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도
비가 온다지만 취소하지 말라고 했다.
봄이 오는 섬엔 봄비도 아름답고 낭만적인 법이다.
우산을 하나씩 넣었다.
봄비 내리는 섬을 우산 쓰고 걸으면 내 마음도 촉축히 젖어들 것이기에…
다리로 연결된 백야도에서 40분 걸릴거란 하화도는 떠난 뒤 20분도 안되어 우렁찬 뱃고동 소리로
입항을 알렸다.
비가 올거란 섬은 화창하기만 하다.
오늘도 눈부신 봄날 남도의 그림 같은 섬은 무수한 상춘 인파로 붐비고 있다.
구름다리 개통 뉴스로 매스컴을 탄 덕분에 대전에서도 3개 산악회 출정이다.
충일 버스2대, 금강,한빛건강 산악회.
시계바퀴 방향으로 걸어서 섬을 일주하는데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4시간의 자유시간을 준단다.
섬이 가져다 주는 상념과 이미지에 맞게 느리게 느리게 섬의 평화와 기쁨을 노래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올 봄엔 남해의 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 2년 동안은 백두대간의 고원을 주로 사들였다.
누군가는 그 땅을 사시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하지만 난 그저 사고자 하는 땅을 꼼꼼히 돌아 보며 산과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거나 가끔 탄성을 올리는 것으로 그 값을 대신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땅의 증거를 한 줄의 기록으로 남기고 나는 그 증거를 내 가슴에 표구하고 수 많은
사진으로 남긴다.
누군가는 투자한 것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고뇌하겠지만 내 마음은 내가 사들인 땅만큼 더 넓어
지고 만난 풍경만큼 더 아름다워 진다.
어짜피 한시적인 소유는 그나 나나 매 한가지 일 테지만 내 기준으로 내 땅이란 거친 호흡과 땀으로
걸으며 바라보고 뜨거운 가슴으로 느껴야 할 대상이었다.
그래야 비로소 사랑과 감동으로 내게 귀속될 재산 이었다.
섬을 한바퀴 도는데는 세시간이 걸렸다.
우린 하회 선착장에서 좌측 산길로 접어들어 낭끝전망대와 정자 그리고 큰산전망대를 거쳐 꽃섬다리로 갔고
그곳에서 다시 막산 전망대를 지나해안으로 내려섰다가 천천히 해안이 풍경을 감상하고 편안한 해안길을
따라 포구로 돌아왔다.
눈부신 봄햇살이 쏟아지는 섬엔 유채와 진달래가 막 피어나고 희고 노란 나비들이 춤추며 날아 다녔다.
통통배는 하얀 꼬리를 달고 푸른 바다를 달리고 우린 후련한 바다를 굽어보며 느리게 느리게 섬길을
걸었다.
풀밭에는 산행을 접고 아얘 본격적으로 봄나물 채취에 들어간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유채 밭과 돌출 해변의 풍경은 제주도나 남해 어느 섬의 풍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길은 어디랄 것도 없이 그림 같은 푸른 바다와 작은 포구마을을 굽어보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섬을 이어주는 구름다리 위에서 한껏 부풀어 오른 가슴은 더 이상 감동을 채울 곳이 없다고 단정하고
조용하고도 부드러운 침잠을 준비했지만 막섬을 따라 해안의 절경으로 이어지는 길은 크라이막스를
넘나드는 감동의 격량을 쉽사리 잠재우려 하지 않았다.
내가 젊은 날 혼자 찾았던 사량도와 비슷했다.
하화도는 연화도의 모습도 있고 청산도와 비진도의 풍경을 닮기도 했지만 그 작은 그릇에는 많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담겨 있었다..
아직 때묻지 않은 작은 섬을 보았다.
단장되지 않은 순수한 민낯이 참으로 이쁘고 소박한 섬.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사량도처럼 화장빨로 도회스럽고 세련되어 질 것이다.
다시 순수의 섬을 잃게되겠지만
좀더 세월이 흐른 어느 날엔 친구들과 동부인하여 텐트를 가지고 돌아와 하룻밤을 오롯이 보내고 싶다.
오지의 고독과 이향의 설레임을 안고 총총한 별을 바라보다가 낮게 낮게 퍼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잠들고 싶다.
우린 천천히 3시간 만에 섬을 한바퀴 돌고 다시 포구로 돌아와 와쏘식당에서 술 한잔 쳤다.
서대회와 아름다운 섬의 잔상과 여운을 안주 삼아서…
하화도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2km 떨어져 있으며 서쪽에는 장구도와 상화도 북쪽에는 백야도가 있다.
면적은 0.7km이며 주요 농산물로는 고구마,보리,콩,마늘,무 등이 생산되며 연근해에서는 잡어가
많이 잡히고 김 양식도 이루어 진다.
넘칠 때는 모른다.
그것이 사랑인줄 그것이 행복인줄
무성한 잎새를 모두 떨어뜨린 인생의 가을날이 되면
사소하고 소박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된다.
민낯으로 돌아오면 세상의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고 내 삶에 값진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감사하라.
이 아름다운 봄 날에…
아무런 걱정 없이 떠돌 수 있는 자유에…
2017년 3월 26일 마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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