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하사 때문에 2주 연속 수원을 들락거렸다.
조사장은 매주 산에 가지고 전화가 왔다.
미리 전화를 주면 조정을 할 수도 있는데 늘 코 앞에서 통발을 넣으니 이미 잡힌 약속을 물릴
수가 있나?
근데 지난 주에는 우짠 일인지 조사장이 일주일 전에 연락을 주었다.
이번 토요일 날 시간이 되면 산에 가자고….
잘되었다. 요샌 주로 새로운 둘레길에 마음을 쏟느라 운동부족으로 몸이 찌뿌둥 한 터인데,,,,
우린 산에 관한 한 공통점과 이질성이 혼재한다.
체력은 둘 다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산을 오르는 공력은 출중한데
산에 대한 생각은 좀 다르다.
조사장의 산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체력을 보강하고 근력을 키우는 장소이고
나의 산은 새로운 풍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고 명상과 사색의 시간이다.
둘 다 새벽 형 인간이지만 조사장은 새벽에 떠나 늦지 않게 귀로에 들어 남은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를 원하기에 가까운 산으로 떠나길 원하고 나는 멀더라도 오래 돌아 보지 못한 산아니
새로운 산 길을 걷고 싶어 한다.
조사장은 산에 가기 위해 먼 길을 이동 하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하고 난 그것도
여행의일부라고 생각한다
산이야 둘이 가도 좋고 여럿이 가도 좋지만 사실 난 혼자 타는 산이 제일 좋다
혼자라도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는 산악회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좋아하는데 굳이 가 본 곳을
친구와 함께 가는 건 산행의 목적보다 친구와 교감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을 열심히 타고 난 다음 술을 마셔 운동의 효과를 상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또 시간 낭비라는
조사장의 생각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친구와 함께 산을 탄다는 건 모처럼 밀린 이야기도 나누면서
오붓한 분위기에서 술과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누기 위함이니 술도 한 잔 치고 벌거벗고 목욕도
같이 해야 우정도 깊어지는 거 아닌가?
이래저래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산행 페이스도 맞고 가끔 분위기 맞아 의기투합 하기도 한다.
조사장도 간단히 하산 주 한 잔씩 하다가 필 받으면 두주불사를 마다하지 않는 기분파 이기도 하고
아얘 대 놓고 모든 비용을 자기비용으로 술 한잔 제대로 마시는 숙박 여행을 제안하기도 한다.
나도 친구 술 한 잔 쯤은 사줄 수 있지만 조사장은 모자라는 게 시간이고 남는 게 돈인 친구라…
둘 다 먹성과 체력이 나이를 개무시하고도 어디 내놓아도 째이지 않으니 허리띠 제대로 풀면
그 양이 어마무시 하다.
작년 설악에어 이틀을 유할 때 마지막 날에는 맥주와 소주병을 셀 수 없었던 것처럼
지난 속리 산행 후 일식 집에서 특급 참치를 안주로 담근 술에, 맥주에, 더해 각 세병 정도의 소주를
마시며 마구 달렸던 것처럼 …
큰 술자리가 휩쓸고 지나가면 비로소 조사장의 주사(?)가 나온다.
그 술주정은 별다른 게 아니라 상당기간의 침묵과 연락 부재다…
술기운과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학대하고 시간을 낭비한데 대한 죄책감 …
그 기간 동안 동안 조사장은 자아비판과 자기 반성을 하며 회사일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우야튼 이러한 산행관점 차이의 절충점은 대둔산 이었다.
새벽에 일찍 떠나고
6시간여 제대로 몸한 번 풀고
산행 후에 점심만 먹고 귀가 하는 거
다 조사장을 위한 배려이지만 나를 위한 것은 없는가?
신록이 짙어가는 대둔산의 봄! 그리고 그 동안 해보지 않은 대둔산 환종주!!
점심은 당근 조사장이 사고 … 드라이버도 조사장이고
그 정도면 둘 다 만족할 만한 타협안 아닌가?
월성봉은 언젠가 고부기 하고 오른 적이 있다.
그 날 비가 추실거렸고 안개가 자욱해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마천대에 오르긴 했는데 짜개봉(새리봉)과 서각봉을 거치는 코스는 분명 아니었다.
오늘은 월성봉과 짜개봉그리고 서각봉을 넣어 크게 환종주 하는 대둔산 코스로 잡았다.
우리는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산행을 시작해 능선 초입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했다.
조사장은 특유의 뚝심과 트레이드 마크로 거친 길을 시종 앞에서 내 달렸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조금씩 발길이 밀렸지만 조사장이 기다려 주기도 하고 내가 또 속도를 내어
붙기도 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산행을 했다.
월성봉 데크에서 이슬을 털며 황금빛 아침을 맞는 남자를 만났다.
