밥을 먹다가 누워 계신 분한테 슬그머니 미안해져서 고시레를 한다.

참 대책없이 편한 무릉객의 뒷 북

이라다  낙동 신령님한테 또 한대 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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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인가 뿌리 채 뽑혀 넘어간 나무가 있고

수림사이 언뜻언뜻 산세가 조망되는 길도 걸어가고

어떤 곳에서는 벌목사면을 지나가기도 하는데 고도가 완만한데 날씨까지 좋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길이다. 

오늘은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자라난 이상한 모양새의 버섯들이 내 관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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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주는 흐린 날

길등재 까지 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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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벌목사면을 지나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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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등재

갈등이 생기는 길이라 갈등재로 했다가 길등재로 바뀌었다고 ?

이젠 갈등할 필요도 없다. 차 몰고 쉭 넘어가면 되니까.

 

되도록이면 뒤로 빠져서 걸었다.

난 후일에 남길 추억과 증거에 골몰한다.

어느날 갑자기 방구석에 쳐박혀 갈 수 없는 나라의 꿈을 아쉬워 할 것이다.

내 머릿 속에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

내가 남긴 증거와 추억이 내 지난 시절 가슴 속에 감추어 놓은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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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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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 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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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다.

 

이번 낙동정맥의 테마는 바람이다.

지난 번 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이었고

오늘은 힘겨움을 걷어내는 고마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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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큰 바람이 있었는지 활엽수 군락지에는 바람에 꺾인 나뭇가지들의 잔해가 즐비하다.

우릴 시원하게 해 주는 바람은 가지치기도 해주는 재주꾼이다.

마치 위세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바람은 큰 나뭇가지 사이에 꺾어 놓은 가지를 전리품처럼 걸쳐

놓는 몽니를 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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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길이지만 걸어가는 기쁨이 넘쳐난다.

수림에 막혀 조망이 없어 지루하다고?

그건 보통사람들 얘기구

산과 자연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들은 단조로움이 몰고 오는 기쁨의 단비를 모른다.

그리고 이 길은 내가 처음 걸어가는 길이다.

아마도 이번 기회에 내가 이 길을 걷지 못한다면 이 곳엔 영원히 내 발자국을 남길 수

없을 그런 아까운 길에 지루함이란 택도 없다.

 

우린 여행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다.

절실히 원하는가?

떠나고 싶은 충동과 갈망이 살아 있는가?

그러면 그 곳이 어디라도 좋다.

낯선 곳 이라면 어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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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길에 갑자기 힘들어 진다.

예상한 컨디션 난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부는 바람에도 몸에 열기가 오르는 걸 보면 오늘이 쉽지 않을 듯

사방에서 매미가 요란스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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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길에서 몇 굽이 오르막을 오르면서

바람이 조금씩 냉기를 마금어 준다.

오늘도 신령님이 바람으로 살펴주시려는 모양이다..”

850봉 능선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안개가 흐른다.

노출된 팔에 부딪히는 안개의 촉감이 좋다.

힘들 때 만난 바람과 안개 그리고 휴식은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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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결에 허공에 가득하던 매미소리가 자지러 지고 한 마리만 힘없이 운다.

매미들이 조용해지고 서늘한 냉기와 축축하고 비릿한 흙냄새가 오르는 걸 보니

비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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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함께 휴식을 마무리할 때 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고 배낭 방수포를

씌우고 나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거린다.

슬슬힘들어 지면서 오늘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속으로 환호 작약한다.

야호!

산신령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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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물을 만난 한 마리 고기였다.

한발에 기력을 읽고 강바닥에서 퍼덕거리다 큰 비를 만난 물고기

정말 너무 궁합이 잘 맞는 낙동길과 낙동산신령님이다.

밥먹을 때 까지 참아 주십사 했지만 생각보다 힘에 부쳐하는 걸 보시구

열기를 가라앉혀 주시려는 듯 하얀 비를 시원하게  쏟아주셨다. 

고마운 신령님!

차라리 잘됐다 

내친김에  후련히 젖고 싶어진다..

 

나는 나무처럼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황홀했다.

백두대간을 종횡하며 흠뻑 젖던 날의 역설적인 쾌락의 기억이 생생히 전해져 왔다.

그 후련함,  그 역설적인 피학의 엑스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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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았는가?

무더운 날에 후련한 비를 맞고 기뻐 날뛰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비바람에 머리를 헝클이며 춤을 추는 나무들도 기쁨을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춤추는 나뭇잎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그들이 기쁨에 겨워 터드리는 샴페인 같은 축하의 물세례를 받았다.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일말의 걱정 속에 나선 여행길이었지만 정작 비를  맞고 나서

나는 물오른 나무처럼 너무 싱싱해졌다.

