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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백두대간

아들과부르는 노래 17- 백두대간 22구간(조령-마패봉-부봉-탄항산-하늘재)

 

 

 

 

 

 

 

 

조령 3관문 오르는 길

 

 

 

 

 

 

3관문 좌측  마패봉 들머리

 

 

 

 

 

 

 

마구 피어나는 5월의 연다래

 

 

 

 

 

 

마패봉 아래 전망바위에서...

 

장대한 부봉 능선 그리고 그 너머 주흘산 능선

 

 

지나온 백두대간 길 -  우측 앞으로부터  지그재그로 깃대봉, 928봉능선, 신선암봉, 조령산

 

 

                                     전망바위를 내려오는 산우들

 

 

 

 

드디어 마패봉 능선에 도착!

 

 

마패봉  - 들머리에서 35분 소요

 

 

 

마패봉에서 바라 본 가야할 길 방향의 부봉과 뒤편 주흘산 능선

 

 

초록바다에  해일처럼 휘몰아 치는 백두대간

 

 

 

넌 입에 달고 살았지

바쁘다 바뻐 !…”

진짜 머가 그리 바쁜데 ?

따지고 들면 딱히 바쁠 것도 하나도 없는데 마음만 산만한 거지

그건 바쁜척하지 않으면 누군가 깐볼 것 같은 강박관념 같은 거 아니야?

 

언제 술 한잔 하지 !”

그라지머!”

근데 그건 솔직히 너랑 술을 마신들 별 득 될게 없으니 그냥 가던 길 가자는 그런 얘기잖아

 

너는 자주 이런 말을 하곤 했지

 사는 게 시들하고 재미가 없어 !”

흐미 돌아버리겠네 !”

 

폼나는 집

폼나는 차

폼나는 아빠

남들 눈에 비춰지는 너의 모습 때문에 넌 오늘도 무지 힘들지?

그런데 알고 있니?

충혈된 두 눈, 불쑥 튀어나온 똥배 그리고 웃음이 사라진 너의 사나운 얼굴은 참으로 보기 싫다는 걸

 

넌 이 멋진 오월에도 묵중한 삶에 눌려 피로의 바다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구.

가라 앉고 있는 건 네 스스로 꾸린 배낭의 무게 때문이야

이제 배낭의 무게를 좀 줄여보는 게 어떤가?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노을은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데……

 

이젠 판을 바꿀 때도 되었지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거야.

누군가는 삶을 전쟁터라 하고 누군가는 삶을 놀이터라고 생각하지

삶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삶을 전쟁터와 놀이터로 규정하게 하지만 그 생각 하나가 삶의 정의를

통째로 바꾸어 버릴 수 있다네

한 발걸음 비켜 걸으면 우린 이렇게 쉽게 전쟁터에서 벗어날 수 있어

정작 네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돈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마음의 휴식이 아닐까?

자연!”

언제나 기분 좋은 변화 속에서 변함없이 네 곁을 지키는 영원한 우리의 고향

단박에 너를 무장해제 시키고 말라가는 가슴을 다시 촉촉히 적셔 줄 수 있는 곳

알지? 나이가 드는 연륜만큼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늘여야 한다는 거

삶이 시들해질 때는 익숙한 일상의 눈으로 바라 볼 낯선 곳의 매혹이 필요할 때라는 거

 

5월이야

이미 대지는 봄이 몰고 온 새로운 푸른 변화로 가득하다네

멋지지 않는가? 한 마리 작은 나비가 되어 광대무변의 세상을 나르는 경이로움

더 즐겁게, 더 아름답게!”

 

배낭 속 무거운 것은 이제 빼어 던져 버리게

조급한 마음마저 던져 버리면 바쁠 게 또 무에야?

