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장 집에서 본 새벽달
초입 계곡 건너기
아침 갈론 계곡 하류
디시 만난 새로운 지 계곡
다시 분기되는 지계곡
또 다시 만난 제 3계곡
아가봉 가는 길의 계곡과 그리고 물 풍년
비로소 계곡을 벗어난 능선 안부
조강쇠와의 산행일이다.
아직 여름이 서슬푸르니 계곡 알탕산행으로 아가봉과 옥녀봉을 낙점했다.
거긴 갈론 계곡이 있다.
아작 때 묻지 않은 청정계곡
산막이 옛길의 명성에 가리워 소외된 2등의 비애를 간직하고 있는 계곡인데다
또 교행하기 어려운 옛길 밖에 통행로가 없어서 오히려 오지의 자연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탓에 날 것의 싱싱한 맛이 살아 있다..
계곡 알탕까지 5시간 정도면 무난히 아우를 수 있어서 여름날 무리하지 않고
힐링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산행지에 속한다.
새벽 5시 30분에 조사장 집에서 만나 이러저러 이야기를 나누며 청천을 거쳐
괴산으로 갔다.
연하협 구름다리를 거쳐 들머리 행운산장 옆 길에 차를 파킹 하는데 우리말고 또
한 사람의 새벽형 인간이 있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그는 먼저 아가봉을 향해 떠났다.
행운가든 민박은 청정 계곡을 끼고 있는 천혜의 위치였다,
시설 좋고 계곡 좋은 곳에 위치한 팬션은 단연 “바람에 정원” 일게다..
언젠가는 도패밀리 모임을 한 번 할 만 한 곳 !
행운가든 옆 길로 건너가는 계곡의 물이 많이 불어 있어서 조금 전 열심히 갈아 신은
등산화를 다시 벗고 개울을 건너야 했다.
요 몇일 심하게 비가 왔는지 계곡의 수량은 꽤 불어 있는데다가 깨끗하기 그지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출발부터 탁족을 하고 목에 두를 수건을 빨아서 계곡의 냉기로 목의 열기를 식혔으니
오늘 산행은 이미 끝난 거 아닌가?
처음 가는 산길의 계곡은 두 갈래로 갈라 졌다가 다시 세 갈래로 나뉘기도 하면서
오지계곡의 존재를 과시했다.
아가봉과 옥녀봉 ! 에사롭지 않은 지명이다.
뭇 남정네들의 추파와 욕정에 시달려야 하는 세속의 삶에 환멸을 느낀 옥녀는 갈론의
깊은 산중에 은거하며 자연 속의 삶을 살아 가다가 어느 날 우연히 갈론에 깃든
나그네 강쇠를 만난다.
십 년 수행이 도로아미타불 이라더니
생각과는 다르 그동안 잠자던 본능과 잊고 살았던 농염한 여체의 달뜬 춘정을
이기지 못해 수백 일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하룻밤 꿈길의 만리장성을 쌓기에 이르었으니
오호통재라 !
나그네는 늘 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
하룻밤의 뜨거운 사랑을 뒤로 한 채 강쇠는 기약 없는 약속과 이별을 만들고 말았던 것이었다.
사랑은 가고 추억은 남는 법이지만
아픈 이별의 흔적 없는 길목에는 미련과 기다림만이 덩그러니 남았더라
옥녀와 아가는 그렇게 강쇠를 애타게 기다리다 봉우리가 되어 지금도 바람 부는
날에는 임을 기다리는 슬픈 울음을 운다.
믿거나 말거나 ….
옥녀야 기다려라 ..
내가 오는 조강쇠를 데리고 너를 만나러 가고 있으니 ……
몇 년 전 여름에 마눌과 양반길 2코스를 걸으면서 옥녀봉 지척까지 올랐다가 갈론
계곡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갈림길에서 옥녀봉이 600미터쯤 되었는데 인적이 드문 후미진 산길이라 마눌을 혼자두고
댕겨 올 수가 없어서 훗날을 기약했던 그 옥녀봉이다.
5시간 가량 걸리는 길이었는데 둘레길이지만 한여름 땡볕 걷기였고 거리가 길고
고도가 높아서 시간소요가 많았던 탓에 마눌이 꽤 힘들어 했던 곳이다.
그 때도 물론 계곡에서 제대로 된 알탕을 했었다.
아가봉 등산로는 아침운동하는 명봉산보다 좀 더 난이가 높은 정도의 산길이다.
요즘 회사 일에 많이 시달린 탓에 심신이 많이 피로하고 운동을 게을리 해서 몸의
리듬이 깨어졌는지 별로 유난할 것 없는 그 길이 여느 때보다 힘들었디.
아침으로 두유와 삶은 계란 하나 밖에 먹지 않았는데 속이 좀 거북하다.
아침에 조사장 집에서 따먹은 토마토 맛이 이상 했는데 그 것 때문인가?
이가봉에서는 조사장과 먼저 인사하며 올라가던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하고 있었다.
그 친구도 대전 송촌동에서 왔다고 했다.
“ 헐~ 대전 사람들 잠도 안자고 새벽 댓바람에 설치구 난리들을 피네 !”
30년 낚시 취미를 몇 년 전 등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78 cm 키에 100kg 까지 나갔었다고 ….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다 보니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을 많이 하게 되었고 금단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급기야 체중이 그렇게 까지 불어 나더라고…
체중감소를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가 이젠 등산에 완전 빠져버렸단다.
