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일 : 2020년 7월 18일 토요일
산 행 지 : 대둔산
코 스 : 수락주차장-수락재-서각봉-마천대-군자구름다리-수락폭포-수락주차장
날 씨 : 흐리고 맑다.
거 리 : 약 10km
소요시간 : 약 6시간 (휴식 약1시간 30분)
시간 |
경유지 |
비 고 |
11:35 |
수락주차장 |
마천대 : 5.8km |
11:46 |
월성봉 갈림길 |
|
11:56 |
수락재 |
짜개봉2.2km 마천대4.25km 수락주차장1.56km |
12:17 |
법계사갈림길 |
마천대 3.7km 수락폭포 2.1km |
12:52 |
안심사갈림길 |
|
13:13 |
전망바위 |
약 40분 휴식 |
14:24 |
서각봉 |
서각봉(허둔봉) |
14:26 |
능선이정표 |
마천대정상 1.15km |
15:20 |
마천대 |
약 30분 휴식 |
16:48 |
군자구름다리 |
|
17:03 |
수락폭포 |
약10분 휴식 |
17:27 |
선녀폭포 |
|
1&;30 |
산행종료 |
|
산 친구들과 계획이 무산되어서 집사람과 대둔산을 가기로 했다.
수락계곡에서 수락재를 거쳐 마천대에 올랐다가 수락계곡 정규등로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잡았다.
좀 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힘들면 중간에서 돌아 내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암튼 빵4개, 계란 2개 , 두유2통 옥수수 하난 그리고 약간의 방울토마토와 물 2.5리터를
가지고 수락계곡으로 갔다.
날씨는 약간 흐려서 산행하기 좋은 날이다.
조사장과 봄에 올랐던 그 길은 짜개봉을 지나 비로소 사위가 드러나는 능선에 도달 할 때
까지는 예상외로 비교적 편안한 육산의 면모를 보여준다.
가까이 있다고 얼마나 무심했으면 이 멋진 길도 알지 못했을까?
남성미와 암릉미가 출중한 대둔산에서 이런 편안한 흙길을 만나다는 것이 놀라웠다.
초록의 새싹들이 아우성치듯 돋아 나고 연분홍 진달래가 부끄러운 웃음을 웃던 그 길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마눌과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비가 제법 많이 왔던 터라 수락계곡의 물은 자못 우렁찬 소리로 흘러 내리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계곡 숲은 구름 밖을 들락날락하는 태양에도 아랑곳 없이 서늘한 공기를 풀어 놓았다.
들어오긴 했으되 나갈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메다가 제풀에 지쳐버린 바람이 그냥 퍼질러
앉아 버린 계곡의 숲은 세상에 유리된 별천지인 듯 시원했다
여름에 참으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이 원시그대로인 숲길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이 길은 능선을 길게 휘돌아 뒤쪽에서 마천대로 다가가는 길인데 등로는 꽤 매력적이지만
수락계곡의 주등로에서 벗어나 월성봉 오르는 샛길을 따라가는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다.
예전에 대둔산 사랑이 지극했던 고이기님이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멋진 사진과 간결하면
서도 감칠맛 나는 산행기에도 대둔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었다.
대둔산은 다 잡은 물고기나 다름 없었다.
훗날 방랑벽이 사라진 날에는 허구헌 날 같이 살아가야 하니 그 때를 위해 궁금증과 비밀은
덮어두는게 상책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산에 빠진다는 것은 정말 주말에 갈 데가 너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
다는건데 하심심하고 맹숭맹숭하게 동네 산에서 노닥거리 새가 어디 있나? …
수십년을 그렇게 빠대고 다녔어도 아직 가보지 않은 데가 너무 많고 몇 번을 다녔어도 또
가고 싶은 곳이 그리 많다는 건
오늘 비 오는 가운데 불현듯 떠오르는 우중님의 말의 패러디로 가름이 되지 않을까?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오늘도 짜개봉을 스쳐 지난다.
갈 길이 멀어 0.9km의 등로를 다녀올 새가 없다.
조사장과 함께 일 때도 그렇고 마눌과 함께 일 때도 부득 부득 그 곳을 갈 생각은 없다.
거긴 그냥 꼭꼭 숨겨 놓았다가 이번 불타는 가을날에 곶감 빼먹듯이 빼먹거나
백두대간에 난무하던 폭설처럼 어느 겨울 큰 눈으로 대둔의 빗장이 걸어 잠긴 날에 몰래
스며들어 그 장한 눈세상 맛을 보면 제 맛이리라
인적이 거의 없다.