바람 좋고 물 맑은 곳에서는 배낭을 내리고 잠시 쉬어 가고

어느 산모퉁이 맑은 우물가를 만나면 목을 축이고 천천히 가세

두루두루 풍경을 감상하면서 느리게 걷고

친구와 가끔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며 숲 길을 걸어보세

새로운 곳, 가보지 않은 곳, 아름다운 곳

먹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움을 위해 떠날 수 있다면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의욕과 기쁨에 충만한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걸세

 

산 행 일 :  2015 5 10일 일

산 행 지 :  아들과부르는 노래 17- 백두대간 22구간

    :  고사리-마패봉-부봉-평천지-탄항산(월항삼봉)-하늘재

    :  맑고 시원한 바람

    :  12.5km (대간거리 10.5km , 접속거리 약 2km)

소요시간 :  7시간 13분 소요 ( 1시간 30분 부봉 투어)

    :  귀연산우회 대간꾼들 35           

 

 

시간

경유지

비 고

08:40

고사리 주차장 출발

 

09:11

조령3관문

 

09:33

전망바위

 

09:46

마패봉(925m)

부봉삼거리4.0km, 하늘재8.6km, 조령3관문0.9km

신선봉 1.3km  5분휴식

10:12

북암문

부봉3km(1시간40), 동아원1.3km(35)

마패봉0.7km(20)

11:03

동암문

부봉1.3km(30), 주흘산4.1km(2시간30)  5분휴식

11:24

부봉삼거리

부봉0.5km, 마패봉4.0km, 하늘재4.6km

11:31

부봉(1) 917m

35분 식사 및 휴식

12:06

부봉투어 출발(비무장)

1봉에서 5봉 까지 투어, 경치감상 및 사진촬영

13:31

부봉(1)

투어 후 1봉 리턴 (1시간 25분 소요)

13:44

부봉 삼거리

부봉삼거리 리턴

14:17

주흘산 갈림봉

하늘재3.6km,부봉삼거리1.0km, 마패봉5.0km

14;37

평천재(탄항재)

하늘재3.0km,부봉삼거리1.6km, 마패봉5.6km

14:59

탄항산(656m)

10분간 휴식

15:10

탄항산 출발

 

15:42

모래산

하늘재0.6km, 부봉삼거리4.0km, 마패봉8km

15:53

하늘재 표석

 

 

 

 

오월의 눈부신 봄날이었다.

산불방지 출입금지가 풀려 예정대로 4구간을 건너 뛰고 다시 22구간을 위해 새벽 5 35분 고사리로 떠났다.

지난 51일날 금수산행에서 여름 같은 오월의 봄날에 워낙 호되게 당해서 여름바지에 반팔등산 셔츠를 입었

는데 웬걸, 8 30분 고사리 주차장에는 옷깃을 여미게하는 차가운 조령골 바람이 불어가고 있었다.

다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그 길을 따라 올랐다

사람들은 알까?

2013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대한민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에서 당당히 1등한 곳이 이 문경새재라는 걸 ?

이 길을 통해 옛 영남의 무수한 인재들이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갔다고 했다..

죽령을 타고 넘어 죽죽 미끄러지거나 추풍령을 넘어 갔다가 추풍낙엽처럼 휘날려 갈까 봐 죄다 이 고갯길을 넘어서 갔다.

들을 문(), 경사스러울 경()을 쓰는 문경(聞慶)새재를 넘어가야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데나 어쩐데나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정치란 것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표를 많이 썼던 고위 공직자는 퇴계 이황 선생님이라고 파란문님이 그랬다.

당파싸움에 환멸을 느껴서 뻑하면 사표를 던졌다고

천원짜리 지페에 수더분히 앉아계신 그분 말이다.

허지만 요즘 사람들은 퇴계 이황선생님을 알기를 정말 우습게 아는 것 같다.

정녕 길 잃은 이 시대가 필요한 건 퇴계 할아버지 같은 청렴하고 올곧은 선비이건만 신사임당 할머니는 만나는

족족 비밀 금고에 꼭꼭 모셔두는데 퇴계 할아버지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세상살이 힘들다 힘들다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간덩이만 자꾸 커지는 사람들

어쨌든 퇴계 할아버지는 살벌한 정치판에서 홀로 중심을 잡으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번번히

사표를 내던지고 새재를 넘어 고향 안동으로 방대를 놓으셨단다.

