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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탈출하라 음습하고 쇠잔한 너의 병동에서 …

 

                                                                     그   루  -  우쓰라 (지루박멸 연구소)

 

 

 

아닌 것

 

                                                에릭헨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은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탈출하라 음습하고 쇠잔한 너의 병동에서

 

넌 살고 있으되 살아 있지 않다.

그 병실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그 병실에서는 거울이 없어 너를 보지 못한다.

너는 어디가 아픈 지 모른 채 누워 있다.

그렇게 너는 세월에 여위어 가고

너의 아까운 시간이 흘러 가고 있다.

너는 그 새장 같은 세상의 부족함을 계산할 기력과 총명함을 잃었다.

너는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 것인가?  .

너는 병들어 가고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인생에서 빠져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너란 걸  ….,

 

 

다른 사람들은 너를 정의 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의 눈은 세상에서 왜곡되고 너의 생각은 오염 되었다.

너는 세상에서 길을 잃었다.

방황조차 하지 못하는 너의 영혼은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귀로 들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너의 인생을 살아 간다. .

 

단지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진정한 너의 슬픔과 아픔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들창에 비칠 초라한 너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네게 별 관심도 없다.

단지 그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너의 지레짐작과 편견이 실체 없는 평가자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이 혼란한 세상에서 지상 최대의 적은 너 지신 일지도 모른다.

늘 가까이에서 예의 주시하며

끊임 없이 본성을 유린하고 생각에 기생하며 사상을 테러하는 은밀한 적

무능하고 비겁해서 오히려 치명적인 적..

 

네 삶의 역사와 가슴 속의 사랑을 알고 있는 네가 끊임 없이 그 가치를 부정한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

네가 누리고 있는 것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별로 네 눈에 차지 않는다.

너는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네 가슴이 무엇에 흔들리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너는 언제나 타인의 눈으로 욕심에 찬 세상을 탐한다.

네게 없는 것들

네가 누리지 못하는 것들에 끊임없이 집착한다.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감동할 것들을 쫓고 있지만 네 마음은 늘 웃지 않는다.

 

너의 시선은 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머물고

네 손에 든 떡 덩이는 늘 작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베어 문 그 떡덩이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는 너의 손에든 떡덩이를  부럽게 바라보지만 넌 그런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더 크고 맛 있어 보이는 떡덩이를  얻기 위에  너는 슬프고도 아픈 세상을 떠돌고

네 떡덩이는 그렇게 세월이 시어 버린다.

어쩌면 너는 언젠가 더 큰 떡덩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떡덩이를 그림의 떡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먹지 못한 떡덩이는 너는 젯상에서 싸늘이 식어가고

수 많은 세상의 땡초들은 염불보다 너의 젯밥에 더 눈독을 들일 것이다.

 

 

오늘이 너의 가장 젊은 날이다.

병실에서 흘려 보내기에는 아까운 날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머지 않아 먼 길을 떠날 자여

음습한 너의 병동에서 어여 빠져 나오라

너는 있으되 너의 생각이 없고

네가 가진 것이 있으되 네 것으로 누릴 수 없는

네 머리에서 수 많은 CCTV가 돌아가고 있는 어두운 병동에서 서둘러 빠져 나오라

 

 

병실을 빠져나오면

비로소 잃어버린 너를 찾게 될 것이다.

맑은 공기와 햇살이 부서지는 들판에 서면

다시 정신이 돌아 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귀로 듣고 너의 가슴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의 방식으로 다시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쯤 다시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 소중한 것들은 다 네 가까이에 있고

단지 병든 네 눈과 네 가슴이 그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었다는 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너이고

너는 충분히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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