수락재 못미쳐 계곡에서 마주 오던 홀로 산인 두 명을 보내고 인적이 끊어지더니 아버지와
아들 딸로 보이는 세명의 가족일 만나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진행했다.
11시쯤에 산행을 시작해서 능선에 올라서고 나니 1시가 넘어 가는 데 슬슬 배가 고파져서
요기할 자리를 찾는데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눌이 반바지를 입어서 사위가 드러나지 않는 숲 속이면 모기들이 계속 달려들 것이라
마눌이 힘들어하는 눈치지만 조금더 올라가기로 했다..
한 산님이 내려오길래 쉴만한 곳을 물었더니 바로 위에 조망 좋은 바위가 있다고 했다.
마천대로 가지 않고 서각봉(허둔봉) 근처에서 돌아 내려가는 길을 물었더니 온 길 되돌아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일단 점심을 먹으면서 판단하기로 했다.
옛날 백대명산 시절 같으면 마눌도 이정도 길은 까딱마이신이겠지만 세월에 얼 먹고
삭바람에
쇠약해졌으니 너무 무리하면 건강에 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월성봉과 바랑산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전망바위에는 한 산님이 진경산수를 내려다
보며 유유자적하게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수락계곡에서 이 길을 운동 삼아 자주 오른다는 산님은 길이 다소 길지만 편안하고 육산
길이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아 허둔봉 까지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 간단다.
그것도 대둔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리바이벌을 유독 싫어하는 나는 별로 마음이
동하지는 않는다.
산님이 내려가고 우리 뒤에 쳐졌던 한가족 3명이 그곳을 지나 가고도 우린 그곳에서 출중한
조망과 바람을 즐기며 오랜 시간 소요했다.
요기도 하고 충분한 휴식도 추해 원기를 회복했으니 되돌아가는 것보다는 마천대 까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서각봉(허둔봉)까지는 위험한 암릉길로 가파른 오름길이 계속되었는데 뜨거운 태양이 자꾸
구름 밖으로 나와서 날씨가 무더웠다.
허둔봉에서 장성 같은 바위벽을 따라 마천대로 올라서는 길도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길의 굴곡과 낙차도 크고 보호시설이 없는 원시 암릉길이 위험하기도 해서 나와 조사장가
같은 건각이 아니라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체력소모도 상당할 그런 길이었다.
하여가 좀 빡센코스라 마눌에게 무리가 될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그래도 옛 백대명산의
가락과 포스가 살아 있어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갔다.
바위릿지 길에서는 햇빛이 본격적으로 구름밖으로 나온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바람
좋은 능선 길에서 한 번 휴식하고 무사히 마천대에 올랐다.
마천대
언제 적에 설치된 개척탑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에 생뚱 맞은 구조물이다.
이젠 콘크리트 덩어리는 허물어뜨리고 호산자들을 위한 지붕있는 쉼터나 데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바람은 그래도 시원하게 불었지만 탑의 그늘만으로 뜨거운 햇빛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린 기울어 가는 태양의 반대편 탑의 동쪽 모서리 한뙈기 그늘 아래서 꽤 오랜 휴식을 즐기고
나서 수락계곡의 정규등산로를 따라 하산의 길을 잡았다.
갈림길을 어디서 놓쳤는지 모른 채 계속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우린 능선을 멀리 휘돌아
군자 구름다리로 내려섰다.
구름다리를 건넌다는 건 다리를 건너 다시 계단 길과 데크길을 올라 주능선과 합류해야 한다는 거
수락계곡에서 마천대 간 주 등산로가 3.6km 이고 이 우회등로가 4.2km 이니 약 600미터 정도는
더 먼거리 인 셈이다.
우야튼 우리는 낙차 큰 하산 계단길을 무사히 잘 내려왔다.
수락폭포 물줄기가 꽤 세차게 내려 가는 데 우린 그 한 켠에 앉아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탁족을 했다.
사람의 왕래가 없는 길이라면 다 벗어 부치고 사정 없이 물속에 뛰어 들련만 웃통만 벗고 옷으로
물을 적셔 상체의 땀을 닦아 내고 옷을 헹구어 짜 입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름 산행 뭐 있나?
이 맛이지
세상 살이 뭐 별거 있나?
이렇게 땀 빼고 한 번 가벼워 지는 거지
시린 풍경 바라 보아 맑아지고
부는 바람에 아무렇지 않게 세사의 시름을 날려버리고
오늘 또 저 폭포수 아래 돌처럼 둥글어 지는 거지
“사랑은 시간을 잊게 하고
시간은 사랑을 잊게 한다.”