그 때마다 당시 임금님들은 간곡한 만류의 뜻과 함께 사람을 보내 다시 불러 들이시고

그 이전투구의 진흙탕 같은 정치판을 떠나 새재를 너머 고향으로 돌아갈 때 기분이 어떠셨을까?

새재의 맑은 솔향기가 얼마나 향기롭고 새재를 넘어가는 발길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여기 속세의 먼지 훌훌털고 홀가분하게 조령을 넘는 퇴계이황 선생님의 시조 한 수 전해온다.

 

 

 

鳥嶺道中                       조령도중

 

雉鳴角角水潺潺        산 꿩은 꾹꾹꾹 시냇물은 졸졸졸

細雨春風匹馬還        봄비 맞으며 필마로 돌아오네.

路上逢人猶喜色        낯선 사람 만나서도 반가운 것은

語音知是自鄕關        그 말씨 정녕코 내 고향 사람일세

벌써 녹음이 우거지는 그 길을 따라 조령 3관문에 올랐다.

오늘의 백두대간 길은 접속구간 2km를 포함하여 12.5km 거리의 암릉과 육산이 혼재된 구간으로 조령3관문에서

900여 미터 암릉 산길을 가파르게 올라서 마패봉에 도달하고 다시 환형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등로는 북암문에 내려섰다가 초록이 넘실대는 산성능선과 봉우리들을 휘돌아 동암문과 부봉삼거리를 거쳐

부봉1봉에 올라선다. 부봉의 여섯개 봉우리는 파도치며 가던 길로 흘러가고 백두대간은 부봉1봉에서 다시

되돌아 내려 908봉을 거쳐 주흘산 능선 분기봉인 960봉으로 오르는데 이곳에서 백두대간은 방향을 좌측으로

바꾸어 평천재로 내려선다.

평천재에서 잠시 숨을 고른 등로는 탄항산에 올랐다가 급히 고도를 낮추어 낮게 낮게 흘러가다 모래산 넘어

하늘재에 도달한다.

 

마패봉 가는 길

초록이 번져가는 산릉을 따라 이제 막 연다래가 피어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파른 바위 능선을 거슬러 올라 간다.

산이 가장 아름다운 오월의 봄날이다.

20여분 바위능선을 올라 전망바위에 서면 흐릿한 봄날의 연무아래 춤추는 초록 바다가 싱그럽다.

 

마패봉

조령3관문에서 35분여 오르면 마패봉에 도달하는데 마역봉으로도 불린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마패를 걸어 놓은 곳이라 해서 마패봉이라 불렀다는데 좀 칠칠치 못하신 어사님이셨나 보다.

사실 바쁘신 어사님이 굳이 새재 길을 마다하고 험한 마패봉을 넘어간 것도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 중요한 마패를

함부로 빼어 들었다가 급기야 마패봉 나무 둥치에 척 걸어 놓고 나 몰라라 떠나 버린 것은 더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뭐 어쩌랴? 그래서 또 후세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될 이야깃거리와 기억에 남을 봉우리 이름을 남겨진 것이거늘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뭐 이것 저것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마역봉이란 아래 새재에 있었던 마역원에서 유래된 봉우리의 이름으로 아마도 새재에 마역이 생기고서 붙여진

이름인 듯 하다.

당시 유명한 고갯길 어디에나 파발들이 말을 갈아타거나 묵을 수 있는 마역원(馬驛院)이 있었고 새재의 마역원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풍경에 취해 잠시 넋이 나갔던 어사님의 멍때림이 이해가 된다.

마패봉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드는 초록의 파도에 현기증이 났다.