남들이 비바람에 체온이 떨어져 우비를 입을 때 조차 난 정말 시원함과 전률 같은 쾌감으로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 지고

오히려 인적 없는 곳에서 웃통을 훌훌 벗고 산행을 하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몇 년 전 공허와 적막만 흐르던 충북알프스 오솔길을 따라 상의를 훌훌 벗고 알몸으로

걸어가면서 누린 온건한 자유와 극단적인 평화의 느낌이 바람결에 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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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서 수림 사이로 어렵게 열리는 조망은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비 바람은 수림을 흔들고

진초록의 산허리에 산 안개를 두른 채 능선은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장중한 산세상을 향해  굽이치고 있다.

흠뻑젖은 채로 비안개 흐르는 산릉을 바라보는 것

잊을 수 없는 다시 만나고 싶은 풍경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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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7봉도 말없이 비를 긋고 있었다.

군데군데 비 안개 낀 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비 구름과 바람의 흔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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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재 못 미친 능선에서 나선생님 우산을 바치면서 우중식사를 했다.

빗 속의 시장한  성찬

이것도 운치 있다.

그 동안 열 받은 게 많았는지

정지된 상태에서 빗물을 그어도 나는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우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춥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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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깃재가 나타난다.

오른 쪽으로 내려가면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로 이어지는 하산길이다.

새벽안개님이 컨디션 때문에 내려간다 하니 정인과 그네도 하산한다하고  눈치가

보이시는 나선생님 마저 마지못해 함께 길을 잡으니 말릴 새도 없이  몇 안되는

여자산님들의 백주 집단 탈주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앞 길이  걱정스럽다.

기나 긴 낙동길에 대한 욕심이 사라짐은 열정이 사그러지는 것과 같다.

일 때문에 빠지고  그,리고 참가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완주를 못한다면 낙동을 향한

초심이 사라지는 것

그건 훗날 낙동 길에 드리울 가장 걱정스런 암운이 될 것이다.

곤혹스러움은  인원감소로 인한 경비 충당의 문제

 

부디 잘가소!”

바람부는 깃재에서 우린 편 갈라 이별을 고하고 우린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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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빗물에 번쩍 이는 춘향목의 등걸은

군계일학처럼 지나는 길에도 눈 길을 잡아 끈다..

네가 거기 있었구나

우아한 기품과 시원스레 뻗은 절개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나 칠 재간이 없다.

잘 빠졌다

 

일대의 춘양목이 너무도 유명하여 춘양, 내성(봉화) 장날 장사꾼들이 모두 자기들이 가져온 나무가 춘양목이라고 우겼다

그래서  '억지 춘양' 이란 말이 생겼다고도 한다.

또 하나의 유력한 설은 영동선을 개설할 당시 직선으로 뻗어 달리게 설계된 노선을 춘양면을 소재지로 감아 돌아 지나가도록 억지로 끌어들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철도 노선을 보면 춘양면 삼거리 쪽의 직진거리를 놔두고 춘양면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으니  둘다 일리 있는 주장인 셈이다.

 

춘양목은 예부터 궁중의 고관대작이나 왕후장상들의 저택을 짓는데 이용이 되는 목재로서 목재의 질이 단단하고 뒤틀림이 없으며, 색갈이 붉은색을 띄는 모습으로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하여 금강송 또는 줄기가 붉은 색을 띄고 있다고 하여 적송이라고도 불린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을 닮았다 하여 미인송이라 불리기도 하며, 나무의 재질이 누런색을 띄고, 자라는 나무의 껍질이 얇고

구부러지는 모습이 창자를 닮았다고 하여 누런 창자라는 의미를 품게 되는 황장목이라고도 부른다.

황장목이 집단적으로 재배가 되는 지역에서는 이를 함부로 자르지 못하게 하는 황장금표비라고 하는 표지석을 세워서 보호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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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들이 원에는 평화와 넉넉함이

그리고 그 곧은  자태는 우아한 기품이 머문다..

하늘을 향한 수려한 가지들은

더 높은 곳에서 맑은 이슬과 산 안개를 먼저 맞고.

더 깊은 뿌리는

오래 지켜 온 산하의 조화와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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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가끔 내게 침묵으로 소리친다.

어느 산 길을 걷다보면

가끔 번쩍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갑자기 내가 내딪는 한 걸음이 내 머리 위에서 진리의 번개를 내려친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깨달음의 느낌이다.

세상에 삶에 대한...

 

지쳐있는 내 삶에, 방황하고 있는 내 삶에

가끔 산이 귀속말을 한다.