후기 낭만파
아내와 둘이 산에서 비박을 하며 오감으로 대자연의 황홀한 고독을 누리는 도시의 자연인
철쭉은 이제 막 꽃 망우리를 열고 있었다.
바람이 거센 날이었다.
월성봉 절벽 난간에서 맞는 바람은 장엄하고 후련했다.
절벽 쪽에서 불어오긴 하는데 몸이 밀릴 지경이라 절벽 난간 가까이에 섰다가 혹여 솟구쳐
오른 바람이 방향을 잃으면 그냥 벼랑으로 날리어 갈 기세라 바람 바위에 설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바람 맛 이었다.
아쉽긴 했지만 오늘의 산행거리를 고려해서 왕복 1시간 30분이 걸리는 바랑산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놓고 간 멋진 풍경을 되찾았다.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의 아름들이 소나무 들은 가히 신의 걸작품이었다.
절벽난간에서 황금 빛 아침 태양을 맞으며 세찬 바람에도 미동하지 않은 담대함 사이로
우리는 그렇게 바람과 함께 폭풍의 바위 언덕을 휘몰아 쳤다..
수락재에서 짜개봉 서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처음으로 걸어 보는 길이었다.
오히려 수락에서 정상루트를 따라 마천대에 오르는 길 보다 더 편안 했다.
연록의 신록이 춤추는 길 위에서 절로 기분이 좋아졌고 컨디션이 되살아 났다.
0.9.km 짜개봉 을 다녀왔으면 했는데 조사장이 그냥 가자고
좀 아쉽긴 하다 . 짜개봉 (새리봉) 조망도 환상이라는데 ….
짜개봉 지나 서각봉 가는 길에서는 이제 막 만개한 진달래가 환한 웃으므로 손을 흔들었다.
서각봉을 오르는 길에 멀리 마천대가 보였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마천대는 또 다른 감동을 자아 냈다.
난 전혀 다른 대둔산의 얼굴을 보고 있다.
서각봉에서 바라본 대둔나라와
가지 않은 좌측 능선을 휘돌아 가는 길은 도열한 바위 절벽들의 풍경이 압권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휘돌며 솟구친 바위 벽들은 태고의 역사를 증거하고
우린 찰라에 스쳐 지나갈 아름다운 시간을 한숨과 탄성으로 누린다.
바람부는 마천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요기를 했다.
난 간식으로 옛날 추억의 찐 계란과 크림빵에다 마죽과 호박즙을 가져왔고
조사장은 뜨거운 물과 커피와 초코파이 , 그리고 사과와 참외를 가져왔다.,
마천대에서 그 동안 쉬지 않은 것을 보충하기라도 하듯 꽤 오랜시간 머물면서 다리쉼을 하고
여장을 수습했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낙조대를 향해 길을 잡았는데 편안한 길을 버리고 언제 보아도 멋드러진
바위 난간으로 난 절벽 길을 따랐다.
청솔과 암릉이 조화로운 그 길 위에서 오늘은 세찬 바람 까지 화음과 율동을 보탠다.
조사장은 힘들다기 보다 거친 바위 능선의 변화무쌍한 풍경에 대한 욕심과 흥미가 없다보니
자꾸 편한 길로 내려섰다.
그래서 시간 소요가 많고 제법 많은 체력이 소요되는 낙조대 가는 신선봉 인근의 거칠고도
아름다운 암봉 길은 유보하고 큰 길을 따랐다.
낙조대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기고 우린 12시 15분에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대둔산 능선 위에 그렇게 큰 원을 그리며 대둔산을 한 바퀴도는 데는 5시간 30분이 걸렸다.
조사장과 함께였으니 속도가 좀 빠르기는 했지만 짜게봉을 다녀오고 바위난간을 제대로
휘돌았다면 6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길이었고 바랑산까지 포함한 다면 8시간 정도 소요될
대 장정이었다.
복수동에서 소고기 회덥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대전으로 돌아 왔다.
산 행 일 :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산 행 지 : 대둔산
산행코스 : 수락계곡 주차장 – 제3코스-월성봉-제 1코스하산-수락재 –짜개봉(새리봉) 갈림길-
서각봉-마천대 – 칠성봉-낙조대-수락주차장
소요시간 : 5시간 30분
날 씨: 맑고 바람 세차다.
동 행 : 조사장
경유지별 시간
06:30 : 주차장 출발
07:17 : 월성봉 :
07:15 : 수락재 짜개봉 2.2km , 수락 주차장 1.35km
08:06 : 법계사 갈림길 짜게봉 1.66km , 수락주차장 2.1km
08:22 : 짜게봉 갈림길 짜게봉 0.9km , 마천대 3.1km, 월성봉3.1km, 수락주차장2.8km
08:48 : 서각봉 전 전망바위
09:14 : 서각봉(허둥봉)
09:51 : 마천대
11:02 : 낙조대
11:15 : 수락주차장 갈림길
12:05 : 수락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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