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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마이산 만추

 

원래는 정읍의 두숭산에 가렸더니

마눌이 진안 모래재 메타세콰이어 길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근데 워뜨케 그것만 보러 진안에 가냐고?

기름 값도 올랐는데 메타쉐콰이어 찾아 왕복 세시간 은 경제적 논리에 한참 위배됨을

역설하며먼저 마이산으로 차를 몰다.

 

마이산은 늘 멀리 강정리에서 암릉 능선을 넘나들며 탑사까지 주유하여 남부주차장 으로

내려오는 6시간 코스를 주로 타다 보니 남부주차장 원점회귀 코스는 오히려 생소하다.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라는 건 알고 있는데 천천히 4~5 시간은 충분히 소화하던

마눌이 이제 산 길을 점점 기피하는 통에 마이산 정도 산행도 인자 눈치가 보인다. .

 

 

후다닥 산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메타세콰이어 길도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산행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5시 해는 뉘엇뉘엇 서산을 넘어갔다.

등로는 생각보다 시간소요가 많아 5시간을 훌쩍 넘겼다.

생각했던 것 보다 빡센 산행에 다음 번 산행은 보이코트 하는 거 아녀?

 

결국 메타쉐카이어는 봄날과 벚꽃이 피어나는 4월 쯤에나 가야지

근데 그 때는 또 마이산에 흐드러진 벚꽃이 보고 싶지 않을까 ?

그람 날도 길어질거구 탑사와 암마이봉을 둘러서 탑영제나 구경한 다음 메타쉐콰이어

길을 걷는 거지

 

 

10시쯤 대전을 출발했는데 마이산 남부주차장에 도착하니 1130분이다.

마눌이 출출하다고 떡이라도 살까 하는데 점심 때도 다 되었으니 점심을 먹고 올라가는 게

좋을 듯 해서 입구의 버섯전골 전문 식당으로 갔다.

 

.버섯전골 2인분 3만원

자연산 버섯은 하나도 없다.

청청면 버섯전골 이후 2번 째로 맛 없는 식당

너무도 평범한 맛이라 전문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내 출중한 입맛으로 먹긴 하는데 이런 재료를 가지고 내가 양념해서 끓여도 이것 보다는

맛 있겠다.

다 먹고 나서야 떡이나 먹고 좀 참았다가 내려와서 저녁식사나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2008년 마눌과 오르고 퇴직한 다음해 봄 2016년에는 혼자 갔다.

홀로 떠나고 싶었던 명상과 묵상의 여행길 이었다.

그리고 그 해 겨울에는 산친구들과 부귀산에서부터 마이산까지 먼 길을 걸었다.

지나고 보니 마이산도 내 영혼의 순례터 였던 게다

 

고금당

멀리서 바라 보아도 금색 지붕으로 눈에 뚜렸이 들어 오던 절이다.

늘 먼 발치에서 만 보고 정작 절 구경을 해보지 못했다.

 

숲에 들면 숲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듯이 고금당에 오르니 정작 마이산의 나침반 같던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고금당에서 기원하려는 불국의 평화는 법당 안이 아니라 바로 등 뒤에 흩날리고 있었다.

고금당의 앞 마당에 서니 넓은 마이산 세상이 한 눈에 들어 온다.

~~

가슴을 흔드는 풍경 또한 하나의 깨달음일까?

부처님의 영험한 법력인지 아니면 명당을 감싸는 대자연의 기가 마음에 정갈하게 하는 것인지

마치 그 곳이 부처님 세상인 듯 마음은 홀연히 평화로워졌다.

 

멀리서 바라보는 고금당의 풍경

나와 세상사람들의 평가는 잘 못 되었다.

황금 빛 찬란한 부처님의 거쳐는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우리의 예상을 여지없이 뛰어 넘는다.

 

고금당에서 바라보는 마이산의 풍경

황금지붕으로 인해 더 없이 화려할 것 같았던 고금당 외모의 선입견은 완전 반전이다.

수수하다 못해 빈티가 줄줄 흐른다.

 

ㅎㅎ

아무리 주살낳게 빠대고 댕겨도 이런 멋진 풍경이 남아 있으니 아직도 떠날 맛이 나는 거구

오늘은 이 경치 하나로도 여행의 의미와 보람이 넘친다.