시원한 봄바람에 꽃 향기가 실려 가는 그 망루에서면 우리가 올라온 조령3관문 너머 깃대봉 신선암봉,조령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유장한 흐름이 한 눈에 들어 오고 좌측으로는 웅장한 부봉능선과 그 너머 너울너울 춤추는

주흘산 능선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잠시 봉우리에 앉아 그날의 함성을 듣는다.

13년전 대미산과 포함산을 지나 파죽지세로 진군한 우리는 하늘재를 아우르고 월항삼봉을 넘어 마패봉에 귀연의

깃발을 휘날렸다.

고난과 역경을 달게 받으며, 한발 한발 기쁨을 밟으며 그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갔던 시간도 바람처럼 흘러 갔다.

백두대간은 여전히 푸르고 산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다시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도 젊은이의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은 세월이 가도 아름다움과 그 위엄을 잃지 않듯이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나는 여전히 대자연과 산의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봉가는 길

초록물이 뚝뚝 떨어 질 것 같은 숲길 능선을 지난다.

아쉬운 봄날은 쉬이도 간다.

지난 해 5 14일 날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아도 훨씬 짙은 초록의 수림이 흡사 여름날의 풍경 같다.

벌써 울창해진 숲은 길 위로 햇빛을 들여 놓지 않고 시원한 바람만 지나다니게 해서 푸른 오월의 봄날 산행은

눈부시게 맑고 상쾌했다.

등로은 북암문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초록이 춤추는 능선을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1시간여 동암문으로

진행한다.

나는 걸을수록 봄나무들처럼 푸릇푸릇하고 싱싱해졌고 머리가 아프다던 아들도 초록이 넘실거리는 그 길을

걸으면서 조금씩 컨디션이 좋아 졌다.

 

아들이 코평수를 넓혀라 그리고 가슴 깊이 맑은 공기를 심호흡해라.

초목이 움트고 만물이 생동하는 오월의 숲길을 걸으면 대지의 기운이 네 몸을 타고 들어와 머리를 맑게 하고

온 몸에 생명의 기운과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살다 보면 가끔은 의기소침해지고 사는 게 힘들어 질 때가 있다.

그 때는 산에 올라 더 가까이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라.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조용히 파도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다.

잠시 전쟁터를 벗어나라

이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하여 꼭 네가 해야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네 삶의 무장 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너의 고통과 분노를 내려 놓을 수 있는 곳

도시에서 상처받은 가슴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곳

답답한 도시에 머무르지 말고 더 높고 더 넓은 곳으로 떠나라.

네 지친 영혼이 잠시 쉬며 새 희망과 의욕에 부풀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라도 좋을 것이다.

 

 

동암문에서 등산로아님의 표지판을 방향으로 가는 페쇄된 등산로는 약 20여분만에 평천재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백두대간 정규등산로를 따라가면 부봉을 거쳐 평천재 까지 약 1시간 40분 걸린다.

동암문에서 부봉삼거리를 거쳐 부봉 제1봉 가는 길은 1.3km의 가파른 오름 길로 약 30분 가량 걸린다.

암문이란 적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비밀통로를 말한다

이 통로를 통해 비밀리에 군사나 척후병들이 드나들고 병기와 물자를 운반하였다고 한다.

성이 공격을 당할 때 외부로 구원을 요청하거나 군사를 은밀히 이동시켜 적진을 습격하는 것도 이 암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부봉(917m)

부봉은 6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제 1봉이 백두대간에 속한다.

흡사 탄항산에서 밀려든 능선의 파도가 한번 크게 철썩여 일부는 부봉능선으로 밀려가고 일부는 소용돌이치듯

마패봉으로 휘돌아 흐른 형상이다. 

부봉의 봉우리는 6개 중에서 제 2봉이 934m가장 높으나 대간 마루금이 지나는 봉우리가 제1봉이어서 사람들은

이곳에 표석을 세우고 대표 봉우리로 인정했다.

부봉 제 1봉에서는 주흘산 봉우리들이 코 앞에 바라다 보이고 가야 할 평천재와 탄항산 포함산이 한 눈에 조망된다.

