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 재발견
셰월이 아주 많이 흘러 갔다 ··
늘 숨쉬듯 밥먹듯 자연스런 산인 데도
지척에 있는 천등산을 다시 오르기 까지
나는 세월에 푹 곰삭아가며 경천동지하는
세상의 흔들림을 수도없이 겪어내야 했다 ·
어쨋든 세상의 무수한 산들은 파헤쳐 지고
산과 자연이 황폐해지는 만큼
인간의 삶도 건조하고 팩팩해져 갔다 ·.
넌 늙어 봤냐 ?
난 젊어 봤단다 ··
내가 세상 앞에 내세울 건 그것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또 있다 ··
넌 돌아 보았냐 ?
아름다운 금수강산 ?
나는 돌이 봤단다.·
그 아름다운 세상들 ···
내 절은 날의 나와 오늘의 내가 분명히 다른 만큼
내 젊은 날의 자연과 오늘의 자연 또한 너무 다르다 ·
그 사실은 나무처럼 사계절을 산과 숲에서 보낸 사람들은 다 안다 ··
가딩님 블로그의 천등산 기행은
모처럼 자유로운 시간에 남겨진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십수년의 세월은 마치 신기루인 듯 머리를 풀고 훨훨 날아가서 ··
내가 인생의 길목에서 어느 날 천등에 들었다는 것 말고는
내 기억에 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블로그에도 산에 대한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
처음 오르는 거 같은 오늘의 루트는 완정리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전등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루트
여긴 아무런 문명의 흔적이 없다 ·
산세와 조망은 장엄했다 ··
일등만 기억히는 더러운 세상 으로 인해 2등 천등은
그렇게 소외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천등의 자연은 보존되고 인간들의 빗나간 사랑과
일방적인 애정행각에서 자유로웠던 탓에 본래의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
문명예서 소외된 완주벌 자체가 고전적이고 목가적이어서
눈부지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늠할 아무런 근거도 찾을 길이 없다 ‥
정말 천등산의 재발견이다 ··
그 옛날의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도
변함없는장구한 세월겨· 태고의 역사가 숨쉬고 있음을 알겠다 ··
거기서 안도감이 들었다
흐르는 시간괴 세상의 변화에 새삼 놀라거나 착잡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
마치 오랜 옛 찬구를 만난 푸근함과 편안함이 거기 있으니….
원시의 대자연을 탐사하는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다..
길이 험한 만큼 내 가슴이 뛰는 길
내 사는 가까이에 이런 원시의 산이 있음이 어찌 아니 좋으랴?··
냔 문영에서 철저히 고립되고 싶은 날의 나만의 은둔처를
물색하기 위해 정상으로 오르는 중에 외딴 능선과 봉우리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그 곳은 산 길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토휴일 하루 정상에 오르는 동안 단 한사람도 만나지않을 만큼 천둥산을
도시 가까이에 떠 있는 고립된 섬이었다.
나는 정상 바로 아랫 쪽 바람 좋고 풍경 좋은 두 군데에 나의 문명의 피난처로 낙점했다.
그래서 천등산에도 내 별장 2개가 더 늘어 났다.
정상을 돌아 내리는 데 기도터가 있다
넓은 마당에는 아얘 기거할 집을 만들고 있는지 공사가 한창이다.
폭포로 내려 오는 길에 배낭을 맨 부부 두 사람이 가파른 계단에서 앉아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땅거미가 밀려 올 시간이라 그들의 늦은 행로가 걱정이 되어서
“생각보다 넘어가는 길이 험하고 곧 어두워 질 듯 하니 적당한 곳에서 되돌아
내려오셔야 할 듯 합니다.” 라고 말을 건넸다.
여자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남자가 말을 이어 주는데…
“우리는 저 위 기도터에서 잘 사람들이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덧 붙여 하시는 말
“ 다 정리되면 언제 한 번 놀러 오세요 .”
기도터가 많은 산이라 더니 산신님과 천신님을 모시는 분들 이었나 보다.
폭포는 바로 길 옆에 있었다.
벌써 10월이고
그늘진 계곡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해는 서산으로 뉘엇 뉘엇 넘어가 땅거미가 밀려올 시간
지나는 길 손이 빤히 볼 수 있는 폭포지만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지 못하는 법이어서…..
폭포 한 켠에 배낭을 내린다..
그래도 거친 천등을 타고 오르내리느라 땀이 많이 흘렀고
웬지 그 물을 흘러 보내면 영험한 산기를 그저 흘려 보내는 듯하여
나는 옷 입은 채 폭포 벽에 붙어 거침 없는 천등의 세례를 받았다.
물 줄기가 세차서 머리가 얼얼하고 후려치는 등짝이 뻐근 했다.
그래서 난 오히려 후련하고 가벼워 졌다.
계곡 세례를 받고 길을 나서자 길은 순식간에 계곡을 벗어나 날머리를 보여 주었다.
계곡을 벗어나자 황금 빛 햇살은 건 햇빛이 감과 나락이 익어가는
벌판에 쏟아지고 있었고 천등 능선에 별장을 두 채나 늘린 나는 저물어 가는 길을 따라
의기양양하게 輯으로 돌아 왔다.
산 속 5시간 30분의 긴 여정이었다..
산 행 일 : 10월 2일
산 행 지 : 천 등 산
산행코스 : 원장선 마을 – 병풍바위 –정상 용폭포 –광두소 마을
천등산 2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
코스별 소요 시간
11:40 원장선 마을 입구 정상-> 3.95km
13:16 : 갈림길 안부 (약 30분 좌벽 바위 탐사)
오름길 중간 바위 능선 탐사 약 15분
14:12 : 별장 1 (휴식)
15:28 : 조망바위 별장 2 (휴식)
15:55 : 정상
16:23 : 기도터
16:45 : 용폭포 (15분 체공)
17;12 : 광두소 입구
소요시간 : 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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