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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칠갑산 바람 맛

 

 

어느 새벽 바랍 물던 날에

 

 

친구와 함께 갔지만 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

아니 말을 잃었어

친구는 바람을 앞서 가고 나는 바람과 함께 걸었지

 

아마도 취기가 올랐던 거 같아

난 몽롱해진 채로 그 길을 걸었어

나는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에 취하고

비 온 후 축축히 살아나는 숲의 향기에 취하고

아무도 없는 새벽 산길의 고요에 취했어

 

아니 내 말문을 막고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한 건 바람이었어.

오늘은

내 마음 한 가운데로 불어어가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산 길 처음부터

정상을 돌아 계곡 아래로 내려설 때 까지 그렇게 나를 위해서만

불어 주었던 거야.

 

마치 바람이라도 난 듯

친구와 함께 와서 친구를 잃어버리고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잊어 버린 채

나는 그렇게 콩밭 언저리를 불어가는 바람의 유일한 연인이었네

 

이른 아침 그 바람 속을 걸었네

바람의 향기에는 많은 것이 실려 왔다네

 

잃어 버린 사랑의 향기

지나간 추억의 향기

무수한 산 길에 내가 걸어 놓은 내 젊은 날의 기쁨과 감동들은

그렇게 바람을 타고 내 가슴으로 날아 들었네

그 바람이 너무 좋았다네

어느 새벽 바람 불던 날에…..

 

 

 

늘 비가 온데서 행선지를 어디로 바꾸기 바뻤는데

이번에도 비가 온데서

강천산으로 가던 발길을 칠갑산으로 돌렸다.

비가 좀 온다 해도 굳이 발길을 돌릴 것 까지는 없는 데

흐느끼는 비와 안개에 만난 지 10년도 넘은 강천여인의 고운 자태를

잃어버릴 까봐

 

 

비오는 날 콩밭메는 아낙은 워쩌?

친구 오늘은 그냥 편안한 산에 들자구.”

 

근데 그 아낙이 바로 바람의 여신 이었어….

내 할말을 잊게 하고

내 넋을 빼놓은 투박하고 억세지만 가슴까지 후련하게 불어 내렸던 바람

 

 

돈이야 내라고 하면 조사장이 다 내겠지만

그랴도 가능하면 원점회귀를 하면 좋지

지난 번 칠갑산을 공부하다 보니 원점회귀 가능 루트가 2개나 있데

하나는 장승공원에서 장곡로와 삼형제봉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사찰로를 거쳐 장곡사로

내려서서 장승공원으로 회귀하는 루트로 10km 거리에 4시간 30~ 5시간

 

두 번 째는

구기자타운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칠갑로와 산장로를 거쳐정상에 오르고 사찰로와

휴양림로를 거쳐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고 거기서 도로를 따라 30여분 걸어 구기자

타운으로 회귀하는 코스

14km에 약 6시간 ~6시간 30분 소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조사장과 함께 가니 당근 2안이여

 

칠갑에는 온다는 비는 안오구 바람만 불었어 ….

바람을 앞질러 간 조사장은 청년 둘이 있던 정상에서 바람의 냉기를 피하려 우비를

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어.…

난 오름길 모퉁이 마다 하나씩 벗어 던졌구….

처음엔 모자를 벗구

그 다음 오름길에서 자켓을 벗구 그리고 마지막엔 토시도 벗었지

오랜만에 만난 세차지만 후련한 바람의 감촉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내일 영하로 떨어진다는 날이라 오늘 체감온도는 제법 싸늘한 가운데서도

콩밭언저리를 당차게 불어가던 그 바람의 속내는 오히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네

 

 

 

 

그렇게 우리 둘의 바람 속을 걷는 법은 달랐고

도착한 칠잡의 정상에서는 아침 햇살이 구름 밖으로 잠시 웃어 주었어……

 

 

바람 속을 걷는 법·2

이 정하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바람속을 걷는 법

무릉객

 

바람이 오면 산으로 가게나

이젠 아무 것도 흔들 수 없는 너의 메마를 가슴

거기 풀잎을 흔들고

나뭇 잎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

너의 가슴을 흔들어 깨워 줄지도 모르니

 

바람 부는 산에는 혼자 가게나

누구도 채워 줄 수 없는 너의 답답한 가슴

거기 바다를 건너고

먼 산을 지나 온 바람이

널 바라보고 가슴을 텅 비워 줄지도 모르니

 

그러면 바람에게 묻게나

그대 그리움의 길과

그대 사랑 머무는 곳과

그리고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시간에 관하여

 

혼자 조용히 바라 볼 것

바람이 다가오는 모습

귀 기울여 들어 볼 것

바람이 전하는 얘기

 

 

사찰로를 따라 하산 하는 길은 제법 거칠었다.

단 한군데 8부능선 전망대에서 열어주는 조망 말고는 별다른 풍경이 없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중간 장곡사 에서 올라온 사람들이고 휴양림로의 산세나 풍광은

이렇다 할 것이 없는데 험하고 길어서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인지 인적이 거의 없다.

6km 에 달하는 긴 능선은 완만한 하산 길이 아니라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능선에서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1km 남짓한 구간은 돌길로 발이 불편하다..

바람의 다소 기세는 꺾였지만 휴양림 계곡으로 접어들기 전 능선까지 계속 따라왔다.

우리는 점심 때도 채 안 되어 사람의 왕래도 별로 없는 조용한 휴양림으로 내려섰다.

휴양림에서 호수변 데크길을 따라 걷다가 소로길 로 올라 서서 멀리 보이는 다리를

휘돌아 출발지 구기자 타운의로 회귀했다.

산행은 4시간 30붖ㄴ

 

도로따라 회귀하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조사장과 걸린 시간이 5시간이었으니 일반 사람들은 6시간 30분 정도 걸릴 길이다.

동네산이라고 깔 볼 칠갑산이 아니다.

백대명산에 빛나는 도립공원 칠갑산이고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후덕한 육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주 등산로 일부는 임도처럼 너무 넓게 조성하면서 산과 수목의 훼손이 심했다는 거

 

 

중간에 먹었던 간식이 채 소화가 안되어 신탄진으로 돌아와서 모처럼 보신탕 한그릇 씩 비우고

헤어지다.

 

칠갑산 바람에 가슴이 후련해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진 날

 

 

바람 불어 즐겁고

바람 불어 정말 재수 좋았던 날 ….

 

 

산 행 일 : 20211016일 토요일

산 행 지 : 칠갑산

산행코스 : 구기자 타운 주차장 칠갑로-산장로-자비정 정상-사찰로

휴양림로-휴양림- 구기자타운 주차장

: 14km

산행소요 : 5시간

: 흐리고 바람 시원한 날

: 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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