 

창밖의 경치가 쥑이는 부봉 제 1봉에서 식단을 풀었다.

멋진 고원 레스또랑

오늘 주방장 특선은 열무비빔밥

내 여행길의 충실한 조력자요 동반자인 마눌이 정성껏 준비한 식단으로 나는 비로소 오감이 함께 느끼는 완벽한

오월의 봄을 완성한다.

달뜨는 춘정에 활짝 열린 시각,후각,청각,촉각에 마지막 미각 까지….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비싼 음식을 아주 맛없이 먹는 사람

변변치 않은 싼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 사람

인생의 내공 이겠다.

아니면 산의 마술이겠지…

어울릴 만한 사람들과 소박한 식단이 가져다 주는 그 풍성함과 맛깔스러운 풍미

부봉에서 내가 먹는 건 음식만이 아니다.

 

부봉에는 2번 올랐다.

여름과 겨울에 1번씩

낙차가 크지만 참으로 후련하고 장쾌한 능선이었다.

어젠가 초록이 물드는 봄날에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맑은 가을날 6봉에서 붉게 물드는 하늘과 처연히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싶었다.

이화령에서 하늘재의 구간을 두 구간으로 나누어 오늘 그 후반부를 순례하는 날이라 다른 구간 같지 않게

산행거리도 짧고 시간소요도 많지 않다.

버스이동 시간에 산우들에게 오늘 구간의 개요와 개략적인 소요시간을 가늠 해주고 가능하면 나머지 부봉의

봉우리도 다녀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오늘이 눈부신 봄날의 부봉을 만날 수 있는 길일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산이 허락하면 오늘 꼭 가고 싶었다.

여전히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지만 아들녀석의 컨디션도 조금씩 살아 났고 오월의 푸른 숲과 하늘에 욕심이

동해서 우리도 그 길을 걷기로 했다. 

 

부봉투어

신록이 눈부신 5월에 꼭 다시 걷고 싶었던 그 길을 걷는다.

허공을 떠도는 봄의 향기는 내 코를 벌름거리게 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을 내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님이시여 기억하나요?

바람처럼 지난 세월의 모퉁이를 스쳐지나던 길손

해거름에 말없이 발길을 재촉하던 무릉객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랬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값싸게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다."

맑은 바람과 흰구름이 나를 춤추게 한다.

젊은 시절 온 산하에 뿌린 땀방울과 어디를 가도 살아나는 즐거운 추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날

건강한 몸으로 만나는 건강한 자연은 신의 축복이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었다.

 

 

부봉5

평평한 바위에 기대어 푸른 소나무를 본다.

그 나무가 내려다본 세상은 평화롭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목청을 높이고 충혈된 두 눈을 부릅떠야 하는 타락한 도시는 멀리 멀어져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의 장탄식도 들리지 않는다.

내 눈은 거대한 태고의 바위에 서서 장엄한 초록의 바다를 바라보고 내 귀는 장중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듣는다.

이곳이 무릉도원이다.

이곳을 걸어가는 우린 모두 무릉객이다.

한마리 나비처럼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잠시 머물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나야 할…..

 

그렇게 다시 그 길을 걸었다.

회색의 암릉 사이 초목이 춤추는 눈부신 초록 길을 따라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옛 친구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한줌의 흙조차 없는 큰 바위틈에 흐믓하게 뿌리를 내리고

높은 곳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노송의 담대함에 경배하며….

 

두고 가면 또 후회할 길이었다.

아직 세월이 또 많이 남아 있으니 언젠가 다시 올 날이 있을 거라 얘기하지만 무릇 세상사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루어 지던가?

마음은 바쁘고 해는 서산에 기울어 가는데….

고향 가는 길, 죽마고우의 집에 들러 잠깐 옛이야기 나누며 반가움에 들뜬 선비처럼 나는 백두대간 길에

설레임과 기쁜 마음으로 옛 길을 다시 걸었다.