 

난 절의 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부처님 집이고 단지 그 부처님 집 중에서도 유난히 느낌이 일고,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각별한 느낌의 장소를 둘러 보고 나면 한번 씩 인터넷을 검색해 보곤 한다..

이런 느낌에 대한 무슨 타당하 이유나 근거가 있는 것인가 해서

 

여기 고금당이 탑영지 아래 있는 금당사의 모태가 된 절이다.

말하자면 산 아래로 절을 옮기고 나서 본 절의 이름을 옛 금당사란 뜻으로 고금당이라

붙인거다.

 

고구려에서 백제로 건너 왔던 보덕스님의 제자 무상스님과 스님을 따르던 금취가 650

백제 의자왕 10년에 금동사로 처음 창건한 절이란다.

자연동굴을 법당으로 해서 나옹화상이 기거하며 도를 통한 곳으로 혈암사로 불리다가 절을

옮기면서 옛 절은 고금당이 되고 다시 세운 절은 금당사가 되였다.

요란한 황금색 절이라 처음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요즘시대의 절일 줄 알았다.

이곳에 올라 일대를 굽어 보는 범상치 않은 산세와 풍광을 둘러 보고 나서도

빈약한 건축물 와양만 보고 그 안을 둘러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직 수양이 부족한 긍휼한 마음일 뿐이다.

 

무릇 명찰과 암자에서는 풍수의 무뢰한인 범인들도 조용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암자의 마당에서 부석사나 청량사에 들었을 때 느꼈던 마음의 고요와 평화가 느껴졌다.

 

태조 이성계가 꿈속에서 금척을 받아 훗날 조선을 개국하게 되었다는 성지로 금척천명지

라고도  불리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고은의 시처럼

 

마이산을 수차례 왔으면서도 무릉객 오늘에서야 비로소 출중한 고금당의 산세와 조망을

처음 보 았다.

 

고금당을 돌아 나와 아무도 없는 바위 능선길을 마물과 함께 바람과 더불어 유유자적 흘러가다.

그냥 평이한 굴곡과 낙차의 바윗길이라는 내 인상 속의 이미지와는 달리 기복과 경사가 꽤 심한

곳도 있는데 바위가 거칠거칠해서 미끄러 질 염려가 없어 체감 안전도는 아주 양호했다.

 

비룡대

고금당과 비룡대는 마이 세상의 국경 초소와 같다.

어디서나 뚜렷이 보여 내가 오늘은 그 나라의 백성임에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멀리 아득해 보이던 비룡대는 한가로운 우리의 발길로도 시나브로 코 앞에 다가와 후련한

세상의 바람과 조망을 풀어 냈다.

 

날 바람 언덕이나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으실으실 추워진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어디 있으랴

청춘의 빛으로도 그 젊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가 있고

노년의 주름진 얼굴로도 너그럽고 여유로운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듯이

세월의 내공과 연류이 쌓인 내 눈은 쇠락한 가을 숲에서처연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

 

일단 틈만 나면 자연으로 돌아갈 일이다.

자연은 시들어 가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좋은 건강이란 의식적인 관리를 통해 유지되는 게 아니다.

그냥 자신을 힐링할 수 있는 좋은 습관 하나면 족하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지면 번뇌와 미망이 사라지고 몸은 그런 마음을 따른다.

4계절 색다른 풍경과 좋은 공기 그리고 이처럼 좋은 기운이 늘 따라오는 산행과 여행이야

말로 자연처럼 별다는 관리와 노력 없이도 스스로를 자정하고 치유케하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습관 아닐까?

아니 적어도 내게는 너무도 잘 맞아서 다른 대안조차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오랜 친구

같은 취미이자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습관이다.

봉두암과 북부 주차장 갈림길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다.

어느 멋진 커피숍에 비하랴?

 

봉두암

등로는 바위능선을 따라 비룡대를 거쳐 봉두암으로 이어진다.

봉두암은 마이산 정상과 같은 곳으로 원형으로 휘도는 마이나라가 한 눈으로 조망되는 곳이다.

제법 차가운 날씨에도 벤취에는 다양한 산객들이 늦가을 마이산의 서정에 젖고있다.

