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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5월의 두위봉

 

 

휴게소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에도 무덤덤하더니 산행 들머리에 도착해서도 여름 장마비

같이 내리는 그칠 줄 모르는 빗 속에 분위기는 급격히 침울해가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산행하다가 비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부실부실 내리는 가랑비면 또 모르겠지만

1400고지 산행인데 시커먼 하늘에서 계속 장대비가 내리니 출발할 엄두가 나냐고?

아쉬운 마음에 차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30분을 기다려 보지만 야속한 하늘은 5월의 슬픔을

거두지 않았다.

 

무려 12명에 달하는 귀연당 당원들의 국론은 처절하게 분열되었다.

이왕 왔으니 끝장을 보자는 비사이로 막가파

인근 올레길로 바꾸자는 중도 보수파

이것 저것 다 때려 치고 맛난 음식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푸자는 급진 주사파

 

설왕설래, 우왕좌왕

그리고 열띤 난상토론과 여론몰이

결국 귀연의 대세는 기울어 목소리 큰 주사파가 득세하기에 이르렀고

주사파의 두 거두 헬레산과 산꼭대기는 그 와중에도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웠으니

할랑당 대표 헬레산은 지난 소백산 산행 때 뿅 갔던 단양 마늘순대와 막걸리의 추억을 들먹이며

좌중을 선동 자극하면서 단양 구경시장 길을 재촉하고

풍류당 대표 산꼭대기는 우중 정선길 또한 하늘의 뜻이니 정선시장과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

자고 기염을 토하니

궁휼한 국민들이 이를 일컬어 아리리 대전이라 칭하였다.

삼김시대가 반세기를 걸쳐 계속되었듯이 귀연을 쥐락펴락하던 돼지들의 권세가 이 엄중한 코로

나 시국에도 통할 수 있다는 건 변화와 혁신에 실패한 귀연 당의 자화상이 아닐런지…?

 

회장을 등에 업은 비사이로 막가파는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목소리는 잦아들고 회장은 솟구

치는 부아를 억누르고, 북치고 장구치는 주사파 대표들의 작태를 눈꼴시게 바라보고만 있었으니

오호통제라 !

주사파의 선동과 여론몰이, 그리고 대다수 당원들의 침묵에 의한 비자발적인 동조로 급기야

귀연호는 분루를 삼키며 회군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역사는 강물과 함께 도도히 흐른다.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압록강을 건너 회군함으로써 조선을 건국하였고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은 북상하는 왜군을 저지하지 못하고 패퇴하여 수 많은 군사를 잃고

남한강에 몸을 던지고 말았으니

오늘 귀연의 아우라지 회군이 귀연의 미래에 어떤 복선으로 작용할 것이고 또한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쿼바디스 도미네?

아우라지의 물돌이를 다시 건너 순대 국밥과 와 장터국밥을 찾아가는 귀연호는 지금 정녕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 참으로 착밥하고 답답한 봄날이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드맑은 오월의 푸른 하늘아래 배시시 웃음을 흘리고 있을 연분홍 봄처녀를

만날 설레임을 안고 출발한 날에

아침 댓바람부터 마늘순대와 쐬주가 웬말이고 정선시장의 장터국밥이 웬말이냐?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산제도 거르지 않는데

이 오월의 아까운 날에 꽃비는 고사하고 장대비에 아우라지 회군이라는 날벼락을 내리시다니?

 

빗속을 회군하는데 정선아리랑 가사가 떠오른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몰려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물을 안고 뱅글뱅글 도는데

우리집에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 왜 모르는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나는 착잡하고 아쉬운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어제 친구와 민주지산 산행에 피로감도 있어서 비몽사몽 부처님을 알현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거리더니 우린 다시 두위봉으로 돌아 간덴다.

회군의 깃발을 들어 올린지 30여분이나 채 지났을까?

 

근데 우짜 이런 일이?

비가 조금씩 잦아 들다가 급기야 그친 것이다.