 

탄항산 가는 길

부봉 1봉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하늘재로 향한다.

등로는 부봉삼거리를 지나고 908봉 오름 길을 거쳐 960의 주흘산 갈림봉에 오른다.

만일 그 봉우리에 이정표가 없고 독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100% 직진하여 주흘산 방향으로

무심코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길이다.

곧장 직진하여 주흘산으로 가면 주흘산 영봉(1,106m)과 주봉(1,075m)을 거쳐 관봉에 이른다.

영봉이 더 높긴 하지만 생긴 봉우리의 모양 때문에 주봉이 주흘산의 대표 봉우리가 되었다.

백두대간은 이곳에서 심하게 허리를 낮추어 20여분 능선을 따라 흘러가다 평천재로 내려선다.

평천재는 아랫마을 이름이 문경시 문경읍 평천리여서 평천재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탄항산은 평천재에서 25분쯤 걸린다.

꽤나 떨어진 줄 알았는데 탄항산 표석 아래 휴식하고 있는 산우들을 만났다.

양반곰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이화령에서 하늘재까지 통합구간을 산행하는 광주산님 걱정을 한참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광주산님이 나타났다.

우리가 출발한지 6시간 10분여 되었는데 벌써 조령산과 신선암봉을 넘어 조령3관문을 지나 여기까지 온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는데 참으로 출중한 공력이다.

 

탄항산(856m)

탄항산은 그 지명이 지난 백두대간 부항령처럼 목덜미 항()자를 써서 중요한 길목임을 암시한다.

옛부터 고구려와 신라의 국경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국경 수비대가 주둔하면서 잦은 교전이 있었던 산으로

원래 수항산이라 불렸던 것을 일제시대에 숯 탄()자로 잘못 표기하여 탄항산이 되었다 한다.

세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이 산은 옛날에 산삼이 많이 났다고 해서 삼봉(蔘峰)이라 부르기도 하고  월항리란

아랫마을 이름을 따서 월항삼봉(月項三峰)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하늘재 가는 길

탄항산 옆 고사목이 있는 바위능선에서 바라보는 주흘산의 조망이 압권이다.

이름과 모양이 통 어울리지 않는 굴바위라 부르는 기둥 같은 바위를 지났다.

내리막이 계속될 것 같은 등로는 전설의 고향에서 털어놓아야 할 이야기라도 있는 듯 애절하게 바위를 부둥켜 안은

소나무가 있는 작은봉우리와 사막의 모래 언덕 같은 모래산을 넘어나서야 비로소 하늘재를 열어준다.

우리는 하늘재에서 표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산우들이 기다리는 휴게소로 내려섰다..

고사리 주차장을 출발하고 나서 7시간 13분 만이다.

 

하늘재(525m)

해발 525m에 달하는 하늘재는 여암 신경준 선생님의 산경표에 계립령(鷄立領)이란 지명으로 표기되어 있는 고개로,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를 이어준다.

하늘재는 현세에서 미래로, 관음 세계에서 미륵 세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지금은 차가 넘어 갈 수 있게 포장된 이 고개는 원래 포암산과 탄항산 사이의 좁은 협곡 길로 계립령, 마목현,마골산,

지릅재, 대원령, 한훤령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고 신라 아달라왕 3 AD156에 처음 길을 열어 남북이 교역했다 한다.

이후 양국의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고 문물이 드나들던 하늘재는 훗날 신라가 삼국통일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하늘빛 맑은 샘물이 흐르는 하늘재는 패장의 좌절된 꿈과 무너진 왕국의 아픔이 눈물로 흐르던 슬픈 고갯길이었다..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진격하던 온달장군은 아차성 전투에서 신라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고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는 천년사직을 뒤로하고 통한의 눈물을 뿌리며 이 고갯길을 넘어 갔다.

