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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휴가 둘째날 1 (향일암일출 - 금오도 대부산 산행)

 

 

 

 

 

 

둘째 날

 

향일암 일출

금오도 대부산 (매봉산) 산행 : 3시간 10

코스 : 여천- 능선삼거리- 문바위-대부산-함구미 비렁길 출발점

금오도 비렁길 1구간 트레킹: : 2시간 20분 소요

코스 : 함구미 미역널방-송광사절터-신선대두포  

여수 오동도 관광

산골식당 장어구이 및 장어탕 식사

디오션호텔

 

 

4 40분에 알람이 울었다.

향일암 해돋이 갈 시간이우…”

차갑게 감기는 새벽공기를 맞으며 마눌과 향일암에 오른다.

4년 전 여행 길에서는 축축히 내리던 비와 자욱한 새벽안개만 만나고 돌아 왔었다.

서른 두어 살 때 쯤 직원들과 함께 와서 홀로 절에 올라 조용히 떠오르던 해를 만났는데 그곳이 유명한

일출명소 향일암인 줄은 몇 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오늘 용왕님이 바람을 놓고 구름을 불러들이사 향일 앞바다 위로 붉은 축복의 솟구침을 허락 하실까?

6 30분에 해가 뜨는데 15분 정도 바라보다가 황급히 내려가야 신기항에서 7 45분에 떠나는 금오도

첫 배를 탈 수 있다.

 

새벽에 향일암에 오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른 새벽이라 매표소에서 입장권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어제 내려온 우회 길로 다시 향일암에 올랐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맑게 깨어나는 바다에는 짙은 해무가 깔려 있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경내에 서성이고 있다.

비워내고 또 빌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게 인생 길이다.

무언가를 빈다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어쩌면 그 욕심을 절대자 앞에서 스스로의 한계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욕심을 절대자에게 던지는 의식

"나는 못하니께 대신 좀 해주셔유 ..안되면 할 수 없구유..."

그래서 우리는 그 내려놓의 편암함을 위해 때오르는 태양앞에서 이런저런 투정을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6 45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서 구름층 위로 붉은 빛이 스미는 것을 바라보다 아쉽게 향일암을 내려와

일출광장에 들어서자 때맞추어 붉은 태양이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  향일암 일출

마눌과 둘이 여행길에 다시 성스러운 향일암 일출을 만난다.

향일암에서 잠시 내려 온 일출전망대이지만

수평선에서 막 떠오를는 해가 아니라 두꺼운 구름층을 뚫고 나오는 붉은 태양이지만

향일암에서 마주하는 그 붉은 축복은 감동적이었다.

그건 앞으로도 변함없이 내가 만나야 할 수많은 풍경들과 행복들에 대한  암시와 격려 같은 것이었다.

오늘의 일출처럼 우리의 인생후반부도 더 밝고 빛나게 하소서

남은 시간들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게 하소서

욕심과 집착을 내리고 맑고 고요한 삶을 밝힐 지혜와 통찰을 허락하소서…”

 

희망찬 가슴을 안고 우리는 또 어떤 멋진 여행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신기항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730분에 배에 승선했고 7 45분에 출발한다던 배는 고동소리를 울리고 33분에 출발해 버렸다.

조금만 지체했더라면 우리는 1시간 20분 동안 다음 배를 기다려야 할 뻔했다.

 

배 안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이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이런 신 새벽에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배는 하얀 물꼬리를 달고 금오도로 갔다.

 

 

 

 

 

 

 

 

 

 

 

여천항에 도착하고 나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수많은 산객들은 모두 비렁길로 갔는지 대형 관광버스와 함께 모두 사라지고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여천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빈약하고 초라하다,

사람들이 떠난 후 쓸쓸한 적막과 스산함이 감도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슈퍼와 함께 민박을 하는 집에

 들러 아침이 되는지 물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가능하다고 했다.

 

아저씨와  예기를 나누면서 금오도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금오도가 그다지 큰 섬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청산도의 세배가 넘는다고 한다.

비렁길이 유명세를 타서 신기항과 여수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지역 주민들한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모두 떼거리로 관광버스를 대절하고 음식을 준비해와서 정작 섬 주민들의 소득과는 연결되지 않고 쓰레

기만 잔뜩 남기고 가는 형국이란다.

셔틀버스도 휴일이나 시간에 맞추어 운행되지만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고 택시도 두 대가 있긴 한데

너무 바뻐서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기가 수월치 않아 교통편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말고는 남은 사람 없이 모두 함구미로 떠났다.

버스로 온 몇몇 산객들이 부족한 소주을 사러 가게에 들를 뿐 아침을 먹으러 오는 이는 없었다.

