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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속리 깊은 곳 - 묘봉

 

 

 

묘봉

 

어머니 집에서 4시에 일어나 육게장 한 그 릇 비우고

조사장 집에는 정확히 새벽 5시에 도착했다 ㆍ

우리는 새벽형 인간들이여
늙은 새들은 아침잠이 없다네
요즘은 잠 없고 괸록 있는 늙은 새들이 벌레를 더 마이 잡는다네 ㆍ

묘봉 등정의 전초기지 운흥1리로 가는 길
우리는 그 새벽에 경제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이며

안개 흐르는 국도를 따라 속리의 북쪽으로 간다.

두부마을 음식점 주차자에 차를 파킹하고 들머리로 향하는
옅은 운무가 깔리는 초록벌판 위로 싱그러운 황금빛 햇살이 쏟아진다ㆍ

멋진 날의 느낌은 팍팍오는데
풍우를 불러 내는 도술이 워낙 출중한 조사장이라ㆍㆍ
한줄기 불길한 예감은 어쩔 수 없다ᆢ


환장하것쓰
운흥리에 도착해서 완전 멋진 풍경의 기대와 희망이 충만했는데

능선에 올라 서기가 무섭게 자욱한 운무가 말 그대로
구름처럼 몰려드는 거 있지 ?

조사장 집안에 용을 때려잡은 소사가 있는게 분명혀ᆢ


ㅎㅎ
근데 토끼봉 가는 길에 웬 새키줄 까지 매여 있다냐 ?
금지구역 산행이라면 가뜩이나 뒤로 나자빠지는 조사장인데 ㆍ
시뻘건 글씨로 위반하믄 30만원이라는 경고판 까지 떡 허니 붙어 있으니

토끼봉 비경은 완죤 물건너 간거여

그 멋진 토끼봉 기암 위에서 제대로 된 인생샷 한 장 땡겨아 히는디
바른생활 할배 조사장 하고 금지구역을 간다는 건

드론 타고 거그 날라가는 것 맹크로 어려운 일이여..

그랴도 괜찮다.

여긴 맘만 먹으면 한 시간이면 오는 곳이니….

내 내 남은 인생 길에 아직 서너 번은 더 와야하는 길이니….

 


제갈공명잉 조화라도 부리는 듯
차가운 바람은 사방에서 휘몰아치고

가득한 운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흩어져 간다 ㆍ
눈에 뵈는게 없다
바위처럼 묵상하며 걸어야 하는 길이다ᆢ

삼손이 머리카락을 통해 우주의 기를 빨이들이듯

조사장은 바람과 안개로 기를 받는다ㆍㆍ

처음부터 시종 앞서가던 조사장은 내가 나무와 안개의 사진을 찍는 사이
간격을 더 넓혀서 우린 상학봉에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ㆍ

이렇게 빨리 상학봉에 도착한 걸 보니 2년전에 올랐던 토끼봉 루트가

휠씬 험하고 힘든 등로인 모양이다ㆍ

상학봉에서 인증샷을 했다

조사장은 늘 정상에 서면 후기인상파임을 먼저 알리고 인증샷을 하는데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의 조사장은 오랫만이다 ㆍ

오늘 갈은 날이면 한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상학봉에 선 자신에 찬 조사장의 발언이다ㆍ

오늘의 비장의 절경인 토끼봉을 빼면 오늘의 하이라이트 묘봉만 남은 셈인가?

묘봉은 상학봉에서 그리 멀지 않다ㆍㆍ
생각 보다 하산이 빠를 것 같아
상학봉에서 묘봉 가는 길 계단에 앉아 빵과 과일로 아침식사를 했다.

 

묘봉

안개 자욱한 묘봉은 지난 번 대야산의 복사 판이다ㆍ
조사장과 둘이 서로 사진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한 분의 산님이 묘봉에 도착했다.
자주 오르는 길이라는데
여기는 아침에는 자욱한 안개에 휩싸이는 날이 많단다 ㆍ
드넓은 속리권에 소속된 수많은 산신령님들이

아침나절에 이쪽에서 비밀 회의라도 하는 모양이다
산님에게 둘의 인증샷을 부탁하고 또 하산을 재촉하는
조사장을 달래서 잠시 더 기다리는데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예전 대아산 때처럼 순식간에 바람을 풀어 슬며시 조망을 열어 주셨다.

그럼 그렇지!!!

