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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수원화성 둘레길-고교친구들과


















































































































































































고부기 사진첩









































세월이 진짜 겁나 빠르다.

2월 찬바람을 맞으며 김천 모티길을 트레킹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이 지나 계절이 바뀌었고

우린 황찬 나와바리 고도 수원에서 꽃 향기와 역사의 향기를 따라 걷는다.

봄은 농익어 줄줄 흘러내리고 날은 화창하다 못해 무덥다.

 

무개념

꽃들은 계절을 잃었다.

꽃샘 추위가 몇 번 들락날락하고 기온이 아주 조금씩 올라야 간을 보면서 필락말락 망설일 텐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여름처럼 폭서가 밀려드니 화들짝 놀란 꽃들이 죄 꽃잎을

열어버린다.

잘못하다간 꽃 잎을 열고 저녁에 시들판이니 야들 야단났다.

 

세상의 꽃이란 꽃은 다 피어나는 화려한 봄의 축제는 그래서 더 짧아 진다.

잘못하면 우린 어물어물하다가 봄처녀 엉덩이도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채 헛물만 켜다가 어느 날 훌쩍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연분홍 옷고름 잘근잘근 씹으며 수줍게 다가오던 그녀가 꽃을 피우고 나면 얼마나 도도해 지는지

아지랑이 들판에서 나비처럼 나폴거리던 그녀가 우아하게 벚꽃과 라일락 그늘에 한가로이 누을 때면

너는 서둘러 집을 나서야 한다.

그녀를 만날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난 그녀를 안다.

사람들이 아이 셋 낳은 엄마처럼 이젠 마음을 정한 그녀가 몇 일은 잠자코 기다려 줄거라 생각할 때

그녀는 벌써 화장을 고친다는 걸

어느 바람불고 비 오는 밤이 지나면 인사도 없이 그녀가 훌쩍 떠나버린 다는 걸 

 

코맹맹이 소리로 헤살거리던 그녀가 떠나면 신세조지는 거지.

그 분이 오시는 거야.

여름아줌마

요즘은 통성명도 인사도 없다지.

만나자 마자 머리끄댕이 잡고 쌍코피 줄줄 나는 거지.

레프트 훅 , 라이트 훅, 어퍼컷 까지

넌 도시에서 밀납 인형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거야.

그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아 그 때가 봄날 이었어!”

난 그래도 먼산 깊은 계곡으로 떠날 수 있지만 넌 그분이 오면 함께 외출은 언감생심 도시의 숲 속

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혓바닥을 턱에다 붙이고 선풍기 바람 줘짜며 수박이나 쪼개 먹어야 하겠지.

 

이젠 오월은 계절의 여왕 자리를 4월에 내어주고 여름이 말석에 가서 앉아야 할 판국이다.

세상의 꽃이란 꽃은 다 피는지 어디선가 라일락 향도 바람에 묻어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고부기가 가족일정상 모임을 한 달 당기는 바람에 4월 멋진 길일을 잡은 셈이다.

 





  :  2017 4 15일 토요일

여행지 :  수원화성 둘레길

 :  봉규,태연,황찬 부부와

  :  말고 화창한 봄날

  :  5시간





붙임성 좋은 고부기가 성곽 순라길에서 사람을 한 명 만났는디 하필 조카뻘되는 조씨 종친이였다.

생긴 것도 비스므레한데 하도 나대서 기름기가 쪽 빠진 고부기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

새벽에 아침을 먹고 나오다 보니 배가 고파서 뭣 좀 먹을라 했드만 고부기 종친 조카가 가이드를

자처하고 찰싹 붙어서 떠 날 생각을 않는다.

고부기처럼 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은데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라 그 존재와 과잉친절이

신경 쓰인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서서 단호하고도 짧은 어조로 고부기 먼 친척을 떠나 보냈다.

목마른 사람이 샘파고 누군가는 무리의 평화를 위해 악역을 맡아야 하지만 왜 그걸 착하디 착한

내가 하냐구?

 

우야튼 고부기 먼 조카가 못내 아쉬움 속으로 떠나고나서 우린 성아래 숲 속으로 내려가 식단을

펼쳤다.

각 집마다 배낭을 풀어헤쳤지만 모두들 젓가락만 들고 황찬네가 가져온 음식을 기다렸다.

막걸리도,전도,부침개도,김치도,마늘짱아찌도 모두 황찬댁이 준비한 것이었다.

채우엄마가 못 왔으면 우린 젓가락으로 오렌지 집어 먹으며 술안주로 손가락 쪽쪽 빨 뻔 했다.

모두들 밖에서 사 먹는데서 안가져 왔데나 워졌데나?”.

책임감 강한 황찬성주가 수원성 사절단을 접객한다고 이것저것 준비 안 했으면 우린 일단 내려가 뭣

좀 먹고 올라와야 비로서 걸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여간 막걸리에, 전에 떡에 우린 배가 빵빵해지고 제법 취기가 오르고 나니 더 즐거워져서 흐드러진

꽃들이 춤추는 성벽을 따라 활기차게 걸었다.

도심의 성곽이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었다.

화창한 사월의 태양아래 번져가는 신록과 피어나는 꽃이 문화의 도시를 아름답게 채색하고 그 멋진

풍경속에서 사람들도 한 송이 꽃이 되었다.

 

계획은 창대했다.

성곽둘레길을 걷고 행궁을 구경하고..

율현중에서 보건대,서호를 거쳐 수원시정연구원까지 수원의 벚꽃 길도 모두 섭렵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긴 했는데 행궁을 돌아보고 나니 벌써 세시 가까이가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그만하믄 됐다. 마이 무거따 아이가.”

 

백두대간 3회 종주에 빛나는 박대장도 말이 읍꼬

백두대간 종주 2회 무릉갣도 말이 읍따.

말많고 나대기로는 한강 이남에서 알아주는 백두대간 1회 종주객 고부기도 침묵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우리는 채우엄마가 추천한 수원 전통시장 맛집으로 가서 낚지볶음과 코다리찜 한 상을 때이른 저녁

으로 받았고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너른 식당에서 멋진 봄날의 회동을 자축했다.

기차편 귀향이니 마음 편하게 허리띠 풀고 술도 제대로 한잔 치면서….

 

아우들아 3개월이 미친듯이 뛰어가는 것 봤냐?

나이들면 친구도 구조조정 한다지만 친구는 사회나 회사와는 달라서 오래묵은 순서로 보존등기 한다드라.

오랜친구는 조강지처와 동격이라 하드라.

너를 버릴지언정 오랜 친구는 버리지 마라.

오랜 친구마저 버린다는 건 세상을 등지는 거구 그건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기쁨과 사랑을 모두

저리는 것이므로

 

나중에 은퇴하믄 더 자주 만나기는 하겠지만 더 늙지 말고 더 힘 빠지지 마라.

세상에 분노하고 삶에 고뇌하지 말아라.

어짜피 말없이 흘러갈 세월이다.

세상에 더 둥글어지고 너그러워 져야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법이다.

 

즐거웠다 친구들

7월에는 씩씩하게 여름아줌마와 한판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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