눈물로 마의를 적시며 이 고갯길을 넘어가면서 마의태자는 망국의 한과 세상의 부질없는 미망을 하나씩 내렸으리라

왕자의 착잡하고 아픈 가슴을 다독여 준 것은 불심과 시린 자연이었을 것이다.

망국의 아픔과 삶의 고통을 불심으로 다스리기 위해 불가에 귀의한 마의태자나 덕주 공주는 왕국의 부귀와 영화는

잃어버렸겠지만 마음의 평화는 찾지 않았을까?

무수한 사람들이 그 하늘재를 넘어가며 거칠고 지난한 행로의 역설적 기쁨과 달디단 해갈의 기쁨을 누렸던 것처럼 …

 

마의 태자도 가고 , 덕주 공주도 가고

퇴계할아버지도 갔다.

그리고 세월은 그들의 영광과 슬픔마저도 모두 덮어 버렸다.

하늘재는 오늘도 변함없이 거기 서서 묵묵히 세월의 진리를 설파한다..

스쳐가시는 길손이시여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마소서

더 나은 세상의 기대보다 인생은 훨씬 짧은 것이려니..”.

 

 

 

 

 

 

 

마패봉 내림길에 보이는 탄항산과 뒷편 포함산 그리고 주흘산 주봉

 

 

 

 

 

                                 북암문 가는 게단에서 바라 본 부봉 6 봉우리

 

                                   

 

 

북암문 : 마패봉에서 26분 소요

 

 

동암문 가는 길에 소나무

 

 

 

 

 

 

 

 

 

동암문…마패봉에서 1시간 17분 소요 (북암문에서 51분 소요)

 

 

 

 

부봉 삼거리-동암문에서 20분 소요

 

 

부봉 - 동암문에서 약 25분 소요 (부봉삼거리에서 7분소요)

 

 

부봉에서 바라 본 가야할 능선 길의 평천재 그리고 탄항산 그 뒤의 바위봉이 포암산

 

 

부봉을 올라오는 산우들

 

 

 

 

주흘산을 배경으로 알티엔

 

 

 

 

탄항산과 포암산을  배경으로 

 

 

주흘산 영봉과 그 뒤로 젓꼭지 같은 주봉

 

 

부봉 투어 시작점

 

 

부처바위

 

 

 

 

 

 

부봉 3봉 오름길에 바라본 월악산 영봉과 만수능선

 

 

 

부봉 3봉

 

 

 

 

부봉 3봉에서 알티엔

 

 

부봉 3봉에서 로그인과

 

 

 

 

 

 

 

 

 

3봉에서 바라 본 부봉 제 4봉

 

 

 

부봉 4봉에서 바라 본 부봉 제 3봉과 2봉

 

 

 

 

 

 

 

 

부봉 4봉에서 산우들과

 

 

 

 

부봉 제 5봉

 

 

부봉 ㅔ 5봉에서 바라 본 부봉 제 6봉

 

 

 

                                   산골타잔 & 연화

 

 

 

부봉 제 5봉에서 산우들과

 

 

 

 

 

제 3봉 하산길

 

 

 

 

 

 

 

 

908봉 가는 길 남근바위 -- 예전에는 이 바위 아래로 로프 길이 있었다.

 

 

돌아 본 부봉 제 2봉

 

 

 

 

 

 

 

주흘산 갈림봉 (960봉) - 부봉 3거리에서 33분

 

 

 

 

 

 

 

 

 

 

평천재 - 부봉 삼거리에서 50분

 

 

 

 

 

탄항산 - 평천재에서 22분  (부봉삼거리에서  50분)

 

 

 

 

 

 

 

 

 

 

 

 

 

굴바위 - 왜 굴바위 인겨?  어째서?

 

 

주흘산 주봉과 관봉

 

 

 

 

넌 내꺼야  ! 바위를 사랑한 소나무

 

 

 

 

 

 

 

 

 

 

 

 

 

하늘재 표석 - 탄항산에서 43분 (고사리 주차장에서 7시간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