10분만 더 있으면 완전 한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동행은 실내 자전거 타면서 조간 신문을 독파하고

산을 타고 나서 골프모임에 가는 사람이라

앉아 쉬면서 멍 때리는 걸 무슨 죄라고도 짓는 것처럼 힘들어 하는데

동행이 계속 고문을 할 수는 없는 법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내려가는 길 .

구름은 거짓말처럼 걷히고

눈부신 태양이 구름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ㆍ

50프로 부족한 산행은!

언제 시간이 날 때 홀로 아침 일찍 돌아보면서 다시 채우는 게 상책이다.


묘봉에서 채워지지 않은 아쉬움이 남아 내려오는 길에는
그래도 길 섶의 바위 능선에 올라 한 뼘 속리의 북쪽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ㆍ

북가치를 거쳐 내려가는데 큰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계곡이 분기되는 곳 바위에 앉아 막걸리를 치던 마을 사람이
올라오지 않고 아래서 짖고만 있는 개를 부르고 있다ㆍ

맑은 하늘에 울려퍼지는 개짖는 소리가 흡사 늑대인양 하도 우렁차서...

잔뜩 쫄아 마을사람에게 묻는다.

"우리 그냥 내려가도 돼요?"

그 들은 먼저 우리 행선지를 묻더니 앞에 바라다보이는 줄로 막혀 있는

소로길 등로를 알려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된다고 생색을 잔뜩 내면서 …..

"목소리만 크지 순해요..."

그래도 개 소리나는 곳과는 다른 방향이라 저으기 안심이 된다..

 

그 길이 바로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다.

미타사 윗쪽에서 바로 운흥리로 넘어가는 산길

소로 길은 낮은 산등성이를 넘어 편안한 하산 길로 이어지는 지름 길인데

인적은 없고 물 맑은 계류가 흘러 몸을 씻기도 좋다..

미타사 바로 위에 운흥리로 바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고 들어서ㆍ

미타사를 보면 다시 위로 되짚어 찾아내려 했던 바로 그 길인데
정말 운 좋게도 그 길을 쉽게 만난 것이다..

 

길 입구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줄을 쳐 놓은 걸 보면 아마도 이 지역에 자생하는

많은 식용버섯 때문에 외지안의 출입을 통제하려는 의도인 듯 하다.

난데 없는 개 소리 덕분에 쉽게 원점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찾을 수 있었다.

미타사를 거쳐 내려가면 산길이 다하는 곳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따라

운흥리로 접속해야 하기에 시간도 시간이지만 도로를 걷는 불편한 마무리가

기분 좋은 산행의 기쁨을 훼손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째든 우리는 5시간 만에 두부마을로 돌아왔고 조사장은 힘이 펄펼 남았다ㆍㆍ

두부마을 식당에서 두부버섯 전골을 시키려 했더니
4
인용 한 냄비 밖에 팔지 않는 단다ㆍㆍ
3
인분도 안 된다니
참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긴 한데….
우린 그냥 그럼 4인분 짜리 주세요ㆍㆍ라고 말했다.
쥔아줌마 그람 너무 많이 남지않겠어요 하는데 ㆍㆍ
그게 걱정되면 3인분 짜리를 해 주던가 ?

근데 우야튼 이 아주마니 도원리 조사장과 무릉골 무릉객을
완전 띠엄띠엄 아는거 갖터ㆍㆍ

다행이 손두부와 버섯찌게는 맛이 좋았다
예상보다도 양이 푸짐 했지만 요즘 보기드문 대식가 두 할배는
맥주 까지 두병시켜서 밥한공기 씩에 남비에는 두부 한조각
버섯한가닥

붙여 놓지 않고 깨끗이 다 먹어버린거다ㆍ
설겆이 하기도 좋게ㆍㆍ

그랴도 60대 할배들은 따라 하지 마세요

그 양이 어머무시하게 많으니 ,,,

 

조사장이 있어 알탕은 못했지만

토끼봉도 못보고 제대로된 능선이 조망은 못 보았지만

가을로 가는 산하를 거닐고   맛 있는 음식을 먹고

그래도 이 정도면 또 멋진 하루를 보낸거 아녀 ?

 

산 행 일 : 2020년 919 토요일

산 행 지 : 묘봉

산행코스 : 운흥1비로봉-상학봉-묘봉-북가치-운흥1

소요시간 : 5시간

: 흐린 후 맑음 - 바람 좋아 기분 좋은 날

: 조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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