삶이란 이러해야 해

 

난 오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없이 흐르는 것들을 바라본다.

일정거리에서 따라오는 늘초보 님을 뒤에 두고 혼자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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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고개에서 휴식하는 양반곰과 산세상님을 만났다

새신이란 말은 조성리(鳥成里)마을 어귀에 있는 약물탕과 이 약물탕을 중심으로 하여 숲이 우거지고

산새가 많이 깃들어 살아서 그렇게 불렸다고 전해진다

 

산세상님 기운차게 앞서 가더니 쥐가 났다고 한다.

오늘 산 신령님의 진노를 샀는지도 모른다.

먼 여행길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하고 노정이 힘들면 여행의 기쁨은 반감된다.

그래서 여행의 첫번째 요건은 최상의 컨디션이고 그 다음이 식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이라 할 수 있다.


 

일행들을 본 김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 974미터의 칠보산 길을 잡는다.

새신고개에서 칠보산 가는 길은 멀고도 가파른 고갯길인데 비가 내려 미끄럽기 짝이 없다.

오늘은 스틱도 놓구 오고 미끄러운 길에서 의지할 때라고는 비탈에 선 나무등걸이나 가지 뿐이라

마른 길을 오를 때보다 훨씬 에너지 소모가 많다.

그래도 수력발전이라도 하는 듯 내리는 비가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서 별다른 힘겨움을 느끼지 못하고 가는 길이다.

가파른 비탈 길을 한참 올라 능선에 섰는데 산릉은 좌로  굽이치고 칠보산은 여전히 앞에서 벽처럼 솟아 있다.

멋지다.

나의 힘을 시험하는  이런 건강한 산길과 숲이 낙동 길에 남아 있음이

오름 길에 힘들어 하시긴 해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하신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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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길이지만 산과 비가 실어준 힘으로 어렵지 않게 가장 먼저 칠보산에 올랐다.

칠보산에서 비는 조금씩 가늘어 지고 있다.

반가운 표석 옆에 수풀위에 잠시 앉았다.

아무도 없는 고요와 적막

조금씩 밝아지는 정상의 모습이 너무 좋다.

칠보산에게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고통완화 전문의 오츠 슈이치가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란 책에서 증언했다.

죽어 가는 사람들의 첫번 째 후회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마워” “사랑해란 말을 하지 못한 거

두번 째 후회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거

난 무수한 날 들개처럼 산하를 종횡하며  이미 오래 전에 인생의 비밀을 깨우쳤다.

인생은 바람처럼 지나간다. 내가 남길 것은 하나도 없지만 굳이 남기고 싶다면 정말 대자연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하루 하루 행복했던 느낌과 아름다운 추억 !

 

오늘 내가 행복하면 세상이 덩달아 어깨춤을 춘다.”

잠시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명상과 사색에 빠져 있는 사이 일행들이 속속 합류한다.

하신님, 양반곰,산세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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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람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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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나고 바람은 불고 공기는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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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후 눈부신 숲 그리고 수림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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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 산신령님 고마워 죽겠다.

칠보산에서 비를 걷어 주시고 내림 길에 짱짱한 햇빛을 내어 주셨다.

뒤 돌아 보는 길에 구름을 휘두른 늠름하고 장대한 칠보산의 위용을 보여 주셨다.

저 길을 넘어 왔다는 것 만으로 대견함과 뿌듯한  충만감이 가슴을 채운다.

 

멋진 날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았고

진화하는 무수한 버섯들을 보았다.

건강하고 수려한 낙동정맥의  등을 타고 몽환의 선계를 굽이쳤고

후련하게 흠뻑 젖었다.

산과 비와 수림과 내가 하나가 되었고 내가 대자연의 일점이 되었다.

오랜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와 수다스런 침묵의 대화를 나누었다.

 

삶이란 원래 기쁨 것이다.

우리스스로 힘들고 슬프게 만들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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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왕피천으로 뛰어들었다.

탁류만이 비가 많이 왔음을 증거하는 계곡에 벌거벗고 누워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았다.

 

살아가는 것은 기쁨이고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우린애써 그걸 외면할 뿐…..

 

나는 충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단잠에 빠져 다시 먼 거리의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채 대전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신령님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기고 즐거운 여행 길이 되었다.

다음엔 어떤 길을 열어 주실까?

다음 여정이 또 기다려 진다.

여름이  한 풀 꺾인 가을엔 아름다운 계절의 서정이 가슴을 찡하게 할 것이다.

몸도 점점 적응이 되고 나는 백두대간이나 호남정맥 길에서 느낀 벅찬 기쁨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내 살아가는 날 내가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기쁨

낙동정맥 6구간 여행길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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