~~

초지일관 공격앞으로! 를 외치던 회장의 발언에 급속히 힘이 실리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비사이로 막가파는 되돌아 서는 여론의 여세를 몰아 가던 발길을 돌려 재 회군하기에 이르렀다.

비도 맞지 않은 채 좌충우돌하던  다이나믹한 날궃이었고 에둘러 눙치며 즐거워 하시던  

하눌님의 익살과 조크 였다.

 

얼러리 이런 날은 또 처음일세…!

그려 이 아름다운 오월에 두위봉을 두고 돌아가니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게지…”

 

 

비가 개고나니 참으로 눈부신 오월의 봄날이다.

하늘은 드맑고 비개인 하늘에선 초록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린 오월이 저물어 가는 날에 4월의 꽃밭을 거닐며 맑고도 찬란히 빛나는 아름다운 세상에 탄성

을 올렸다.

 

화사하게 피어난 철쭉은 보지 못햇지만 새순이 막 돋아나는 고원의 연초록 나뭇잎은 꽃보다 아름

다웠다.

길섶에선 앵초가 청초하고도 요염한자태로 미소를 흘리고 축축히 젖은 바람난 여인들은 오월의

빛나는 태양아래서 고개를 숙인 채 감출 수 없었던 사랑의 부끄러움을 아쉬워했다.

어디 그뿐인가?

무수한 각시붓꽃들은 두위봉의 바람과 이슬에 하얗게 탈색된 채 손을 흔들었다.

참으로 맑고 아름다운 두위봉 가는 길의 풍경이었다.

 

두리뭉실해서 두리봉이라고도 부른다는 두위봉

오르기도 편하고 발도 편한 두위봉은 계속되는 회군에 시간을 많이 지체하고서도

별 어려움 없이 올랐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따라 흩어지는 운무는 장엄하고 비개인 맑은 하늘을 이고 굽어보는

초록이 물결치는 산세상은 이승의 풍경이 아는 듯 신비로웠다.

지연스레 오감이 열리고 물결치듯 가슴으로 먼저 전해오는 감동과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조화로운 풍경을 만나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어제의 피로는 말끔히 사라졌고 내 마음은 오월 전원교향곡의 감미로운 리듬에

맞추어 행복한 봄의 왈츠를 추었다.

 

비 와서 재수 좋은 날 !

다 좋은 날이었다.

우중한담과 설왕설래도

심지어 우중산행을 취소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던 것도

그래서 우린 티없는 맑은 하늘과 눈부신 5월을 선물로 받았고

눈과 귀의 호강에 더해 영혼이 정화되는 힐링과 카타르시스의 감동까지 누렸다.

 

내려와 목욕재개하고 싱싱한 수박을 안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아름다운 두위산하가 내 가슴으로

뛰어들고 무릉객은 오늘 부로 아라리골 신선으로 입적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

 

그려 산꾼은 술을 마셔도 산을 타고 마셔야 풍류와 흥이 살고

제철음식도 위장을 비운 후에 먹어야 그 맛이 나는 거지

 

 

내가 만난 것들

 

5월에 만나는 4월의 꽃밭

  앵초군락

  엘러지 군락

  하얀 각시붓꽃 군락

  만개한 진달래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는 철쭉군락

  맑게 씻기운 파란하늘아래 춤추는 봄나무들

장대한 산안개가 휘몰아 치던 두위봉 정상

푸루름이 번져가는 산하

어제 비에 물이 불어 탕탕히 흐르던 계곡이 청수

바람길에 앉아 수박을 짜재 먹으며 노변한담을 나누는 산 친구들

 

산 행 일 : 2020524일 일요일 

산 행 지 : 정선 두위봉

산행코스 : 자미원 샘터 갈림길 철쭉군락지 두위봉 갈림길 단곡계곡 주차장

선행거리 : 9.4km

소요시간 : 4시간 30

     : 비온 후 맑고 쾌청

     : 귀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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