슈퍼도 좀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침식사 간판도 내걸고 식사나 민박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봉고차로 원하는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목이 괜찮아 장사가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저씨는 이러

저러한 불평만하고 열심히 일하는 아주머니 퇴박주기에 바쁘다.

 

아침식사로 뜨거운 밥에 조기졸임을 곁들여 백반으로 식사를 하니 시장한 탓도 있지만 그 맛 또한 괜찮은

편이라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호젓한 가경에 배까지 부르니 세상 부러울 게 따로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섬의 조용한 정취를 즐기면서 천천히 대부산을 향해 떠났다.

 

 

 

 

 

 

 

 

 

 

 

 

 

여천항에서 마을 길을 따라 도로로 올라서자 바로 들머리 이정표가 있었다.

능선 삼거리 까지는 900미터 인데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길은 다소 거친 돌길로 별다른 조망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비탈 사면을 옆으로 휘돌아 올라 간다.

길의 흔적은 뚜렷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길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종주 코스는 함구미에서 시작하여 대부산과 옥녀봉을 거쳐  검바위로 내려서거나 그 반대의

역방향 으로 진행하는 5시간 정도 산행루트이다 보니 산을 타려는 사람들은 양 쪽 들머리로 갈테고

우리처럼 산길을 따라 대부산을 거쳐 함구미로 내려서서 다시 비렁길과 연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 말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날씨는 제법 쌀쌀했지만 가파른 산 길을 오르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나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이런 산길이 좋다.

그 호젓한 풍경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않고 혼자 독차지하면 더 신이 나고 기분이 좋다..

별다른 욕심은 없는 편인데 가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과 집착은 유독 사나운 편이라 누가 어디가

좋다는 이야기만 하면 가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역마살을 타고 났는지 참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너무 많다.

예나 지금이나 마음은 변함 없는데 벌써 인생을 가을은 마주한 것을 보면 인생은 참으로 짧은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살아온 인생이라 별다른 후회는 없다.

곱게 물드는 단풍은 꽃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스러지는 노을 빛이 아침 일출보다 더 붉은 법이라 어쩌면

우리 삶의 전성기는 이러저러한 의무와 책임에서 해방되고 여유롭게 늙어가는 인생의 가을일지도 모른다.

머지 않아 인생의 겨울을 맞이 하겠지만 수 많은 추억과 가락이 있어 그 겨울도 훈훈하고 낭만적일 것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황량한 겨울산의 역설처럼….

 

 

 

 

 

 

 

 

 

 

능선 삼거리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바다 풍경이 처음 내려다 보이고 단풍이 홀로 불타고 있다

멀리 떠나와 고립된 섬의 평화와 기쁨에 젖는 이 맛을 누가 알까?

 

 

 

 

 

 

 

 

 

능선삼거리 까지는 한 시간 가량 걸렸다.

태양 빛이 열기를 더해가서 차가운 날씨에도 오름 길에 땀이 나는 통에 마눌은 자켓까지 벗어버리고

본격적인 산행모드 돌입이다.

 

 

 

 

 

 

 

 

 

처음 능선 길은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숲에 가려서 바다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나무 그늘 숲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가고 능선 산길은 편안해서 산책하듯

여유롭게 흘러간다.

 

 

 

 

 

 

 

 

 

숲이 끝나는 곳에서는 옅은 운무에 쌓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마음이 후련해 진다.

비렁길의 유명세 때문에 산길에는 아무도 없다.

능선길은 비교적 편안하다.

빽빽한 나무 숲이 나오다가 바위 길로 바뀌는가 싶더니 조망이 터지며 바다가 둥둥 떠오른다..

 

 

 

 

 

 

 

 

 

 

 

 

 

 

 

 

늘 그렇듯이 섬의 능선 길을 걸으면 한 마리 새가 된 기분이다.

우린 또 다른 고립된 세상의 풍경을 발아래 내려다 보며 즐겁게 산길을 걸었다.

북쪽을 바라보면 섬인 것이 확실한데 남쪽은 첩첩산이라  산위에 올라봐도 금오도가 크긴 큰 섬이다.

표석없이 삼각점만 남아 있는 대부산과 정자가 있는 건너편 봉우리를 휘돌아 함구미로 내려섰다.

 

 

 

 

 

 

 

 

 

 

 

 

 

 

 

 

 

 

 

 

 

 

 

 

 

 

 

 

 

 

 

 

 

 

 

 

 

 

 

 

 

 

 

 

 

 

 

 

 

 

 

 

 

 

 

 

 

 

 

 

 

 

 

여수와 돌산도에서 연이어 배가 들어오는 함구미는 제법 큰 선착장으로 산행과 비렁길의 출발지이기

때문인지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술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유자를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서 있는 섬

그 길 위에서 내려다 보는 포구의 모습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