헐 ~ 강태공이 이태백으로 업종전환을 한 셈인데 50대 늦은 나이에 보기드문 현상일시…..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설쳐대고 혼자 산행이 최고의 산행이 라며 산행의 맛과 멋을 설파하는
이 친구는 말 하는 폼새가 완전 사이비 종교에 현혹된 광신도 포스다.
하지만 공감 100%
“산은 육체보다 정신에 더 좋다. !”
덕분에 조사장과 정상 인증샷 한 컷 건졌다.
옥녀봉 가는 길에 오늘 몸의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는 게 극명하게 느껴졌다.
비탈길에서 쉽게 숨이 차오르고 발길이 무거웠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마지막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오를 때에는 자주 멈추고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 옛날 거칠 것 없이 들개처럼 거친 산야를 종횡 할 때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감에 충만했던 그 때 조차도 어느 날은 유독
산행이 힘든 날이 있었다.
오늘이 마치 그 날 같다.
정상에서는 조사장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옥녀는 만나 보셨능가?
옥녀를 만난 감회를 물었는데 조사장은 모기가 너무 많아 바람 잘 통하는 아가봉 보다 훨씬
못하다는 소리를 했다.
옥녀 사연은 안중에도 없고 본안 생각만하는 조강쇠 !
실제 팔뚝에 앉은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서 압살시켰는데 붉은 선혈이 낭자하다.
오매불망 강쇠를 기다려 온 여인의 한이 서린 봉우리가 어찌 뽀송뽀송 할 수가 있나?
오뉴월에 서리를 내린다는 여자의 한과 외로움이 떠 돌고 있는, 옥녀의 음기 서린 그 봉우리가…..
오늘 강쇠의 피는 옥녀의 피눈물이었다.…
송촌 사나이는 조사장과 같이 옥녀봉에 도착해서는 혼자 먼저 내려 갔단다.
우린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하산을 했다 .
미눌과 휴식했던 삼거리를 거쳐 내려가는 길은 큰 비가 휘몰아 친 흔적이 역력했다.
어느 해 인가 세찬 바람이 불었는지 수 많은 낙엽송들은 뿌리를 드러낸 채 널 부러져 있다.
요 몇일 비가 세차게 내린데다 어젯밤에도 비가 있었는지 게곡 상류의 물은 아직 뿌연 색이고
계곡 갓 길은 큰 물에 휩쓸린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몇 년 전 여름보다 수량은 엄청났다.
우린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갈론 계곡 멋진 절경 속의 푸른 소로 뛰어 들었다.
나는 활개치면서 수영을 즐겼고
조강쇠는 그냥 몸만 한 번 담그어 땀을 씻고 옷을 짜서 입었다.
그건 옥녀와 아가의 서러운 눈물 이었다.
옥녀야 ! 너의 사랑이란 원래 그렇게 슬프고 아픈 것이었다.
강쇠는 너를 잊었고
갈론으로 흐른 너의 서러운 눈물이 다 마른다 해도 님은 다시 돌아 오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세월과 세상은 너를 기억하고 사랑보다 더 넓은 너의 마음으로 청천의 자연은 이리
푸르고 아름답구나 !
다시 보자 꾸나 옥녀야 !
내려가는 길 갈론계곡 지킴이 센터의 국공 아자씨가 있어 여기에 비가 많이 온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아저씨 왈
“여기 그 동안 가물어서 계곡이 형편 없었어요 "
수량이 바닥 까지 줄어든 데다 이끼에 물 때에다 계곡이 황폐해져서 사람들이 별로 오지도
않았는데 뒤늦은 비가 계곡을 살렸다고…
그노무 돈이 몰리는 데만 몰려 다닌다드만 비도 그런 모양이다.
남부는 땡 빛이고 수도권은 집중 폭우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돈과 비는 모두 서럽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거늘….
그래도 괴산은 괜찮지 않은가?
옥녀의 눈물이 산수에 활기를 불어 넣고
나와 강쇠의 발길은 외로운 옥녀의 수심을 달래주었으니…. ….
그래서 늘 내 공식이 맞다.
특별히 할 일 없으면 그냥 떠나라 …
어디 어디로라도 …
함께 갈 이가 없다면 혼자라서 더 호젓하고 자유롭지 않은가?
어딜가나 자연 속에는 사랑이 머물고
그 곳 어딘가에는 너의 마음에 맞는 동행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누릴 수 있는 거다.
비가 내릴 때 여행하기 좋은 곳이 있고
비가 싫다 해도 여기에 비가 내린 다고 거기도 비가 내릴 까?
비가 와서 배낭을 매지 못했다는 건 떠나기 싫어 떠나지 못한 핑계 일 뿐
비가 내리는 여름에도 갈 곳은 넘쳐나고
마음이 있는 곳에 사랑과 추억이 머무는 법이어늘……
돌아 오는 길에 괴산 올갱이 탕으로 점심을 먹고 때 맞춰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속을 다려 집으로 돌아 오다,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산 행 일 :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산 행 지 : 옥녀봉 아가봉
산행코스 : 행운가든 – 아가봉 –옥녀봉 –갈론 계곡 – 갈론지킴센터 – 행운가든
소요시간 : 4시간 47분 (알탕포함)
동 행 : 조사장
날 씨 : 흐리다 그리고 . 돌아 오는 길 대찬 소나기!
30년 이상 대한민국 산을 빠댔는데 아직 가지 않은 산이 있으니 나는 좋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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