가족들과 같이 온 사람들

친구와 함께 와서 걸쭉한 농담으로 즐거워하는 사람들

나보다 나이가 더 지긋한 노부부

그렇게 모두들 늦가을 마이산이 아낌 없이 내어 주는 서정과 기쁨의 선물을 한 보 따리

받아서 내려 갔다.

 

 

암마이봉과 탑영지 갈림길….

갈림길에서 큰 길을 따라 내려 가렸더니 탑영지로 가는 길이다.

좌측길이 암마이봉 가는 길인데 다 내려 왔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1.8 km 남았다.

그렇다고 탑사도 아니 돌아보고 탑영지로 하산할 수 없서서 마이봉을 둘러 가는 길을

잡는데 도무지 길의 기억이 생소하다.

분명 걸었던 길이고 그 때 암마이봉도 올랐었는데 길이 숫마이봉을 휘돌아 계곡으로 한참

내려서기에 혹시 다른 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잘못 들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오룩스 맵을 확인하고서야 등로는 마이봉과 계곡의 언저리를 이리저리 휘돌아 암마이봉

고개로 치고 오른다는 걸 알았다.

예전 봄날 산행에서는 마이산의 풍경에 흠뻑 취해서 등로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다.

산은 날 그렇게 몰입하고 집중하게 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은 내 마음을 춤추게 한다..

등로는 하산 길에 마음이 편안해진 마눌을 다시 힘겹게 하면서 계곡을 솟아 올랐고 우린

그 고개 마루에서 암마이봉 입구를 만났다.

 

은수사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암마이봉은 오르지 않고 은수사로 내려갔다.

은수사 가는 길은 단풍이 한창이다.

마이봉과 산으로 둘러 쌓인 지세로 바람도 없고 기온도 포근한 탓이라 그런지 여긴 가을이 길

떠날 채비를 하고도 아직 이별 인사를 채 끝내지 않았다.

바삐 가는 세월의 아쉬움은 단지 늙은 노객의 감회만이 아닐 터이다.

 

탑사

은수사에서 탑사로 넘어가는 세금을 내고 탑사로 내려섰다.

자주와서 새로울 건 없어도 그 곳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 마치 탑돌이의 불심인 듯 경건하고

편안한 마음이 된다.

 

그렇게 늦 가을의 마이산 여정은 끝이 났다.

가슴은 여전히 멜랑꼬리한 가을의 여운의 떨어내지 못하고 우린 그 익숙한 길을 걸어 내리

면서 뜨거운 오뎅 국물로 싸늘해지는 저녁을 위로하며 출발점으로 돌아 왔다.

익숙한 그 길 위에서 다시 색다른 깊이의 가을을 만나고 잠시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는

구도자와 순례자의 마음으로 돌아 갔다.

늘 그 답은 내 안에 있었다.

세월과 세상과 자연에게 그 답을 묻는 건 단지 내 답이 맞다는 걸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어쩌면 도의 깨우침 조차 어리석음이 아닐까?

그 숱한 날의 수행과 고행의 댓가로 도를 깨우치고 나면?

그 다음 남은 거라고는 말 없이 바람에 흩날려 절멸의 무로 수렴되는 것이다.

 

범인의 도란 부처님의 깨우침을 따르려 가부좌 하는 게 아니라

도를 깨우친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즐겁고 행복하여라!”

살아 있으니 즐거워야 할 일이다.

마음의 즐거움을 쫒는 범인의 삶아야 말로 도를 닦는 것과 진배 없다.

어느 날은 무심코 부는 바람이 그리고 쓸쓸히 날리는 낙엽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산 행 일 : 2021년 13일 토요일

산행 지 : 마이산

산행코스 : 남부주차장 – 고금당 – 비룡대 –봉두암 –탑사 –암마이봉갈림길 –은수사- 남부주차장

경유지별 소요시간

12:10 들머리

12:32 고금당

13:13 비룡대

13:57 북부주차장 갈림길

14:14 봉두암

15:10 암마이봉 갈림길

15:45 은수사

15:22 탑사

16:28 금당사

16:50 주차장

소요시간 : 4시간 40분

날 씨 : 맑으며 흐림(태양 구름 안으로 들락날락) 바람 싸늘함

동 행 : 마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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