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장은 3주연속 매주 금요일마다 확인전화를 했다.
토요일날 함께 산행할 시간 있느냐고?
유비의 삼고초려를 들어 봤지만 이쯤되면 조사장의 삼고 초려다.
그 정성(?)에 감복해 마눌과 괴산 옥녀봉 산행을 유보하고 함께 계룡산행을 하기로 했다.
6월 3일 지리산 종주 산장예약에 실패한 건 결국 조사장과 계룡으로 오라는 산신령님의 부르심인가?
병사골 입구 까지 올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을 물으니 새벽 6시 30분
난 새벽 5시에 일어나 그렇게 마눌이 엊저녁에 사다 놓은 순대국밥을 챙겨먹고 물과 과일만 챙겨들고
오랜만에 계룡 유람길에 올랐다.
날은 화창하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공기는 깨끗하고 바람은 맑고 시원해서 사위의 멋진 조망이 펄펄 살아나는 산행
하기참으로 좋은 날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이 좋아진 조사장은 가뭄에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거친 계룡 능선에서 내내
펄떡거렸다.
내게도 게룡산은 오랜만이다.
가까이 있어 늘 소홀한 그곳 이지만 가끔 이렇게 친구와 함께 갈 기회가 생기니 굳이 일부러 산행계획을
잡을 필요는 없다.
오래 계룡을 찾지 않은 사이 장군봉 오르는 길 절벽지대 곳곳에 어느 결엔가 나무계단이 설치되었다.
난 화장빨 짙어지는 자연의 모습이 자꾸 실망스러워 진다.
야생의 절벽들은 이제 점점 그 형체를 잃어가고 사람들은 마치 예전부터 그 길이 있었던 것처럼 편하게
그 길을 오갈 것이다.
나와 함께하는 산행에 목메던 조사장은 내가 계룡의 푸른 산세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 사이 내내 앞서서
걸었다.
빨리 걸어 땀을 내야 운동이 된다고…
우린 잠시 휴식할 때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오랜만의 친구보다는 자연과 더 많은 교감을 나누었다.
바람이 좋은 아침산행이라 내내 기분이 상쾌했다.
자신만의 산행루트를 개발한 조사장이 남매탑에서 지석골을 거치는 회귀산행을 제안했지만 오늘ㅍ같이
맑은 바람이 부는 날에 어찌 계룡 산수의 백미인 자연성릉을 포기할 수 있으랴?
햇빛이 강렬해지면서 바람결이 약해지긴 했지만 산행 내내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주었다.
조사장은 삼불봉을 거쳐 자연성릉으로 연결된 초입에서 갑사쪽으로 길을 잘못들어 알바를 했다.
암릉의 날등에서 풍경과 바람을 즐기면서 가끔 사진도 찍다보니 구간구간 발걸음이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꽤 빠른 산행이라 앞서 간 조사장이 보이지 않아 의아 했는데 웬걸 나중에 내 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났다.
갑사쪽으로 한참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왔다고….
역쉬 조강쇠여…
이 거친 산행이 부족해서 알바까지 자청하고….
심불봉과 관음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먼 산으로 가면 이동시간이 아깝고 6시간 이상 산을 타면 하루가 다 망가져서 아깝다고 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사원수도 많이 늘어나면서 조사장에게 나타난 뚜렷한 변화였다.
지난 번에는 사우나 시간도 아깝다고 했다.
그라면 오늘 나 때문에 늘어난 한 시간도 어쩌면 계획된 운동일정에서 벗어나 아까웠을지도 모른다.
ㅠㅠ
산행을 마치니 12시였다.
돈을 아까워하는 친구라면 내가 밥에 술에 뭐든지 사줄 수 있으련만 돈은 주체할 수 없이 많고 시간이
엄청 아깝다는 친구
또 회사에 들어가봐야 한다니 말에 나 역시 밥먹자는 애기도 꺼내지 않고 우린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도 산을 좋아하고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니 함께 산을 타긴 하는데 이러면 점점 함께 하는 의미가 없어
지는 산행이다.
운동 삼아 산을 탈 일이면 각자 좋은 방식대로 산을 타면 그만일 것이다...
모처럼 반가운 친구와 산을 타자함은 서로의 교감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 것인데 술 한잔 못하거나
사우나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점심한끼 할 시간도 내지 못하면서 오매불망 함께 산행을
하자 함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도 조사장에겐 좋은 친구보다는 운동만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모양이다.
아무튼 조사장은 목적달성을 하고 시간도 벌었다.
나는 바람 좋은 날 멋진 산행을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가보지 않은 곳의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더
보람 있게 보냈을 하루의 기회 상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즐거운 산행이었으니 돌아 오는 길에 전주식당에 들려 혼자 복국 한 그릇 먹고 느긋하게 2시간
온천욕을 즐기고 귀가 했다.
조사장이 그렇게 아깝다고 했던 황금 같은 그 시간을 ….
2017년 6월 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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