시간이 소중한 모든 걸 하나씩 뺏어가는 날이 잰 걸음으로 다가 온다.
내가 그 넘과 제대로 한판 뜨는 유일한 방법은
빼앗기기 전에 더 많은 걸 쌓아 놓는 일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빠대고 댕겨서 그 넘이 빼앗아 가도 자꾸 채우고
무언가 뺏어갈 시간과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데카르트가 그랬지 ?
“고키토 에르고숨”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니
나는 걷는다 고로 살아 있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데리고 아구집에 가서 같이 술한잔 치다.
에전 먹었던 맛을 기억해서 갔는데 홀망친 아주마이 소금을 두 번 집어 넣는 바람에 우리는
겁나게 짠 아귀찜을 먹었다.
술안주로 너무 짜서 밥에 얹어서 먹어야 했던 아귀찜
시앨트 인디안 추장의 연설문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들은 총을 들고와 빼앗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늘을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사고 판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저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 또한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고 사슴 말과 얼룩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바위투성이의 산꼭대기, 강의 물결과 초원의 꽃들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이 모든
것은 하나이며 모두 한 가족이다.
시내와 강에 흐르는 반짝이는 물은 우리 조상들의 피다.
백인들은 어머니 대지와 그의 형제들을 사고 훔치고 파는 물건과 똑같이 다룬다.
그들의 끝없는 욕심은 대지를 다 먹어 치우는 것도 모자라 끝내 황량한 사막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인디언들은 수면 위를 빠르게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낮의 소낙비에 씻긴 바람의 향기와 바람이 실어오는 잣나무 향기를 사랑한다.
나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숨도 받아줄 것이다.
바람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생명의 거미집을 짜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안의 한가닥 거미줄에 불과하다.
생명의 거미집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한 부족이 가면 다른 부족이 오고,
한 국가가 일어나면 다른 국가가 물러간다.
사람들도 파도처럼 왔다 가는 것이다.
언젠가 당신들 또한 우리가 한 형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무릉객의 연설문
인종의 전쟁은 사라졌다.
이제 우리에겐 시간과의 전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서둘러 땅을 사지 않으면 시간은 그 땅에서 우리를 몰아 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늘을 사고 땅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내 것으로 귀속시킬 수 있단 말인가?
걸어라 !
걷는 만큼이 다 네 땅이다
높이 오르는 만큼 깊어지고
멀리 가는 만큼 깊어질 것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어떤 것이든 바라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면 다 너의 것이다.
시간은 벌써 네게 등을 돌렸다.
이제 시간은 너의 편이 아니다.
시간이 머지 않아 너의 눈을 침침하게 하고
너의 귀를 멀게 하고
너의 코를 비틀고
너의 입에 막기 전에
너의 가슴을 딱딱하게 만들기 전에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바라보라
재잘거리는 종달새와 시냇물의 소리를 들어 보라.
바람에 실려 대지에 퍼지는 꽃 향기와 그윽한 숲의 냄새를 맡아 보라 .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고 신성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
세상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
사랑과 우정과 추억과 낭만을 되찾아
가슴에서 전율처럼 퍼져나가는 감동을 느껴보라
그래서 모두 네 것으로 만들고 내내 살아 있으라!
..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 또한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고 사슴 말과 얼룩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바위투성이의 산꼭대기, 강의 물결과 초원의 꽃들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이 모든 것은 하나이며 모두 한 가족이다.
시내와 강에 흐르는 반짝이는 물은 우리 조상들의 피다.
우리는 수면 위를 빠르게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낮의 소낙비에 씻긴 바람의 향기와 바람이 실어오는 잣나무 향기를 사랑한다.
하지만 세월의 물살을 따라가는 우리의 여행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쇠약한 우리 눈에 비치는 변함없는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곧 떠나야 한다.
시간은 먼저 어머니 대지와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훔치고 빼앗아 갈 것이다..
그 끝없는 욕심은 세상을 다 먹어 치우는 것도 모자라 끝내 황량한 사막으로 만들고 궁극에는
너를 죽음으로 내몰고 말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숨도 받아준 것처럼
너의 죽음 또한 편안하게 받아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의미 있는 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너의 죽음은 세상의 종말이다
다만 너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마라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지 말아라
살아 있는 한 움직이고 느끼고 사랑하라 .
시간의 전차가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더 많은 땅과 추억을 사들이고
더 많이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고 누려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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